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말겠지" 日 깎아내리던 불매운동, 일냈다
2019. 12. 18.
이재은 기자 입력 2019.12.29. 06:01
[2019이슈+]①일본 제품 불매 운동 촉발한 한일 갈등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조치에 따른 한일 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올해 하반기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을 사로잡았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불매운동은 초기까지만 해도 금세 식을 거란 전망이 다수였지만 현재까지 활발히 이뤄지면서 전망이 뒤집혔다.
이는 2005년 2월 이씨 등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13년8개월 만에 내려진 판단으로, 그동안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신일철주금 측은 "이는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 또 일본 정부의 견해와도 반한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으며, 지금까지도 배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를 비롯 고위층 인사들의 입장도 신일철주금 측과 같다. 일본이 한국을 성장시켰으며 과거 협정 조약을 통해 문제들이 이미 해결됐는데, 한국이 일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종의 보복에 나섰다.
지난 7월4일부로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반발해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했고, 8월엔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혜택을 부여하는 우방국(화이트국가) 명단에서 빼버렸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은 "한국이 이만큼 풍요로운 나라로 경제적으로 발전한 건 1965년 일본이 준 3억불 덕이며, 과거 한일 간 협정 조약으로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됐고 개인 보상도 했다. 이제는 한국 내부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일본 기업에 대한 재산 압류 결정이 나왔다"면서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일본 정부가 계속 한국 내부에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 왔는데 전혀 대답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에서 도발적인 처방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예상과 달리 피해는 한국만 입지 않았다.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세워 한국에 우회 수출하거나, 한국에서의 생산 방법을 찾는 등 자구책을 찾았다.
니혼게이자이는 "반도체용 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하는 도쿄오카공업은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를 한국 공장에서도 생산, 한국 기업에 납품하는데 최근 한국에서의 레지스트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모리타(森田)화학공업이 연내 중국의 합작 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이나 중국의 반도체회사 등에 납품하고, 요청이 있으면 한국에도 출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반도체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갑자기 한국 사회 전반에서 제일 큰 이슈로 거듭났다. 한국 국민들은 일종의 '소비자 운동' 차원에서 일본산 맥주, 일본 관광 등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불매에 나섰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본때를 보여주자'거나 '불매 의지가 불탄다' 등의 의견이 대두됐다.

지난 7월11일 유니클로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제 불매 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카자키 최고재무책임자는 이어 "우리는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에 뿌리 내린 것을 조용히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구로다 논설위원도 불매운동을 폄하했다. 그는 "불매운동은 실제 행동보다는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반일 성향에 기반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남몰래 뒤에서 결의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난 지금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은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열의를 불타게 하는 기회가 됐다. 온라인에선 "저런 식으로 한국 소비자를 호구 취급하는데도 구매하면 한국 사람 아니다"라거나 "대체제가 많다. 다른 것 소비하자" 등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불매운동은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일본산 맥주의 한국 수출은 99.9% 급감해 사실상 퇴출됐다. 한국에서 일본차량의 신차등록건수는 60% 감소했고,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보다 48% 줄었다.
조금씩 일본에선 앓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했던 일본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신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최근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외국인 여행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년 대비 65.1% 감소한 20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지난 2011년 3월 당시 감소세(66.4%)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7월 이후 10월, 11월에 (한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갔다. 일본의 지역 관광 타격이 심각하다"며 "후쿠오카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55%가 한국인인데 지금은 많이 오지 않아 타격이 있다.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0일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중 반도체 소재 한 품목에 한정해 전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포토레지스트'를 수출 개별허가 대상에서 '특정 포괄허가' 대상으로 바꾼다는 내용의 통달(고시)을 발표했다. 통달엔 한국만이 속한 '리'지역에서 포토레지스트를 특정허가 방식으로도 수출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으로, "포괄허가 취급 요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충족한 기업의 해당 품목은 반복 계속적인 거래에 한해, 개별 거래마다 신청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도록 수속을 변경한다"고 적혀있다.
