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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자 취득 시 1억 4천만 원 내야

by 무궁화9719 2025. 9. 25.

"날벼락 같아"…트럼프 H-1B '비용 폭탄'에 韓유학생 피눈물

CBS노컷뉴스 송선교 기자,CBS노컷뉴스 김지은 기자2025. 9. 24. 05:03

비자 비용 100배 인상에 '10만 달러' 한화 1억 4천만 원
美 체류 계획하던 유학생 등 4만여 명 '비상'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밖에…취업 막막"
"美 시민권자와 결혼이라도 해야 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인 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한화 약 1억 4천만 원)로 100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한인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미국에 체류하며 취업하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흔하게 통용되는 H-1B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취득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현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득 시 1억 4천만 원 내야…"날벼락 같은 뉴스"

연합뉴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H-1B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같은 날 포고문 서명식에서 "회사는 정부에 10만 달러를 지급할 만큼 외국인 피고용자에게 가치가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을 위해 가치 있는 사람만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로 미국 기업들은 앞으로 한인 유학생 등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비자 비용으로만 1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실상 외국인들의 취업을 막아버린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 현지 한인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디자인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 장혁진(29, 가명)씨는 "날벼락 같은 뉴스가 나왔다"며 "12월 졸업 예정이라 당장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AI의 성장으로 인해 취업 시장 자체도 비관적이었는데, H-1B 비자 때문에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장씨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장씨처럼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엔지니어링(Engineering)·수학(Math), 이른바 'STEM' 전공자들에게는 유학생 비자를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취업에 앞서 인턴십 경험을 하기도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근데 이번에 H-1B 수수료 인상 발표로 인해 취업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주변에서도 다들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박예인(26, 가명)씨는 지난 3월 H-1B 취득자로 선정됐다.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뻤던 그의 마음은 이번 수수료 인상 발표로 한순간에 덜컥 내려앉았다고 한다. 박씨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기한이 올해가 마지막이어서 정말 간절했었다"며 "며칠 뒤 10월 1일부터 비자가 발급되기로 예정돼 있는데, 10만 달러 얘기를 듣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당첨된 사람은 수수료 인상 방침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면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 또 언제 지침이 변경될지 모른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변칙적인 정책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H-1B는 (취득자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비자인데, 앞으로는 미국 회사들이 H-1B를 보유한 외국인들을 채용하는 일에 주저할까 봐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한인들을 위해 10만 달러씩 수수료를 내줄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뻔하기 때문에 채용 역시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이다.
 
이처럼 H-1B 비자 수수료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다. 인상된 수수료 10만 달러는 모두 기업에서 부담해야 하기에 해외 인재를 영입하며 성장해 온 미국 기업들도 동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유명 IT 기업들은 지난 19일 트럼프 행정부의 수수료 인상 발표 직후 외국인 직원들에게 해외로 나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해외에 있는 직원들도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기업별 H-1B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직원 수는 아마존 1만 44명, 마이크로소프트 5189명, 구글 4181명이다. 

韓유학생 4만 3129명 '패닉'…"다른 비자는 조건 까다로워"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H-1B 비자는 미국에서 취업해 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 필수적인 비자로 통용된다. 미국에 체류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지만, 특별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 H-1B를 받는 것이 미국에 오래 체류하는 정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 3년에 3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어, 6년간 시민권이나 영주권 취득을 준비하는 등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대부분 H-1B 취득이 시민권과 영주권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도 H-1B를 보유한 외국인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H-1B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매년 진행되는 추첨에 당첨돼야 한다. 신규 발급 건수는 매년 8만 5천 건으로 한정돼 있다. 회계연도 기준 다음 해 발급 대상을 결정하는 지난 3월 추첨에서는 34만여 명이 지원해 약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2023년 이뤄진 추첨에는 무려 75만 8천여 명이 지원해 약 9대 1의 경쟁률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매년 정해진 선발 인원보다 지원자 수가 많아 H-1B 비자는 한인들 사이 '로또'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수수료 100배 인상으로 상황이 변했다. 장씨처럼 H-1B 수수료 인상으로 미래에 영향을 받을 한국인 유학생들은 수만 명에 달한다. 미국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2023~2024년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 수는 4만 3129명이다. 그리고 미국 이민국(USCIS)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H-1B 발급 건수(신규·연장·변경 포함)는 3983건이다. H-1B 보유자들도 불확실한 비자 정책에 속을 태우고 있다.
 
