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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썰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by 무궁화9719 2022. 12. 10.

[이충재의 인사이트] 누구도 건들 수 없는 김건희 여사

이충재입력 2024. 3. 4. 06:54
 
'김건희 특검법' 폐기로 각종 의혹 사법적 심판 막혀...주가조작-명품백 무혐의 전망

[이충재 기자]

 

  2023년 11월 디자인코리아 개막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12월 네덜란드 방문 이후 언론 노출을 하지 않고 있다.
ⓒ 대통령실
 
'김건희 특검법' 국회 부결로 김 여사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각종 의혹에 대한 사법적 심판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그의 활동을 견제할 장치와 세력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법 재발의를 주장하지만 4월 총선과 임기 종료 탓에 21대 국회 처리는 불가능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부활도 난망한 상황입니다. 김 여사를 옥죄는 모든 요인이 사라진 셈입니다.  
 
당장 특검법 부결로 김 여사는 여러 의혹에서 '면죄부'를 받게 됐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와 관련된) 필요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사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사건의 주범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을 기소한 지 2년여, 1심 판결이 난 지 1년이 되도록 김 여사를 조사하지도, 처분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총선이 끝나면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릴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도 김 여사는 무혐의,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기소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습니다. 총선 후에는 더 이상 여론을 의식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검찰의 뭉개기가 장기화되면서 검찰 내부 잡음도 불거지는 양상입니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선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싸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교체가 논의됐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수사팀 일부에서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으려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법조계에선 총선까지 차관 대행체제가 예상됐던 법무부 장관에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지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검찰 조직내 동요를 막기 위한 긴급처방이라는 분석입니다.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설치, 무산 가능성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여권의 '김 여사 지키기'는 더욱 노골화하는 양상입니다. 지난달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김 여사의 호칭을 '김건희'라고 했다는 이유로 방송사를 제재한 게 대표적입니다. 사실상 고유명사처럼 사용돼온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표현을 문제삼은 건데, 앞으로 모든 언론은 '김건희 여사님 특검'이라고 써야하느냐는 비아냥이 나옵니다.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과 관련해 '김건희 사과'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관련 보도매체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활동 관리를 위해 공언한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KBS 대담에서도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 검토 의사를 밝힌 뒤 두 달이 됐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치권에선 마음만 먹으면 며칠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을 하지 않는 건 실행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여권에선 '김건희 특검법' 부결을 계기로 김 여사 활동이 다시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데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를 김 여사 활동 재개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주목되는 것은 김 여사 등판 시점입니다. 김 여사는 최근 두 달간의 침묵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남동 관저에서 넷플릭스 공동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갖고 경찰 유가족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검법이 무산되고 검찰이 무혐의를 내린다고 해서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덮어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잘못이라는 국민 여론은 여전히 70% 안팎으로 강고합니다. 아무리 집권세력이 김 여사에 대해 방탄막을 쳐도 언젠가는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의 비리와 의혹은 잠시 덮어둘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가려질 수는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김건희 특검법’ 최종 부결

https://youtu.be/LMe0JZm6QhM

‘김건희 특검법’ 최종 부결…‘대통령 가족비리’ 의혹 수사 막은 여당

김 여사 특검법 찬성 171·반대 109·무효 1

50억 클럽 특검법 찬성 177·반대 104
尹 거부권 이어 여당 무더기 반대표

민주당 “명품백 의혹 더해 특검 재추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의 요구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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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다수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이 결국 최종 무산됐다. 이해 관계자인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데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표결에서 무더기 부결표를 던졌다. 대통령 배우자의 불법 의혹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뜻을 거스른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법안)이 29일 국회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 법안을 출석 의원 281명 중 찬성 171표, 반대 109표, 무효 1표로 부결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법안도 찬성 177표, 반대 104표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낸 법률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날 투표자(281명)를 기준으로 188명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각각 17표(김 여사 특검법), 11표(50억 클럽 특검법) 부족했다.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92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쌍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최종 폐기됐다.

쌍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은 특검을 임명해 김 여사와 그 가족들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수사하는 법안이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화천대유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법조인들에게 50억원씩을 건네며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도록 한다.