이날 '일부 완화'에 대해 청와대 쪽은 "이번 조처는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즉 일본 정부가 다소간 우호적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큰 틀을 바꿀 근본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도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이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며 "일본 기업자산 현금화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한국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 대부분이 한일 관계 개선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V도쿄와 닛케이가 지난 20~22일 일본 18세 이상 남녀 957명을 대상으로 '일본이 양보할 정도면 한일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70%였다. 반면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양보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20%였다. 지난 8월과 10월, 11월 조사와 유사한 결과다.
“뻔뻔한 나라” “못 믿을 나라” 등 돌린 이웃
[커버스토리] 내년 수교 55주년, 거리 좁힐까

2019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한·일 관계가 양국 수교 55주년인 2020년에 과연 정상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4일 1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 양국 통상 당국 사이에서 3년 넘게 중단됐던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재개되는 등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는 한·일 기업 및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이른바 ‘문희상 안’이 발의돼 양국 갈등의 뿌리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일본 측은 ‘문희상 안’을 환영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반발과 국회 통과 등 넘어야 할 암초가 많다. 일본 내에서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에 따른 반한 감정이 커진 상황이어서 완전한 관계 회복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고, 내년에도 현재의 불편한 관계가 획기적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수렁에 빠진 양국 관계
올해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데 이어 그해 12월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과 한국 구축함의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이 불거져 올해 초부터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어색한 짧은 악수만 나누고 정상회담 없이 헤어졌다. 이후 7월에 일본은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얼마 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한국 정부는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이라는 강수로 맞대응했다. 양국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내에선 반일 감정이 불붙었다. 일본 제품 구매와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양국 간 막판 협의를 통해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했다. 양국이 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최소한의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강제징용이라는 역사 문제를 경제와 안보 분야로 확전시키면서 양국 관계가 파국에 가까운 상처를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특파원으로 8년간 근무하는 등 지한파 언론인으로 잘 알려진 사와다 가쓰미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은 “한·일 관계가 바닥”이라는 비관적인 진단을 내놨다. 사와다 부장은 지난 19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자 선배가 몇 년 전에 ‘한·일 관계가 바닥인 것 같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며 “더 바닥이다. 건물은 지상은 알 수 있는데 지하는 모른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고,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냉정한 분석이다.
일본 내 반한 감정 팽배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커진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반한 감정이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 박근혜정부 때(2015년 12월)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사실상 파기된 데 이어 강제징용 배상 판결까지 나오자 일본에선 한국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보는 프레임(인식 틀)이 고착화됐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와 대법원 판결을 준수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인식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일본의 대표적 한국 연구자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지난 17일 “일단 일본에서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 자체가 ‘국가 간 약속인 청구권협정을 어기는 게 아닌가’라고 본다”며 “일본 전범이 나쁜 짓을 했지만 그건 일단 1965년에 서로가 합의해서 해결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내) 많은 사람이 ‘한국은 약속을 어기는 나라, 골대를 움직이는 나라’라는 비판을 한다”고 덧붙였다.
남관표 주일대사는 “일본 내 혐한·반한이랄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서점에 관련 베스트셀러 코너가 생길 정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 내 반일, 일본 내 반한 감정이 심각해질수록 정치적으로도 서로 양보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져 갈등 해소는 더욱 어렵게 된다.
“아베 없어도 관계 회복 어려워”

국회에서 문희상 안이 발의됨에 따라 징용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통과까지는 암초가 산적해 있다. 일본에선 문희상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0년 넘게 일본에서 한·일 관계를 연구해온 이종원 와세다대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는 “문희상 안은 외교적으로는 어떻게 좀 봉합할 수 있는 안”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징용 배상 판결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해도 일본은 판결에 불복하고 받아들일 기미가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문희상 안에 대한 소송 당사자(징용 피해자)들의 비판은 ‘일본의 사죄가 없다, 판결을 무효화하는 것이다’라는 것인데 그런 부분은 사실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의 혼란 때문에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문희상 안은 사실상 국내 문제가 될 전망이다. 일부 피해자들이 “위안부 합의와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것이다.