장씨는 "H-1B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 다른 쪽의 비자들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다른 비자들은 (발급) 기준이 좀 까다롭기 때문에 다른 비자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H-1B를 취득 못 하면 대기업들은 영국 지사나 캐나다 지사로 파견을 보내주기도 한다는데, 이는 해외에 지사를 두고 있을 만큼 큰 기업들에 취직해야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와 결혼이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이걸 대안이라고 떠올리는 것도 우습다"고 말했다.

"개인이 대응할 수 없는 문제…인재 끌어올 기회"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는 "지금처럼 유학생들이 곤란해졌을 때 다른 대안이 생기면 그쪽을 선택하기 쉽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매력도는 약화된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에 건너가는 전문 인력들,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개인과 기업의 선호도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유학생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책이 없어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정책에서 비롯된 문제라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겠냐"며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상 언제 또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그사이에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 다른 국가에 직업을 알아보는 대안을 찾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는 오히려 한국이 적극적으로 인재들을 불러들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첨단 산업의 기술 인력들이 많이 빠져나갔는데,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의 우수 인력들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와 인재 풀을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40년 전 일본 때리기보다 더 거칠어진 한국 때리기

 
  • 국제
  • 입력 2025.09.23 18:30
  • 수정 2025.09.24 20:48

트럼프 '마라라고 구상'은 '제2 플라자 합의'
천문학적 무역·재정적자를 동맹국에 덤터기
안보지원조차 돈으로 환산, 사실상의 협박
G5 경제사정 약해지며 한국때리기로 선회

1985년 서방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모여 '플라자 합의'를 결정한 뉴욕의 플라자 호텔. 아사히신문 9월 22일
 

22일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는 그날을 일본 언론들은 잊지 않았다. 40년 전 그날 뉴욕 센트럴 파크를 내려다보는 플라자 호텔에 모인 G5(미국, 일본, 독일[서독],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주요 5개국) 재무장관들은 당시 강세였던 미국 달러 시세를 끌어내리기 위해 일본 등 나머지 나라들이 보유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환율 조작 국제협조에 합의했다. 주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던 일본과 독일을 겨냥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플라자 합의 뒤 일본은 5%였던 정책금리를 2%(1987년 2월)까지 내렸다. 이처럼 G5가 동시에 달러 풀기 환율 개입에 나선 뒤 3개월만인 1985년 말 1달러=240엔대였던 엔 시세가 200엔대로 뛰었고, 그 다음해 중반에는 150엔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엔 시세는 플라자 합의 뒤 단기간에 2배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그럼에도 일본의 수출이 당장 급감한 건 아니었지만 급속도의 엔 강세로 인한 자금 경색과 내수 부진을 풀기 위해 일본 정부는 금리를 대폭 내렸다. 아베 신조 정권 때의 마이너스 금리까지 이어지는 그 금융(양적)완화는 투기 과열, 거품 경제로 귀결됐다. 1990년대 초에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의 기나긴 불황터널로 빨려들어 갔다.

