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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냉면 먹으러 北 갈래요"..손잡은 남북에 젊은층 냉소도 녹았다

by 무궁화9719 2022. 9. 28.

"냉면 먹으러 北 갈래요"..손잡은 남북에 젊은층 냉소도 녹았다

입력 2018.04.28. 10:57

 

-“김정은 위원장 새로운 모습 신선”…“정치색 상관없이 국민 한 사람으로 벅차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이쪽으로 오실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든 화합의 한 장면이 남북관계에 냉소적이었던 20대 젊은 층의 마음도 녹였다. 27일 열린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2030 젊은층은 자신들이 성인이 되고나서야 마련된 남북의 만남을 지켜보며 벅찬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북한인데, 냉면 먹으러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대학생 조성현(24) 씨는 “다들 그렇겠지만 군복무를 거치면서 북한은 적이라는 인식만 굉장히 강했는데, 북한이 평양 옥류관 냉면까지 준비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녹아내렸다”고 말했다.

 

[사진=27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민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그는 “이러다가 내 생애 한번은 평양에 가서 평양냉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보수단체 재향군인회에서도 대통령을 환송한 걸 보면 많은 이들이 같은 입맛, 같은 말,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들뜬 목소리로 반문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인간적 면모를 가진 사람이었네요”. 박지원(28) 씨는 멀게만 느껴졌던 김 위원장을 다시 봤다고 말했다. 박 씨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손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보면서 통일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며 “그동안 대내외적 언론을 통해 접했던 김 위원장은 냉철하고 탐욕스러운 독재자의 인상이 짙었는데 대통령에게 북쪽으로 넘어와보라고 제안하고 같이 손을 잡고 넘어가는 또 다른 모습을 보게됐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역시 점심시간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로 테이블을 채웠다. 정치색과 관계 없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성은아(27) 씨는 “오전에도 점심 시간에도 남북정상회담이 단연 화두였다”며 “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주변 사람들도 오늘 정상회담 하는 모습을 보며 문 대통령을 지지하길 잘한 것 같다고 하더라. 남한에서 한컷, 북한에서 한컷 사진 찍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면서 남북이 휴전국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뻔 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각각 41.4%, 39.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50대와 60대에서는 같은 응답이 각각 62.0%, 67.0%였던 것과 비교하면 젊은 층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기성세대보다 낮은 편이다.

 

해외 주요 외신 역시 그동안 한국 정부와 젊은 층의 인식은 동상이몽이라고 바라봐 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오늘날 젊은 층은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와 북한의 전체주의를 재통합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으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통일 대신 청년 실업같은 국내 문제에 관심이 더 많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의 ‘인간적인’ 만남이 불러온 반향에 이같은 인식에도 균열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kacew@heraldcorp.com

“저는 언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지금 넘어가볼까요”

 등록 :2018-04-27 22:47수정 :2018-04-27 23:10

판문점 12시간 ‘평화의 드라마’

"김 위원장과 역사적인 악수를 하면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답했다. 두 사람이 5센티미터 높이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되돌아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저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
 
27일 오전 9시30분. 막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농담처럼 부러움을 표시하자, 김 위원장이 기다렸다는 듯 선뜻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끌었다. 두 정상은 손을 잡고 가볍게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쪽에서 10초가량 머물며 대화를 나누다 다시 남쪽으로 건너왔다. 판문점에서 이날 하루 종일 펼쳐진 ‘평화 드라마’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내내 막힘이 없었다. 김 위원장을 맞는 문 대통령은 정중하면서도 따뜻했다. 꾸밈없이 반가움을 전하고 관심사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활달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문 대통령에게 화답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걸걸한 목소리로 진솔하게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솔직함이라는 ‘공통의 화법’을 구사하는 듯했다,
 
김 위원장의 활달함은 첫 등장부터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9시27분께 북쪽 판문각을 나와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왔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이 역사적 장소에서 만나니까, 대통령께서 이렇게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주시니 정말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온 건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아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은 극적이었다. 문 대통령이 왼손으로 군사분계선 남쪽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오실까요?”라고 권하자 주저하지 않고 왼발을 내밀어 훌쩍 넘어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쪽 땅을 밟기는 분단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못했던 일이다. 김 위원장은 돌아서 북녘을 향했다. 잠시 감회에 빠진 듯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돌아서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았다.
 
