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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썰

해병대 수사외압 타임라인 총정리…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논썰]

by 무궁화9719 2024. 5. 11.

[단독] "보고서에 흔적 남겼다" 진술 확보…공수처, '이시원 통화'도 수사

유선의 기자2024. 6. 10. 19:29

https://tv.kakao.com/v/447346638

[앵커]
 

채 상병 사건 관련해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이어갑니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가 최종 보고서에서 갑자기 빠진 이유가 뭔지 외압이 있던 건 아닌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를 담당한 국방부 관계자들이 "임 사단장 혐의를 뺀 건 우리 뜻이 아니었다", "그 흔적을 최종 보고서에 남겼다"는 취지로 진술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유선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유선의 기자]

 

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해 8월 14일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임무를 늦게 하달하고, "가슴 장화를 신으라"고 수색 방법을 거론하고, '빨강색 츄리닝'을 강조하면서 복장상태만 지적하는 등, 범죄의 단서가 여럿 드러났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엿새 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결재한 보고서엔 이런 내용이 빠지고, 임 전 사단장을 범죄 혐의자에서 제외한 뒤 조사가 필요하다고만 적었습니다.

 

공수처는 최근 당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관여했던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10여명을 방문 면담했습니다.

 

그리고 보고서 내용이 바뀐 이유를 캐묻는 과정에서, "재검토 결과에서도 임 전 사단장의 과실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이어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의 의견 때문에 자체 조사 결론을 바꾸게 됐는데, '우리 뜻이 아니'라는 흔적을 최종 보고서에 남겼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이 말한 '흔적'은 최종 보고서 마지막장에 있는 '참고 6'입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국방부 검찰단이, 대대장 2명만 혐의를 특정하고, 임 전 사단장 등은 관련자로만 경찰로 넘기자, 여군 2명은 빼자는 의견까지 똑같이 냈다는 내용입니다.

 

보고서 결론을 바꾼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굳이 참고 자료에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 의견을 끼워넣었다는 겁니다.

 

공수처는 이들의 진술 내용을 분석해, 최종 보고서에 임 전 사단장의 혐의가 빠지는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보고서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의 혐의가 빠지는 동안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대통령실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최소 4번 통화한 사실을 공수처가 확인했습니다. 이 통화들이 임 전 사단장 혐의가 빠지게 된 것과 연관이 있는지 공수처가 조사 중입니다.

 

이어서 박사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박사라 기자]

 

국방부 조사본부의 첫 보고서가 나온 8월 14일부터 임 전 사단장의 혐의가 빠진 최종 보고서가 나온 8월 20일 사이.

이 기간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차례 통화한 통화기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확보했습니다.

 

공수처가 파악한 통화는 8월 14일부터 17일 사이에 최소 2번, 18일부터 20일 사이에도 최소 2번입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그 중간인 8월 17일, 유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박경훈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등을 불러 회의를 열었습니다.

 

공수처는 유 법무관리관이 김 단장과 첫 보고서가 나올 당시 최소 한 번, 최종 보고서가 나온 직후 최소 한 번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17일 회의를 포함하면 이시원-유재은-김동혁 3자의 통화와 대면 접촉이 최소 7번입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은 공수처 방문 면담에서 보고서 내용을 바꾸게 한 당사자로 유 법무관리관과 김 단장 측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해당 기간 유 법무관리관과 여러차례 통화한 이 전 비서관이, 국방부 조사본부 보고서 내용을 바꾸는데 관여했는지 여부도 수사할 방침입니다.

 

[영상디자인 이정회 신재훈 김현주]

해병대 수사외압 타임라인 총정리…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논썰]

박용현 기자2024. 4. 26. 20:35

‘해병대 수사외압’ 긴박했던 타임라인 총정리
쏟아지는 ‘사단장 책임’ 증언…왜 그토록 비호했나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안녕하십니까.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복무 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희생됐지만 쉬쉬하며 진상을 덮고 넘어가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그래서 군대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윗선의 개입이나 외압을 철저히 차단하고 민간 경찰이 수사하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지난해 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은 법대로 경찰에 넘겨 책임 소재를 수사하도록 했어야 합니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법대로 책임선상에 있는 지휘관들을 모두 경찰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윗선에서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지우도록 압박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서둘러 회수해갔습니다.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질문은 간단합니다.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경찰에 넘긴 박정훈 수사단장, 그리고 이를 막아나선 윗선, 어느 쪽이 정의의 편입니까? 대통령실까지 나서 사건을 축소시키려 한 게 정상적인 법치국가의 모습입니까?

 

대통령실의 개입은 이제 의혹 수준을 넘어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두개의 스모킹건이 나왔습니다.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핵심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대통령실이 등장하는 대목들에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부분은 첨부된 영상으로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

스모킹건 1.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일반전화

첫번째 단계는 초기 해병대 수사에 대한 외압입니다.