 

플라자 합의 뒤 미국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 시세의 변화 추이. 1970년 1달러=350엔이었던 엔 시세는 1985년 플라자 합의(검은 점선)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1달러=100엔 가까운 강세를 유지했다.. 아사히신문 9월 22일
 

미국이 기획한 그 플라자 합의의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미국이 다급했던 ‘쌍둥이 적자’를 줄이는데는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 미국은 일단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미국이 저질러 놓은 금융, 경제정책 미스로 미국경제가 떠안게 된 짐을 다른 주요국들에게 전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스티븐 미런 FRB 신임 이사.  KSAT.com
 

트럼프의 제2 플라자 합의 ‘마라라고 구상’

 

그 40년 뒤인 지금, 미국은 다시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24년도 미국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9184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도 7월 한 달의 무역적자가 783억 달러로 6월보다 32.5%(192억 달러) 늘었다. 2024년 재정적자는 약 1조 8300억 달러였고, 2025 회계연도에는 더 늘어 누적 적자가 22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재정적자에 대한 이자로 나가는 돈만 연간 1조 달러가 넘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들어간 그의 책사 스티븐 미런 당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율과 채권, 안보, 무역(관세)정책을 패키지로 한 대책을 입안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애미 마라라고 저택에서 조정된 그 대책은 ‘마라라고 구상’으로 알려졌다. ‘제2의 플라자 합의’로도 알려진 마라라고 구상은 제1 플라자 합의 때와 비슷한 문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짜낸 방안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타원형 사무실에서 골드 카드 비자에 대한 서명된 행정 명령을 보여주고 있다. 2025.9.19. 로이터 연합뉴스
 

관세협상 아닌 사실상의 협박, 한국도 주요대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40년 전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긴 해도 지금은 미국과 세계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마라라고 구상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선지 지금 트럼프 정권은 특히 4가지 요소 중에서 관세와 안보를 무기 삼아 동맹국들을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협박하면서 자신들 요구를 수용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 주요 협박 대상에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40년 전과는 다른 점이다. 없었거나 거의 없었던 관세를 15% 이상은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 상품을 대량 구입하고 5500억 달러, 3500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돈을 미국정부 처분에 맡기라는 트럼프 정권은 그것을 협상이라고 부른다. 특이하게도 제1 플라자 합의가 주로 일본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제2 플라자 합의는 한일 두 나라를 한묶음으로 엮어 겨냥하고 있다. 어쨌든 제1 플라자 합의 40년 뒤 한국이 협조든 협박이든 미국이 자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끌어들여야 하는 G5, G7급 주요 대상국이 돼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인 서방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 중앙이 제임스 베이커 미국 재무장관, 맨 오른쪽이 다케시타 노보루 일본 대장상.  나무위키
 

40여년 전 미국서 유행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40년 전은 동서 냉전시기였고, 서방의 G5나 G7의 경제력도 압도적이어서 협상을 통한 상호양보와 결속이 가능한 시기였다. 그때도 미국은 환율과 관세를 만지작거리면서 여차하면 보호무역주의 관세전쟁을 벌이겠다는 강경책을 검토하고 있었다. 서방 동맹국들이 당시 플라자 합의에 동의한 것은 언제 터져나올지 모를 미국의 그런 폭주를 사전에 막기 위한 바람 구멍 내지 가스 빼내기 차원의 협조였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해서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이 고안해낸 방식은 달러 시세(가치)를 상대적으로 낮춰 미국 수출과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플라자 합의 전인 1980년대 상반기에 미국에선 인플레(물가 상승)가 진행 중이었다. 이를 억누르기 위해 당시 폴 볼커 FRB 의장은 금리 인상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가 달러 강세였다.

 

지난 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민주당 집권 연장에 실패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도 물가고(인플레)였다. 고용이나 성장 등의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았으나 뛰는 물가 때문에 바이든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들 평가는 좋지 않았고, 트럼프 쪽은 그것을 파고들었다. 재집권 뒤 트럼프가 인플레를 걱정하는 제롬 파월 FRB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압박하는 것은 인플레 위험에도 불구하고 40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정권이 플라자 합의를 기획했던 것과 같은 이유, 즉 미국 제조업 부활과 수출 증대를 위해서다.

 

달러 강세 기조를 바꾸려면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당시 일본은 GDP(국내총생산)이 세계 전체GDP의 10%가 넘을 정도로 잘 나가던 나라였다. 일본 자동차와 가전제품, 반도체가 세계를 휩쓸었다. 미국 대외 무역적자의 3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에즈라 보걸의 책 이름인 ‘재팬 애즈 넘버원’(Japan as Number One. 세계 최고 일본)이란 말이 유행했다.