두 정상은 전통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자유의 집’ 우회도로를 걸어 사열 장소를 지났다. 빨간 양탄자로 표시된 길을 걸으면서도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답했다.
 
의장대 사열은 진지했다. 문 대통령은 중간중간 거수경례를 했고, 김 위원장은 좌우를 응시했다. 사열 중에는 사성곡과 봉황곡이 울려퍼졌다. 두 정상은 사열을 마치고선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이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 뒤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그럼 가기 전에 수행원 모두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기념촬영을 제안했다. 역시 예정에 없던 행사였다
 
9시41분. 두 정상이 회담장인 평화의 집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전통 해주소반을 본뜬 서명대 의자에 앉아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건네준 펜으로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4.27”이라고 썼다
 
이어 두 정상은 1층 로비에 걸린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은 뒤 두 정상은 그림을 바라보며 30초가량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장백폭포’ 그림을 소개하면서 백두산을 가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머리발언은 감동과 유머가 교차했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보니까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온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넘었는데, 왜 그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렵사리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는데, 이게 멀리서,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헤어졌다. 김 위원장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량을 타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으로선 네번째 군사분계선 통과였다. 두 정상은 오후 4시27분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다시 만났다. 기념식수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소 500마리를 트럭에 태워 방북할 때 지났던 ‘소떼길’ 옆에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차량을 타고 남쪽으로 넘어와 문 대통령과 다시 만났다. 이날 다섯번째 군사분계선 통과였다.
 
두 정상은 미리 심어져 있는 1953년생 소나무 앞에 서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소나무 앞에는 한라산 흙과 백두산 흙,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이 놓여 있었다. 두 정상은 흰 장갑을 끼고 각자 삽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흙을, 김 위원장은 한라산 흙을 삽에 퍼서 나무에 세차례 뿌렸다. 문 대통령은 평양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서울 한강 물을 나무에 뿌렸다. ‘합토합수’(合土合水)를 통해 남북 평화와 화합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기념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글귀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두 정상은 공동식수 뒤 판문점 안에 있는 도보다리에서 산책을 했다. 4시36분부터 이뤄진 두 정상의 산책은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다리 쪽으로 나란히 걸으며 담소를 주고받았다. 손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다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표지물 왼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약 40분가량 배석자 없이 얘기를 나눴다. 자리에 앉자 김 위원장은 근접 촬영을 위해 따라붙은 북쪽 기자들에게 ‘잠시 비켜달라’는 듯 손짓을 해 주변을 물리쳤다. 탁자를 앞에 두고 나란히 앉은 두 정상의 간격은 1m도 채 되지 않았다. 전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외교사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개밀담’이 펼쳐진 것이다.
 
두 정상의 평화 드라마는 5시40분께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면서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대담하게 오늘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통 큰 합의에 동의한 김 위원장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이어 연단에 오른 김 위원장은 “하나의 핏줄과 역사, 문화와 언어를 가진 북남은 본래처럼 하나가 돼 끝없는 번영을 누릴 것”이라며 “북남의 전체 인민과 세계가 보는 가운데 서명한 합의가 역대 합의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두 사람이 무릎을 마주하고 소통·협력해 반드시 좋은 결실이 맺어지게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두 정상은 이어 부부 동반으로 만났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6시16분께 검은색 벤츠를 타고 평화의 집 앞에 도착한 리설주 여사를 맞았다. 남북 정상의 부부 동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리 여사에게 “매우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고, 리 여사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다”고 화답했다. 리 여사는 “오전에 남편이 회담을 갔다 와서 문 대통령님과 함께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회담도 잘 됐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기념촬영을 한 뒤 3층 연회장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장에는 해금과 옥류금의 합주로 남쪽에도 익숙한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울려퍼졌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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