잼버리 '국가 망신', 책임 물어야 할 사람들
이충재입력 2023. 8. 7. 06:21
[이충재의 인사이트] 지자체보다 중앙정부, 전 정부보다 현 정부 책임 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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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날 준비하는 미국 대원들 6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를 선언한 미국 대원과 지도자들이 짐을 꾸리고 있다. |
ⓒ 연합뉴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대회가 끝난 후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에 미친 유무형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국격 추락과 국제적 위상 악화는 물론 그간 각 분야에서의 성과로 높아진 국민의 자긍심에도 깊은 상처를 입혔습니다. 일각에선 한국의 국제행사 개최역량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잼버리 준비 부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책임론의 화살을 전 정부로 돌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실무 준비는 전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잼버리 종료 후 전임 정부와 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지사 등을 상대로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서는 2017년 대회 유치부터 현재까지의 단계별 권한과 역할을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합니다. 먼저 도로·공항 등 인프라 구축이 지지부진한 새만금개발사업에 정부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계기로 잼버리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앞섰던 전북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됩니다. 애초 자연그늘이 없어 여름철 야영에 부적합한 갯벌매립지를 행사장소로 정한 것부터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북도는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확정된 후에도 당초 약속한 숲 조성과 토질 개선, 배수로 설비 확충 등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부적합한 입지 선정과 보완 조치 미흡 등 전북도의 일차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지자체가 유치한 행사라도 국제적 규모일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감독에 나서는 게 일반적입니다.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로 잼버리대회의 행사 집행과 책임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잼버리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은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의원(전북전주갑) 등 2명이 맡고 있었습니다. 김현숙 장관이 준비 업무를 총괄한 셈입니다.
이상민의 자신감, 윤석열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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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문제는 윤 대통령의 강한 여가부 폐지 의지로 여가부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정부는 여가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고 김 장관도 상황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사전 점검 차원에서 열리는 '프레잼버리' 행사는 준비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번에 드러난 문제가 그대로 지적됐지만 김 장관은 "대책을 다 세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전북도 등 현장에선 부족한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앙정부에서 거의 반영하지 않은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지난 2월의 공동조직위원장 확대 개편 이후입니다. 중앙정부 지원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조직위 요청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명이 공동조직위원장에 추가 임명됐습니다. 개편의 핵심은 대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소방 등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행안부 장관을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그때부터 이상민 장관이 새만금 현장을 자주 방문해 안전점검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잼버리대회 개막 사흘 전 최종 점검에서 "행안부는 안전한 잼버리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초 윤석열 정부가 잼버리대회를 이전 정부가 유치한데다 전북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지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 명예총재로 추대되면서 적극 지원으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릴 경우 윤석열 정부의 공으로 홍보하기 위해 막판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락 연설에서 "잼버리대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으로선 잼버리대회 파행의 직간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일 개막식 참석과 관련해서도 당시 온열질환자가 상당수 발생했는데도 개막식을 강행한 데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참석자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에 미루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제 와서 숙영한다?" 잼버리 無경험 장관들의 '무능'
- 새만금=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메일보내기 외 1명
- 2023-08-07 06:00
이제야 숙영? "행사 시작 전 준비했어야…"
미국·일본 잼버리 조직위는 스카우트 전문가들 주도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 전문가 1명뿐
전문가 "연맹이 주도하고 정부는 행정 지원했어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을 맞으면서 행사를 주관한 조직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책임자들의 부족한 전문성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전북 부안 잼버리 행사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잼버리 행사를 주관한 책임자들을 비판했다.
익산에서 온 60대 최모씨는 "극한체험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온열질환이 많다고 하니까 너무 불안했다"며 "처음에 행사 시작할 때부터 준비를 잘 했어야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40대 김모씨는 "(4일) 총리와 장관이 와서 물을 더 준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너무 늦었고 제대로 안된 것 같다. 지금 보니 화장실도 물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는 지자체와 조직위가 운영한다고 했는데 이제야 나라(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처음부터 정부가 주도했으면 이런 나라 망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미국이 조기 퇴영을 선택하고, 여전히 화장실 위생와 벌레 문제가 지적되는데도 정부 인사들은 해결책 대신 뒤늦은 '보여주기'만 치중하고 있다.
앞서 온열질환이 폭증하는 등 잼버리 행사에 대한 논란 커지자 이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새만금 기자회견장을 방문해 이날부터 야영장에서 직접 숙영하며 현장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숙영한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잼버리 행사 개최날부터 현장에서 숙영하고 있다. 다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개최날부터 야영장 인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데니쉬(15)는 이 장관 등이 숙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수돗물도 마시고 샤워도 해보고 직접 물도 받아오고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책임자들이 부랴부랴 뒤늦게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6년 전 행사 개최가 정해졌는데도 준비가 미흡해 파행을 맞게 된 이유로 각 부처 장관과 국회의원 등 비전문가가 조직위원회를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잼버리 개최한 다른 나라들은 행사 경험이 풍부한 각국 스카우트를 중심으로 조직위원회를 꾸렸다.