특검법 폐기에 따라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가족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특검을 대통령 고유 권한을 동원해 무산시킨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 가족의 비리 의혹 수사를 막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아들 시형씨가 연루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의혹 사건’ 특검법을 수용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입법부 견제를 위해 극히 예외적으로 사용돼야 할 거부권을 가족 비리 수사를 막는데 활용하고, 여당이 이를 엄호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화두로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불가피하다. 쌍특검법 찬성 여론이 높았던만큼 ‘동료 시민의 눈높이’를 강조해 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조를 두고도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속전속결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쌍특검법 국회 통과 당일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정부로 법안이 이송된 다음 날 곧장 거부권을 재가했다. 법상 거부권 행사 시한은 정부 이송 뒤 15일이지만 형식상의 숙려 기간도 두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표결에 앞서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찬성 토론에서 “‘특검을 왜 거부하나, 죄를 지었으니 거부하는 것’이라는 게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발언이었다”며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방탄 검찰은 국민 신뢰를 잃었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 “과거 대통령 재의요구부터 국회 재의결까지 최장 14일이 걸렸는데 이번 55일의 재의결 지연은 오로지 정쟁을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이런 행태로 정치가 4류 지적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부결 뒤 민주당은 특검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국회 의원들이 양심을 져버렸다”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결국 국민이 아닌 김 여사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명품백, 양평고속도로 등 (김 여사의) 추가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을 (포함)해서 특검법을 재구성해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본회의에서 표결로 정리한 것이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다시는 선거에 이용하려는 악법들로 여야가 정쟁을 주고받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여러 기회에 특검법안의 부적절성에 대해 말씀을 드려서 전달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공소시효 남은 기간 ‘김 여사 가담 정황’...권오수 유죄에 숨은 의미

등록 :2023-02-11 09:00수정 :2023-02-11 21:45

박용현 기자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 1심 대부분 유죄
김건희 여사 가담 정황 드러난 시기 ‘공소시효’ 남아

https://youtu.be/AA1mWM6j9TY

김건희 여사 모녀 이름, 도이치모터스 판결문에 64차례 등장

2023.02.13 22:46:05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시세조종 '선수'들의 1심 판결문에 김건희 여사 모녀의 실명이 60차례 넘게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시세조종 2단계' 범행에 김 여사 모녀 명의 계좌가 수차례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2단계 불법 통정·가장매매 7번이 김건희 계좌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권 전 회장과 '선수' 김모씨 등 2단계(2010년 9월 24일~2011년 4월 18일) 범행 시기에 총 24건의 통정·가장매매 의심거래가 있었으며, 재판부는 이 중 18건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18건 가운데 김 여사 계좌가 7차례, 김 여사 모친인 최모씨 계좌가 1차례 활용됐다고 봤다.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며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5단계에 걸쳐 이뤄졌다고 보고, 이 기간을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묶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세조종을 주도한 '주포'가 이모씨에서 김모씨로 바뀌면서 주가조작 패턴 등이 달라졌다며 2단계 초기에 해당하는 2020년 10월 21일 이후 범행에 대해서만 유·무죄를 따지기로 했다. 1단계 기간인 2009년 12월∼2010년 9월과 2단계 초반인 2010년 9∼10월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1단계 주포 이씨는 형사처벌을 피했지만, 2단계 이후 주포로 나섰던 김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08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했으며, 이후 총 6개 계좌를 통해 주식을 매매했다고 봤다. 최씨는 2개 증권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재판부는 "1단계와 2단계에서 연속적으로 (거래가) 위탁된 계좌는 최씨와 김 여사 명의 계좌 정도"라며 "이 가운데 최씨 명의 계좌는 권 전 회장이 차명으로 이용하고 있던 것이고, 김 여사 명의 계좌는 주포가 변경됨에 따라 권 전 회장을 통해 재차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건희 계좌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