 

○ 2023년 7월30일

 

―오후 4시30분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함께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합니다. 해병대 1사단장과 7여단장 등 8명의 간부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기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종섭 장관은 흔쾌히 결재합니다.

 

―이때부터 대통령실이 수사 결과에 관심을 보입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해병 대령이 박정훈 단장에게 장관 결재본을 요구합니다. 박정훈 단장은 거부합니다. 이후 김계환 사령관이 ‘언론 브리핑 예정 자료’라도 보내라고 지시합니다. 박정훈 단장은 국가안보실에 이 자료를 보냅니다.

 

―이날 오후 6시와 6시15분 김계환 사령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통화가 있었습니다.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 7월31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립니다.

 

―오전 9시53분 김계환 사령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통화합니다.

 

―오전 11시45분 ‘02’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일반전화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옵니다.

 

―오전 11시57분 이종섭 장관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수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합니다. 참모진 긴급회의를 열어 ‘수사 결과에 누구누구를 구체적으로 적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합니다. 국방부 장관이 하루 만에 자신의 결재를 뒤집은 것입니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을 설명할 길은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전화밖에 없습니다.

 

―이어 김계환 사령관은 박정훈 단장에게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통보합니다. 박 단장은 이때 김계환 사령관과 나눈 대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수사단장 “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 ?”

사령관 “( 오늘 )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대통령 ) 주재 회의 도중 1 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 VIP 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 .”

수사단장 “ 정말 VIP 가 맞습니까 ?”

사령관 “ 맞다 .”( 고개를 끄덕이며 )

 

― 오후 3시18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단장에게 전화해 “수사 대상을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박 단장은 진술합니다.

 

―오후 5시 김계환 사령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다시 통화합니다. 임기훈 국방비서관은 2023년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7월31일 해병대 사령관하고 통화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수사 결과를 넘기기 전부터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사건 처리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종섭 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전화가 핵심입니다. 장관의 결재를 하루 만에 번복시킬 수 있는 힘은 사실상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스모킹건 2.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 간부의 통화

두번째 단계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하는 과정입니다. 긴박한 하루가 펼쳐집니다.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 8월2일

 

―오전 10시30분~11시50분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기록을 이첩합니다.

―그러자 오전 11시13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박정훈 단장에 대한 항명 수사를 국방부 검찰단에 지시합니다.

―오전 11시46분, 오전 11시52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연락합니다.

―낮 12시40분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경북경찰청에 ‘국방부가 사건기록 회수를 원한다’고 알립니다.(이에 앞서 국가수사본부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행정관의 연락을 받습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처음 등장한 대목입니다.)

―낮 12시50분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휴가중)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화합니다.

―1분 뒤인 낮 12시51분 국가안보실 파견 해병 대령이 김계환 사령관 비서실장에게 전화합니다.국가안보실이 다급하게 움직인 모습입니다.

―낮 12시55분께 김계환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다시 통화합니다.

―오후 1시50분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사건기록을 회수하겠다고 밝힙니다.

―오후 2시40분 국방부 검찰단장이 사건기록 회수를 위한 회의를 엽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9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사건기록 회수가 검찰단의 자체 판단이었다고 말했지만, 정작 검찰단이 회의를 열기 이전에 유 관리관이 경찰에 사건기록 회수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오후 3시56분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합니다.

―이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여러차례 전화한 끝에 오후 늦게 통화가 이뤄집니다. 국가안보실뿐만 아니라 공직기강비서관실까지 대통령실이 전방위적으로 다급하게 움직인 것입니다. 경찰에서 파견된 행정관부터 이시원 비서관까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사건기록 회수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한 모양새입니다.

―저녁 7시20분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서 사건기록을 회수합니다.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이렇게 사건기록 회수 과정에도 대통령실이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사건기록) 회수는 (국외 출장에서) 귀국 뒤 사후 보고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장관 지시도 없이, 사전 보고도 없이 어떻게 사건기록 회수를 결정했을까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등장이 이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입니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고 이로 인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될 정도로 윤 대통령과 가깝다고 합니다. 결국 이 비서관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축소하기 위한 법기술을 주도한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 이시원 비서관이 유 관리관에게 전화할 일은 없습니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국방부 간부에게 전화하는 일은 정상적인 경로가 아닙니다. 뭔가 다급한 사정이 있었거나 최고 권력자의 명령을 직접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4월24일 기자회견)

 

이후 8월9일 국방부는 경찰에서 회수한 사건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넘겨 재검토하게 합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조사결과에 대한 검토보고’ 문건을 조사본부에 전달하는데 여기에는 책임자를 축소하도록 유도하는 논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결국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논리대로 8명의 혐의 대상자 중 임성근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빼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해 8월21일 경북경찰청에 재이첩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타임라인을 종합한 그림을 보시죠.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채 상병 순직 사고의 책임을 축소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이 중심이 돼 국방부와 해병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남는 의문은 ‘왜?’입니다.