사와다 부장은 “내년에도 한·일 관계는 아마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물러나면 (양국 관계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아베 총리가 없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도쿄=외교부 공동취재단 kmpaper@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4863&code=11121200&cp=du
철옹성 렉서스마저… "적자 앞에 장사 없다"
2019. 11. 27.
관련이슈디지털기획
입력 : 2019-12-09 14:49:21 수정 : 2019-12-09 15:58:31
농경연 지난 8월 약 6800명 대상 특별조사 결과/한국인 10명 중 7명은 식품>의류 등으로 불매 참여/식품 구입 장소, 3년 전 대비 재래시장은 반토막/대기업 슈퍼마켓은 2배 이상 시장 점유율 늘려/식품소비자의 절반가량은 온라인 통해 구매/국민의 78% "장바구니 체감 물가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인의 약 60%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최소 1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13세 이상 6800명 “일본산 불매 찬성”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식품소비’ 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청소년의 81.5%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찬성했다. 찬성 이유는 ‘일본의 수출 규제 정책이 부당해서’(34.3%), ‘일본 우익 인사·언론의 혐한 발언 등에 화가 나서’(28.8%),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26.7%) 등의 순이었다.

농경연은 지난 6∼8월 성인 6176명과 중학생 이상 청소년 61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9 식품소비 행태조사’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반대한 응답자는 5.8%였는데, 그 이유는 ‘일본 관련 국내 사업자 등이 피해를 볼 것 같아서’(48.9%),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18.2%) 등이었다.
실제 불매운동에 참여한 응답자는 70.4%였다. 이들이 구매를 거부한 일본 제품(복수응답)은 식품(83.9%)과 의류(58.7%)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식품류 중에서는 소스류(43.4%)와 낙농제품 및 빙과류(21.9%), 맥주 제외 기타 주류(18.6%), 맥주(16.0%) 등의 순으로 구입을 줄인 경험이 높았다.

◆지난 여름 일본계 음식점 매출 78%가량 준 듯
불매운동에 따라 일본 관련 식당을 방문한 횟수도 크게 줄었다. ‘일본 기업으로 한국에 진출한 식당’ 방문을 줄였다는 응답자는 33.0%였고, ‘스시와 라멘 등 일본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의 식사를 줄였다는 응답은 29.6%, ‘일본 이름이 들어간 식당’ 구매 감소는 28.2%였다. 이들 식당에서 줄인 소비량은 각각 77.8%, 79.3%, 77.0%였다.
일본 여행(34.2%)과 화장품(32.6%), 생활용품(30.7%) 등의 불매 비중도 상당했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오토바이(11.5%), 반려동물 관련(11.7%), 육아용품(12.0%)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응답자의 49.2%는 ‘수출규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26.6%는 수출규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불매운동이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문항에는 응답자의 34.4%가 ‘1∼3년’으로 예상했다. ‘3년 이상’이라고 답한 소비자는 25.9%였다. 이어 ‘4∼6개월’(18.2%), ‘7∼12개월’(17.2%) 등의 순이었다.
◆재래시장 식품구입은 반토막, 대기업 슈퍼마켓은 2배
한편 재래시장에서 식품을 구입하는 가구는 11.5%로 3년 전(24.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소형 슈퍼마켓에서의 구매 비중은 2016년 8.9%에서 올해 19.4%로 2.2배 늘었다. 대형할인점에서 식품을 구입한다는 응답자는 지난해(35.6%)보다 2.0%포인트 늘어난 37.6%였고, ‘동네 중소형 슈퍼마켓’은 지난해(32.2%)보다 2.8%포인트 감소한 29.4%였다.
