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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매향리의 울분 “54년 폭음 견디니 이젠 전투비행장이냐”

by 무궁화9719 2022. 10. 1.

매향리의 울분 “54년 폭음 견디니 이젠 전투비행장이냐”

등록 :2017-02-23 19:26수정 :2017-02-24 17:00

홍용덕 기자 사진

수원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가보니

미군 사격장과 방조제 건설로
터전 잃었다 겨우 희망 찾았는데…
마을마다 분노의 현수막
화옹지구 일부 주민은 유치 찬성

수원시, 5111억 들고 화성 설득
화성시는 주민·지역 갈등 고민

“매화꽃 향기 가득 퍼지는 날에 너를 안고 춤을 추리라.
 
”미군 폭격훈련장으로 화약 냄새가 자욱했던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가 고향인 가수 안치환은 2001년 그의 자작곡 ‘매향리의 봄’에서 평화로운 고향의 미래를 이렇게 노래했다. 농섬과 고온리 해안가를 따라 매화꽃과 해당화 가득했던 고향은 그에게 “너무나 오랜 세월을 폭음에 찢겨 살아온 땅”이었다.

눈과 비가 뒤섞여 내리던 지난 22일 매향리는 낡은 초소 몇을 빼면 예전의 미군 폭격장 모습이 아니었다. 전투기가 기관총 사격을 하던 육상 사격장에는 27m 높이의 야구장 조명탑 48개가 들어섰다. 초록색 잔디를 갖춘 야구장 8개가 모습을 드러낸 화성드림파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야구공원이다. 육상 사격장 중 57만여㎡에는 화성드림파크 외에도 내년까지 매화언덕과 농섬숲, 매향리 역사기념관 등 평화생태공원을 만드는 사업이 한창이다.
 
 
한때 미군 전투기 육상 사격장으로 쓰였던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일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야구장이 다음 달 준공된다.
 
미군 전투기의 폭탄으로 민둥산이 된 바다 건너 농섬은 흐린 날씨에 가물가물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는 멸종위기 2급의 검은머리물떼새가 확인됐다. 전 세계 3천마리뿐인 국제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되자 전문가들은 농섬이 ‘생명의 땅’이 되는 것이라며 반겼다.
 
미군 폭격장과 간척공사를 딛고 생명이 움트던 매향리 등 화성의 서해안 일대가 다시 신음하고 있다.
 
매향리 주민들의 17년에 걸친 미군 폭격장 폐쇄 항쟁 끝에 54년 만에 폭격장이 문을 닫은 것은 2005년 8월의 일이다. 이후 11년 만인 지난 16일 국방부가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화옹지구를 발표하자 마을마다 분노의 펼침막이 내걸렸다. “미군 전투기 폭격 소음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전투비행장 건설이냐.
 
”주민 김영철(62)씨는 “비행기 소음 피해를 봤던 터라 수원시민들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전 예정지가 화성시이고 또 매향리냐”며 허탈해했다.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화옹지구는 매향리 육상 사격장에서 3㎞가량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5분을 달려 도착하자 바다를 가로질러 직선으로 곧게 뻗은 9.8㎞의 방조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조제의 남쪽 끝이 우정읍 매향리이고 북쪽 끝은 화성 8경 중 바다 위 노을 ‘궁평낙조’로 유명한 서신면 궁평항이다.
 
국방부가 지난 16일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발표한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화옹간척지의 모습이다.
 
농지를 조성하려고 시작된 화옹지구 물막이 공사가 2003년 끝나면서 군 공항 이전지로 거론되는 4482ha의 간척지와 1730ha의 인공 담수호인 화성호가 만들어졌다. 서신면을 시작으로 마도면, 남양읍, 장안면과 우정읍이 화성호를 에워싼 채 7만여명의 주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방조제 공사 전만 해도 화성호 일대 서해안은 천혜의 갯벌로, 80년대에는 “어민들이 안주머니에 10만원 수표를 넣고 다니며 쓴다”고 할 정도였다. 화성시 이정일 학예연구사는 “고려 말에 정도전이 유일하게 외직을 받은 곳이 이곳 남양 부사였는데, 집안이 빈한해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남양만한 곳이 없다는 설이 전해질 만큼 예로부터 소금과 어류 등 물산이 풍부한 곳이다”고 말했다. 남양은 현재 화성시 남양읍이다.
 
