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탄압하던 경찰 사복체포조 강경대 치사 사건, 시신 탈취 사건 중심 "강력한 수단" 필요하다며 백골단 차용
노태우 정권 당시 백골단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험했던 시절 시민들을 때려잡던 '듣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폭력집단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하겠다"고 나선 '반공청년단'의 기자회견을 본 한 누리꾼의 반응이다. 흰색 헬멧을 쓰고 출범 회견을 연 이들은 "반공청년단 예하 조직으로 '백골단'을 두고, 자경단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들 중 하나라도 진짜 백골단들과 대치를 해보고, 그 시절의 공포를 몸으로 느껴봤다면 절대 장난으로도 저런 짓 못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과 단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관저 사수 시위를 벌인 이들은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이라며 "윤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민주화운동 진압하던 경찰 사복체포조
노태우 정권 당시 백골단이 길을 지나는 시민들을 붙잡고 가방을 검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골단은 1980~199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악명 높았던 경찰 사복체포조를 일컫는다. 이들은시위 현장에 주로 하얀색 헬멧을 쓰고 청바지와 청재킷, 짧은 곤봉, 소형 방패 차림으로 나타났다. 백골단은 집회와 시위, 농성 현장에서 곤봉을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주동자를 체포하거나 시위대의 전열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백골단이 차량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을 붙잡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경대 사망 사건과 박창수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시신 탈취사건이다.
명지대생들이 1991년 4월 26일 오후 진압경찰에게 폭행당해 쓰러진 강경대를 학교 내 보건소로 옮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태우 정권 당시인1991년 4월 26일 명지대 경제학과 1학년생 강경대가 등록금 인하, 학원 자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경대를 사망케 한 이들은서울시경 기동대 소속 전경 5명이었다. 이들은 쇠파이프에 맞아 쓰러진 강경대를 길거리에 버리고 철수, 사망케 했다.
강경대를 때려 숨지게 한 경찰들이 1991년 4월 26일 밤 구속돼 영등포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경대의 죽음은 1987년 6월 항쟁을 정점으로 치닫게 한 이한열의 죽음과 비견될 정도로 대학가와 재야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5월까지 대학생과 시민들의 분신 자살이 끊이지 않는 '분신 정국'으로 이어졌다.
서울 시내 대학생 8,000여 명이 1991년 4월 27일 연세대 도서관 앞 광장에서 열린 연합규탄대회에서 강경대 폭행치사사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골단은영안실 벽에 구멍을 뚫고 시신을 탈취하는 폭력적이고 패륜적인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강경대의 죽음으로 비롯된 전국의 동시다발적인 집회가 이어지던 1991년 5월 대우조선 파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던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 의문사했다. 사망 당시 젊은 남성들이 박 위원장을 방문한 점 등을 들어 안기부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1991년 5월 사망한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백골단을 앞세운 경찰은 부검을 하기도 전에 박 위원장이 안치된 안양병원 영안실로 쳐들어가한진중공업 노조원들과 충돌했다. 영안실 입구에 최루탄을 난사하며 진입한 백골단은 아예 콘크리트벽을 뚫고 영안실에 난입해 시신을 강제 탈취해 갔다.
백골단이 차량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을 붙잡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력한 수단" 필요해 '백골단' 차용했다는 반공청년단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단원들이 헬멧을 들고 있다. 뉴스1
반공청년단은 이날 회견에서 "악명 높은 백골단이라는 명칭을 굳이 붙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지금은 입법 폭거, 힘센 사람이 이기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됐기 때문에, 대민을 지킬 수 있는 시민조직이나 정치 세력은 반드시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지금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며 "그렇기에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백골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991년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 사건 규탄 집회에 참석한 학생을 경찰 체포조가 연행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독재정권의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백골단’을 자처한 극우 청년조직을 국회에 대동하고 12·3 내란사태 비호에 나선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스스로를 ‘반공청년단’이라고 칭한 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김 의원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반공청년단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구성됐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은 이날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백골단. 한겨레 자료사진
문제는 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백골단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데 있다. 백골단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체포했던 사복 경찰 부대를 일컫는 별칭이다. 제복 대신 사복을 입고 하얀 헬멧을 썼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1991년 4월26일 학원 자주화 투쟁에 참여한 명지대 경제학과 1학년 강경대 열사가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면서 당시 노태우 정권을 향한 국민적 항거의 도화선이 된 바 있다.
반공청년단이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면서 독재정권을 폭력으로 옹위한 공권력의 이름을 빌려 민주 질서를 부정하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의 백골단이 그랬듯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반공청년단 소속 청년들 역시 하얀 헬멧을 쓰고 있었다. 김 단장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를 하는 것은 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백골단을 운영하는 반공청년단 역시 1960년 자유당이 이승만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3·15 부정선거를 획책하며 전국의 폭력조직을 규합해 만든 선거전위대와 이름이 같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반공청년단’을 소개하고 있다. 케이엔엔(KNN) 유튜브 영상 갈무리
누리꾼들의 비판은 거리에 머물던 극우 조직에 집권 여당 정치인이 정치적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데 집중됐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불법 폭력단체로 규정해야 마땅한데, (김 의원이) 국회로 진출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진짜 미친 것 같다. 국민의힘에서 정식으로 인정하고 창설해 준 (꼴)”이라며 “민주주의에 반하는 이런 깡패집단이 2025년도에 창설됐다니”라고 한탄했다. “계엄령에 백골단까지 한국이 세계 최초로 타임머신을 만든 듯”이라며 비꼬는 반응도 나왔다.