한국 식품소비자들은 농경연이 진행한 ‘올해 식품소비 행태조사’에서 식품 주구입 장소를 선택하는 이유로 거리·교통(33.6%), 품질(26.1%), 가격(17.9%), 다양한 상품(8.8%) 순으로 꼽았다. 농경연은 “지난해와 동일한 응답가구를 대상으로 한 구입장소 선택 이유를 분석한 결과 가격과 품질 비중이 높아졌다”며 “온라인·모바일 판매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 78% “장바구니 체감 물가 올랐다”
실제 인터넷으로 식품을 구입하는 가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응답가구의 44.6%가 온라인을 통해 식품을 구입한다고 했고 이중 73.5%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과 쿠팡과 같은 오픈마켓·소셜커머스에서의 구입 비중은 51.1%였고, 대형할인점 온라인매장 구입 비중은 30.7%, 마켓컬리 등 온라인 식품 전문몰은 12.1%였다.
올해 1회 평균 식품 구입액은 5만9792원으로 지난해(5만6001원)보다 3800원가량 증가했다. 전년보다 식품소비 지출액이 늘었다는 가구는 31.2%였다. 응답가구의 59.9%는 식품소비 지출액이 변화한 이유로 ‘식품 물가 변화’를 꼽았다. ‘장바구니 체감 물가가 상승했다’는 응답률은 77.9%로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였던 2015년 조사(48.6%)때보다 약 30%포인트 늘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철옹성 렉서스마저… "적자 앞에 장사 없다"
- 전민준 기자|입력 : 2019.12.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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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거리에서 구월문화로상인회가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렉서스를 부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진욱 기자 |
토요타와 혼다, 닛산. 지난 2000년대 초반 한국시장에 진출한 다수의 일본 자동차 기업 중 살아남은 기업이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곱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 3사는 대대적인 홍보나 광고, 할인 없이 고객 입소문으로 견뎌왔다. 2019년 7월 일본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됐던 시기에도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 제자리를 지켰다. 제품 품질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자존심을 내세우며 ‘노(No) 할인’을 고수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부패한 일본차 3사의 속내를 낱낱이 파헤쳐봤다.【편집자주】
[부패한 일본차-하] 파격세일 나선 토요타… 2020년 실적 개선 장담 못해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혼다, 닛산, 렉서스 등 일본차 3사가 지난 10월부터 할인판매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노(NO) 할인’을 고수하며 ‘수입차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켰던 이들 회사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영업손실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결국 대외적인 요인으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매운동이 시작됐던 지난 7월 일본차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17% 줄어든 데 이어 8월 57%, 9월 60% 등이 급감했다. 10월에도 일본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가량 판매대수가 감소했다. 다수의 일본차 브랜드가 차종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이상의 프로모션을 진행한 11월에도 판매량은 2357대에 그치며 전년동기(5402대)에 비해 56% 줄었다. 결과적으론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한 것이다.
‘재고떨이’ 대폭할인에도 한국 소비자 마음 못돌려
수입차 판매 순위도 바뀌었다. 8월부터 수입차 판매량 상위 5개사에서 일본 브랜드가 모두 이탈했다. 지난 5월만 해도 렉서스, 토요타, 혼다가 모두 상위 5위권에 있었고 6월에도 렉서스, 도요타가 5위권을 유지했지만 모두 5위 밖으로 밀려났다.
9월에도 불매운동의 영향이 이어졌고 당월 판매량이 46대에 그친 한국닛산은 “사업 운영을 최적화해야만 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영난을 호소하기도 했다. 판매량 급감 사태를 맞은 일본차 브랜드는 10월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경영난 타개는 물론 연말이 다가온 만큼 ‘재고떨이’의 성격도 강했다.
