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비상식적 언행’
검찰 공약, ‘무소불위 절대권력’ 만들겠다는 의도
‘한동훈 중용’ 뜻과 맞물려 ‘보복 수사’ 우려 낳아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소양과 안목 결여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대선 후보들의 언행과 관련해 최근 큰 화제가 됐던 것 중의 하나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열차 맞은편 좌석에 구두를 신은 채 발을 올려놓은 사진입니다. 공중도덕 관념이 부족하다는 정도로는 설명하기 힘든, 믿기지 않는 행동입니다. 외국에서도 반응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영국 서식스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케빈 그레이 교수는 SNS에 이 사진을 올리며 “이 자체로 공직 결격 사유가 된다”고 썼습니다.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구둣발 논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비상식적 언행’이 검찰에서는 통했나
물론 검사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검찰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검사들이) 저 정도로 참혹하게 상식이 없는 사람을 우리가 총장이라고 모시고 그 사람이 군림하는 속에서 그렇게 살고 있었나 하는 점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체 반성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검사라면 윤 후보가 검찰총장을 임기 도중 그만두고 정치권에 곧바로 뛰어든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무너뜨린 행위라는 점에서 비판하는 게 당연합니다. 더구나 정치인이 된 뒤 많은 국민의 비웃음과 분노를 산 언행을 보고도 검사들이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검사들은 윤 후보에게 비판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외부로 드러나는 상황은 그렇습니다. 그토록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정치적 중립을 허문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에게는 날선 비판을 하는 검사 한 명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토록 공정을 이야기하면서 ‘대장동 50억 클럽’의 검찰 선배들에 대한 수사는 한없이 늘어지고 보드랍습니다. 검찰에 부여된 막강한 권한과 독립성이 원칙과 상식에 맞게 쓰이지 않고, 자신들의 출세와 특권 유지와 끼리끼리 감싸기에 오남용되고 있다는 한 방증입니다.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독립성’을 방패막이로 악용해 온 검찰
윤 후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라는 명분을 제시합니다. 보기좋은 허울일 뿐입니다. 비근한 사례들을 보겠습니다.
유력 검사를 동생으로 둔 윤우진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이 얼마 전 구속기소됐습니다. 뇌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지 9년이나 지나서야 이뤄진 기소입니다.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국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돼서 돌아왔는데도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사건을 1년 반이나 질질 끌다가 무혐의 처분했던 사건입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봐주기 수사였습니다. 그의 동생인 윤대진 검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윤석열 후보가 당시 사건 처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결국 공소시효가 지나버렸습니다. 검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독립성을 핑계로 검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이런 검찰에 무제한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순순히 믿어줘야 하는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의 독립성은 수사·기소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뜻에서 부여된 것입니다. 현재도 검찰총장 임기제와 검사 신분 보장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제 식구 감싸기와 정치적 행위의 방패막이로 무수히 악용해왔습니다.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해도 공정하고 중립적인 검찰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 게 우리 검찰의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에 독립성을 보장하되 인사·예산 등을 통한 간접 통제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통한 예외적 통제는 검찰의 폭주를 막기 위해 필요합니다. 주권자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 이같은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마저 할 수 없다면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절대권력’ ‘검찰 파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수사지휘 끝에 이뤄진 측근·가족 관련 수사
지금까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네차례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번, 문재인 정부에서 세번입니다. 이 때문에 ‘보수 정부는 검찰 독립성을 보장하는데 진보 정부는 검찰에 간섭하려 한다’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 정부에서는 주로 검사 출신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고 검찰의 기득권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은밀하게 비공식적인 수사지휘를 하거나 검찰의 자발적 협력을 끌어내는 식이었습니다. 가까이는 세월호 수사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해경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도록 검찰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때는 검찰의 ‘알아서 기는’ 행태가 오죽했으면 ‘권력의 시녀’라는 말까지 들었겠습니까. 반면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고 검찰개혁을 시도하는 정부는 검찰과 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비공식적 수사지휘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그에 대해 정치적 평가를 받고 책임을 지는 게 바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입니다.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첫번째 수사지휘는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검언유착 사건’으로 수사받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수사에 개입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이후 윤 후보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및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징계를 당했고, 법원도 이 징계가 정당했다고 판결했습니다.
