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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광복절 79주년] “피로 쓰인 역사, 혀로 못 덮어”

by 무궁화9719 2024. 8. 15.

광복회 기념식 ‘윤석열 퇴진’ 분출…“피로 쓰인 역사, 혀로 못 덮어”

윤 ‘뉴라이트 인사’ 반발 정부 경축식 불참
“저열한 역사의식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 수정 2024-08-15 19:47
  • 등록 2024-08-15 10:58
제79주년 8·15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기념사하고 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덮을 순 없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말에 ‘국민을 위하는 후손이 되겠습니다’라고 적힌 소책자를 든 독립운동단체 회원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울렸다.
 
광복회를 비롯해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꾸린 독립운동단체연합은 15일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별도의 광복 79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뉴라이트 의혹 인사의 잇따른 역사 유관 단체장 임명에 반발하며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애초 야당의 참여는 거부하기로 했지만, 독립운동가 후손인 박찬대, 박홍근,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복소득당 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이 자리에서 광복회만의 행사로 치르고 있다”며 “진실에 대한 왜곡과 저열한 역사의식이 판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뉴라이트 쪽의 건국절 주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건국절을 만들면 모든 것은 이승만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씌워주는 것 단 하나로 우리는 실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며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돼 일제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무의미하고 허망하게 되고 만다”고 호소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한다”며 “보수의 진정한 출발은 진실된 역사에 굳건히 발 들이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기념식 중에는 ‘윤석열 타도’ 구호가 나오는 등 윤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대한 반감도 가감 없이 터져나왔다.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이 “(국민 통합이 아닌) 찢어지고 부서지고 깨어진 현실의 책임을 광복회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누가 김광동(진실화해위원장)을,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을, 김낙년(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을 임명했습니까”라고 외치자, 청중석에서 “윤석열” “윤석열 타도”라는 외침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어 김 단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친일 편향의 국정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하라.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하자 독립운동 단체 회원들은 “옳소”라고 화답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십시오"

선대식2024. 8. 15. 13:03
 
[현장]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 백범기념관에서 광복절 기념식 개최

[선대식, 유성호 기자]

 

  이종찬 광복회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광복회, 56개 독립유공단체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역사어린이합창단의 <독립군가>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유성호
결국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의 광복절 기념식이 따로 열렸다. 광복회를 비롯해 독립운동단체 56곳이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마련한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15일 오전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은 독립운동단체 회원들로 가득 찼다.
 
광복회는 정치권 인사를 초청하지 않기로 했지만, 임시정부 수반인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 외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조국혁신당)·용혜인(국민소득당) 대표를 비롯한 많은 야권 국회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 판쳐"
 
  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광복회, 56개 독립유공단체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을 위하는 후손이 되겠습니다’라고 적힌 행사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https://tv.kakao.com/v/448840141

                      ▲ 이종찬 광복회장 "역사는 권력의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 ⓒ 유성호

 

이종찬 광복회장은 광복절 기념사 머리말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종찬 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비롯한 친일 논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한 나라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가의 기조가 흔들린다.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준엄하게 경고한다.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근간을 왜곡하는 일에는 반드시 단죄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건국절 논란을 두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건국절인가. 건국절을 만들면 얻는 것은 단 하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면류관을 씌어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실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바로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 나라가 없었다 한다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모두 무의미하고 허망한 일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도, 일제 강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일본에 대해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힘을 잃게 된다."

그는 3.1절, 임시정부 수립일(4월 11일), 광복절·대한민국 정부 수립일(8월 15일)을 언급하면서 "어디에도 나라가 새로 세워졌다는 건국절이 설 자리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종찬 회장은 남북 통일을 강조하면서 "그것은 79년 전 선열들이 꿈꾸었던 자주독립의 미완성을 비로소 후대인 우리가 완결하는 일이며, 한민족의 평화로운 번영의 기틀을 영구히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이 축사를 했는데, 더 강한 어조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광복절 기념식마저도 이렇게 쪼개져 찢어지고 흩어져 거행되고 있다. 대통령은 그 책임을 광복회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누가 이배용(국가교육위원장)을, 누가 김광동(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누가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을, 누가 김낙년(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누가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을 임명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에 먹고 살기 힘든 국민에게 무슨 도움 되냐고 했다. 이것도 똑같이 되묻겠다. 누가 건국절 논쟁을 야기시켰느냐"면서 "지금까지 친일 편향의 국정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해달라. 그것이 후손들과 국민 모두가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십시오"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기념식이 끝난 후에는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이 '1948년 건국절은 식민지배 합법화'라는 주제로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 민주당,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대한독립만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 앞에서 친일반민족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을 발표한 뒤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대통령 우리편 아닌 거 같아” “할아버지가 지하서 원통해하실 듯”

[인터뷰] 독립투사·강제동원 피해자 후손
“역대급 오염된 광복절…제2 독립운동이라도”

“보수정권, 전엔 국민 눈치는 봤는데…선 넘어”