불매운동에 토요타도 할인 강행
가장 주목받았던 기업은 토요타다. 자동차업계에서 토요타(렉서스 브랜드 포함)는 할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토요타 할인을 보고 일본차 기업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올 11월 토요타는 중형 SUV ‘라브4 가솔린 모델’에 500만원, 준대형 세단 ‘아발론 하이브리드’에 300만원을 각각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돌입했다. 캠리 하이브리드, 캠리(가솔린 모델), 뉴 프리우스, 시에나 등을 구매하면 저금리 할부 프로그램이나 엔진오일 쿠폰, 주유권을 제공했다. 12월에도 같은 차종에 동일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철옹성 같던 렉서스도 작게나마 할인을 실시한다. 11월부터 일부 모델에 한해 4% 할인을 시작, 현재도 이어가는 중이다. 최고 인기 모델인 ‘ES300h’의 경우 100만원 정도 할인해주고 있다. 내부적으론 대기 계약 물량 소진 이후 대규모 할인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과 혼다도 11월 진행한 프로모션을 이달까지 진행 중이다. 국내 철수설까지 돌았던 닛산은 이달 중형 SUV ‘엑스트레일’에 1200만원을, 대형SUV 패스파인더는 1700만원 할인을 내걸었다. 현금으로 구매하면 1400만원의 주유권을 준다. 인피니티 역시 모델별로 최대 20% 이상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혼다는 대형SUV ‘파일럿’을 1500만원 할인해 재고물량 90% 이상을 털어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말이 되면서 재고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할인율을 늘려서라도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차업계에서 토요타, 렉서스는 ‘알아서 팔리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고 브랜드들도 충성 고객에 대한 믿음으로 큰 프로모션 없이 영업활동을 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판매부진이 장기화되자 내부에서 여러가지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할인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슬그머니 신차 출시, 홍보 재개
일본차 3사는 최근 신차 출시를 준비하거나 마케팅 활동을 늘리는 분위기다. 토요타는 부분변경모델이 아닌 국내서 출시한 적 없는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토요타가 준비하는 신차는 스포츠카 수프라다. 지난 10월부터 토요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수프라 팝업창을 띄워놓고 4가지 질문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GR수프라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을 들려주세요’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설문에는 ‘평소 선호하는 차량은?’, ‘GR수프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나를 대표하는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선택하세요’, ‘나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등을 질문하고 있다. GR수프라는 현재 환경부 인증이 진행 중이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GR수프라의) 공식 출시시점은 분위기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프라는 불매운동이 본격 시작된 이후 토요타코리아가 공식 출시하는 첫 차다. 토요타보다 3개월 앞선 지난 9월에 닛산은 스포츠형 세단 ‘맥시마’를 출시했었다.
마케팅도 재개하는 모습이다. 불매운동이 거셌던 석달간 일본차 3사는 ‘눈에 띄어서 좋을 것 없다’는 자세를 유지했다. 보도자료 배포 중단은 물론 미디어 행사까지 돌연 취소하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섰었다. 렉서스와 도요타는 지난달부터 클래식 공연, 겨울철 김장 행사, 공예 행사 등 사회공헌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혼다와 닛산도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두려울 정도로 시장 분석을 잘한다”며 “효과가 없을 땐 홍보에 나서지 않고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때쯤 적극적으로 할인과 홍보에 나서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과 홍보활동이 반짝 실적 회복에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재고 소진 후 또다시 신차를 출시하고 홍보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 내 분석이다. 불매운동이 지속되는 한 수요와 공급이 모두 축소돼 본격적인 일본차 암흑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업체들은 3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데 이때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오래 못 할 줄 알았는데…일본기업의 한숨
2020. 6. 29.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이영민 기자
2020.06.29 13:15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 中
[편집자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소비자들의 분노가 자발적인 불매운동으로 타오른 'NO 재팬' 운동은 지난 1년간 시장의 지형을 뒤바꿨다. 편의점을 장악했던 일본 맥주가 사라지고, 유니클로 매장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어졌다. 하지만 과도한 반일 정서나 부정확한 정보로 애꿋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도 있었다. NO 재팬 운동 1년을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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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 오래 못 가" 유니클로 가보니…비웃음의 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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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15개 닫은 유니클로, 아직도 불매 여파 지속
'대한민국 동행세일' 첫 주말인 27일 여의도 IFC몰 유니클로는 유독 한산했다. 손님이 없진 않았지만 1주년을 맞은 일본 불매의 여파가 여전히 느껴질 만큼 복층으로 이뤄진 매장 전체가 한산했다. 인근의 자라, 망고 등 유럽계 패스트패션 매장이 '50%' 세일을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인파로 북적이는 것과 달리 유니클로 매장에는 여전히 손님이 드물었다.