2019년 직전 잼버리 대회가 열린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조직위원장은 각국 스카우트 수장들로 꾸려졌다.
미국 잼버리는 '스카우트 캐나다' '멕시코 스카우트 연맹' '미국 스카우트 연맹' 등 3개 조직이 공동 개최했다. 이들 연맹 총재가 공동 조직위장을 맡았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스카우트 행사를 진행해온 전문가다.
일본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도 정부기관은 유치 단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을 뿐, 실제 행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일본 스카우트 연맹이 주도했다. 또 스카우트 출신의 일본 국회의원 200여 명이 후원자 성격으로 참여했다.

반면 이번 한국 잼버리 조직위에는 전문가보다는 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 갑),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5명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집행위원장이다.
이 가운데 유일한 스카우트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강 총재는 올해 2월 조직위원장을 확충하면서 뒤늦게 들어왔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텐트, 그늘막 등 잼버리 관련 시설 설치의 권한부터 조직위 구성 권한까지 한손에 쥐었지만, 스카우트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이번 행사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성명을 통해 "주최자에게 일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양대학교 관광학과 이훈 교수는 조직위에 전문가보다 정부 인사들이 주로 포진된 점에 대해 "어떤 행사를 준비할때 콘텐츠나 조직 체계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꾸리는 것은 연맹에서 주도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는 행사의 기반이 되는 행정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조직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준비가 부실했다"고 덧붙였다.
잼버리 이 지경 만든 5인 공동위원장 체제…총책임자가 없다
등록 2023-08-06 21:33수정 2023-08-07 02:14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8월, 전라북도가 발간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활동 결과보고서’가 그린 새만금 잼버리의 모습은 장밋빛이었다. 보고서에 첨부된 상상도에는 바다를 앞에 둔 초록색 대지 곳곳에 야영 텐트가 놓여 있고, 넝쿨식물이 우거진 그늘 아래 청소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장밋빛 청사진의 현실은 ‘잿빛’이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자연 그늘이 거의 없어 땡볕에 노출됐고, 녹지는커녕 침수된 땅 위에 텐트를 쳐야 했다. 5일 행사장 내 잼버리 병원을 찾은 환자는 모두 987명으로, ‘온열손상’ 83명, ‘일광화상’ 49명 등이었다. 부실한 폭염 대책, 침수된 야영장, 비위생적인 화장실, 곰팡이 구운달걀 등 어느 것 하나 정부가 개입한 행사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잼버리 개최 일주일 전인 7월25일 열린 브리핑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밝혔지만, 최다 참가국인 영국·미국 등의 단원이 ‘안전 미비’를 이유로 중도 이탈하면서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했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잼버리 파행의 주된 원인으로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목된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상 새만금 잼버리의 주무부처는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여가부다. 이 법에 따르면, 조직위원회는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자금을 차입하거나 물자를 도입할 수 있으며, 공무원 파견, 예산 요청 등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조직위원회 구성에서 비롯된다.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모두 5명이다. 애초 김현숙 여가부 장관, 김윤덕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갑) 2인 공동조직위원장 체제였으나, 지난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공동조직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책임이 분산됐다. 실무를 담당하는 집행위원장은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맡고 있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안전은 행안부, 홍보는 문체부 등으로 나뉘어 협업하는 구조”라며 “다섯명이 모두 공동(조직)위원장이라서 ‘특정 위원장이 책임자다’ 이런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총괄 조직위원장이 없으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서로 떠넘길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이다.
다만, 여가부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조직위가 출범한 2020년부터 준비에 참여해왔고, 여가부 장관이 예산 집행 승인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을 지목하기도 한다. 임기 초반부터 여가부 폐지에 역량을 쏟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가부 내부에서는 이번 일로 ‘여가부 폐지론’이 다시 흘러나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사전 경고 무시한 정부
폭염과 폭우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 등에서도 지적됐으나, 정부는 줄곧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앞서 6월 초 조직위가 정부에 호우·폭염 대책으로 93억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을 때도 지원은 20억원에 그쳤다. 이런 소극적 조처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됐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행안부는 지난 3일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그 하루 뒤엔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냉방버스 등 폭염 대응과 예방에 필요한 물품 확보에 예비비 69억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여가부도 자체 예산 9억원을 들여 손선풍기와 모자 등을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새만금 간척지가 야영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은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대회장 일대는 대규모 배수시설 공사가 불가능한 ‘농업용지’다. 새만금기본계획을 보면, 잼버리 대회장 부지는 기존에 관광 레저 용지로 설정돼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농업용지로 전환해 조성됐다. 대회가 끝나면 원형지로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공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실제 잼버리 개최 3개월 전인 지난 5월에도 비가 내려 대회장이 침수되기도 했다.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처로 결국 파행을 빚게 된 이번 대회를 두고 6일 전북 지역 한 환경단체 상근자는 이렇게 말했다.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는데, 상처는 아이들이 받게 돼 너무 미안하다.”
채윤태 이주빈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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