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풍계리 핵시험장 23~25일 폐쇄한다”
등록 :2018-05-12 23:34수정 :2018-05-12 23:39
갱도 폭발·폐쇄하고 모든 관련시설 철거 방침

北, 핵실험장 폐쇄로 '완전한 비핵화' 첫발…美에 신뢰 메시지
'미래 핵' 제거 선제 조치…북미정상회담에 긍정 분위기 조성
김정은 위원장 구두 약속 잇단 이행으로 합의 준수 의지 밝혀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이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오는 23∼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을 하게 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에서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이행하는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핵실험장의 폐쇄는 북한의 미래핵을 제거하는 조치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핵실험을 해야만 하는데 이 실험을 하는 장소의 폐쇄로 이런 활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에서는 풍계리 이외의 다른 지역에 실험장을 만들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의 경우 암반으로 이뤄져 있고 사람들의 거주지역과 떨어져 핵실험 등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북한에서 더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장의 폐쇄를 통해 당분간 미래에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을 잃게 되는 셈이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핵실험장 폐쇄를 단행한다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것을 불식하기 위해 선제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꼭 한 달 앞둔 12일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법을 밝혔다. 또 23∼25일 폐쇄조치가 이뤄지면 정상회담을 보름 정도 앞두고 실행조치를 취하는 셈이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회담에서 체제안전보장이나 경제적 지원 등을 최대치로 끌어내 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11일(현지시간)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한이 핵만 포기한다면 미국의 적극적인 경제지원을 보장받을 것이란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핵실험장 폐쇄조치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밝혀 미국의 성의 있는 대응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했던 핵실험장 폐쇄의 국제사회 공개를 위한 언론인 초청 약속도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외무성은 공보에서 "북부 핵실험장 폐기를 투명성 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들에 대한 초청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구두약속까지 신속하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합의 준수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핵실험장 폐쇄 행사의 언론인 초청은 지난 5일 남북한 시간 통일에 이어 두 번째 김 위원장의 구두 약속 이행사례로,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이행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한 김 위원장의 언급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언론인 초청 의사는 밝히면서 전문가 초청에 대한 입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문가 초청은 앞으로 관련 국가들과 직접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yh@yna.co.kr
북, 풍계리 폐쇄 날짜 못박고 ‘완전한 비핵화’ 첫발 뗐다
등록 :2018-05-13 21:13수정 :2018-05-14 12:22
미래핵 제거 ‘비핵화 진정성’ 강조
북미 정상회담전 선제 조처 보여
트럼프 “고맙다, 똑똑한 몸짓” 환영
한·미·중·영·러 언론에 공개키로
‘과거사 청산’ 문제남은 일본 제외
IAEA 등 핵전문가 초청 여부 관심

北핵실험장 폐기…단순폭발 아닌 '내폭' 후 봉인할 듯
지하철 공사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충격 최소화
풍계리 핵실험장은 1차 핵실험을 진행한 '1번 갱도', 2~6차 핵실험을 진행한 '2번 갱도', 아직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3~4번 갱도로 구분된다.
내폭 방식은 도심에 지하철 공사를 할 때도 사용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부분만 붕괴시키면서도 외부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폭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이곳 핵 실험장 주변이 여섯 차례의 지하 핵실험으로 발생한 고열과 충격 등으로 지반이 약화된 이른바 '산 피로 증후군'(tired mountain syndrome)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바로 위에 위치한 만탑산(해발2205m)의 기준점이 수평으로 최대3.5m 이동하고 높이는 0.5m 내려갔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 단순히 갱도 안에 다량의 폭약을 설치하고 폭발시킬 경우(외폭), 핵실험으로 생긴 지름 50m 이상의 지하 동공들이 추가적으로 무너져 내려 여진이나 산사태, 그로 인한 방사능 물질 유출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일단 3~4번 갱도의 경우, 핵실험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폐기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 구조에 대해 외부세계에 알려진 바는 없지만, 핵폭풍과 잔해를 막을 차단벽이 설치된 곳으로 추정되는 100여m 이상 지점으로 들어가서 암반에 구멍을 뚫고 폭약을 설치해 갱도 입구까지 10~50여m만 남겨두고 폭발시키는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할 경우, 인위적으로 100m 이상의 콘크리트를 타설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자갈, 모래 등으로 갱도의 상당 부분이 채워지는 셈이 된다. 여기에 남은 구간인 10~50m를 콘크리트로 채워 1차로 봉인하고, 입구를 다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최종 봉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깊은 곳에서부터 붕괴시키고 100m 이상을 콘크리트로 봉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더 완전한 방식으로 폐기가 되지만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모되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앞서 다섯 차례 핵실험을 한 2번 갱도다. 이곳은 만들어진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일부가 허물어져 있어 봉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2번 갱도 내부에 핵실험을 하고 주변에 흩어진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경우도 사용된 65㎏의 고농축 우라늄 중 실제 분열한 것은 약 1~2%정도 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나머지 98~99%는 순수한 우라늄 형태로 흩어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도 이와 비슷한 효율이었을 거라고 가정할 경우, 갱도 안에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상당히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수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번 갱도는 3~4번 갱도처럼 폭발을 시키면 안될 것"이라며 "플루토늄, 우라늄 등을 다 끄집어낸 다음에 작업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번 갱도의 경우, 사람이 납으로 만들어진 차폐복을 입고도 10분 이상 작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균열을 막고 남은 방사능 물질까지 제거하려면 로봇과 특수 촬영장비 등을 이용해 상당한 시간을 거쳐 내부작업을 해야한다. 서 교수는 "(완전히) 매립하지 않고 일단 단순히 봉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미국 CBS 뉴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전선을 철거하는 동향을 포착해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전선을 철거한 곳은 3번 갱도로 추정된다.
CBS 보도에서는 '전선'을 철거하고 있다고 포괄적으로 표현했지만, 북한이 방사능 계측, 지진파 탐지 등 각종 계측 장비와 도화선 등 기폭장치를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과 관련해 "북한의 인원, 차량 등이 평소 수준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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