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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동맹국 쥐어짜 미국 경제 수혈

by 무궁화9719 2022. 10. 2.

바이든…동맹국 쥐어짜 미국 경제 수혈

등록 :2022-09-05 05:00수정 :2022-09-05 15:20

이본영 기자

[뉴스분석] 자유무역 뒤흔드는 미국
인플레 감축법 등 자국만 우대
‘미국 우선주의’로 공급망 재편
동맹 산업 흡수해 일자리 창출
백인 노동자층 위한 정책 집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리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윌크스배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재건하며 납세자들 돈을 쓸 때 우리는 미국산을 사겠다. 미국인들 일자리를 지지하기 위해 미국산을 사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3월1일 연두교서(국정연설)에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강조했다. 항공모함 갑판부터 고속도로 가드레일용 철강까지 모두 미국산을 쓰겠다고 했다. 또 “더 많은 차와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다짐은 지난달 ‘칩과 과학법’(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산 철강만을 쓰도록 한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법’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도 포함하면 인프라·전기차·반도체에서 미국산을 강조한 연두교서 내용이 착착 실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내건 입법 드라이브는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동맹에 대한 차별과 소외로 역풍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원) 보조금을 준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차별 금지 규범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대우 조항 위반이라는 논란을 만났다. 한국이 대응에 나서고, 유럽연합도 “외국산 차별”이고 “세계무역기구와 양립하기 어려운 법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비중을 올리려는 목표와 중국 견제 의도가 어우러져 ‘제3국 투자 금지 조건부 보조금’이라는 생소한 기업 활동 제한 규정을 담은 ‘칩과 과학법’도 논란거리다. 미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1990년 37%였으나 지금은 12%까지 떨어졌는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예정인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미국은 생산 능력을 고려해 자국산 비율을 조정하는 계산적 모습도 숨기지 않는다. 백악관은 5500억달러(약 749조원)를 투입하는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법’을 두고 미국산 철강만 쓰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다른 제조품들은 55%만 미국산으로 채우도록 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배터리 조항에서도 소재·부품·시기에 따라 미국산 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리도록 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칩과 과학법’의 연결고리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주도면밀함을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가 신차의 절반을 차지하고, 그 상당량을 미국에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도체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국가·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고 고임금 일자리가 많은 반도체, 배터리, 완성차의 미국 내 생산을 유기적으로 확대하는 ‘큰 그림’ 속에서 움직이는 셈이다.
 
미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생산시설을 유치하려고 동맹을 소외시키고 자국산을 대놓고 우대하는 것은 공급망 재편 전략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견제 필요성을 계기로 추진된 공급망 재편은 생산기지의 미국 이전과 동맹·파트너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조 강화가 두 축이다. 이 중 생산시설 끌어오기에 무게를 두면서, 외국으로 나간 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하는 ‘리쇼어링’을 뛰어넘어 동맹국 생산시설까지 빨아들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국내 정치도 이런 ‘경제 민족주의’의 배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지지 기반인 백인 노동자층에 호소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한 데는 백인 노동자층의 개방적 무역정책에 대한 반감이 컸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칩과 과학법’ 서명식에서 “우리는 일상적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 칩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일자리’를 거듭 강조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의 흐름이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는 2차 대전 뒤 자국이 주도한 자유무역 질서에 타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통상 매파’로 불리는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해 인준청문회에서 ‘관세와 무역장벽 제거에 중점을 둘 것이냐’는 질문에 “5년이나 10년 전이면 그렇다고 답했을 것 같은데, (중략) 가장 최근 역사를 볼 때 우리 무역 정책은 아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며 자유무역 정책으로부터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세계화의 적들이 배회하고 있다”는 제목의 <파이낸셜 타임스> 최근 칼럼은 “10년 전만 해도 미국 정치에서 보호주의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중국 포기하고 공급망 재편 도왔더니…“미, 한국 등에 칼 꽂아”