폭격장과 방조제로 천혜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희망이 싹튼 것은 매향리 폭격장 폐쇄 이후 10년 사이 일이다. 화성시는 바닷길이 갈라져 ‘제부 모세’로 불리는 제부도와 전곡항, 궁평항에서 매향리까지 해안 71.4㎞를 따라 2600억원을 들여 ‘힐링과 평화, 생태’를 내건 7곳의 관광지를 조성해왔다. 방조제에 갇혔던 화성호에도 생명이 찾아왔다. 수문 개방 이후 염분기가 들어오면서 자연 염습지로 바뀐 화성호의 주변 간척지는 새들 세상이 됐다.
 
정한철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매향리와 화옹지구에서만 조류 83종이 관찰됐다. 봄·가을로 3만여마리씩 몰려오는 도요새와 물떼새는 물론 법적 보호종 또는 천연기념물인 조류만도 18종에 이르고 화성호의 습지는 전남 순천만 습지 이상의 가치로 학계에서 주목받을 정도다”고 말했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일대 화성호에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발표되자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화성시민을 두 번 죽이지 말라”는 주민들의 호소에는 이처럼 오랜 역사적 경험이 묻어 있다. 미군 폭격장과 간척사업으로 생계 터전을 잃고 겨우 희망을 찾았는데, 군 공항 이전으로 아예 희망을 잃는 것 아니냐는 절박함이다. 군 공항 이전과 개발 및 지원 등 경제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수원시가 모르는 ‘화성의 아픔’이다.
 
오문성 화성시 관광진흥과장은 “수원비행장이 오면 화성시는 미래의 희망을 잃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간척지와 붙은 호곡리에서 태어나 계속 살고 있는 우정읍 사회단체협의회 김국진(61) 회장 역시 “군 공항 이전은 천혜의 자연환경에 의존한 우리의 희망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비행기 소음피해에다 노인들이 다수인 농촌 공동체의 해체도 걱정했다.
 
국방부의 예비이전 후보지 발표로 바통을 넘겨받은 화성시의 고민도 깊다. 4조원이 들어갈 수원 군 공항 이전사업은 제주 강정해군기지처럼 정부가 군경을 동원해 강행할 수 있는 국책사업이 아니다. 민관합동의 기부 대 양여방식의 사업이다.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 터를 개발한 수익금으로 화성에 새로운 군 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보니 화성 주민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수원시는 5111억원의 막대한 지원금을 이전 예정지역에 지원하겠다며 화성 주민 설득에 나서는 한편 2025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화성시는 군 공항 이전을 놓고 주민 간, 지역 간의 갈등이라는 더 큰 난제를 만났다. 화성시와 시의회,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군 공항 이전 반대에 적극 나섰지만 수원비행장 주변과 화옹지구 일대 일부 주민들은 군 공항 유치위원회를 꾸리는 등 주민 사이 내부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안치환이 노래한 ”되찾으리라 매향리의 봄”을 화성 사람들이 되찾을 수 있을까?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화성시 파괴하는 전투비행장 이전 결사반대”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2.26
[현장] 24일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 시민결의대회
 
▲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아래 화성시민대책위, 공동상임대책위원장 김선근, 전만규)는 지난 24일 화성시청 대강당에서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시민결의대회’를 열고 “국방부는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뉴스피크
 

[뉴스피크]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나 살자고 남을 죽이는 행위는 옳지 않다.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 지역의 고통을 타 지역에 강제로 이전 또는 전가하고,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번 결정은 폭력적이며 정의롭지 못하다.”

 

국방부가 수원공군비행장(수원전투비행장, 수원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화성시민들의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아래 화성시민대책위, 공동상임대책위원장 김선근, 전만규)는 지난 24일 화성시청 대강당에서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시민결의대회’를 열고 “국방부는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민결의대회에는 화성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해 서청원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구 새누리당), 최지용 경기도의회 의원, 이홍근 화성시의회 부의장, 수원군공항 이전반대 화성시의회 특별위원회 김혜진 위원장을 비롯한 시의원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화성시민대책위는 결의문을 통해 “지극히 '경제 논리'에 치우쳐 있는 전투비행장 이전 논의를 경계한다”면서 “수원시가 홍보하는 전투기지 이전으로 인한 그 어떤 경제적 효과나 보상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앞서 도태호 수원시 제2부시장은 지난 17일 오후 2시 수원시청 브리핑룸에서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시와 지역주민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시와 주민들이 원하는 지원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지원사업은 ▲생활환경 개선 ▲소음피해 해소 ▲소득증대 지원 ▲후생복지 지원 등 네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며 지원사업비는 5111억원이라는 게 도 부시장의 설명이었다.

