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방식 비핵화란?
‘선 핵폐기-후 보상’ 수용한 카다피 몰락
등록 :2018-03-30 21:43수정 :2018-03-30 23:07
리비아 방식 비핵화는?
‘선 핵폐기-후 정권교체’ 모델로 각인
‘선 핵폐기-후 정권교체’ 모델로 각인

무아마르 카다피. <한겨레> 자료사진
‘리비아 모델’은 이른바 ‘선 핵폐기-후 보상’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북핵 해법으로도 거론됐으나, 2011년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살해되면서 ‘선 핵폐기-후 정권교체’ 모델로 각인 됐다.
2003년 12월19일, 카다피가 이끌던 리비아는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장거리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와 더불어 국제기구의 사찰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을 통해 2003년 초 미국에 핵 포기 의사를 전한 뒤 미국과 리비아가 비밀협상을 한 결과였다. 리비아는 1단계 조치로 2004년 1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하고, 2단계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사찰을 허용하는 한편 스커드 미사일 등 핵·미사일 장비를 미국으로 이송했다. 미국은 보상조치로 2004년 4월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6월 리비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24년 만에 외교관계를 회복했다. 같은해 9월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공식해제됐다. 이어 대량살상무기 완전 폐기라는 3단계 조처가 이뤄지자, 미 국무부는 2005년 10월 리비아 내 핵 프로그램 활동의 중단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듬해 5월 연락사무소를 대사관으로 승격하고, 6월엔 리비아를 25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해피엔딩’으로 보였던 ‘리비아 모델’은 카다피가 핵을 포기한 지 8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2011년 ‘아랍의 봄’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방의 공습에 직면한 카다피는 결국 미국이 지원한 반군에 의해 살해됐다. 당시 서방의 리비아 공습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란 바로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려넘겨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리비아는 미국과 핵폐기 협상을 타결 짓고 국교 정상화를 한지 5년만인 2011년 내전에 휩싸이고 카다피는 미국 주도의 서방 군사 공격에 사망하면서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다. 이 과정을 북한의 시선으로 보면 이렇다. 카다피 정권이 핵 개발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미국의 꾐에 빠져 핵폐기를 한 결과, 무장해제 당하고 결국 미국의 공격에 무너졌다. 카다피 정권이 핵무장을 했으면 정권이 무너질 이유도 없고 살해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리비아를 공격하던 2011년 3월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과정은 미국이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란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킨 뒤 군사적으로 덮치는 거라는 게 드러났다.” 북한에게 리비아식 해법이란, 핵폐기와 번영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정권붕괴와 지도자 살해의 비극적 결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리비아식 해법을 운운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적대 행위와 다름 없다.
‘트럼프 핵심 참모’ 폼페이오-볼턴, 북핵 협상 놓고 온도차
등록 :2018-04-30 16:35수정 :2018-04-30 22:44
‘완전·불가역적 핵폐기 전 제재 완화 없냐’ 질문에
폼페이오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즉답 피했지만
강경파 볼턴은 ‘완전한 비핵화 전 양보 않겠다’
북한 비핵화 의지·북-미회담 전망 놓고도 시각차
폼페이오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즉답 피했지만
강경파 볼턴은 ‘완전한 비핵화 전 양보 않겠다’
북한 비핵화 의지·북-미회담 전망 놓고도 시각차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29일(현지시각) 나란히 방송에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전략의 일단을 공개했다. 이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폼페이오 장관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와 낙관적 전망을 보인 반면,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등 적잖은 온도 차를 보였다.
우선, 제재 완화 시점에 이견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프로그램 폐기 전까지는 어떤 제재 완화도 없냐’는 질문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이전 정부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거듭된 같은 질문에도 “눈을 크게 뜨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북한이 비핵화 목표와 시한에 동의한다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의 조처에 상응하는 일정 수위의 제재 완화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는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보상하지 않을 것처럼 언급해온 그간의 미국 행정부 태도와는 차이가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최근 “북한이 해온 발언이 구체적 조처로 이어질 때까지는 공세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곱씹어 보면, 모종의 ‘구체적 조처’가 있다면 완전한 비핵화 전이라도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에 비해 볼턴 보좌관은 <폭스 뉴스>와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핵무기와 핵연료, 탄도미사일 등을 포기·반출할 때까지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두 사람의 이견 노출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율된 비핵화 로드맵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혹은, 볼턴 보좌관이 의도적으로 ‘나쁜 경찰’ 역할을 맡았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평가도 다소 달랐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방북 목적에 대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진짜 기회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는 (진짜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 심각한 주제들, 두 나라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이슈들에 대해 폭넓게 대화했다”며, 논의가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꽤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식 모델’을 거론하며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북한과 리비아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신속한 핵프로그램 폐기와 철저한 검증’을 ‘리비아 모델’의 내용으로 지칭하며, 정상회담 의제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했음을 보여준다면 리비아 사례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압축적인 비핵화 시한을 요구할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공개와 이에 대한 미국 및 다른 사찰관들의 검증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고된 핵시설뿐 아니라 미신고 시설에 대해서도 사찰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청와대 “리비아식 비핵화, 북한에 적용은 불가능”
등록 :2018-03-30 21:53수정 :2018-03-30 23:06
‘비핵화 로드맵’ 관심
“텔레비전 코드 뽑듯 되지 않아
핵폐기·검증 등 단계적으로 해야
고르디우스 매듭 발언은
큰 합의-후 실행 의미 예시든 것”
북 핵완성, 리비아 초기단계와 달라
미국서도 ‘리비아 방식에 회의적’
“텔레비전 코드 뽑듯 되지 않아
핵폐기·검증 등 단계적으로 해야
고르디우스 매듭 발언은
큰 합의-후 실행 의미 예시든 것”
북 핵완성, 리비아 초기단계와 달라
미국서도 ‘리비아 방식에 회의적’

지난해 9월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북한 당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배포했다. 연합뉴스