법원은 기소된 피고인 9명 중 유일한 '전주'였던 손모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계좌 주인으로서 직접 거래를 통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일부 매수 주문이 고가로 매수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됐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주가조작 세력의 지시나 연락을 받고 거래한 게 아니라 본인 판단으로 거래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통해 김 여사의 경우 주가조작 일당을 통해 계좌가 범행에 동원됐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 28일 "잠만 계세요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 주실 듯"이라는 문자가 피고인들 간에 오간 뒤 곧바로 김 여사 증권계좌에서 10만 주 매도 주문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해당 계좌는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좌가 이용될 때 김 여사가 이를 인지했는지 여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등록 :2022-12-31 09:00수정 :2022-12-31 17:10

박용현 기자
조소영 기자

주가조작 재판서 검사들 김 여사 관련 증거 잇따라 공개
이번엔 “권 회장, 최은순·김건희에 알려준 녹취록 많다”
소환조사는 감감무소식…검찰은 ‘폭로’ 아닌 ‘수사’ 기관

https://youtu.be/TOKDCJ9nTLU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고양이 앞의 쥐.’ 이런 비유가 적절할까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녹취록 등 증거들이 확보돼 있는데도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못 하고 있는 검찰의 모습 말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내세우며 정의와 공정의 화신인 양 행동하던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 ‘살아있는 권력’이 된 김건희 여사 수사에는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5차례 공판에서 김 여사에 불리한 사실 공개

다만 주목할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 과정에서 검사들이 김 여사의 연루 정황을 하나둘씩 꺼내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모킹건이라고 할 만한 내용들이 잇따라 공개됐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적인 12월2일 공판 내용에 대해선 <논썰> 109회 ‘“김건희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판 뒤집히나’편과 110회 ‘‘주가조작 자금줄’ 공범 3년 구형, 김건희 유죄 땐 윤 대통령 불똥’편에서 자세히 소개해드렸습니다. 요약하면,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기간인 2010년 11월1일 대표적 주가조작 거래인 ‘통정매매’에 참여해 전화로 직접 8만주 매도 주문을 냈다는 것입니다. 이런 거래를 위해 ‘민○○(블랙펄인베스트 투자자문사 임원)→이○○(블랙펄인베스트 대표)→권오수(도이치모터스 당시 대표)→김건희’ 순으로 연락이 이뤄지는 구조였을 것이라고 검사가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검사가 공판에서 또 다른 주요 사실을 밝힌 게 있었습니다. 지난 10월28일 공판에서 검사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와 증권회사 직원 사이의 대화 녹취록입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신한증권 담당자: 신한투자 ○○○ 과장입니다.
 
최은순: 응 거기서 내 꺼 그냥 다 팔아. 싹 팔아.
 
신한증권 담당자: 네?
 
최은순: 혼자만 알고 있어. 이거가 3500원 밑으로 회장이 딜을 해놓았대. 이거 주식을 어차피 떨어뜨리지 않으면 성사가 안 된대.
 
신한증권 담당자: 큰일 난대요?
 
최은순: 그래서 이거 주식을 떨어뜨릴… 그것을 할라고 하나 봐. 어떤 방법이 됐든지 떨어뜨릴 그걸 하고 있대. 고민을 하고 있대. 그래서 인제 우리 아는 사람에게는 팔으라고 하고, 미운 얄미운 사람 있잖아. 엿 먹으라 하고 내버려 둔대.
 
신한증권 담당자: 그럼 일단 4천원에서 저기 뭐야… 될 수 있으면 어떻게 해볼게요. 전화 드릴게요.
 
*출처: <뉴스타파>
 
윤 대통령 장모 최씨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받아 주식거래를 했고, 그 주식거래는 어떤 이유에서든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거래였다는 것입니다. 이날 공판에서 검사는 최씨가 도이치모터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또다른 사례도 녹취록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권오수 전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도 자주 내부 정보를 알려줬다는 것입니다. 검사가 공판에서 권 전 회장을 신문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권오수: 제 입장에서는 최은순씨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건데. 이건 뭐 극히… 정말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거고.
 
검사: 제가 나중에도 또 제시할 테지만, 증인은 최은순씨나 김건희씨에게 회사 사정들을 자주 얘기해주고 그 사정들이 녹취록에 남아있는 게 많이 있어요. 어쩌다 한번이 맞나요?
 
권오수: 13년 전 일이라 정확히 얘기한다는 게….
 