"최근에는 유니클로 손님 좀 늘었냐"는 질문에 여의도점 직원 A씨는 "그렇다"고만 답했다. 용산역 인근 초대형 매장인 유니클로 용산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는 "일본 불매 당시에는 정말로 손님이 없었고 최근에는 그래도 좀 회복됐다"며 "하지만 일본 불매 이전과 같은 수준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 계산대에는 예전처럼 손님들이 줄 서진 않았지만 계산을 위해 고객들이 꾸준히 나타나긴 했다. 남성 고객이 많이 찾는 여름용 드라이 셔츠 코너를 가보니 인기 사이즈인 XL(엑스라지)는 모두 품절됐고 L(라지) 사이즈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실용적이고 저렴한 상품은 여전히 찾는 고객이 많았던 것이다.
유니클로 매장에서 가디건을 구매한 서울 강서구 거주 이모씨(39·회사원)는 "스파오나 탑텐 같은 브랜드는 유니클로만큼 저렴하지만 옷의 품질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아이들 옷은 유니클로만큼 가성비 좋은 옷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매는 오래 가지 못할 것" 한국 비웃은 유니클로에 '매운맛'=지난해 7월2일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의 최대 표적이 됐던 유니클로. 2005년 한국에 진출한 뒤 15년간 매출 1조, 연간 영업이익 20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지만 '한국 캐주얼 의류 시장' 제패의 꿈은 불매운동 충격에 물거품이 됐다.

2019년 7월11일 오카자키 타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실언하며 시작된 불매의 불길은 'NO 재팬=NO 유니클로' 운동으로 이어졌다. 소비재로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데다 대체제(타 캐주얼 브랜드)가 있는 유니클로는 'NO 재팬'의 상징이 되며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는 매장에서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일부 시민들은 '유니클로 순찰대'를 자처하며 매장이 사람이 없는 걸 점검했고 유니클로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불매 충격에 한국에서 유니클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작년 매출액이 30% 이상 감소한 9749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매출액이 1조원을 하회했다. 2000억원대에 이르렀던 연간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에만 4개 매장을 닫았고 코로나19(COVID-19) 충격이 겹치면서 올해는 11개 매장을 추가 폐점했다. 2018년 186개까지 늘었던 매장 수는 올해 6월 기준 174개로 줄었다.
불매와 코로나19 충격에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 5월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GU)의 국내 영업 중단까지 결정했다. 지유는 2018년 9월 한국에 첫 매장을 냈는데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 영업을 접는 것이다. 지유는 향후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만 일부 제품을 판매키로 했다.

◆수장 바꾼 유니클로, 日 불매 이겨낼 '히든 카드' 있을까=지난 3월 유니클로는 하타세 사토시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그는 한국에 유니클로가 처음 진출했던 에프알엘코리아 초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인물로 이후 8년간 유니클로는 한국 시장에 안착시킨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2015년 10월에도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에 재선임된 바 있어 이번에 세 번째 선임이었다. 일본 불매라는 초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그가 영입된 셈이다.
