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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유족·의원 눈물바다…"이상민 브리핑 보고 처음 무너져내렸다"

by 무궁화9719 2023. 1. 13.

[기자수첩]이태원 진상규명 발목잡은 정부여당

최종수정 2023.01.14 08:40 기사입력 2023.01.14 08:40

유가족 증언 이태원 국조 마지막에 이뤄져
정부여당, 이상민 지키고 유가족 멀리해
변화의 시작은 책임 회피 아닌 당사자 직면

[기자수첩]이태원 진상규명 발목잡은 정부여당 제공: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뗐다. 지난 12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공청회에 참석한 김씨는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태원 국조는 오는 17일 종료되는 만큼 관계부처 책임자에 대한 추궁도 끝났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참사가 벌어진 그날, 이태원에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단 한 번이라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만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고 절규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허위·부실자료와 책임회피성 답변, 일부 국조위원의 정쟁을 지켜보면서 실망감과 좌절감이 컸다고 했다.

 

참사 규명의 가장 기초단계인 당사자 증언은 국조 마지막에서야 이뤄졌다.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가족 대면을 놓고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유가족 증언은 가장 마지막 순서로 미뤄졌다. 여당은 유가족 증인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를 삼았다고 한다.

 

국조에서 참사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는 여야간 정쟁이다. 하지만 곰곰히 뜯어보면 정부의 책임 회피가 진상 규명을 가로막았다. 여야간 협상이 더뎌질 때마다 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지도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움직일 수도, 어떠한 입장을 표할 수도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부여당은 이 장관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유가족은 최대한 멀리했다. 정부여당은 유가족이 좌절과 분노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여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두려운 것이 아닌가.

 

참사는 예기치 못하게 벌어졌지만, 이후는 분명 달라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면하고 함께 개선점을 찾는 일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일부러 민 사람 없는데"… 군중이 파도처럼 떠밀려 넘어졌다

 
 입력 2023.01.14 04:00 1면

특수본 '이태원 참사' 재구성... '군중 유체화' 원인 
4번 넘어지고 겹겹이 쌓여, 저산소증 겪다 질식
1㎡에 11명 밀집, 희생자 1명당 '0.5톤' 압력받아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브리핑실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군중 유체화'를 지목했다. 개인 의지와 무관하게 군중이 한 덩어리로 유체(流體)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폭 3m 남짓의 비좁고 가파른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누군가 뒤에서 떠민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1㎡당 11명 가까운 인파가 겹겹이 엉키며 최대 560㎏의 힘이 희생자에게 가해졌다고 봤다.

 

특수본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현장 주변 폐쇄회로(CC) TV와 제보 영상 등 180여 점(600여 시간 분량)의 자료를 분석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두 차례에 걸쳐 현장 합동감식도 실시했다. 3차원(3D) 시뮬레이션 감정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참사 77일 만에 사고 원인을 규명한 결과물을 내놨다.

밀집도 '임계점' 넘자… 군중이 갑자기 떠밀려 내려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전 해밀톤호텔 뒷골목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T자형' 골목에 인파가 밀집하면서 오후 9시쯤부터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올라가는 사람들과, 이태원역 쪽으로 내려오는 인파가 뒤섞여 골목은 아수라장이 됐다. 생존자들은 특수본 조사에서 "파도타기처럼 왔다갔다 하는 현상이 있었다" "뒤에서 미는 힘 때문에 공중으로 떠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오후 10시 15분쯤 음식거리 일대 밀집 군중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골목 쪽으로 떠밀려 내려왔다.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군중 내부에서 힘이 응축돼 일종의 '난류(亂流)'를 일으켰다. 골목 위쪽 주점 앞에서 여러 명이 넘어졌고, 뒤편에 있던 사람들도 연쇄적으로 전도(顚倒·넘어짐)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첫 전도가 발생한 뒤 15초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네 차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초 전도 지점부터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게 됐다.

 

'끼임' 상황을 모르는 인파가 10분 이상 계속 내려오면서 밀집도는 더욱 증가했다. 골목길 1㎡당 밀집도는 7.72~8.39명(오후 10시 15분)→8.06~9.40명(10시 20분)→9.07~10.74명(10시 25분)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은 평균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는 설명했다. 견디기 힘든 압력에 시달리던 희생자들은 10분 이상 저산소증을 겪다가 외상성 질식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의 구조 작업은 사고 발생 약 15분 뒤인 오후 10시 32분쯤부터 시작됐다.