*출처: <뉴스타파>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수시로 받아 주식거래에 이용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드러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정황들과 합쳐 보면,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공범관계일 가능성이 한층 커지는 상황입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그동안 검사들이 재판 과정에서 제시한 김 여사 관련 증거들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2010년 1월12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통화 녹취록 (5월27일 공판)
 
-2010년 1월13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승인한 통화 녹취록 (5월27일 공판)
 
-2010년 6월16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저하고 이○○(주가조작 선수)씨 제외하고는 거래를 못하게 하세요”라고 말한 통화 녹취록 (4월22일 공판)
 
-2010년 11월1일 주가조작 선수의 ‘8만주 매도’ 요청 뒤 김건희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만주를 매도했다는 통화 녹취록과 검사 발언 (12월2일 공판)-2011년 1월13일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김건희’란 이름의 파일(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음) (4월8일 공판)
 
-2011년 6월10일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 (10월28일 공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내부 정보를 자주 알려준 정황이 많은 녹취록으로 남아 있다는 검사 발언 (10월28일 공판)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한동훈 ‘결론 임박’ 밝힌 뒤 7개월 흘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 참여하는 검사들이 이렇게 김 여사에게 불리한 사실들을 하나하나 공개하는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집니다.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이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중요한 것은 (검사) 한두분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김 여사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정황들을 골고루 3~4명이 얘기한다… 검사로서의 양심의 자유 문제가 있고, 또 나중에 특검 등으로 다시 들췄을 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안 한 것들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소환도 못 하고 기소도 못 하니까 그거라도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12월23일 <교통방송> ‘신장식의 신장개업’ 인터뷰)
 
어떤 이유에서든 검사들의 ‘법정 폭로’(?)가 김 여사의 수사 필요성을 더욱 높여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검찰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습니다. 검찰은 ‘폭로’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검사들이 밝힌 것만 해도 수사에 나서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무엇보다 이런 사실들을 검찰이 이미 다 확보해놓고도 그동안 김 여사를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김 여사 수사의 결론이 임박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소환조사 필요성에는 계속 입을 다물었습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건희 여사 수사하실 겁니까?
 
한동훈 장관: 지금 수사가 대단히 많이 진행돼 있죠.
 
고민정: 수사를 마무리하려면 해당 사람에 대해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닙니까?
 
한동훈: 수사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고요.
 
고민정: 어떤 다른 방식의 조사가 있는지 여쭙는 겁니다.
 
한동훈: 결론을 내기 전 단계까지 많이 진행된 상황인 걸로 저는 알고 있는데요. 검찰이 적정한 법에 따라 처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5월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지금 드러나고 있는 수많은 사실에 비춰보면 더욱 상식에 맞지 않는 답변입니다. 그리고 당시에 이미 결론에 가까웠다는 검찰 수사가 이후 7달이 넘도록 왜 지지부진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주가조작은 한 장관이 틈만 나면 ‘엄단하겠다’고 강조해온 증권·금융범죄입니다.

야권 수사에는 4개 지검 10여개 부서 매달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적극적인 수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수사 상황을 일별해보면 이렇습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사건(반부패수사1·3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반부패수사2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공공수사1부), 북한 어민 북송 사건(공공수사3부)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형사1부)
 
-서울동부지검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의혹(형사6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사건(형사3부)
 
-대전지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형사4부)
 
-수원지검
 
이재명 대표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성남지청 형사3부)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형사6부)
 
검찰의 핵심 수사 역량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즉 예전의 특수부가 온통 야당 수사에만 매달리는 형국입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편파적 수사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2부까지도 야당 수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에게 전격 소환 통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요란하게 수사를 벌여온 대장동 사건이 아니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소환 통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의혹도 아니고 시장으로서 시 소속 축구단에 기업 후원금을 유치한 것을 두고 제3자 뇌물죄로 처벌하는 게 타당한 법리냐는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입니다. 경찰이 한차례 무혐의 종결한 사건을 다시 살려냈습니다.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가 느껴집니다. 대장동 사건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사건으로라도 소환조사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받습니다.