왜 대통령실은 임성근 사단장을 감싸려 했나

문화방송(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글쎄요, 언론에서 저도 보기는 봤습니다만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2023년 8월30일 국회 예결위)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그러나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보호가 중대 관심사였다는 정황은 더 있습니다. 7월31일 자신의 결재를 하루 만에 뒤집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속적으로 임 사단장을 챙깁니다. 전날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임 사단장을 현장 지휘에서 배제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승인했는데 하루 만에 ‘정상 출근시키라’고 말을 바꿔 지시합니다. 이종섭 장관은 이날 우즈베키스탄으로 출장을 떠났는데, 다음날 현지에서 이 장관의 군사보좌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메시지를 보내 ‘임성근 사단장이 직무 수행 중인지’ 거듭 확인합니다. 장관이 이렇게까지 임 사단장을 챙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윗선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종대 전 의원: 이종섭 장관이 우즈베키스탄에 가서도 끊임없이 확인을 하죠. ‘1사단장 근무 잘하고 있죠, 출근했죠’ 하고. 아니 무슨 1사단장 근태를 우즈베키스탄에서 장관 보좌관이 체크를 합니까. 처음부터 관심사가 이거였다.

진행자: 1사단장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에 대한 추측들도 있었잖습니까?

김종대: 나는 압다. 아직까지 다 공개는 못하고 있는데 일단 오늘 이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고만 말씀드게요. (3월11일 한겨레TV ‘사기자’)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입니다.

김정민 변호사(박정훈 전 수사단장 법률대리인): 이게 대통령의 단순 격노라기보다는 뭔가 연유가 있는, 정리해보면 로비를 받은 것 같은 그런 정황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특검의 몫이 아니겠느냐. 적어도 공수처가 대통령 외압에 대해선 충분히 규명했을 거라고 봐요. 문제는 그걸 넘어서서 다른 로비 때문에 대통령의 격노가 기획된 것이라면 그것을 밝힐 수 있느냐, 그게 특검의 성패를 가를 거라고 저는 봅니다. (4월24일 cpbc뉴스 ‘김혜영의 뉴스공감’)

 

임성근 사단장은 자신의 책임을 철저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호우로 물살이 거세진 상황에서 수색작업 중단을 건의했는데도 임 사단장이 묵살했다는 군 간부와 생존 장병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해병대 1사단 7포병대대 대대장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은 최근 경찰에 출석하면서 “상급자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임무수행하는 대대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습니다. 국방부는 임 사단장은 빼고 대대장 2명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겼는데, 그 대대장이 임 사단장을 책임자로 지목한 것입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사망한 해병대원이 소속되었던 부대 대대장이 사건 당시 수색 중단을 건의했지만 임성근 전 사단장이 묵살했던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됐습니다. 그런데도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은 의견을 밝힌 것일 뿐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느 대대장이 사단장의 말을 그저 의견 피력에 불과하다고 판단합니까. (4월25일 논평)

‘채 상병 특검 거부하면 안 된다’ 65%, 민심의 명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6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사실상 첫 피의자 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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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특검 필요성은 여전합니다.

해병대 예비역연대 김규현 변호사: 대한민국을 위해 채 해병 특검법 통과가 필요한 4가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신속한 사건 해결로 군을 본연의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특검이 필요합니다. 공수처가 압수수색까지 5개월 걸렸습니다. 압수물 분석 완료에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이제야 첫 소환조사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몇달, 몇년을 더 끌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경북경찰청은 7개월 넘게 감감무소식입니다. 이에 반해 특검 수사기간은 2개월, 대통령 승인을 받아 연장해도 최대 3개월입니다.

2. 공수처는 이 사건에서 기소권이 없습니다. 수사를 끝내더라도 검찰로 사건을 송부해야 할 뿐입니다. 검찰은 대통령 부인 수사를 2년째 수사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 수사도 2년 넘게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과연 언제 채 해병 사건을 마무리지을 수 있겠습니까. 이 사건 수사 대상에는 현역 군인도 포함됩니다. 현역 군인은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군검찰로 사건이 쪼개져 이첩될 수 있습니다. 그리되면 이 사건 처리 권한을 지금 채 해병 외압사건을 만들어낸 군인들의 손아귀에 넘겨주게 되는 꼴입니다. 사건이 이리저리 쪼개지고 이송되며 유야무야돼선 안됩니다. 신속하고 일원적이고 포괄적인 수사와 재판이 이뤄져야 합니다. 모든 대상자에 대한 관할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4월25일 기자회견)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채 상병과 함께 수색작전에 투입됐던 생존 장병의 어머니는 지난해 9월 아들을 대신해 임성근 사단장을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심경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아들이) ‘엄마, 내가 수근이를 못 잡았다’고 울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채수근 상병과 그 복구 작전인지 몰살 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되었던 그 대원들 모두 제 아들들입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9달이 넘도록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임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은 처음부터 대통령실의 비호를 받았습니다. 이 부조리한 현실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논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2개의 스모킹건, 특검이 밝혀야 할 ‘격노의 배경’ 한겨레TV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5.2%가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20~21일 조사·무선 ARS 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제 특검법 처리가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정치적 셈법에 앞서 민심에 귀기울였으면 합니다.