하타세 대표 선임에 이어 지난 6월1일에는 공동 대표였던 배우진 대표가 갑자기 교체됐다. 배 전 대표는 지난 4월 인력 감축 계획을 암시하는 이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게 전송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인사부문장에게 보낼 예정이었던 이메일이 전 직원에 발송되면서 유니클로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신임 대표로는 정현석 롯데쇼핑 상무(롯데몰 동부산점장)가 선임됐다.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가 장기화된 데에는 오카자키 타케시 일본 본사 CFO의 실언(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 큰 기여를 했는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커뮤니케이션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형식적 사과 이후 유니클로 측은 반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발언과 사과를 모두 자제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9월 결산 법인으로 매년 8월 말에 연간 실적을 결산하고 12월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다. 올해 12월이 돼야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불매 1년이 실적에 미친 충격을 숫자로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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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맥주 끊은 사람들, 국산 수제맥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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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편의점 맥주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밀려난 일본 맥주의 빈 자리를 국산 수제맥주가 채우고 있다.
2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줄어든 2689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 불매운동 이전 수입맥주 시장 1위를 지켜온 아사히맥주는 일본맥주의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불매 운동 영향으로 아사히 맥주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 지난해 매출은 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도 -19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일본맥주 수입업체들은 인력감축을 진행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계약직 영업사원 계약을 종료하고 올해 초에는 정규직 직원을 그룹 계열사로 전보 발령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희망퇴직도 지난달 마무리했다. 삿포로맥주를 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는 전 직원 주 4일 근무 체계로 운영 중이다.
삿포로 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불매운동 시작 당시에는 3~4일 정도 무급휴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는데 현재는 전 직원이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며 "맥주 판매량이 계속 감소해 매출 하락이 오랜 기간 이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 맥주의 절대 강자 일본 맥주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수입맥주 시장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국산맥주가 빈 자리를 채웠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일반 가정 주류시장에서는 수제맥주의 약진에 힘입어 국산맥주 점유율이 수입맥주 점유율을 앞질렀다.
편의점 CU에서는 올해 1~5월 국산맥주 판매 비중이 50.3%로 4년 만에 수입맥주를 제쳤다. 이마트에서도 지난해 40%에 불과하던 국산맥주 점유율이 올해 1월 58.2%에 이어 5월에는 60.1%로 올랐다. 불매운동 이전 편의점·대형마트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판도가 뒤집힌 셈이다.
특히 국산 수제맥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맥주의 매출이 폭락한 지난해 하반기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보다 241.5% 상승했다. 올해 1~5월에는 코로나19(COVID-19)발 '홈술족' 증가로 매출이 전년보다 355.6%나 성장했다.
수제 맥주 상승세는 52년 만에 바뀐 주세법 영향이 크다. 올해부터는 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도입됐다. 종량세 도입으로 수제 맥주 업계는 세금 부담을 덜게 됐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머천다이저(MD)는 "올 초 국산맥주가 3년 만에 수입맥주의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 바로 수제맥주였다"며 "올해부터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향후 가격경쟁력을 갖춘 더욱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들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日제품 불매 1년… 씽씽 달리던 일본차 속절없이 몰락
국민일보 | 2020.06.29
한때 잘나갔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이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여전한 데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간 일본차는 한국에서 품질과 완성도, 하이브리드차 특화 기술 등을 인정받아 꽤 인기가 많았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보면 일본차 판매량은 2017년 4만3582대, 2018년 4만5253대로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하반기부터 일본 제품 불매 바람이 불면서 3만6661대로 감소했다.
지난 1~5월 기준 일본차 판매량은 7308대로 전년 동기(1만9536대)보다 62.6%나 줄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수입차 판매 순위 3~5위권에서 다퉜던 일본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올해 일본차의 한국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7%에서 올해 7.2%로 급감했다.