등록 :2022-09-05 05:00수정 :2022-09-05 14:42

길윤형 기자

정부, ‘미 인플레 감축법’ 대책 부심
윤 정부 한-중 관계 희생해가며
미 주도 IPEF·칩4 등 참여했지만
되레 ‘아메리카 리스크’ 직격탄

미, ‘중국과 전략경쟁에 매달려’
입법 수정·유예 쉽지 않은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한국이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을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 <블룸버그> 뉴스는 지난 2일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 발효로 인해 한국이 받은 충격을 ‘배신을 당했다’는 말로 표현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유지해 온 미-중 균형 외교 노선을 접고, 미국이 추진해 온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에 적극 호응하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 가입 △칩4 참여 등 쉽지 않은 결단을 이어왔지만, 결과적으로 낭패를 당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 법으로 인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10%대로 올리려던 현대·기아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고, 앞서 만들어진 ‘칩과 과학법’을 통해선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과 하이닉스가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중국에 신규 투자나 생산라인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매체와 인터뷰에 응한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한국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이라 표현하면서, “미국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했으니 한국 정부나 국민들은 시장 접근성이란 측면에서 그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고 밝혔다.
 
한국에 이번 사태는 말 그대로 ‘등 뒤에 칼’이라 할 수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시작되며, 한국이 처음 마주하게 된 ‘사건’은 사드 사태였다. 2016년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문제가 불거진 뒤, 한-중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중국은 한국에 ‘한한령’이라는 이름의 경제 보복을 가했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는 갈등이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돼 자국의 안보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중국이 ‘보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가 정말 한국에 이익인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지만, 스스로 내린 판단에 ‘대가’를 치르는 것이니 각오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엔 갈등의 중심축이 사드 같은 ‘전통 안보’에서 ‘경제 안보’로 바뀌게 된다. ‘가치 외교’를 내세우는 윤석열 행정부는 이에 적극 동참했다. 기업들도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 작업에 호응하며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하지만 자국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입법으로 인해 선의를 갖고 내린 판단이 타격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문제는 중국과 전략 경쟁을 명분으로 삼아 반도체와 전기차 등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미국의 결심이 워낙 강해 이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2025년 완공될 때까지 이 법을 유예할 수 없는지를 미국에 집중 요구해야 한다’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2025년까지 일종의 잠정적 조치라도 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 요구를 처음 한 시점은 미 의회에서 법이 최종 통과(지난달 16일)되기 전으로 한국의 요구는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합동대표단의 미국 방문(지난달 29~31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1일) 등을 통해 미국에 꾸준히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똑 부러진 답을 얻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회담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국산 전기차를 미국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이 “우리 모두 집에 돌아가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숙독을 해보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설리번 보좌관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에 국한된 게 아니라 자유주의 국가들 간 공급망 문제 재정립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을 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간의 전략 갈등에 맞서기 위해 갓 만들어진 법을 한국의 이해를 위해 수정하긴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백악관도 이날 만남에 대한 자료를 내놨지만, 한국이 강조한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에 대한 우려’는 언급하지 않았다. 8~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장관급 회의에 참여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회의 뒤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행정부 고위급과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추가 논의할 예정이지만,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든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을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1일 자료를 내어 미국의 잇따른 입법으로 이번주(8월28~9월3일)에만 마이크론, 도요타, 혼다 등이 미국에 새로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우리는 미래에 전기차, 반도체 칩, 광학 섬유와 다른 핵심적인 부품들을 여기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윤형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charisma@hani.co.kr

美 ‘뒤통수’ 맞은 尹 정부 외교 실패 조롱하는 중국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韓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타격'
'中매체 "尹정부, 친美 외교정책 큰 함정으로 돌아왔다" 조롱

윤재식 기자 l 기사입력 2022/09/05 [11:41]

 