두번째 수사지휘는 윤 후보의 가족·측근과 관련된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앞서 살펴본 윤우진 전 세무서장 사건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수사지휘가 없었다면 윤 전 서장이 과연 처벌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 최아무개씨의 요양급여 편취 의혹 등 가족 관련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사건은 윤 후보가 총장에서 퇴임한 뒤 수사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10년 가까이 묻혔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사실로 확인돼 권오수 전 회장 등이 구속기소됐고, 역시 과거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았던 장모 최씨도 기소됐습니다. 최씨는 1심 징역 4년 실형, 2심 무죄라는 롤러코스터 판결을 받았는데, 2심 재판장이 윤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데다 최씨 변호인과도 상당한 학연 및 업무상 연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를 견제하기 위한 이같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찰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침해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검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수사를 하게 됨으로써 그나마 견제 장치가 마련됐는데, 윤 후보는 이마저도 허물어 검사 범죄를 예전처럼 검찰이 ‘셀프 수사’하는 길을 터놓겠다고 합니다. 수사지휘권 폐지에 셀프 수사까지 더하면, 검찰의 비리를 얼마든지 비호할 수 있는 견고한 방벽을 쌓게 됩니다. 일반 사건 수사에서도 검찰은 아무런 견제 없이 입맛대로 검찰권을 휘두를 수 있게 됩니다.
더구나 이같은 공약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 후보가 내놨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부적절한 행동으로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렀던 윤 후보가 수사지휘권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역대 가장 많은 수사지휘를 당한 검찰총장이란 오명을 쓴 데 대한 분풀이거나, 아무런 견제 없이 검찰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었던 욕망의 반영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윤 후보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강화를 내세울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검찰총장이 측근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에 개입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을 남용한 것이고, 각종 기획수사로 정치적 자산을 쌓은 뒤 대선으로 직행한 것은 그 자체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근간을 무너뜨린 행위입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중립성 확보를 위한 규제 장치가 더욱 필요함을 보여준 장본인인 셈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려면 먼저 검찰총장의 정치 진출 제한법부터 만드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윤 후보 같은 검찰총장 등장 막는 게 급선무
한편 윤 후보의 공약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면, 자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을 없애 스스로 검찰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윤 후보 스스로 이런 해석의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 수사’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수사가 필요한 범죄 혐의가 어떤 게 있는지도 적시하지 않은 채 ‘적폐청산 수사’를 벌이겠다고 하는 것은 ‘묻지마식’ 기획 수사를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말은 곧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수사 방침을 밝혀놓고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윤 후보는 이번 공약에서 공수처가 우선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검찰도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도록 열어두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주체가 돼 전 정권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입니다.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측근 중용해 보복수사’ 과거 회귀 우려

‘구둣발 무례’ ‘셀프 수사권’, 윤석열 특권의식과 검찰공화국 [#논썰|EP 71]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찰에 대한 최후의 민주적 통제 장치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와 현재 검찰의 행태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것입니다. 수사·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은 여러 기관에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게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게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 원리에 맞습니다. 수사권의 분산 역시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돌이킬 수 없는 원칙입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이런 시대 정신과 국가 기관의 구성 원리 등을 두루 살피는 균형감을 갖춰야 합니다. 오로지 검찰 입장에서 검찰의 권한만 키우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은 대통령이 아닌 검찰총장 후보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좁은 시야입니다.
윤 후보가 진정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원한다면, 먼저 진정 어린 반성과 함께 자신과 같은 검찰총장이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검찰의 권한 오남용을 막고 정치적 행보를 제한할 촘촘한 규제 장치를 만드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측근 그룹과의 끈끈한 관계와 비공식적 수사지휘에 대한 우려를 끊어낼 분명한 방안부터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열차 좌석 위의 구둣발’로 상징되는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을 검찰 조직에서 뿌리 뽑고 진정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되도록 하는 매서운 개혁 방안을 내놔야 합니다. 일개 검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국가적 안목’이란 그런 것입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도움 채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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