일본차의 공백은 곧 유럽(79.5%)과 미국(13.3%)차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올해 현재 누적 판매 ‘톱10’에서도 일본차는 보이지 않는다. 한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대폭 할인을 할 때는 여전히 문의가 많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최종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비교 후 다른 수입차를 선택하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도 일본차 회피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차를 되팔고 다른 수입차를 사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수원중고차매매단지의 딜러 이모씨는 “최근 한국 철수 소식이 나온 닛산이나 인피니티 차주들이 애프터서비스를 걱정해 내놓은 매물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일본차는 신차 출시도 더딘 상황이다.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와 현대·기아차가 ‘신차 러시’를 하는 동안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화된 할인과 보증 서비스 등 공격적인 마케팅 시도에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별 세부 판매 현황을 보면 렉서스가 지난 1~5월 2583대(-63.5%), 토요타는 2139대(-56.7%)를 팔았다. 혼다는 1323대(-72.9%) 판매에 그쳤다. 올해를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닛산의 성적표는 말할 것도 없다. 같은 기간 닛산과 인피니티는 각각 1041대, 222대를 팔았다. 닛산은 재고 떨이를 위해 일부 차종을 1000만원 이상 깎아주는 눈물의 ‘폭탄 세일’까지 벌였다.
업계에선 하반기 코로나19 사태의 진전과 신차 출시, 마케팅 강화 등에 힘입어 일본차의 판매량이 일정 수준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불매운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판매 대책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겠지만 불매운동은 한·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분노의 불매 'NO 재팬 1년'..아사히 맥주·유니클로 옷이 사라졌다
김은령 기자 입력 2020.06.29. 05:00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日 맥주·옷 등 습관처럼 외면..전문가들 부작용·후유증 고민 필요 지적도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수입맥주가 진열돼 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이 사실상 중단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9월(잠정치) 일본 맥주 수입액은 6,000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의 0.1% 수준으로 일본 맥주는 불매 운동 이후 수입 맥주 국가 순위 1위에서 28위로 추락했다. 2019.10.7/뉴스1
#지난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닌텐도 스위치의 '동물의 숲 에디션'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에서는 이를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연출됐다. 이에 앞서 온라인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동물의 숲 에디션은 금세 매진됐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 수십만원을 줘야 구매할 수 있을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7월까지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맥주인 아사히는 1년이 지난 지금 매대에서 아예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5월 일본맥주 수입액은 전년동월대비 87% 감소하는 등 불매운동 여파는 여전히 지속 중이다. 편의점 매대에는 아사히, 삿뽀로 대신 광화문, 곰표밀맥주 등 국산 수제맥주가 '4캔 1만원'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으며 달라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브랜드나 제품군은 회복이 불가능 할 만큼 큰 영향을 받았지만 '동물의 숲'처럼 불매운동이 끝난 것 같은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불매운동이 더 큰 힘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맥주, 자동차 등 이미 타격을 받은 산업에 대한 불매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불매운동은 '노노재팬' 사이트 등 온라인이 구심점이 되어 기존 어떤 소비자운동 보다도 파급력있게 진행됐다. 노노재팬 사이트에서는 하루에 수십개씩 일본 제품 리스트가 올라왔고 소비자들은 일본 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 브랜드까지 샅샅히 살펴보며 이를 공유했다.
불매운동 효과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부터 올 5월까지 일본맥주 수입액은 전년같은 기간보다 94.8% 감소했다. 맥주 수입 규모가 가장 컸던 일본 맥주가 쪼그라들면서 급성장하던 수입맥주 전체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그 자리를 국내 맥주, 특히 수제맥주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SPA브랜드 유니클로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던 터라 노재팬의 핵심 타깃이 됐다.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작년 매출액이 30% 이상 감소한 9749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매출액이 1조원을 하회했다. 2000억원대에 이르렀던 연간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국내 SPA 브랜드들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외교문제로 촉발된 불매운동이었기 때문에 '애국심'에 기반한 소비가 이뤄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일본불매운동이 소비자들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의미가 있지만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는 불매운동 동력이 잦아든 상태지만 주요 타깃이 됐던 유니클로나 자동차, 맥주 등의 수요는 앞으로도 크게 증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불매운동이 기업에 비해 약자였던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당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국내 기업들이 영향을 받았던 사례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치적인 문제나 외교 문제로 촉발돼 일반 기업에 영향을 주는 불매운동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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