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라떼를 넘어 곤죽 상태..."낙동강 올해가 더 끔찍하다"
[현장 취재] 6월초부터 녹조 창궐... 해결책은 수문 개방뿐, 정부 결단 필요
23.06.28 12:12l최종 업데이트 23.06.28 12:31l
낙동강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지난 5월 말부터 녹조 띠가 목격되더니, 6월 초중순부터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녹조 라떼를 넘어 녹조 곤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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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하늘에서 본 낙동강의 모습이다. 대구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이 있는 강정고령보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관련사진보기 |
예년 7~8월 모습이 벌써 보이고 있는 것으로, 올 한 해 녹조의 극심함을 예고해주는 것 같다. 거의 매일 낙동강 현장에 나가 녹조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창녕환경운동연합 곽상수 공동대표(우곡면 포리 이장)는 27일 전화 통화에서 "낙동강 녹조의 양상이 하루하루 다르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가장 끔찍한 녹조 대란 사태를 맞은 2018년보다 더 지독한 녹조 대란 사태가 발생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합천창녕보과 창녕함안보 부근 심각
현장 활동가인 필자 또한 매주 현장을 찾아 확인하지만 올해 녹조의 양상은 다른 해와 차원이 다르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강정고령보는 23일을 기해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고, 칠서지점은 경계 단계, 물금매리지점은 벌써 그 전 주에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 조류경보제로 관리하는 네 지역의 녹조 상황을 수치로 보여주는 환경부의 조사 자료다. 칠서지점은 벌써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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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질예보제로 관리되는 조류관찰자지점상 조류 농도를 보여주는 실측자료.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의 상황이 심각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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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경보제로 관리하고 있는 이외의 지역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달성보부터 시작해서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의 500미터 지점에서 측정하는 수질예보제상 조류 농도는 수만에서 수십만 셀을 넘어섰다.
조류경보로 치면 경계 단계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특히 10만 셀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긴 합천창녕보과 창녕함안보의 상황은 정말 심각해 보인다. 육안으로 그 심각성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배를 타고 본 합천창녕보 상류 구간의 낙동강은 걸쭉한 녹조 띠가 강 곳곳에 나타나 악취가 진동하고 벌써 부패가 시작되고 있었다.
▲ 지난 6월 17일 합천창녕보 구간인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에 발생한 심각한 녹조. 6월 중순에 8월에 나타날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올 한해 녹조의 심각성을 예고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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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녹조띠가 매곡취수장 취수구 앞에 선명하게 피어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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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는 비가 내려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강정고령보 상류 매곡취수장 취수고 앞엔 녹조 띠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수돗물 원수가 취수되는데 그 수돗물을 대구시민의 66%가량이 사용한다.
대구시와 환경부의 대응도 바빠졌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22일 오후 3시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 지점(강정고령보 상류 7km)에 조류 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강정고령보의 유해 남조류 개체 수를 측정한 결과 지난 19일 3만1109cells/mL, 그리고 12일 5851cells/mL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류경보는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2회 연속 1000cells/mL 이상 관측되면 '관심', 1만cells/mL 이상 관측되면 '경계' 단계가 발령된다.
이에 따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도 비상대응체계를 수립해 낙동강 취수지점인 문산, 매곡, 죽곡취수장에 수류분사식 녹조저감시설 설치·운영하고 조류 차단막 이중 설치로 녹조의 취수장 접근 차단 등을 통해 수돗물에 조류 유입을 막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식 대응? 근본 처방은 수문개방
그러나 이런 조치는 모두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조류경보가 발령되면 응당 행해지는 수순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녹조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 이런 식의 대응을 해봐야 녹조는 잡을 수 없고, 수돗물의 안전 또한 장담할 수 없다.
▲ 지난해 7월 대구mbc의 의뢰로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이 분석한 대구 정수장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표. 매곡정수장 정수된 수돗물에서 미국 아동 음용수 기준치인 0.3ppb에 육박하는 수치의 녹조 독(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
ⓒ 이승준 교수 | 관련사진보기 |
실제로 지난해 7월 매곡정수장의 정수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을 대구MBC가 확인 보도했고, 이어 낙동강네트워크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산, 경남, 대구 가정집 수돗물에 녹조 독성 물질이 확인된 바 있다.
▲ 지난해 대구MBC 빅벙커 팀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 내용. 낙동강물로 재배한 농작물에 대한 녹조 독소 검출 조사결과표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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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표 | |
ⓒ 환경운동연합 | 관련사진보기 |
그뿐인가. 환경단체 등이 여러 차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 배추, 무, 상추, 오이 등등에서도 녹조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또, 물고기 몸에서도 고농도의 녹조 독성 물질 검출됐고, 심지어 강 주변 공기 중에서도 녹조 독성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올해는 훨씬 일찍 재현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수돗물이, 농작물이, 공기가 위험한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국민이 위험에 내몰리고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당국은 면피만 하려 하고 있다.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또한 환경당국은 잘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녹조는 수문 개방과 더불어 현저히 완화된다는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근본적 처방은 수문 개방이란 사실을 환경당국도 알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환경단체에서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면 저렇게 양수장의 취수구가 물밖으로 드러나 양수를 할 수 없게 된다. 저 취수구 파이프를 더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사진은 현풍양수장의 모습이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관련사진보기 |
그러기 위해선 취양수장 구조 개선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 긴급 예산이 필요한 대목이다. 낙동강에만 8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 예산부터 신속히 배정해 취양수장을 연내에 조기 완공해 내년 여름 이전에 낙동강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녹조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낙동강은 영남의 젖줄이다. 실제로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낙동강이 벌써 12년째 녹조 대란 사태를 맞고 있다. 영남인의 위험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지난 겨울 수문개방 된 낙동강. 모래톱이 드러나고 그 위로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관련사진보기 |
윤석열 정부는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취양수장 개선 예산부터 특별 편성해 취양수장 개선 사업을 조기 완공하고 내년 봄부턴 무조건 수문을 열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을 그렇게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왜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가.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올해 낙동강 상황이 심각하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모니터링을 통해 낙동강 현장 상황을 기록하고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고발하고, 낙동강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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