기자고나린
  • 수정 2024-08-15 08:46
  • 등록 2024-08-15 05:00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이 지난 13일 광화문광장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할아버지가 ‘이놈들아, 내가 이 꼴 보려고 목숨 바쳐 독립운동했느냐’며 지하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하며 눈물 흘리실 것 같아요.”(지청천 장군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억울하다. 나라 없이 억울하게 끌려가 일했는데, 나라가 있는데도 대통령이 있는데도 억울하다’ 아버지라면 이렇게 말씀하셨겠죠.”(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정창희 어르신 장남 정종건씨)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는, 79번째 광복절을 둘러싼 살풍경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한겨레는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과 일제 강제동원·원폭 피해자 고 정창희(2012년 사망)씨 장남 정종건씨를 만났다. 일제 시대 투사와 피해자의 자손은 뜨거운 볕이 쏟아지는 2024년 여름 거리에서 1인 시위, 기자회견을 벌이며, ‘우리 정부’와 싸우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흉상 철거 논란부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배상 제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친일 의혹 인사의 전면 배치에 이르기까지. 참담한 심정으로 거리에 나서야 했던 순간을 곱씹으며 이들은 “역대급으로 오염된 광복절”이라고 낙담했다. 그리고 “제2의 독립운동이라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외할아버지 흉상 철거 추진 소식을 듣고

이준식 전 관장은 광복군을 이끌며 항일 투쟁을 벌인 외할아버지와 여성 광복군으로 활약해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린 어머니 지복영 선생을 보며 자연스레 독립운동사 연구에 뛰어들었다. 13일 오전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겨레와 만난 그는 “(정부의 친일 행보로) 이렇게 오염된 광복절이 있었나 싶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전 독립기념관장으로서, 독립운동사 연구자로서 참담한 마음이 들어 돌아가신 선생님들을 뵐 낯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외할아버지 지청천 장군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뒤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신흥무관학교 교장으로 독립군을 양성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을 맡아 항일투쟁을 이어갔다. 지난해 8월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관련 이력 등을 문제 삼아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독립군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 철거를 추진했다. “소식을 들은 밤 분하고 부끄러워 잠을 못 이뤘습니다. 그 분들의 흉상은 단순한 흉상이 아니라, 독립군이 대한민국 육군의 뿌리라고 인정하며 세운 상징적 조처였어요.”
 
논란 끝에 흉상 철거는 무산됐지만, ‘분하고 부끄러운 밤’은 이어졌다. 지난달 뉴라이트 계열 김주성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에, 식민지 근대화론자인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임명됐다. 지난 6일엔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했다는 논란을 산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됐다. 이 관장은 “독립운동을 지우고 그 자리에 친일 역사를 집어넣는 것이 뉴라이트의 오랜 숙제였는데, 현 정부에서 하나둘씩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고 불안을 토로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그는 특히 ‘독립기념관장 인사 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관장은 “1982년 일본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서술을 넣어 왜곡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들이 분노했고, 모금 운동을 벌여 생긴 게 독립기념관”이라며 “독립기념관장의 취임 후 첫 마디가 ‘친일 인명사전 손본다’는 것이 말이 되나. 독립기념관장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25일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의 자녀들이 도쿄를 찾아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사과와 배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아들 박상운(67)씨,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아들 정종건(67)씨,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녀 이고운(65)씨 모습.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강제동원 아버지를 웃음거리 만들 수 없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피해자인 고 정창희씨 장남 정종건(67)씨도 거리에서 정부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한 뒤부터다. 경기 안산 자택 근처에서 만난 정씨는 “아버지의 투쟁은 지켜봤지만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다 ‘제3자 변제 배상’이 아버지를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생각에 법원 공탁을 거부하는 유족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에는 일본에 직접 사과를 받기 위해 도쿄 일본제철 본사를 직접 찾아 갔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철도국에서 승차권을 인쇄하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청년이었지만 21살 되던 1944년,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조선소에 강제동원됐다. 일본인들에게 구타 당하며 파이프 용접을 했다고 한다.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돼 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맞닥뜨렸고, 자신은 피폭됐다. 해방 뒤 한국에 돌아왔지만 위통·고혈압·심장병에 시달려 생업에 종사할 수 없었다. 정씨는 “아버지는 편찮으신 와중에도 강제동원 원폭 피해자들을 모아 협회를 만들었고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년 만인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얻은 첫 결실이, 일본의 책임을 면제하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피해를 대신 변제하는 ‘제3자 변제 배상’이라는 것, 더욱이 이를 한국 정부가 제시했다는 사실을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최근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 표현이 삭제된 과정에서 정씨는 ‘나라 잃은 기분’이라고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그냥 역사 속에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요. 일본이야 그렇다 쳐도 우리나라 정부라면, 대통령이라면, 일본이 강제동원 지우기를 못하게끔 막아야 하는 게 아닙니까. 이제 대통령도 우리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13일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일제 강제동원·원폭 피해자 고 정창희 어르신의 장남 정종건(67)씨. 고나린 기자
 
광복 79주년, 이제는 일흔을 바라보게 된 투사와 피해자의 자손은 좌절을 딛고 다짐했다. “그동안 보수 정권은 그래도 국민 눈치는 봤는데 지금은 국민 여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선을 넘습니다. 제2의 독립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아요”(이 전 관장)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살아있는 역사는 지울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정종건씨)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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