 

특수본은 다만 희생자 개개인이 받은 압력이 제각기 달라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은 특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각시탈·토끼 머리띠… 참사 음모론 모두 '거짓'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모습. 골목 오른편이 해밀톤 호텔 건물이다. 연합뉴스

 

해밀톤호텔의 불법 시설물과 무질서 통행은 압사 위험을 키웠다. 호텔 옆 골목의 도로 폭은 평균 4m 정도였고, 사고 발생 지점은 3.2m에 불과했다. 호텔 측이 에어컨 실외기 등을 가리기 위해 설치한 폭 70㎝의 철제 가벽이 골목을 좁게 만들어 병목 현상을 심화시켰다. 박 교수는 "구조물이 있으면 보행자들에게 102∼153㎏ 무게가 더 가해진다"고 했다.

 

사고 골목을 단순화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양방향 통행의 경우 인파가 800명에 도달하면 '막힘' 현상이 발생했다. 반면, 일방통행 시에는 1,000명까지도 별다른 막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좁은 골목에선 일방통행으로 바꿔야 밀집도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사 직후 '토끼머리띠' 남성이 사람들을 밀었다거나, '각시탈' 남성이 아보카도 오일을 바닥에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났다. '클럽 가드가 손님을 보호하려고 사람들을 밀었다' '주점이 문을 닫아 사고를 키웠다' 등의 의혹도 사고 원인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유승민 “이태원 참사, ‘높은 분들’은 모두 무혐의…이게 정의냐”

등록 :2023-01-13 14:50수정 :2023-01-13 14:55

송채경화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9월29일 경북대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에 대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한 것에 대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법적 책임을 넘어선 의문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특수본이 입건한 대상은 모두 경찰, 용산구청, 소방의 실무책임자들이다. 행정안전부, 경찰청, 서울시의 ‘높은 분들'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당초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셀프수사에서 과연 책임이 명확히 밝혀지겠느냐라는 의구심과 우려가 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8명의 시민들이 희생 당하고,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바로 곁에 있던 친구를 잃은 고통에 짓눌리다 한 청년이 세상을 떠난 이 참사에 대해 국가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행정안전부장관과 경찰청장, 이런 분들이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그냥 넘어간다면, 이것이 진정 정의로운 결론이며 이것이 진정 법치인지”라고 되물었다.
 
유 전 의원은 “많은 국민들과 유가족들은 풀리지 않는 의문과 분노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헌법상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최종책임을 진 윤석열 대통령께서 무엇이 과연 정의로운 것이며 무엇이 국민의 아픔에 답하는 길인지 숙고하시고 응답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이상민·윤희근 무혐의…이태원 경찰 수사, 23명 송치로 마무리

등록 :2023-01-13 11:39수정 :2023-01-13 14:24

박수지 기자

[영상] 참사 당시 군중밀집 보여주는 CCTV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브리핑룸에서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10월29일 희생자 159명을 낸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73일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이 이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하면서 모두 23명을 송치했다. 특수본 수사로 참사 원인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됐으나 ‘윗선’ 책임자까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채 공은 검찰에 넘어가게 됐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지난해 11월2일 수사인력 501명 규모로 출범한 특수본은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73일간 대대적인 수사를 이어왔다. 이들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만 14만여점으로, 사건관계자 538명을 조사했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고 판단했다. 참사 직후에도 기관별로 법령과 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나 현장 통제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부정확한 상황판단과 상황전파 지연, 협조 부실로 구호가 지연돼 참사를 키웠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어 법리를 적용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포함한 구청·경찰 간부 4명을 핼러윈 축제 인파 관리 등 예방과 대응에 소홀한 혐의로 구속해 송치했다.
 
수사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던 ‘윗선’ 혐의 입증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특수본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하면서다.
 
특수본은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는 당일 밤 10시15분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떠밀려 내려오다 ‘연쇄적 넘어짐으로 인한 압력’으로, 그 결과 158명이 질식 등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등을 보면, 당일 밤 9시 이후 참사 골목 일대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T자형 삼거리 좌우로 군중 밀집도가 높아져 자의로 걷기 어려운채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정체와 풀림이 반복하다 사고 발생 직전인 밤 10시13분 내리막길로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는 현상이 뚜렷해졌고, 10시15분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다. 사고 인근 시간대 참사 발생 골목엔 1㎡당 최대 10.74명, 세계음식거리엔 12.09명까지나 있을 정도로 밀집도가 높아졌다. 현장 희생자 및 부상자들은 개인당 평균 약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아 질식 등으로 사상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특수본은 이날 이후 단계적으로 해산하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등에서 일부 남은 사건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범죄에 이르지는 않으나, 근무지 이탈 등 직무상 잘못이 확인된 15명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유족·의원 눈물바다…"이상민 브리핑 보고 처음 무너져내렸다"

