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대한민국에 낙관주의가 가득 찬 날
우리 역사 앞으로 밀어온 국민의 힘을 믿자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엿새 전, 제 페이스북에 ‘단기적 비관주의, 장기적 낙관주의’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접했던 한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착안한 글이었습니다. 아마도 2008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에 맞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이야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그는 1967년 작전 중 격추되어 5년6개월이나 포로생활을 했습니다.
그 때, 매케인 상원의원 외에도 많은 미군 조종사들이 포로 생활을 했는데 그중에서 “이번 추수감사절 때 석방되겠지” “크리스마스 땐 석방되겠지" 단기적인 희망을 품었던 이들은 혹독한 포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희망과 실망이 반복되면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나머지 육체마저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반면 “이 전쟁이 언젠가는 끝나지 않겠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은 없어. 그때까지 잘 버티면 되는 거야"라며 느긋하게 생각하던 이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오래 살아남아 전쟁의 끝을 보았다고 합니다. 매케인 상원의원도 군에 복귀해 1981년 대령으로 예편하고 정계에 투신한 후 대통령 후보가 될 정도로 거물이 됐습니다. 모가 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정치인으로 알려졌습니다.

탄핵소추 표결 불성립의 괴로움 이겨내게 한 낙관주의
제가 페북에 그런 글을 쓴 날은 국회에서 국힘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윤석열 탄핵소추안 의결이 불성립된 날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마찬가지였겠지만 저에게도 순식간에 암울한 절망감이 엄습해 오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꽉 막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윤석열에 대한 분노 이상으로 국힘당 의원들이 미웠습니다. 120년 전에도 저런 작자들이 나라를 팔아먹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지금도 85+8+3명의 악당들에게 똑같은 분노를 느낍니다.)
그러나 금방 낙관을 회복했습니다. 비정상이 오래 갈 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일주일 후에 또 탄핵소추를 위한 표결이 이루어 질 것이고, 안 되면 그 일주일 후에 또 표결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언젠가는 될 것이다”라는 장기적 낙관주의로 단기적인 비관주의를 극복해 나아가자는 다짐을 한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다 그랬을 리는 없겠지만 저는 그런 장기적 낙관주의로 70년대의 유신독재, 80년대의 전두환 군사독재를 겪어냈습니다. 계엄, 위수령, 긴급조치, 고문, 납치, 광주학살, 3당합당 등등을 겪어냈고 사기꾼 이명박, 무능한 백치 박근혜도 대통령으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구속과 해직을 당했지만 장기적 낙관주의로 이겨냈습니다. 듣기로 그런 장기적 낙관주의가 부족한 이들이, 마치 단기적으로 석방을 희망했다가 실망하고 좌절했던 미군 조종사들처럼, 단기적인 고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김문수처럼 변절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역사에 괴롭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었나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강제로 사람들을 끌어가고 고문하고 수탈하던 식민지 시대, 멀쩡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마구 죽이던 해방 후 혼란기, 동족끼리 서로 죽이고 죽였던 6.25전쟁 때는 더 암울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역사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에는 ‘눈 떠보니 선진국’이란 말이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험난한 역경을 이겨내면서 눈부시게 발전해 왔습니다. 온전히 위대한 우리 국민의 힘입니다. 그 국민의 힘이 오늘 다시 발휘돼, 잠시 멈춰 섰던 대한민국을 앞으로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를 놀라게 하고 화나게 하고 절망에 빠트릴 일들이 얼마든지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낙관주의로 무장해야 합니다. 나와 우리와 우리 곁에 있는 모두의 힘으로 반드시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만은 우리 모두가 낙관주의로 가득찬 날로 만듭시다.
오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심난한 상황에서 한 페친이 “오늘은 하루 종일 이 노래를 듣겠다”며 올린 노래 가사가 새삼 가슴을 울렸습니다. 얼마 전 작고한 김민기 선생의 곡입니다.
<내 나라 내 겨레>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훤히 비치나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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