 

그런 시기에 G5가 미국의 플라자 합의 구상에 협조했다고 하지만 일본이 순순히 따랐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일본에 비관세장벽을 없애라며 미국산 수입할당제 같은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했고, 미국 시민들이 도요타나 닛산 자동차를 길거리에 세워 놓고 두들겨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성격까지 밴 ‘재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때리기)이 미국사회를 풍미했다.

 

더 거칠어진 지금의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

 

그 40년 뒤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미국의 그런 강압적인 행태는 한층 더 강도가 세졌다. 조지아 주 서배너 인근의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한국인 기술자 3백여 명을 군사작전 벌이듯 기습해 폭력적으로 체포 구금한 사태가 그것을 상징한다.

 

4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일본의 가전과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겨냥했던 미국의 압박은 그 상당부분을 대체한 한국과 중국 쪽을 향하고 있고, ‘주적’으로 설정한 중국보다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압박과 ‘무례’가 훨씬 더 모욕적이고 노골적이다. 40년 전의 ‘일본 때리기’와 같은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라고 할까.

 

달랐던 일본과 독일의 대응

 

제1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기업들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거점을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이전했다. 그 결과 일본 국내산업이 공동화하는 바람에, ‘아베노믹스’로 금리를 낮춰 무제한 돈을 풀었지만 수출은 별로 늘지 않았다. GDP의 250%가 넘는 재정적자와 엔 약세 속에 임금과 소비는 수십년 간 제자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가 치솟아 실질임금은 내려갔다.

 

독일의 경우 플라자 합의 뒤 마르크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불리해지자 공동통화 유로를 창설해 역내 환율을 안정시키고, 자동차와 의약품을 비롯한 부가가치 높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응했다. 앙겔라 메르켈 정권 때 그렇게 해서 일본식 ‘잃어버린 세월’을 피해갔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마라라고 리조트 내의 트럼프 별장.  나무위키
 

실현 가능성 없는 제2 플라자 합의

 

일본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1 플라자 합의와 달리 제2 플라자 합의, 즉 마라라고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면서 3가지 요소를 그 이유로 들었다.

 

첫째, 외환시장 하루 거래량이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10배 이상) 정부나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당시의 서방 G5와 같은 국제적인 협력체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협조체제에 지극히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그것을 파괴하고 있다. 40년 전에 미국은 자신이 저지른 정책 미스 때문에 생긴 짐을 서방의 다른 동맹국들에 떠넘겼지만, 한편으로는 냉전의 한 축을 이끌었던 중심국으로서 휘하 서방 주요국들의 이익도 일정부분 보장해 주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지 오래인 지금 미국 제일주의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정권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동맹국의 안보 지원조차 돈으로 환산되는 분명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찾기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에겐 전통적인 동맹전략의 개념조차 없어 보인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들의 경제사정도 좋지 않다.

 

세 번째는 일본경제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아사히> 4월 23일)한때 세계 GDP의 15%까지 차지했던 일본의 GDP는 지금은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트럼프 정권의 마라라고 구상이 한국과 일본을 한묶음으로 엮어 관세 및 투자 공세를 펼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이런 일본의 약체화를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달리 말하면 한국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상대적 쇠퇴는 그들이 거의 독점적으로 분점해 왔던 글로벌 차원의 부(생산)가 한때 그들의 지배를 받고 수탈을 당했던 그 나머지 국가들의 성장과 함께 분산되면서 G5 등으로 불렸던 그들의 몫이 상대적,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 등 서방 부국들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자국 기업들을 개도국, 신흥국에 재배치함으로써 손실분을 만회했으나, 더는 자본주의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는 뉴프런티어(새 개척지)를 찾을 수 없는 행성적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을까. 트럼피즘의 MAGA는 그 한계를 일국 차원에서 돌파하려는 가망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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