정혜정 기자별 스토리  어제 오후 9:01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참사 희생자 배우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가 진술을 마치고 울먹이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위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제공: 중앙일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연 공청회에 참석해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참사 생존자인 김초롱씨는 이날 공청회에서 "저는 강한 사람이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잘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며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참사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내렸다"며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말을 저는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주 전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다"며 "그런 결정을 했을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 슬펐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선생님을 찾았고 약의 용량을 늘렸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그때 한덕수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며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며 "잘못한 사람을 찾아서 벌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극복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참사로 오빠를 잃은 조경선씨는 "저에게 있어 제일 큰 2차 가해는 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고 있지 않으면서 앞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언론플레이하는 정부와 공무원, 몇몇 비윤리적인 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했다. 
 
조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갔으나 경찰이 제지해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오빠 행적을 찾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급일지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몇 번이고 정상적인 일상을 하려고 노력해도 항상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저의 고통은 결국 정부가 책임을 다해 해결해야지 끝나는 고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참사 이후 정부 대응에도 총체적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최선미씨는 "대통령이 행안부 등에 유족을 위한 여러 지시를 한 것으로 아는데 어느 정부 기관도 유족에게 브리핑한 사실이 없다'며 "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왜 유가족 연락처를 공유해 주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이 장관 등을 염두에 둔 듯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명령한다"고 했다.
 
유가족 서이현씨는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 상인 1명이 참석했다. 야당은 이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를 출석시켜 유족 및 생존자 '대질'(對質)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이 반대하면서 결국 이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이날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발언 과정에서 참사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를 듣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 특위 위원장과 조응천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장 의원 등도 눈물을 훔쳤다.
 
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다.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공청회를 끝으로 그간 활동 내용을 토대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작성에 들어간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이태원 유족 “몰랐다는 국가의 대답, 그게 썩은 거 아닙니까”

등록 :2023-01-12 15:17수정 :2023-01-12 22:26

류석우 기자

[한겨레21] 이종철 대표 인터뷰
“슬퍼할 때 정부나 여당이 손 내민 적 있나
우린 정쟁 몰라, 살려고 내민 손 잡았을 뿐”

10.29 이태원 참사 대전 대책회의가 12일 오후 대전시청 앞에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가 기자회견 도중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아들 이지한씨를 잃은 아버지 이종철씨는 나서고 싶지 않았다. 참사 이후 집에서, 차에서 울기만 했다. 극단적 선택까지도 생각했던 그는 다른 유가족을 찾기로 했다. 옆 빈소에 있던 유가족을 먼저 찾았다. 그렇게 찾다보니 첫 모임 때 희생자 15명의 가족이 모였다.처음엔 ‘그냥’ 모였다.
 
처음엔 ‘그냥’이 아니게 된 것은, 유가족들이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고 나서다. 2022년 11월21일 유가족 20여 명을 만난 정 비대위원장은 “송구스럽고 죄스럽다”고 했다. 눈물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기자들에겐 “그분들의 의견이 158명 희생자 유가족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태도를 바꿨다.
 
이씨는 유가족들이 모인 협의체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소문 끝에 희생자 40여 명의 유가족이 모였다. 다들 한사코 ‘대표’를 맡기는 꺼렸다. 이씨는 12월10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 창립총회에서 대표로 뽑혔다. 현재 협의회엔 희생자 109명의 유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대표와 부대표를 포함해 운영위원회 17명이 협의회를 이끈다.

“대화 좀 하자”에 “야당과 같은 편이네”라는 의원

2023년 1월3일, 국회에서 기자 브리핑 일정을 마치고 녹사평역 시민분향소를 찾은 뒤 밤 9시 넘어야 집으로 향하는 이종철 대표와 전화로 ‘유가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과 국정조사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22년 11월24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통과시켰다. 기간은 2023년 1월7일까지 45일. 그러나 예산안 처리 뒤라는 전제조건을 달면서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유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갔다.
 
“유가족들을 놓고서 협상의 도구로 핑퐁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도대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안과 예산안이 국정조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국정조사가 동네 시장판도 아니고 ‘이거 주면 국조 줄게’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말이 됩니까.”
 