이재명 소환에 커지는 질문 “김건희는 조사 안 하나”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그럴수록 이런 질문이 더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받을 것인지 먼저 물어보길 바란다.”(이재명 대표, 23일 강원도당 현장 최고위원회)
 
당사자인 이 대표만 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최소한의 형평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수사의 공정성은 결과의 공정성만이 아니라 수사 시작부터 수사 과정, 그리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재판 절차 모든 게 동등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이 전 정부와 야당 인사에 대해서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절차를 진행해왔다.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들이 녹취록 등의 형태로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야당 인사와 관련한 혐의 정황이 이 정도였다면 그냥 덮어놨을까 의문이다. 죄가 있고 없고의 문제를 넘어서라도 수사의 기본적인 형식적 평등마저도 저버린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불공정으로 인해 현 윤석열 검찰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수사가 오히려 정당성을 상실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1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새해 1월9일 직후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는 상황이 되면 김 여사 소환조사에 대한 요구도 그만큼 증폭될 것입니다.
 
혐의가 농후한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끽소리도 못한 채 웅크려 있고, 야권 인사 수사에는 자원을 총동원해 전력투구하는 검찰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라는 간판은 퇴색해버렸습니다. 아예 정권과 한몸이 된 듯합니다. 이런 검찰을 일컫는 말이 바로 ‘정치 검찰’, ‘권력의 시녀’입니다. 검찰 구성원들 스스로 창피하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서 ‘권력의 시녀’로

[논썰]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앞에 ‘살권수’ 팽개친 검찰. 한겨레TV
 
살아있는 권력의 범죄를 더욱 엄격히 수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검찰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근대 형법 사상의 기초를 놓은 18세기 이탈리아 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가 쓴 <범죄와 형벌>의 한 대목을 소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보통사람의 범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으로 더 멀리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들의 범죄는 강자의 특권을 확인시켜, 정의와 의무라는 국민의 신뢰를 파괴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강자의 특권에도 위협이 되므로, 특권을 행사하는 자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자 모두에게 위험한 결과를 불러온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김건희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판 뒤집히나 [논썰]

등록 :2022-12-10 09:00수정 :2022-12-10 10:21

손원제 기자

미국 도피 1년만에 구속된 공범 증인신문에서

검사 “민OO→이OO→권오수→김건희 연락구조”

https://youtu.be/HWeUZANf_zU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오늘은 윤석열 정권 들어 ‘지연되고 있는 정의’의 문제를 짚어볼까 합니다. 바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연 문제입니다.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지도 지난 3일로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공범 5명이 구속기소됐고, 이밖에도 주가조작에 가담한 4명이 불구속 기소, 5명이 약식 기소됐습니다. 이후 법원은 약식 기소된 5명을 정식 재판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법원이 약식 기소된 피고인을 정식 재판에 넘기는 건 흔치 않습니다. 대개 검찰이 판단한 것보다 혐의가 중하다고 보거나 사실관계를 더 따져보기 위해서입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지난 1일엔 주가조작 공범 1명이 추가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1년간 도피생활을 하다가 귀국한 투자자문사 임원 민아무개씨입니다. 민씨는 김건희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 거래에 사용한 일당 중 한 명입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 11월29일 돌연 귀국했습니다.
 
“처음에 이 민 이사가, 검찰수사가 사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작년 여름쯤이거든요, 작년 여름쯤에는 검찰조사를 한 차례 받고 와서 나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른 공범에게 당신만 도망가면 된다 이렇게까지 얘기했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 사람이 작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미국으로 도주를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작년 11월5일에 윤석열 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선출이 됐습니다. 이 시점이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고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그 시점하고 맞물린다는 것이죠.”(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12월1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그러나 다른 모든 관련 피의자들이 줄줄이 기소되는 사이 유일하게 김건희 여사만은 아무런 수사를 받지 않은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검찰은 다른 공범들의 공소장에 김 여사의 계좌 6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기재했고, 김 여사 계좌 이용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범죄일람표도 재판에서 공개했습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의 직접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록과 증언들도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요지부동입니다.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할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검찰이 김 여사를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김건희 직접 8만주 매도 지시” 스모킹건 나왔나
 