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관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청와대가 핵폐기와 북 체제 보장을 한꺼번에 주고받는 ‘일괄타결’은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매듭을 칼로 잘라냈다는데서 유래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리비아식 비핵화도 지금 북한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25년째 진행중이다. 텔레비전 코드 뽑듯이 일괄타결을 선언한다고 비핵화가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며 “핵 폐기와 검증 등의 과정은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국내 일각에서 내세우는 이른바 ‘리비아식 비핵화’는 ‘선 비핵화, 후 보상’을 뼈대로 한 일괄타결 방식이다. 존 볼턴 신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내정 사실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리비아식’으로 북한 비핵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리비아식 방식’을 북한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리비아는 핵 물질을 생산하기도 전인 초기 단계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반면, 북한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핵 물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6차례의 핵실험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말엔 미 본토에 가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정도로 핵 능력이 고도화한 상태다. 리비아와는 견줄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과거엔 제재 완화, 종전 선언, 평화협정 등 점층법으로 대화를 해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여러가지 복잡한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과거에 비핵화에 이르는 단계를 아주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밟아갔는데 지금은 (5월 정상회담에서 만날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 간의 합의가 큰 뚜껑을 씌우고 추후 실무적으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예시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르디우스 매듭은 그런 비유였지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른바 ‘고르디우스 매듭’은 단번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도 있지만,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정세가 바뀐만큼 접근 방식을 과거와 달리할 수는 있겠지만, 북핵 문제처럼 얽히고 설킨 난제는 단번에 풀어내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짚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포괄적,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뒤로 우리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은 바뀐 적 없다”며 “포괄적이란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발전 등을 두루 같이 논의한다는 뜻이고,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단계적 외에는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김보협 기자 inhwan@hani.co.kr
靑 "先핵폐기 後보상 해법,
북한에 적용 힘들다"
靑 "혼수 문제 없는 결혼이 어디 있나"… 포괄적 타결, 단계적 이행 구상
- 정우상 기자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31/2018033100240.html
- 입력 : 2018.03.31 03:20
[한반도 '격동의 시간'] 비핵화 해법, 美와 엇박자 우려도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 미국과 엇박자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측이 30일 미국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백악관 핵심들이 구상하는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에 선을 긋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단계적 동시 조치'로 의견을 모은 것과 대비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 핵 폐기와 검증은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며 리비아식 해결은 적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아주 미세하게 잘라 조금씩 밟아나갔다면 지금은 두 정상 간에 직접 선언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실무적으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정상들이 톱다운으로 결정을 하되, 비핵화의 실천은 '검증→보상→검증→보상'으로 갈 거란 얘기다.
이는 볼턴 내정자가 그동안 강조해 온 리비아식 선(先) 핵폐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한·미가 혼선이나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중이 급격히 관계를 회복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한·미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대북 협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청와대는 그간 "한·미 간 신뢰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해 왔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다른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에서 타결은 정상 간에 포괄적으로 하지만, 이를 위한 로드맵은 미국과 북한이 단계적으로 이행하게 될 것"이라며 "포괄적 타결과 단계적 이행은 대립되거나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같이 진행된다"고 했다. 미국과 비핵화 해법을 두고 갈등 국면으로 가진 않을 거라고 진화한 것이다. 청와대는 비핵화 로드맵의 합의 주체는 미·북이며 우리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 전망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 는 "두 남녀가 좋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만나겠다는데 '안 될 것이다' '혼수 문제, 시부모 문제가 있다'며 계속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며 "상주보다 곡쟁이가 더 서럽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혼수와 시부모 문제가 없는 결혼이 어딨느냐"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까지 만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들의 의지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 핵 폐기와 검증은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며 리비아식 해결은 적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아주 미세하게 잘라 조금씩 밟아나갔다면 지금은 두 정상 간에 직접 선언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실무적으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정상들이 톱다운으로 결정을 하되, 비핵화의 실천은 '검증→보상→검증→보상'으로 갈 거란 얘기다.
이는 볼턴 내정자가 그동안 강조해 온 리비아식 선(先) 핵폐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한·미가 혼선이나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중이 급격히 관계를 회복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한·미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대북 협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청와대는 그간 "한·미 간 신뢰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해 왔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다른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에서 타결은 정상 간에 포괄적으로 하지만, 이를 위한 로드맵은 미국과 북한이 단계적으로 이행하게 될 것"이라며 "포괄적 타결과 단계적 이행은 대립되거나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같이 진행된다"고 했다. 미국과 비핵화 해법을 두고 갈등 국면으로 가진 않을 거라고 진화한 것이다. 청와대는 비핵화 로드맵의 합의 주체는 미·북이며 우리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 전망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 는 "두 남녀가 좋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만나겠다는데 '안 될 것이다' '혼수 문제, 시부모 문제가 있다'며 계속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며 "상주보다 곡쟁이가 더 서럽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혼수와 시부모 문제가 없는 결혼이 어딨느냐"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까지 만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들의 의지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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