김 의원이 백골단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엑스에 “김민전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백골단으로부터 당한 폭력이 신체장애로, 혹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분들이 적지 않을 터(인데) 축구 선수조차 나치 경례를 하면 징계를 받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이럴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12·3 내란사태 이후 윤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행보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 열린 윤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석해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선다. 이것이 바로 탄핵의 본질”이라는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자격 없다" 비판 쏟아지자 "기자회견 철회" "정확한 정보와 배경 파악 못한 채 회견 주최한 것 사과"
기자회견하는 백골단. KNN 캡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회를 반대하는 2030 청년들이 이른바 '백골단'을 자처하며 국회에서 9일 기자회견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자 집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금일 진행된 기자회견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회견 이후 다수의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집회가 조직화되지 않기를 원하며, '반공청년단'이라는 명칭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백골단'이라는 명칭 역시 좌파에 명분을 줄 수 있는 표현이라며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의사를 수용해 기자회견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수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의 입장을 제대로 읽지 못함은 물론, 기자회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하얀 헬멧을 쓰고 윤석열 대통령 관저 사수 집회를 벌였던 이른바 '반공청년단'을 국회로 불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법적인 대통령 체포 시도를 막기 위해 조직됐다"며 "백골단은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골단은 과거 폭력으로 시민을 제압했던 경찰부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민주주의 후퇴의 상징으로 쓰인다. 이들이 기자회견 당시 쓰고 나온 흰색 헬멧도, 백골단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야권에선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백골단을 옹호하는 교육위 위원이라니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라며 "백골단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백골단이라는 이름 앞에 치를 떨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백골단이 자행한 테러 속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며 완성되어 왔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라며 "국힘은 김민전 의원을 즉각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공당인 국민의힘의 (사회적) 책임은 막중하다"며 "국힘은 이러한 반민주적 시도가 있다는 의혹을 방조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사법당국은 정치깡패(백골단) 조직화에 대해 신속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로 활동하는 단체를 국회 기자회견장에 데려와 홍보해준단 말이냐"며 "백골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의 용어인지 정말 모르냐"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분변 못 가리는 정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스펙트럼 차이가 있다. 그 지점에 대해 겸허히 인정드린다"고 했다.
과거 폭력 사태 주도 '백골단' 자처 청년들 국회로 데려와 2030 남성 청년 주축…尹 체포 막겠다 관저 농성 소위 반공청년단 "대한민국 지키기 위해 강력한 수단 동원해야" 이준석 "소신 따르는 김상욱은 나가라, 김민전은 옹호하나" 박수민 "백골단 단어만 가지고 어떤 분인지 판단 성급"
반공청년단 김정현 대표 페이스북 캡처
하얀 헬멧을 쓰고 윤석열 대통령 관저 사수 집회를 벌였던 반공청년단이 9일 국회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백골단'을 자처했다. 백골단은 과거 폭력으로 시민을 제압했던 경찰부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해당 기자회견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주최했는데, '적절한 행동으로 평가하나'는 질문에 국민의힘은 "의원들 간에 약간의 스펙트럼 차이가 있다"며 사실상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공청년단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법적인 대통령 체포 시도를 막기 위해 조직됐다"며 "백골단은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공청년단 김정현 대표는 "대한민국은 법치가 무너지고, 헌법 가치를 근거로 민주적 절차를 따르는 게 아니라 목소리 큰 사람, 약육강식 세계가 됐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하고,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백골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특공대의 무리한 윤 대통령 체포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 소개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장 앞에 선 여섯 명의 청년들은 백골단의 상징인 하얀 헬멧을 머리에 썼다.
한겨레TV 방송화면 캡처
백골단은 이승만 정부 시절 당시 자유당이 조직한 정치깡패 집단 명칭이다. 자유당 정권은 이들을 동원해 관제데모를 일으켰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기도 했다.
또 백골단은 1980~1990년대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던 경찰 부대를 일컫기도 했는데, 청자켓에 청바지 차림의 이들은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연행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를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마저 "백골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의 용어인지 정말 모르느냐"라며 "이건 분변을 못 가리는 정치'라고 맹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국민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몽니로 경찰과 대통령 경호처 등 공권력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 국민들 사이의 대립이 격화할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김민전 의원은 여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로 활동하는 단체를 국회 기자회견장에 데리고 와서 그들을 홍보해준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는 김상욱 의원은 나가라고 등 떠밀면서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김민전 의원은 옹호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당내에서 의원들간 스펙트럼 차이가 분명히 있다"며 "아직 당 공식 차원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백골단 청년이 나타난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백골단 단어만 가지고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어떤 마음인지 성급하지 않나 생각된다. 조금 더 관찰하고 숙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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