[국회=윤재식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의 미·중간 균형외교 기조를 버리고 미국에 치우친 외교를 벌이고 있음에도 미국이 한국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뒤통수를 때리자 중국이 이런 한국 외교 실패를 조롱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3일 '워싱턴이 서울을 뒤에서 찌르며 미국의 가치를 산산조각 내버리다 (Washington's stab in Seoul's back shatters US 'values')'라는 사설에서 미국이 발효시킨 인플레이션감축법 (Iflastion Reduction Act: IRA)를 통해 한국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킨 사례를 들며 한국이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과 외교적 교류를 적극 추진해왔지만 오히려 배신당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최근 러-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급등한 미국의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서 지난 달 16일 발효된 IRA는 미국 내부적으로는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대외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까지 포함해 확대 재정의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대외적 요소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차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차 구매자 보조금 지급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되는 전기차는 미국에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 있는 미국산 제조사에 한하고 있다.

 

해외 원자재 부품에 의존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피해는 물론 국내에서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현재 미국 시장 전기차 부분에서 2위권(올해 1~7월 기준)에 있는 한국의 자동차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며 3위인 포드 등 미국 전기차 브랜드에게 밀리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 이번 중국은 관영 매체의 논평을 통해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기조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선을 취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결과적으로 믿고 따랐던 미국에게 ‘배신’당한 상황을 비꼰 것이다.

 

매체는 미국의 IRA 정책에 대해 ‘슬라이딩 태클’ ‘배신’ ‘뒤통수’라고 표현한 한국 언론들의 우려 섞인 표현을 언급하며 “한국 기업이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며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 2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 이후 미국과의 외교적 교류를 적극 추진해왔지만 그것이 오히려 큰 함정(big trap)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 매체는 미국의 공격적인 이번 행태에 대해 과거 미국을 떠받들던 한국 보수층의 각성(awakening)을 자극했지만 여전히 미국 주장하는 ‘가치’를 이해하려는 입장에 있다는 부분을 비판하며 “아무리 아름다운 말을 서도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을 속이기 위해 사용하는 ‘가치’는 ‘입 발린 소리’에 불과하다 (No matter what beautiful words it uses, the so-called values are just rhetoric used by the US to fool its allies to maintain hegemony)”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타임즈는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 (fatal)’이라던 핸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번 논쟁이 그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한국은 미국의 위선적 모습과 환태평양 전략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최초의 국가 아니며 마지막 국가도 아닐 것이다”며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다른 나라를 ‘총알받이 (cannon fodder)로 삼고 싶어 하지만 이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미 보호주의에 현대차·삼성전자 타격…“할 수 있는 게 없다”

등록 :2022-09-05 06:00수정 :2022-09-05 07:29

이정훈 기자
안태호 기자

미-중 갈등 따른 ‘경제 블록화’ 심화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5월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중 갈등으로 ‘경제의 블록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사실상 미국 산업 보호주의가 강화하면서 반도체·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주요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가시화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새 공급망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5일 미국을 방문해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현대차 등 국내 전기차 업계의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 감축법은 미국이 아닌 곳에서 제조하거나 중국산 광물·배터리를 쓴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5년께나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는 대당 7500달러(약 1천만원) 혜택을 받지 못할 처지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미국으로 넘어가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부에 적극 협조하고 있고 자사 글로벌 판매 전략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현지 딜러를 통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거나 금융을 활용한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도 고민이 깊다. 미국은 최근 엔비디아와 에이엠디(AMD)에 인공지능(AI) 관련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은 앞서 첨단 반도체 생산용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생산하는 자국 기업은 물론 네덜란드(에이에스엠엘·AML)와 일본(니콘) 기업에까지 요청했다. 수출 제한이 점차 확대되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가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은 뾰족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기업으로서 현재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당장은 미국 반도체법의 구체 내용을 살펴보고, 미국 반도체협회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철범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상무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와 정책을 구성해주고 국가 간 이슈들을 큰 차원에서 조정해줄 수 있는 정부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이재용에서 정의선까지…두둑이 챙긴 바이든의 ‘비즈니스 트립’

등록 :2022-05-23 17:10수정 :2022-05-24 02:44

김회승 기자

정상회담 빼곤 기업 행보
삼성 반도체공장 시작, 현대차 투자로 마무리
수행단에 상무부장관·기업대표 ‘세일즈 외교’
수조원 투자받고 선물은 어음 “파트너십 증진”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으로 시작해 정의선으로 끝났다.’

