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그리고 무례한 이별
등록 :2022-07-19 18:18수정 :2022-07-19 20:08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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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의 한 보건소 건강센터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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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청장을 필두로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던 질병청 직원들과 의료진, 보건 실무자들은 부인할 수 없는 방역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초과사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초과사망자(기존 사망자 수 예측치에서 질병 대유행으로 늘어난 사망자) 수는 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6위였다. 반면 미국과 유럽 국가 등 대표 선진국들의 10만명당 초과사망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겼다. 초과사망자는 감염병 확산 억제력과 보건의료 체계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새 정부는 틈날 때마다 지난 정부 방역의 성과를 ‘정치방역’이라 폄훼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을 정치방역이라고 평가하며 “새 정부는 과학방역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백경란 신임 질병청장의 취임사 역시 ‘과학방역 범벅’이었다. 그렇게 과학방역은 단번에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방역·의료 대응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기대가 모이는 건 당연했다.
지난 13일 내놓은 방역대책은 요란한 빈 수레였다. 검사·격리 체계는 동일하고, 원스톱 의료기관을 통해 대면진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 역시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후 문재인 정부 방향성과 다를 바 없다. 50대 이상으로 4차 접종을 확대한다면서 ‘왜 50대까지인지’ 설명은 없고, 50대가 위험하다면서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에서 50대는 빠졌다. 새로운 게 있다면 발표자료 곳곳에 음영을 넣어 강조해놓은 ‘근거’들뿐이다. 따로 모아서 강조해놨지만, 중증화율, 팍스로비드 처방 효과, 오미크론 특성 등 기존 자료 재탕이다. 정부 대책에 새로운 데이터는 없고, 구문을 과학적으로 포장하려는 실무진의 고뇌만 담겼다.
나아가 질병청은 과학방역 대신 ‘과학적 코로나 위기관리’라고 써달라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할 때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집단지성으로 결론을 내면, 그것도 하나의 과학적 근거라고 의학에서는 간주한다.” 윤석열 정부 방역정책 자문기구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정기석 위원장도 ‘과학방역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절부절못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정밀 타깃형’ 정책을 내놨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 당시 요양시설·병원 등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던 이유를 분석하고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선 현장에선 요양보호사 1명이 손 씻을 시간도 없이 여러 환자를 돌봐야 했던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5월 우리는 그렇게 이별해선 안 되는 거였다. 새로운 출발은 과거의 연인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다. ‘그래도 내가 낫지 않냐’는 찌질한 변명은 옛 연인만 계속 떠올리게 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우고 싶다면, 정책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의 이별 방식은 틀렸다.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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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와의 2년 4개월 싸움…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이임
2020년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2년 4개월 동안 이른바 'K-방역'을 이끌어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정은경 청장은 임기를 마치며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돼 큰 보람이고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정 청장은 오늘(1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기회를 드릴 테니 마지막 소회를 말씀해보시라'고 하자 이같이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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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어려운 건 불확실성이었다"며 "불확실성이 많아 정책 결정에 어려움도 한계도 많았지만, 상임위에서 법률·예산·정책 지원을 많이 해줘서 코로나19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 유행이 진행 중이어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방역당국이 옳은 방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격려를 부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정치 방역 아닌 과학 방역했다"
정 청장은 오늘(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지난 2년간 정치 방역을 했냐'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질문에는 "과학 방역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백신이나 치료제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학 방역과 정치 방역으로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방역과 새 정부의 방역 간 과학적인 근거 차이가 있는지 국민이 궁금해한다'고 신 의원이 다시 질문하자, 정 청장은 "유행 초기에는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아 과학적 근거가 낮았다"며 "현재는 알려진 근거가 많아 체계적으로 방역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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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감을 시간도 아끼겠다"…코로나19 극복의 상징
정 청장은 1995년부터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에 들어온 뒤 28년간 방역 현장에서 헌신했습니다.
2017년 7월부터는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방역 수장의 역할을 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뒤에는 초대 청장이 돼 코로나19에 맞서 싸웠습니다.
특히, 정 청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일화나,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흰 머리카락, 닳아버린 구두 등은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정 청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질병관리청장에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백 교수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추천으로 인수위에 참여해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새 정부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설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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