 

이러한 수원시쪽의 반응을 염두에 둔 듯 화성시민대책위는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다. 우리는 돈보다 생명을 택한다.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을 선택한다. 스스로의 힘으로도 화성의 서부권 발전과 온 화성시의 균형 있는 성장은 전혀 이상 없다”면서 “돈 가지고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고 엄중히 요구했다.

 

특히 화성시민대책위는 “우리는 동서로 갈라져 있지 않다. 우리를 서로 분열케 하는 모든 시도를 우리는 단호히 거절한다. 화성시민은 동서 할 것 없이 수원전투비행장의 화성 이전을 반대하며, 수원시민과 화성시민의 소음 피해와 재산권 피해가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이는 반드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 전투비행장 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가 선정되자, 화성시 지역에서 찬반 여부를 놓고 화성시민 간 ‘민-민 갈등’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임 셈이다.

 

화성시민대책위는 또한 “수원시는 지자체 간 다툼과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모든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한 뒤 정부와 국회, 경기도에는 “전투비행장으로 인한 피해의 평화로운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화성시민대책위는 “우리 화성시민은 모두 하나 되어 수원전투비행장의 화성 이전을 막고, 평화를 도모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전투비행장 예비이전 후보지 결정 즉각 철회하라”,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의지를 다졌다. ⓒ 뉴스피크
 
결의대회 행사장에는 “화성시 파괴하는 전투비행장 이전 결사반대”,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결사반대!”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으며, 참석자들은 “50년 사격장에 전투비행장 결사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대회 진행 중에 “전투비행장 예비이전 후보지 결정 즉각 철회하라”,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의지를 다졌다.
 

김선근 공동상임대책위원장은 “우리 화성시민들은 어려울 때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방재정 문제도 해결했고, 50년 동안 미군 폭격기로 고통 받은 소음 피해도 해결됐다”며 “서청원 의원, 채인석 시장과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며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부 참석자들은 ‘채인석 화성시장은 왜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고함치며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청원 의원은 “화성시 매향리는 50여 년간 미군 전투비행장 때문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본 곳이다. 50년이나 참았다”면서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이전 후보지를 선정했지만 자기들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 의원은 또한 한겨레신문 현장 르포 기사 <매향리의 울분 “54년 폭음 견디니 이젠 전투비행장이냐”>를 거론하면서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의 부당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전만규 공동상임대책위원장(전 매향리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공군 전투기사격장을 폐쇄시킨 역전의 용사 매향리 주민들이 조무래기인 한국공군 전투배행장을 못 막아 내겠냐”면서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대동단결해야 한다. 여러분이 투표로 뽑아준 채인석 시장이나 서청원 의원이 앞장서서 투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그런데 이 사람들은 실천을 하지 않고 입으로만 립서비스한다. 내가 만약 지금 채인석 시장이라면, 서청원 의원이라면 할복할 것”이라면서 “(전투비행장 이전은) 우리 당대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식들에게 자자손손 피해를 주는 끔찍한 일”이라고 강력한 투쟁을 호소했다.

 

▲ 전만규 공동상임대책위원장(전 매향리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공군 전투기사격장을 폐쇄시킨 역전의 용사 매향리 주민들이 조무래기인 한국공군 전투배행장을 못 막아 내겠냐”면서 대동단결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 뉴스피크
 
▲ 김혜진 수원군공항 이전 반대 화성시의회 특별위원장과 시의원들은 “국방부와 수원시는 더는 화성시민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화성시 동부와 남서부 지역주민 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전 계획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뉴스피크
 
 
김혜진 수원군공항 이전 반대 화성시의회 특별위원장과 시의원들은 “국방부와 수원시는 더는 화성시민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화성시 동부와 남서부 지역주민 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전 계획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수원시는 화성시에 5111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수원시의회에서 예산심의 통과도 안됐다. 수원시가 그렇게 돈이 많은가. 화성시는 재정자립도가 2016년에 경기도1위 전국4위였다. 수원시는 전국10위였다”면서 “어디서 돈 자랑을 하나. 돈 안 받고 비행장 안 받는다”고 질타했다.

 

한편, 화성시민대책위는 오는 28일 낮 12시부터 국방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시 이전 저지에 대한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또한 이날 오후 2시 20분에 수원시청 앞에 집결해 3시부터 항의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아울러 집중집회, 릴레이 지역집회, 10만인 서명 운동을 비롯한 실천과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을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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