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수질 좋아졌다'는 환경부장관님을 낙동강에 초대합니다
[공개 편지] 녹조 독에 메탄가스까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주세요
23.05.12 21:04l최종 업데이트 23.05.12 21:04l
▲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여름철 자연재난대책기간 홍수대책 수립·추진과 방지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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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장관님. 장관님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대가 공개한 4대강사업 전후의 수질 비교 연구에 관한 질문에 "과학적인 모니터링이고, 장관으로서 해당 연구 결과를 믿는다"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4대강의 수질이 좋아졌다고 믿는다고도 하셨지요?
반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정책에 대해선 "법적인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 항목 지표를 가지고 평가를 한 부분은 과학에 기반한 평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깎아내리고, 이번 국립환경과학원-서울대 연구 결과는 "10년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결과, 법적 지표를 가지고 평가한 부분이 과학에 기반한 평가라고 하고 싶다"라고 말하셨지요?
유감입니다. 장관님이 신뢰한다고 말한 국립환경과학원-서울대 연구는 수질 평가에서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과 부유물질(SS), 총인(TP) 등만 지표로 쓰고,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지표들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총유기탄소량(TOC), 클로로필a 등은 배제한 연구 결과입니다. 그런데도 그 결과는 과학적이고, 이전 정부의 연구 결과는 비과학적이라고요?
4대강 수질 좋아졌다?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 지난 3월 14일 환경단체들에 의해서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열린 한화진 사퇴 촉구 기자회견 모습이다. 환경부장관답게 소신 있는 발언도 못하고 윤석열 대통령 눈치나 살피는 환경부장관 필요 없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관련사진보기 |
한화진 장관님. 정말로 4대강의 수질이 좋아졌다고 믿고 계시나요? 일부 수질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서 수질이 정말로 좋아졌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일부 수질만 좋아지고 다른 지표들은 나빠졌다면 이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표들보다 더 정확한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저는 2008년부터 낙동강을 모니터링하며 현장을 떠나지 않은 사람으로서 단언하건대 4대강 수질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졌습니다.
녹조가 그 증거입니다. 매해 초여름에 시작해 초겨울까지 지속되는 심각한 녹조 현상을 두고 어떻게 수질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녹조가 창궐한 물을 가뭄 극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까지 말씀하시는데요. 현장에서 진실을 목도하는 사람으로서 장관님의 무책임한 발언에 울화가 치밀어오릅니다.
그래서 진실을 알려드려야겠다 싶어 이 기사를 씁니다. 먼저 아래 영상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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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독조라떼. | |
ⓒ 정수근 | 관련영상보기 |
지난해 여름 낙동강 모습입니다. 강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강 전체가 녹조로 뒤덮였고, 걸쭉한 녹조 곤죽이 물결을 따라 일렁입니다. 그 옆엔 고라니로 추정되는 해골이 놓여 있습니다. 녹조가 극심한 강물을 먹고 죽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이 녹조엔 청산가리의 6000배가 넘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다는 건 장관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바로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이 낙동강에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그 독이 낙동강물을 정수한 영남인들의 식수에서도 검출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설상가상 녹조 독은 에어로졸로 날려 공기 중에도 포함돼 있다는 게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입니다. 녹조 때문에 강에 접근하는 것조차 위험해졌습니다.
▲ 논으로 들어간 녹조. 녹조 독이 이렇게 생산된 쌀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관련사진보기 |
뿐만 아닙니다. 이런 물로 농사까지 짓습니다. 이 녹조 물이 양수장으로 통해 퍼올려져 수로를 통해 논에 들어갑니다. 녹조 물로 벼가 자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된 쌀을 조사했더니 녹조 독이 검출됐습니다. 널리 알려진 조사 결과입니다. 쌀뿐 아닙니다. 무와 배추, 오이, 상추 등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됐습니다. 낙동강물로 농사짓는 상당수 농작물이 위험하다 봐야 합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어떻게 수질이 좋아졌다라고 할 수 있습니까. 몇몇 수질 지표로 현장의 진실을 덮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제발 현장에 나와보십시오. 그곳에 진실이 있습니다.
녹조 독에 메탄가스까지.... 4대강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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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메탄가스. | |
ⓒ 정수근 | 관련영상보기 |
위 영상도 한번 봐주십시오. 몇해 전 낙동강의 유명한 유원지인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강물 속에서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옵니다. 지금도 올라오는 저 거품이 뭔지 아시나요?
거품의 실체는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로 밝혀졌습니다. 바로 메탄가스입니다. 이산화산소보다 30배의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지요. 저 메탄가스가 낙동강에서 솟아나고 있습니다.
녹조 때문에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지형 교수의 연구팀의 연구 결과입니다(관련 기사 : 녹조 독소에 이어 메탄가스까지... 그래도 4대강 보 활용하겠다고? https://omn.kr/23tpw ).
녹조 사체와 각종 유기물이 강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썩고, 그 썩은 강바닥에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뿜어져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낙동강을 넘어 4대강의 현실입니다.
환경부의 수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멀쩡한 강을 막아 보를 만들어 녹조로 강이 썩어 식수가 위험해지고, 먹거리도 위험해지고, 공기마저 위험해졌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이 나라 환경을 관장하는 수장인 장관님이 '4대강 수질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안드립니다. 올해 여름 대구에 오셔서 연락주십시오. 제가 현장을 제대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현장을 보고 나시면 두 번 다시 4대강 수질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실 수 없을 겁니다. 아울러 4대강 보를 활용하라는 말 또한 하실 수 없을 겁니다.
4대강의 '오래된 미래'를 위하여
끝으로 이 영상도 봐주십시오. 지금 4대강의 현실과 향후 우리 강의 희망찬 미래를 담았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의 우리 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흐름을 회복한 강, 그래서 아이들이 강에 들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4대강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이것은 4대강 보 개방에서 시작됩니다. 보를 열어주십시오.
한화진 장관님, 부디 현장의 진실을 목도하시고 국토환경의 관리하는 수장답게 처신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에서 벌어진 진실을 목격하고,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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