지난 2일 공판에선 김 여사가 주가조작 거래에 직접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정황이 제기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증인 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직접 공개한 내용입니다. 증인은 바로 앞에서 본 투자자문사 임원 민아무개씨입니다. 미국에서 귀국해 구속 수감된 다음날 재판에 증인으로 불려나왔습니다. 김 여사와 관련된 핵심적 내용은 2010년 11월1일 민씨와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 김아무개씨간에 오간 문자를 추궁하는 대목에서 나왔습니다. 선수 김씨가 ‘12시에 3300원에 8만주 때려달라’ ‘매도하라 하셈’ 문자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민씨에게 보냈고, 그 7초 뒤 김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정확히 8만주가 매도됐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8만주 매도 주문 자체를 다른 공범 누구도 아닌 김 여사 자신이 직접 전화로 지시했다는 사실을 검사가 증인 신문 도중 밝힌 것입니다. 당시 증인 신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검사: 2010년 11월1일 문자메시지로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보내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 라고 답한 게 맞나? 그리고 또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김OO 문자메시지를 보냈죠?
 
민OO: 네
 
검사: 그리고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에 8만주 매도 주문이 나오고 증인(민OO) 명의 등으로 매수됐죠?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죠?
 
민OO: 저것도 추정밖에 할 수 없는데요. (…) 아까와 같이 이OO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검사: 하나만 추가로 물어볼게요. 당시에 김건희 명의 대신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한 것입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건데요.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요?
 
민OO: 그건 제가 잘 모릅니다.
 
이OO 대표하고 김건희는 제가 알기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와는 다른 채널로 알게 된 걸로 압니다.
 
검사: 내가 묻는 건, 저 상대방이 이OO이라고 하는데 이OO이 권오수한테 연락해서 권오수가 김건희한테 연락하는 건가요, 이OO이 김건희한테 바로 연락하는 건가요? 관계가.
 
민OO: 전자가 맞는 것 같은데요.
 
검사: 이OO→권오수→김건희 연락 구조라는 것이지요?
 
민OO: 네. 근데 그게 제가 추정을 함부로 할 수 없는데….
 
검사: 이때 사실 관계를 가장 잘 아는게 증인입니다.
 
(12월2일 공판 증인신문)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어떻습니까. 민씨는 추정이라면서도 당시 거래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증언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민씨 증언보다는 검사가 신문한 내용에 들어있습니다. 이 대목입니다.
 
검사 “당시에 김건희 명의 대신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한 것입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3300원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매도한 게 김건희 여사 본인이라는 얘기입니다. 민씨의 연락을 누군가를 통해 받은 김 여사가 직접 영업점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했다는 겁니다. 검사는 민씨가 이OO 대표에게 연락하면, 권오수→김건희 순으로 연락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주가조작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주도한 핵심 공범들의 연락 구조에 김건희 여사가 들어있고, 실제 직접 거래를 실행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그동안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쪽은 수익을 내주겠다는 주식 전문가에게 계좌와 돈을 맡겼다가 뺐을 뿐, 주가 조작이 이뤄진 시기에는 거래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해명해왔습니다. 그러나 주가 조작으로 의심받는 거래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검사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겁니다. 판이 크게 흔들린 셈입니다.
 
“이 말인즉슨 자기들끼리 금액을 맞춰놓는 거예요. 12시에 3300, 이게 아마 금액을 특정하는 걸 겁니다. 8만개, 물량을 이야기하는 거고요. 어떻게 던지겠다 그러면 시장가보다 조금 높은 가격으로 먼저 던져서 주어 삼고 그래서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주가 조작을 하는 거예요. 시장가보다 좀 높게 형성을 시키는 거예요.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개미 투자자들은 그냥 남아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직접 전화를 해서 김건희 여사가 ‘어쩌고 저쩌고’ 했다. 이거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장윤미 변호사, 12월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스모킹 건’이라는 표현을 쓰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김건희 주가조작 ‘스모킹 건’이 발견됐습니다. (…) 주가조작 일당들 사이에 ‘주식을 팔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뒤, 단 7초 만에 김건희 여사가 직접 전화로 매도주문을 넣은 게 확인된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직접 가담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김의겸 대변인, 12월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
 