 

재계에선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바이든의 비즈니스 트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수행단의 일정이 정상회담을 제외하곤 대부분 ‘기업 행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고, 이튿날 공식 환영만찬 자리에는 10대 그룹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들이 총출동했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만남이었다. 애초 삼성과 마찬가지로 현대차 사업장 방문을 계획했으나 시간 제약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상들이 외국을 방문하면 대학을 찾아 강연하거나 주요 문화재 등을 관람하는데 그런 일정은 없었다. 공식 수행단으로 온 이들 역시 상무부 장관과 기업 대표들로, 국내 기업인들과의 미팅 스케줄이 대부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적극적인 비즈니스 행보로 적잖은 ‘선물’을 챙겼다. 국내 기업인들이 참석한 공식 행사 연설 때마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의 대미 투자를 빠짐없이 강조했다. 방한 기간에 미 조지아주에서 현대차 전기차 공장 착공식을 여는 한편, 로보틱스 등의 기술에 50억달러(6조원)가량의 추가 투자 약속도 받아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았을 때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외에 배터리 분야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미국이 한국 쪽에 내놓은 선물은 별로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면 “양질의 노동력과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나라와 차별없는 인센티브와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 동행한 퀄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거대 반도체 기업들 역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구체적인 투자나 발주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이 내놓은 공식적인 투자 계획은 넷플릭스 자회사의 6년간 1200억원(1억달러) 투자와 바이오의약품 부품회사의 투자 양해각서가 전부다.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보따리에 대한 반대급부로는 너무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이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투자를 바라는 첨단·신흥 기술 분야에서는 구체성 없는 립서비스가 반복됐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 등 핵심‧신흥 기술 부문에서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촉진해 파트너십을 증진한다”고 합의했다. 지난해 열린 워싱턴 정상회담 때 “청정에너지·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 등 신흥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 진전된 게 별로 없다.
 
정부는 한-미간 기존 국장급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을 경제협력 강화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산업협력대화에서 두 나라가 공급망과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의제들을 구체적으로 진전시킬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 협력보다는 공급망 재편과 수출 통제 등 미국 쪽 의제를 일방적으로 조율·관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명확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실리를 챙겼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이 많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취업제한 논란에서 벗어났고, 정의선 회장은 정상급 대우를 받으면서 위상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정의선, 바이든 만나 50억달러 추가 美투자 발표…총 100억달러 이상(종합)

송고시간2022-05-22 12:35 

박성민 기자기자 페이지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자율주행SW·UAM·AI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투자

55억달러 들여 美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공장 건설…바이든 방한 맞춰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오지은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미국에 2025년까지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3천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영어 연설을 통해 이러한 계획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50억달러의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밝힌 추가 투자 분야는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이다. 이들 분야의 미국 현지 기업들에 투자하고 협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고객에게 더 좋은 편의성과 안전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소중한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세계 탄소중립 노력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또 2030년까지 무공해차 판매를 40∼50%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전날 발표한 약 55억달러를 더해 미국에 1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를 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설립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미국 투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20∼22일)에 전격적으로 발표됐으며, 특히 50억달러 추가 투자의 경우 이날 오전 바이든 대통령이 지켜보는 데서 나왔다. 이번 방한 기간 우리나라 기업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으로 면담하고 투자 발표까지 한 것은 정 회장이 유일하다.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방한 기간 시간을 내줘서 매우 감사하다.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언급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 미국 사업에 지속적인 지지를 해주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로보틱스·자율주행SW 등 美에 50억달러 추가 투자"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과 미국의 오래된 협력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 돼 왔다"고 말했다.

 

또 전날 발표한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 거점 투자에 대해 "우리의 첫 전기차 전용 생산 시설"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의 새로운 공장에서 미국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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