꺾여버린 스무살 젊은 생명,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합니다. 그조차 못한다면 정치가 왜 존재하며, 인간이 짐승과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단독] "임성근 사단장이 다 지시"‥직속 여단장의 증언 

입력 2024-05-15 20:02 | 수정 2024-05-15 20:05

 이덕영

https://youtu.be/Dcj-xZIb6RI

앵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MBC는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임성근 1사단장 직속 7여단장의 진술서 전문을 최초로 입수했습니다.

7여단장은 임성근 사단장이 직접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이덕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작전을 지시하지 않았다, 지시할 권한이 없어 책임도 없다는 것이 임성근 전 사단장의 주장입니다.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5월13일)]
"일부 언론에서 심지어 제가 하지도 않은 수중수색 지시를 제가 했다고.."

MBC는 현장에 투입됐던 해병대 1사단 직속 7여단장의 진술서를 확보했습니다.

7여단장은 임성근 1사단장의 직접 지시를 받아 부대를 지휘했습니다.

임 사단장은 당시 현장 작전통제권은 육군으로 넘어가 자신은 지휘권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7여단장의 진술은 반대입니다.

채 상병 사망 전까지도 작전통제권을 가진 육군과의 원격화상회의, VTC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육군 50사단장이 찾아와 작전 지도를 한 적도 없었습니다.

반면 임성근 전 사단장은 지휘권이 없다면서도 수색 작업 첫날인 7월 18일 현장을 찾아 작전 지도를 한 뒤, 저녁 8시 30분엔 화상회의도 직접 주재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전반적으로 작전에 대한 평가와 지침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수변으로 내려가서 장화를 신고 작전을 수행하라"는 등 임 사단장의 세세한 지시도 이때 나왔습니다.

7여단장은 자신은 "해병 1사단장의 지침을 받아 작전을 수행한다"며 임성근 전 1사단장이 현장을 사실상 지휘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병대 1사단 7여단장 (2023년 7월 18일 오후 3시 17분, 음성변조)]
"정식으로 철수 지시는 좀 상황이 애매해. 내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 드렸는데, 첫날부터 알잖아."
 
7여단장은 부대를 이끌고 출동하기 직전까지도 실종자 수색이 주 임무란 사실을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그나마 안전 관련 지시는 우선 순위도 아니었습니다.

7여단장은 출발 직전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실종자 수색 작전에 우선순위를 둬라', '복장은 해병대 적색 상의 체육복에 정찰모로 통일하라'는 지시부터 받았습니다.

7여단장은 구명환이나 로프같은 안전장구를 준비했더라면 물에 빠진 채상병을 구출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너무 많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실종자 수색 임무를 몰랐다는 건 "일부 인원의 책임전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이동삼(대구) / 영상편집: 박병근

[단독] 이시원, 채상병 사건 회수 날 유재은에 ‘보고서’ 요구

오연서 기자2024. 5. 9. 05:05

더 짙어진 대통령실 관여 정황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오른쪽)이 지난해 8월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 당일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군 사망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보고서 요구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 사망 사건 수사권을 민간 경찰로 넘긴 뒤 처음으로 사건 기록이 군 경찰에서 민간 경찰로 넘어갔다가 되돌아왔는데, 이런 사태를 ‘교통정리’하는 데 대통령실이 적극 나선 정황으로 보인다. 사건 전반에 걸친 대통령실의 관여 의혹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
 
8일 한겨레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사건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지난해 8월2일 당시 이시원 비서관은 유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해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른 군 사망 사건 처리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담아 대통령실에 보고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유 법무관리관 쪽은 군 사망 사건 전반에 대한 의견을 보고하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당시 통화를 “군 사법정책과 관련한 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가장 큰 현안은 채 상병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런 요구는 ‘군 사망 사건 이첩 때 관련자의 혐의를 적시하지 말라’는 등의 무리한 지시 이후 벌어질 논란을 대통령실 차원에서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전 비서관은 당시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방부의 기록 회수 의사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장→경북경찰청 수사부장 순서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사건 기록 회수의 시작부터 관여했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향후 ‘법무 대응’까지 고심한 셈이다.
 