26억 기록 ‘김건희 파일’도 4월 공개돼
 
사실 지난 1년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선 김건희 여사의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계속 줄줄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지난 4월8일에 열린 공판에서는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김건희 파일’의 존재가 공개됐습니다. 2011년 1월13일 작성된 이 엑셀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작성일 기준으로 대우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 계좌 인출액이 9억6천만원과 3천만원, 잔액이 1억4천만원과 14억7천만원에 이릅니다. 현금 26억여원에 더해 매각 주식 수량(6만105주)도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이 파일이 발견된 게 바로 민씨가 임원으로 있던 투자자문사 노트북이었습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그랬더니 김건희라는 이름의 폴더가 나옵니다. 김건희라는 이름의 폴더에 들어 있던 내용은요. 김건희 여사 명의의 계좌 인출액, 잔액, 현금 26억원, 매각 주식 수량, 딱딱딱딱 정리가 돼 있었던 거예요. 그러면 이게 뭐냐. 왜냐하면 1차 세력과 다르게 2차 세력에 대해서 올 초에 윤석열 캠프의 이양수 대변인이 ‘김건희 여사는 이 어떤 계좌도 빌려준 사실이 없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보면은 계좌를 이 사람들이 다 운영했던 그 흔적이 있는 겁니다.”(장윤미 변호사, 12월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여기서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드리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1차와 2차, 두차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1차 작전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진행됐고,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가 주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쪽은 일부 주식거래 내역만 공개하면서 2010년 1월14일~5월29일 주식계좌를 일임했지만 손실을 보고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홍준표 “이○○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인이다. 그 이○○이 영장실질심사 도주했다.
 
”윤석열 “검찰에서 이○○이 다 조사받았고, 김건희와 문제가 안됐다. 별건에 별건까지 꼬투리 잡으려 하니깐 아마 이 사람이 도망친 거 같다.”
 
홍준표 “도망간 이○○이 검찰에서 자백을 다 했다.
 
”윤석열 “천만의 말씀이다. 그랬으면 저희 집사람(김건희) 소환했겠죠.”
 
홍준표 “곧 소환하겠죠.”
 
윤석열 “허허”
 
홍준표 “이○○이 18억을 관리하면서 주가조작을 했다.
 
”윤석열 “터무니없는 소리다. 김건희가 2010년 이○○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돈을 위탁관리시켰다. 네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 도이치모터스 외 10여개를 투자했고 손실이 나서 돈을 빼고 절연을 했다. 그리고 2013년 경찰이 계좌 다 봤을 거다.”
 
홍준표 “신한증권 계좌 공개할 수 있나?”
 
윤석열 “2010년 때 계좌 공개하겠다.”
 
(2021년 10월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윤석열-홍준표 맞장토론’)
 
특기할 건 1차 작전의 ‘주포’ 이아무개씨도 검찰 수사 도중 도주해 37일간 숨어다닌 끝에 검거, 구속됐다는 점입니다. 이씨는 당시 국민의힘 경선에서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도피한 뒤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 검거됐습니다. 그때도 주가 조작 핵심 고리 역할을 한 이씨 도주로 검찰 수사는 김 여사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 채 지연됐는데요. 이 때문에 경선 기간 김 여사가 소환돼 조사를 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씨가 도피극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민씨의 2차 도주극과 시기만 다를 뿐 판박이 상황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2차 작전은 2010년 9월부터 2011년 4월 진행됐습니다. 이때 바로 투자자문사 대표 이아무개(1차 때 주포 이00과는 다른 인물)씨와 임원 민씨, 또 다른 선수 김아무개씨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에선 이 2차 작전과 관련해선 김 여사가 관련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어느 누구에게도 해당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없습니다.”(이양수 윤석열 캠프 수석 대변인, 2월21일 입장문)
 
그러나 이후 수사 과정에서 투자자문사 노트북에서 김씨 계좌 운영 상황을 담은 ‘김건희 파일’이 발견된 데다, 이번 공판에선 김 여사가 직접 이들과 연락하며 거래를 지시한 사실마저 드러난 것입니다. 캠프 해명과 달리 2차 작전에도 김 여사 개입 정황이 짙어진 겁니다.
 
