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뒤에 숨은 주한미군, 용산 기름유출 70여건 숨겼다
25년 동안 발생한 84건 중
우리 정부와 공유 고작 5건
1000갤런 이상 최악 유출도 7건
“정보접근ㆍ조사권 보장 없는
SOFA 개정해야” 목소리
3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용산 미군기지 유류 유출사고 기록’ 기자회견에서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사고 지역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이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를 70건 넘게 은폐해 온 정황이 나왔다. 이중엔 1,000갤런 이상의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도 여러 건 있었다. 사고를 숨긴 주한미군은 물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가로막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등 3개 시민단체는 3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 사고기록(1990~2015)’을 공개했다. 이들은 외국인에게도 정보를 공개하는 미국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로부터 해당 자료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는 총 84건에 달했다. 이 기간 미군 측으로부터 한국정부가 공유 받은 사고건수는 5건에 불과했고, 그 동안 국내 환경단체 등을 통해 알려진 것도 13건에 불과했다. 미군 측의 의도적인 은폐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히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EGS) 상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1,000갤런(3,780ℓ) 이상의 사고도 7건이나 됐다. 이중 5건은 아예 한국 정부와 공유 자체가 안 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유출’ 단계인 110갤런(400ℓ) 이상에 해당되는 사고도 25건에 달했다.
실제로 인근 토양의 오염상황은 심각하다. 용산구 녹사평역 지하수 기름 유출사고(2001) 이후 서울시는 수년간 지하수 정화작업을 벌였지만, 2011년 지하수 허용 기준치(1.5㎎/ℓ)의 5,300배에 이르는 8,060㎎/ℓ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체들은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SOFA 부속규정인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라 미군기지 내 오염사고 발생 시 이를 한국정부에 알리게끔 돼 있지만 미군 측 판단에 따라 알리지 않아도 우리 정부로선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민변 권정호 변호사는 “현행 SOFA는 미군기지 내 환경사고 발생 시 양국 간 정보 공유나 국민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고 기지 내부의 접근과 조사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오염 치유 기준도 없어 (미군기지를)오염된 상태 그대로 반환 받아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오염정보를 파악했더라도 미군 측이 반대하면 외부공개 자체가 불가능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기지 접근이 제한돼 있어 (미군 측이) 먼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정부가 나서서 오염 사고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를 2018년 12월까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미군측과 반환 협상을 앞두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주한미군 측에 해당자료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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