유 법무관리관은 실제 지난해 8월2일 이후 이 전 비서관이 요청한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했고, 대통령실과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해당 보고서를 두고 유 법무관리관 쪽은 ‘군 사법정책과 관련한 일반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채 상병 사건 처리와 관련한 법률 대응 내용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가 해당 보고서를 입수한다면 대통령실이 이첩 보류, 혐의 배제, 기록 회수 등 이 사건 전반에 걸쳐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기록 회수는 이첩 보류 지시 등과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 중 하나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기록 회수에 직접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인정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기록 회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통령실 등이 법에 근거도 없이 기록 회수에 관여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말 못할 고뇌 있다” 김계환 공수처 조사…‘윤 격노설’ 진위 따진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중심 해병대사령관 조사
‘이첩 보류 지시 대통령실 뜻’ 여부 질문엔 침묵

기자정환봉
  • 수정 2024-05-04 16:19
  • 등록 2024-05-04 09:54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4일 불러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채상병 사건 조사를 맡아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려던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고 격노했다는 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이날 오전 김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날 아침 9시50분께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에 나타난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VIP(윤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한 적 없나” “이첩 보류 지시가 대통령실 뜻이라는 말은 들은 적 없나” 등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 사령관은 채상병 사건의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밝힐 첫 단추다.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지난해 7월31일 자신을 불러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전달하며 이첩 보류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에 결재를 한 하루 뒤다. 이 전 장관의 태도가 하루 만에 달라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채상병 사건 처리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김 사령관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상대로 조사하며 윤 대통령 격노설의 진위 여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경위 등도 확인할 전망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이번 의혹의 핵심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두 차례 조사하고, 이달 2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부르는 등 주요 피의자를 연달아 조사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단독] 이종섭 앞에서 막힌 ‘임성근 조사’…직권남용죄 가능성

국방부 조사본부 보강조사 요구에 “재검토만”
이종섭 쪽 “조사하면 오해…유재은 의견 따라”

기자오연서
  • 수정 2024-05-04 12:39
  • 등록 2024-05-03 20:35
지난해 9월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채 상병 사건 재검토를 맡기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을 보강조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직권남용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시를 한 이유에 대해 이 전 장관 쪽은 ‘보강조사를 하면 오해가 생기니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9일 복수의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를 불러 채 상병 사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조사본부 관계자들은 ‘필요하면 임성근 등 사건 관계인들을 직접 조사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이 전 장관은 “그냥 재검토만 하라”고 지시했다.

손발 묶였던 조사본부…‘임성근 혐의 포함’ 결국 뒤집혀

추가 조사를 막은 이 전 장관이 최종 결론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있다. 같은 날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이 전 장관의 지시로 ‘해병대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보고’ 문건을 조사본부에 전달했는데, 이 문건에는 사실상 임 전 사단장 등 지휘부의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이 전 장관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게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국방부 검찰단 의견을 재검토에 참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8월14일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6명의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하는 게 맞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국방부 검찰단은 이 중 임 전 사단장 등 4명의 혐의는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결국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8월21일 현장 지휘자 2명에게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보강조사를 막은 정황은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사건에서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뚜렷하게 하는 주요 요소다. 군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장관이 일반적 수사지휘권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조사본부의 조사 권한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수사 경험이 많은 또 다른 변호사도 “보강조사를 못 한 채 기록만 가지고 검토를 했기 때문에 조사본부도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역시 당시 이 전 장관의 이런 지시 내용 등을 파악했고, 직권남용죄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섭 변호인 “경찰에 이첩 빨리 하려고…” 

이 전 장관 쪽은 보강조사 요청을 수락하지 않은 것은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의 변호를 맡은 김재훈 변호사는 한겨레에 “만약 조사본부가 다른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면 군에서 수사한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신속하게 재검토해서 그 결과를 경찰에 빠르게 이첩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강조사를 하게 되면 ‘군 사망사건은 민간에서 수사한다’는 개정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벗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이어 김 변호사는 “(보강조사를 수락하지 않은 것은) 장관의 법률 참모인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낸 의견에 따른 지시”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유 법무관리관에게도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이종섭 ‘2차 외압’ 있었나…국방부 재검토 문서도 번복된 정황

해병수사단 재검토 결과 3일 만에 뒤집힌 의혹
두 번 모두 임성근 혐의 빠져…이첩 막는 결과로
“누군가 장관 판단에 계속 개입하고 있단 증거”

