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의 울분 “54년 폭음 견디니 이젠 전투비행장이냐”
등록 :2017-02-23 19:26수정 :2017-02-24 17:00
수원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가보니
미군 사격장과 방조제 건설로
터전 잃었다 겨우 희망 찾았는데…
마을마다 분노의 현수막
화옹지구 일부 주민은 유치 찬성
수원시, 5111억 들고 화성 설득
화성시는 주민·지역 갈등 고민
눈과 비가 뒤섞여 내리던 지난 22일 매향리는 낡은 초소 몇을 빼면 예전의 미군 폭격장 모습이 아니었다. 전투기가 기관총 사격을 하던 육상 사격장에는 27m 높이의 야구장 조명탑 48개가 들어섰다. 초록색 잔디를 갖춘 야구장 8개가 모습을 드러낸 화성드림파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야구공원이다. 육상 사격장 중 57만여㎡에는 화성드림파크 외에도 내년까지 매화언덕과 농섬숲, 매향리 역사기념관 등 평화생태공원을 만드는 사업이 한창이다.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2.26
[뉴스피크]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나 살자고 남을 죽이는 행위는 옳지 않다.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 지역의 고통을 타 지역에 강제로 이전 또는 전가하고,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번 결정은 폭력적이며 정의롭지 못하다.”
국방부가 수원공군비행장(수원전투비행장, 수원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화성시민들의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아래 화성시민대책위, 공동상임대책위원장 김선근, 전만규)는 지난 24일 화성시청 대강당에서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시민결의대회’를 열고 “국방부는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민결의대회에는 화성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해 서청원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구 새누리당), 최지용 경기도의회 의원, 이홍근 화성시의회 부의장, 수원군공항 이전반대 화성시의회 특별위원회 김혜진 위원장을 비롯한 시의원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화성시민대책위는 결의문을 통해 “지극히 '경제 논리'에 치우쳐 있는 전투비행장 이전 논의를 경계한다”면서 “수원시가 홍보하는 전투기지 이전으로 인한 그 어떤 경제적 효과나 보상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앞서 도태호 수원시 제2부시장은 지난 17일 오후 2시 수원시청 브리핑룸에서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시와 지역주민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시와 주민들이 원하는 지원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지원사업은 ▲생활환경 개선 ▲소음피해 해소 ▲소득증대 지원 ▲후생복지 지원 등 네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며 지원사업비는 5111억원이라는 게 도 부시장의 설명이었다.
이러한 수원시쪽의 반응을 염두에 둔 듯 화성시민대책위는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다. 우리는 돈보다 생명을 택한다.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을 선택한다. 스스로의 힘으로도 화성의 서부권 발전과 온 화성시의 균형 있는 성장은 전혀 이상 없다”면서 “돈 가지고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고 엄중히 요구했다.
특히 화성시민대책위는 “우리는 동서로 갈라져 있지 않다. 우리를 서로 분열케 하는 모든 시도를 우리는 단호히 거절한다. 화성시민은 동서 할 것 없이 수원전투비행장의 화성 이전을 반대하며, 수원시민과 화성시민의 소음 피해와 재산권 피해가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이는 반드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 전투비행장 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가 선정되자, 화성시 지역에서 찬반 여부를 놓고 화성시민 간 ‘민-민 갈등’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임 셈이다.
화성시민대책위는 또한 “수원시는 지자체 간 다툼과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모든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한 뒤 정부와 국회, 경기도에는 “전투비행장으로 인한 피해의 평화로운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화성시민대책위는 “우리 화성시민은 모두 하나 되어 수원전투비행장의 화성 이전을 막고, 평화를 도모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선근 공동상임대책위원장은 “우리 화성시민들은 어려울 때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방재정 문제도 해결했고, 50년 동안 미군 폭격기로 고통 받은 소음 피해도 해결됐다”며 “서청원 의원, 채인석 시장과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며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부 참석자들은 ‘채인석 화성시장은 왜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고함치며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청원 의원은 “화성시 매향리는 50여 년간 미군 전투비행장 때문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본 곳이다. 50년이나 참았다”면서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이전 후보지를 선정했지만 자기들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 의원은 또한 한겨레신문 현장 르포 기사 <매향리의 울분 “54년 폭음 견디니 이젠 전투비행장이냐”>를 거론하면서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의 부당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전만규 공동상임대책위원장(전 매향리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공군 전투기사격장을 폐쇄시킨 역전의 용사 매향리 주민들이 조무래기인 한국공군 전투배행장을 못 막아 내겠냐”면서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대동단결해야 한다. 여러분이 투표로 뽑아준 채인석 시장이나 서청원 의원이 앞장서서 투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그런데 이 사람들은 실천을 하지 않고 입으로만 립서비스한다. 내가 만약 지금 채인석 시장이라면, 서청원 의원이라면 할복할 것”이라면서 “(전투비행장 이전은) 우리 당대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식들에게 자자손손 피해를 주는 끔찍한 일”이라고 강력한 투쟁을 호소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수원시는 화성시에 5111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수원시의회에서 예산심의 통과도 안됐다. 수원시가 그렇게 돈이 많은가. 화성시는 재정자립도가 2016년에 경기도1위 전국4위였다. 수원시는 전국10위였다”면서 “어디서 돈 자랑을 하나. 돈 안 받고 비행장 안 받는다”고 질타했다.
한편, 화성시민대책위는 오는 28일 낮 12시부터 국방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시 이전 저지에 대한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또한 이날 오후 2시 20분에 수원시청 앞에 집결해 3시부터 항의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아울러 집중집회, 릴레이 지역집회, 10만인 서명 운동을 비롯한 실천과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을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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