해임안을 이유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던 국민의힘 쪽은, 유가족들이 12월20일 찾아가 주호영 원내대표 등과 면담한 뒤에야 특위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도 유가족들 눈에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국정조사를 보면서 유가족들 모두 똑같이 느꼈어요. 현장 조사할 때도, 기관 보고할 때도 증인과 참고인들 모두 하나같이 몰랐다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이든 군대든 모든 조직이 상황이 발생하면 보고를 하지 않습니까. 그게 안 됐다는 것은 조직이 썩었다는 것 아닙니까. 너무나 답답했어요.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12월27일 열린 기관보고 첫째 날엔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유가족들이 회의장 앞으로 올라왔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특위 위원들은 “대통령실 프로세스는 어떤 정부보다 빨랐다”(조은희)거나 “각 기관의 보고가 늦어져 그 기관이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못한 것과 국정상황실·대통령실 대응이 부적절했냐는 다른 문제”(박형수)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은 신현영 전 특위 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탑승 논란에 질의를 집중했다.
 
유가족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선 국민의힘 위원들에게 호소했다. 이종철 대표는 조수진 위원에게 “대화 좀 하자”고 소리쳤다. 돌아온 대답은 “(야당과) 같은 편이네”였다. 이 대표는 “진상규명을 하는데 여야가 어디 있고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느냐”며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편을 따지는 위원은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12월29일 기관보고 둘째 날은 시작도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일부 국민의힘 위원이 용혜인 위원(기본소득당 의원)의 보좌진이 국민의힘 위원 간의 대화를 몰래 촬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국정조사는 계속했어야죠. 용 위원을 특위에서 빼버려야 국조를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이종철 대표)
 
2022년 12월30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가 진행되는 한쪽에 보수단체가 내건 펼침막이 보인다. 류우종 기자

설 명절 전에 수사 마무리하겠다는 특수본

유가족들은 아직도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참사 당일, 소방과 경찰의 연계·공조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이태원 참사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작성된 핼러윈 축제 위험 분석 보고서는 왜 내부망에서 삭제됐고 누가 삭제를 지시했는지, 유가족 명단을 서울시는 전달했다고 하는데 왜 행정안전부는 받지 못했다고 하는지 궁금한 게 산더미다.
 
2023년 1월5일, 여야는 국조 기간을 열흘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이 대표는 “(연장되더라도) 지금 국정조사는 결국 파행으로 가고 있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죄도 (기간 내에) 정확하게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특검까지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간 진행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에 대해 유가족들은 이미 단념하고 있었다. 특수본 관계자는 1월3일 브리핑에서 “설 명절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했고, 추가 입건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발표했다. “아마 저희가 여론에 더 호소하면 서울경찰청장까지는 수사 대상에 포함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상은 없겠죠. 문제는 이런 발표를 왜 국정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하냐는 거예요. 미리 언론에 흘려서 반응을 보고 (추가 수사를) 하려는 거지 않을까 싶어요.”(이종철 대표)
 
유가족들의 예상대로 특수본은 1월5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을 불구속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선 “경찰법상 지역 내 다중 운집 상황에 대한 교통혼잡 및 안전관리는 자치경찰사무로 규정돼 있어 경찰청장이 자치사무를 지휘하거나 감독하거나 대비하거나 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라도, 안 되면 도의적으로라도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기에도 힘이 모자란데, 유가족들은 혐오세력과도 싸우고 있다.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앞에는 추모행사를 방해하거나 자원봉사자 등을 향해 혐오발언을 내뱉는 극우단체 신자유연대의 차량이 24시간 상주해 있다.
 
“최근에 분향소를 찾은 시민분과 신자유연대가 싸우는 일이 있었어요. 만약 사람이 다치거나 죽으면 누가 책임질까요. 법적으로 조처할 수 없으면 정치적으로라도, 그마저도 안 되면 도의적으로라도 뭔가 조처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다들 듣는 척만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곳은 하나도 없어요.”
 
유가족들을 향해 ‘적당히 하라’거나 ‘정쟁으로 몰고 간다’는 등의 비판이 나올 때면 이 대표는 억울하다. “우리가 그렇게 힘들고 슬퍼할 때 정부나 여당이 손을 벌렸습니까. 누구 하나라도 손을 벌렸으면 우리는 고맙다며 그 손을 잡았을 겁니다. 왜? 죽을 것 같으니까요. 왜 지금 우리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나 시민대책위 쪽에 붙어서 한다고 모욕하십니까. 우리는 정쟁을 몰라요. 살기 위해 내미는 손을 잡았을 뿐이에요.”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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