기자김가윤
  • 수정 2024-04-30 21:14
  • 등록 2024-04-30 13:28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수사단의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돌연 태도를 바꿨던 것처럼, 해병대수사단의 기록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검토 결과도 보고받은 뒤 번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사본부의 보고 내용도 해병대수사단과 같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는 “누군가 장관의 판단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2차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장관 쪽은 ‘최종 결과 보고 전 어떠한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지난 18일 낸 성명서에서 이러한 의혹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에서 김 위원은 지난해 8월14일 이뤄진 이 전 장관과 통화를 언급하며 “(이 전 장관이) 수사 대상자 중 하급 간부 2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으로 정리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반환할 예정이라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병대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포함 8명에게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경찰에 이첩하자, 이를 되가져와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했고, 그 결과 하급 간부 2명만 제외하고 임 전 사단장 포함 6명에게 혐의가 인정되는 거로 정리를 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해당 통화는 ‘국방부 조치가 부당하다’는 김 위원의 지난해 8월9일 성명 발표 직후 성명 내용을 설명하겠다는 김 위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이 전 장관이 김 위원에게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지난해 8월14일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국방부 장관에게 ‘기록 재검토 결과’를 보고한 날이다. 보고 문서를 보면, 조사본부는 ‘조사 내용에 대한 법리 판단’을 첨부해 장관에게 보냈다. 이 전 장관이 조사본부로부터 보고 받은 ‘법리 판단’을 김 위원과 통화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이 전 장관은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경찰에 혐의자로 이첩하자’는 조사본부의 최초 판단에 동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화 3일 뒤인 지난해 8월17일 이 전 장관은 연석회의를 소집했고, 나흘 뒤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를 담아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센터는 14∼17일 사이 이 전 장관의 ‘윗선’에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황은 해병대수사단이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한 뒤 벌어진 일과 비슷하다. 두 번 모두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경찰에 이첩하는 일을 막는 결과로 이어졌다. 센터는 “장관의 판단을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센터는 지난해 8월14일 통화 이후 이 전 장관과 김 위원의 태도가 동시에 돌변한 부분도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같은 해 8월9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기록을 경찰에서 되가져오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일주일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센터는 “이 전 장관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 중간보고를, 김 위원은 이 전 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감추거나, 감추려고 노력해왔다.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고 했던 것인가”라며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이종섭 전 장관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14일 보고 문건은) 국방부 장관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던 문건”이라며 “8월20일 재검토 (최종) 결과 보고를 받을 때까지 (조사본부의) 중간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귀국한 이종섭이 쥔 ‘열쇠’…결재 뒤집기 배후에 용산 있었나

기자오연서
  • 수정 2024-03-22 00:28
  • 등록 2024-03-21 16:37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일 귀국한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는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이례적 지시’를 한 장본인이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 보고서에 직접 결재한 뒤 하루 만에 자신의 결재를 정반대로 뒤집고 경찰 이첩을 중단시켰다. ‘지시를 번복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관계인 누구도 이견이 없다. 남은 쟁점은 ‘이례적 지시’를 외압으로 판단해 이 대사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적용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행위였는지 여부다. ‘수사외압 의혹’이라는 사건 핵심을 규명할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뿐 아니라 복수의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채상병 사건의 조사 결과가 사실상 축소된 채 경찰 최종 이첩된 것은 ‘대통령 지시’라는 것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30일 박 대령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을 적용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다는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가 이튿날 입장을 바꿔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 격노’로 인해 국방부 장관이 정당하게 내린 업무지시를 번복했다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셈이 되어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대사의 결재 번복 이유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고, 이를 밝히기 위해 이 대사 수사가 중요한 이유다.
 
정황은 많다. 이 대사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10여분 전에 대통령실 관계자와 통화한 기록이 확인됐다는 지난 7일 문화방송(MBC) 보도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외에도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넘긴 직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해병대 사령관 쪽 간 전화통화가 있었던 사실도 한겨레 보도로 확인된 바 있다. 사건 회수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정황이다.
 
이 대사 변호인은 이날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군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수사외압’ 자체가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며 “공수처가 출국금지 기한을 연장하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왔고, 충분한 조사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열린 박 대령의 3차 공판기일에는 경찰로 이첩된 사건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해온 지난해 8월2일, 회수 직전 대통령실 파견 해병대 김아무개 대령과 통화를 한 김화동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대령은 당시 통화에 대한 질문에 “(김 대령과) 통화는 했지만 통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6개월 전의 일이다. 통화한 걸 기억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무리가 아닌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검찰 쪽 증인 신청이 끝나면 우리가 증인 신청을 할 차례인데 제1번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채상병 수사외압 모든 의혹에 ‘이종섭 국방부’ 이 사람 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기자정환봉
  • 수정 2024-03-15 17:50
  • 등록 2024-03-14 16:52
지난해 8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건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출국해 직접 조사가 어려워지면서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풀 핵심인물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주목받고 있다. 외압 의혹은 ‘사건 이첩 보류 및 회수, 혐의 제외 압박’ 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모든 과정에 직접 개입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월 유 관리관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의 혐의를 적시하지 마라’며 여러 차례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령이 자신의 항명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 등을 보면 유 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처음 전화를 건 것은 지난해 7월31일이다. 전날 박 대령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결재까지 한 이 대사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날이다.
 