현재 민씨 등 투자자문사 공범들은 자신들은 김건희 파일을 작성하지 않았고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씨는 지난 2일 공판에서 “당시 (주가조작 선수) 김OO씨가 사무실을 방문해 수기로 적은 내용을 주고 액셀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와 커피를 마시고 (파일을) 프린트한 것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커피 마시고 프린트한 건 기억하느냐”며 선택적 기억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작성 주체와 구체적 계좌 사용 내역은 검찰 수사로 밝혀낼 일입니다. 다만 누가 작성했든 2차 작전에도 김 여사 계좌가 사용됐다는 본질 자체는 달라질 수 없습니다.
 
1차 작전 때 김 여사 개입 정황 녹취록도 나와
 
김 여사가 직접 주식 매수를 지시한 듯한 정황은 이번(12월2일) 재판에 앞서 지난 5월27일 공판에서도 제시된 바 있습니다. 이때는 1차 작전이 진행 중이던 2010년 1월12일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 간 전화 통화를 담은 녹취록을 검찰이 공개했습니다. 이걸 <뉴스타파>가 보도했습니다.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김건희 “여보세요.”
 
증권사 직원 “네 이사님, 저 ○○○입니다. 지금 2375원이고요. 아래 위로 1000주씩 걸려있고. 지금 시가가 2350원. 고가가 2385원, 저가가 2310원. 그 사이에 있습니다. 조금씩 사볼까요?”
 
김건희 “네 그러시죠.”
 
증권사 직원 “네 그러면 2400원까지 급하게 하지는 않고 조금 조금씩 사고 중간에 문자를 보낼게요.”
 
(법정에서 공개된 김건희-증권사 직원 간의 2010년 1월12일 통화 녹취록, 출처: 뉴스타파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녹취록 공개…대통령 거짓말 드러났다’)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선 2010년 1월12일부터 시작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모두 이아무개씨가 알아서 주문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녹취록을 보면, 실제로는 1차 작전 도중인 1월12일 당일 거래는 김 여사가 직접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커집니다.
 
이처럼 김 여사가 주가조작 1차와 2차 작전에 모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윤석열 캠프의 해명은 갈수록 허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검찰은 여전히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시작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입니다.
 
“그런데 그 검찰의 공소장에 보면 공소사실에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6개가 이용됐다, 그리고 범죄일람표에 김건희 여사가 그때 계좌가 어떻게 범죄에 이용됐다는 게 쭉 적시가 되어 있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당사자한테 수사기관이 물어봐야 될 거 아니에요. 조사를 해야 될 거 아니에요. 물론 무혐의, 김건희 여사가 전혀 관련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계좌만 빌려줬는데 그 사람이 자기 계좌를 주가조작에 이용했을 수 있어요. (…)
 
그러니까 그런지 아닌지 이러이러해서 김건희 여사는 무혐의라는 걸 조사를 하고 밝혀줘야만이 저희 같은 사람도 궁금하지 않을 거잖아요. 왜 그게 없냐 이거지. 다른 사람들은 지금 8년 전에 죄가 아니었던 게 지금은 죄가 되어서 다 기소돼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왜 거기 유독 중요한 쩐주로 작용했다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도 하지 않느냐.”(홍사훈 KBS 기자, 10월1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논썰] “김건희 직접 전화해 8만주 매도” 검사 충격 발언, 주가조작 판 뒤집히나. 한겨레TV
 
검찰이 이런 상식적 의문을 깔아뭉갠 채 ‘김건희 봐주기’ 행태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배우자의 중대 범죄 의혹을 수사조차 않고 덮고 가겠다는 생각이라면, 크나큰 오산입니다.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오만하고 무도한 권력 눈치보기는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만 커질 뿐입니다. 검찰은 물론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저항 또한 거세질 것입니다. 검찰과 정권 모두 무겁게 새겨야만 할 것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습니다. 검찰은 더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됩니다. 지금 당장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철저하고도 공정한 수사에 착수해야만 합니다. 그것만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