31일 낮 12시2분께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을 위해 국방부 근처에서 대기하던 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브리핑이 취소됐으니 복귀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같은날 3시18분께는 유 관리관이 전화를 걸어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등의 압박을 했다고 한다. 이후 부대에 복귀해 김 사령관을 만난 박 대령은 이날 오전에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브이아이피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되었다’라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주장한다. 박 대령은 이튿날인 8월1일에도 유 관리관이 전화해 조사 서류 등을 요청했고, 이를 확인한 뒤 거듭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진술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8월2일 경찰에 이첩된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 과정에도 등장한다. 해병대수사단은 예정대로 이날 오전 채상병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지만, 유 관리관이 이날 오후 1시50분께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사건기록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저녁 7시20분께 경북경찰청에서 사건 기록을 되가져 갔다.
 
되가져간 채상병 사건 재검토를 맡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역시 유 관리관이다. 유 관리관은 이 대사 지시로 지난해 8월9일 조사본부에 ‘채아무개 상병 사망사고 해병대 조사결과에 대한 검토보고’를 전달한다. 이 문서에는 임 전 사단장 등 지휘부의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는 취지가 담겼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한 뒤 유 관리관 등 사건 핵심 인물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1월16~18일 유 관리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같은달 30일에는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도 압수수색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인권위 “채상병 사건 이첩보류 명령은 월권…기록 회수는 수사 방해”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박정훈 구제 진정’ 인권위 조사보고서 보니

기자정환봉
  • 수정 2024-05-23 10:14
  • 등록 2024-05-23 05:00
 
 
왼쪽부터 박정훈 대령, 김계환 사령관, 임성근 사단장, 이종섭 국방장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석열 대통령. 김재욱 화백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안건을 조사한 뒤 내놓은 ‘사건조사결과보고’에는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의 뼈대인 ①이첩 보류 ②혐의 미적시 요구 ③기록 회수 등에 대한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관 논리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담겨 있다. 보고서는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법 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박 대령이 “일련의 과정을 수사에 대한 부당한 외압으로 느꼈을 만한 정황이 상당”하여 항명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관·사령관 구체적 수사 지휘권 없어”

보고서는 외압 의혹의 출발점인 ‘이첩 보류 명령’에 대해 권한 없는 명령이라고 결론 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군사경찰직무법은 소속 부대의 장(이 사건에선 김계환 사령관)이 군사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하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 권한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개정 군사법원법은) 2022년 7월1일부터 ‘군인 등의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되는 범죄’의 재판 관할을 민간법원으로 하고 있다”며 “장성급 지휘관의 지휘 권한 악용 및 은폐 시도를 차단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지휘관의 지휘 감독 권한은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감독자로서의 역할이 주어진 것으로 제한적 해석”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군사경찰이 민간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 그 주체는 ‘군사경찰’”이라며 “이 사건에 비춰보면, 이첩 책임자는 직접적으로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장이고 넓게 보았을 때 총지휘를 맡고 있던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이라고 명확히 했다. 보고서는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채 상병 순직사건이 장관에게 보고됐기 때문에 장관이 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할 권한이 생겼다’는 국방부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6건 중 5건 혐의 적시 이첩…“회수는 경찰 수사 방해행위”

보고서는 ‘혐의 미적시 요구’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사건을 넘기지 말라는 게 아니라) 혐의를 기재하지 말고 사건기록만 넘기라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 이후 6건의 군인 등 사망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는데 이 중 5건은 범죄혐의점을 기재했고, 1건만 군 수사기관이 경찰과 사전 협의를 거친 뒤 혐의가 기재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런 점을 지적하며 “비단 이 사건에서만 (혐의를 기재하게 되어 있는) 해당 서식에 의하지 않고 경찰과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사건기록만 송부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지난해 8월2일 경북경찰청에 넘어간 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되가져온 행위를 “경찰 기망 행위”이자 “경찰 수사착수 지연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첩 보류에 이어 회수까지 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록 회수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 항명 혐의의 증거 자료라서 경찰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임의제출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단 논리를 반박했다. 보고서는 “임의제출이라면 임의제출 동의서, 목록 교부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밝혔다.
 
‘임의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사건기록 인수인계증은 임의제출동의서로 갈음할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에 ‘이첩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기록 회수를 요청했는데 이는 (임의제출 형식이면서, 그게 아니라고 설명한 셈이라) 기망 행위다. 임의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문제되는 것은 수사 개시의 지연이 국방부 검찰단의 회수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라며 기록 회수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손’ 존재에 대한 우려도 담아

보고서는 이 사건 전반에 흐르는 국방부 윗선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경찰은 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조속한 사건 인계일자를 (군사경찰과) 협의해왔다”며 “(기록 회수 당일인) 8월2일 (기존 태도와 달리) 이미 이첩된 사건기록을 단지 ‘기관 간 협의’라는 명목하에 돌려주고,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에 따른 이첩이 있기까지 아무런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입장 변경과 관련해서도 “7월31일 국방부 입장이 급변경된 사정과 그에 대한 국방부의 현재까지의 해명이 쉽게 납득 안 돼 그 동기가 의심되나 이와 관련한 고발이 이뤄져 수사 중인 점 등을 감안해 더 이상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국방부와 경찰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단독] 주요 고비마다 지침줬나...윤, 이종섭에 18분 넘게 4차례 전화

오연서 기자2024. 5. 29. 03:05 

윤, 이종섭과 네차례 통화 파장
‘대통령’ 개입 의혹 국면 전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이 이는 주요 고비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총 네차례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아닌 ‘대통령’ 개입 의혹으로 국면이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 처리 과정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인 ‘사건 회수’ 당일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세차례나 전화했다는 점은 불법성 짙은 이 행위에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키운다. 입수된 이 장관 통화 내역에는 윤 대통령 외에도 대통령실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등장해, 당시 사건을 두고 긴박하게 돌아갔던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체 판단으로 이첩 보류 지시 등을 결정했다는 이 전 장관 주장의 신빙성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 언론브리핑 취소 및 이첩보류 지시…7월31일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면, 대통령실 관여 정황은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이 일었던 지난해 7월31일부터 드러난다. 이날 오전 11시께부터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날 무렵인 같은 날 오전 11시54분,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이 사용하는 ‘02-800’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이 통화 직후인 오전 11시57분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는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의 전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이첩을 보류하고 이날 낮 2시로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낮 2시20분께부터 5분가량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을 국방부 집무실로 불러 지시를 내렸다. 이 자리에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당시 정 부사령관이 메모한 기록을 보면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전화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첩 보류 지시 이후 이뤄져야 할 후속 조처를 논의한 흔적으로 보인다.
 
이 회의 직후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청사를 떠나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낮 2시56분께(공항으로 가던 중으로 추정) 이 전 장관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전화를 받는다. 통화는 11분 넘게 이어졌다. 해병대 부사령관 등과 했던 회의 내용을 임 전 비서관에게 자세히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 경찰로 이첩 뒤 사건 회수…8월2일
 
해병대수사단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채 상병 순직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지난해 8월2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날 해병대수사단이 경북청에 사건 이첩을 완료한 시각은 오전 11시50분께다. 이첩이 채 끝나기 전인 이날 오전 11시45분께 조태용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후 오전 11시49분부터 2분40초가량 둘 간 통화가 이뤄진다. 이날 낮 12시4분, 김 사령관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다. 이 통화에서 김 사령관이 당시 경찰 이첩 등 상황을 보고하고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첩이 완료되고, 그런 상황이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 이후 윤 대통령이 본격 등장한다. 윤 대통령은 낮 12시7분부터 자신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직접 이 전 장관에게 세차례 전화를 걸었다. 당시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은 ①낮 12시7분44초부터 12시11분49초까지 약 4분 동안 ②낮 12시43분16초부터 12시56분59초까지 약 13분 동안 ③낮 12시57분36초부터 12시58분28초까지 1분 못 미치게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차례 모두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통령의 첫 통화 이후 30여분 지난 이날 낮 12시45분에는 김 사령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지금부터 보직 해임이다. 많이 힘들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간대인 낮 12시40~50분 사이에는 국가수사본부 과장이 사건을 넘겨받은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첩했던 기록을 회수하고 싶다’는 군의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건 국수본 과장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과 통화를 한 뒤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낮 12시51분에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파견 해병대 대령이 김 사령관의 비서실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낮 12시7분 이후 1시간 사이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이 이뤄졌으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국가안보실이 동시에 움직였다는 뜻이다.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군이 다시 회수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통화 내역에 비춰보면, 이 모든 과정에 윤 대통령이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정 전날…8월8일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이던 지난해 8월8일에도 이 전 장관과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이 회수한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시키기로 결정하기 하루 전이다. 8일 아침 7시55분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3초가량 통화했다. 당시 국방부는 경찰에서 회수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던 중이었다.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과 조사본부가 모두 경찰에 해당하는 기관인데,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에서 사건을 재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자신들이 사건을 맡는 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9일 이 전 장관이 직접 박경훈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등을 불러 재검토를 맡으라고 지시했다. 결국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사건 재검토를 맡게 됐다. 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이 혐의를 적시했던 8명 중 하급자 2명은 제외했고, 임 전 사단장 등 4명은 범죄 혐의를 적시하지 않은 채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를 적시하는 거로 결론 냈다.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은 ①이첩 보류 및 혐의 적시 제외 ②경찰 이첩 사건 회수 ③최종 이첩 때 혐의자 축소 세 갈래로 나뉘는데 세차례 모두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이 전 장관을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적법하지 않은 자료에서 확인된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윤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겠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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