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마당에 늘어선 '모기장'... 인기가 이 정도입니다
8월 3일 토요일 화엄사 모기장 영화음악회... 산사와 전통 정원, 오색으로 만나는 남도여행
24.07.29 11:13l최종 업데이트 24.07.29 16:09l
▲ 여름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화엄사 모기장 영화음악회'. 2023년 8월 모습이다. ⓒ 이돈삼
여행 패턴이 많이 달라졌다. 유명 관광지를 찾는 여행보다, 나만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남도 여행지를 찾아본다. 산사에서 민간정원과 고택정원까지 세 가지 빛깔로 만나는 여름 남도여행을 만나러 간다.
무더위를 피하면서 감미로운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절집으로 먼저 간다. 지금 진분홍색 배롱나무꽃도 활짝 피어서 더 아름다운 절집, 지리산 화엄사다. 화엄사에 가면 절집 마당에 펼쳐진 모기장에서 영화음악을 감상하며 여름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절집도 요즘 대중과 친숙해지려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화엄사에선 4년 전부터 여름밤에 모기장 영화음악회를 열고 있다. 올해도 8월 3일 토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화엄사 특별무대에서 '천년의 빛, 나를 비추다'를 주제로 모기장 영화음악회를 연다.
▲ 진분홍 배롱나무꽃과 어우러지는 지리산 화엄사. 여름날 절집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 이돈삼
▲ 화엄사 모기장 영화음악회. 지난해 8월 모습이다. ⓒ 이돈삼
화엄사 모기장 영화음악회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김규현 감독이 총지휘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멀티 아티스트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뮤지컬 배우 콘(KoN, Korean on the Note)이 출연한다. '음표 위의 한국인'을 뜻하는 콘은 '또 오해영' '유혹' 등 드라마 OST로 많이 사랑받았던 음악가다.
콘은 최근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역을 맡기도 했다. 모기장 영화음악회는 콘이 뮤지컬 영화를 설명하면서 동료 뮤지션 윤형렬·박혜민과 함께 선보이는 뮤지컬 콘서트다.
절집 마당에서 영화 음악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감미롭다. 배경 무대도 넉넉한 지리산이다. 산사의 불경소리와 산새소리, 매미소리도 음악에 버무려진다. 지리산 위로 뜬 수많은 별도 화엄사 특설무대로 스며들어 무대를 빛낸다.
별 보고 산사 돌고, 스님과 차담까지
▲ 여름밤의 정취를 선사하는 화엄사 모기장 영화음악회. 지난해 여름 풍경이다. ⓒ 이돈삼
▲ 모기장을 예약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기장 밖에서 음악회를 함께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모습이다. ⓒ 이돈삼
음악회엔 아무나 갈 수 있다. 입장료도 없다. 다만 모기장 예약은 이미 끝났다. 지역주민과 청소년, 상가주민, 해외 이주민 등 초청 대상자도 확정됐다. 초청자와 예약자 등 200여 명은 모기장 안에서 음악회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약하지 않았더라도 음악회를 보는 데에 문제는 없다. 모기장 밖, 절집 마당이나 툇마루에 앉아서 음악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럽다. 음악회가 끝나고, 스님이 들려주는 화엄사 이야기는 덤이다.
화엄사는 8월 내내 자정까지 산문도 개방한다. 여름 한낮의 열기를 피해 절집을 찾고 싶은 여행객을 위한 배려다. 밤에 가면 산사의 고즈넉함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우리 문화유산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화엄사의 밤꿈 '화야몽(華夜夢)'이란 이름으로 저녁에 스님과 차담을 하고, 스님과 함께 경내를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 화엄사의 여름밤. 화엄사는 8월 한달 동안 산문을 자정까지 개방한다. 지난해 여름밤 풍경이다. ⓒ 이돈삼
모기장 영화음악회가 열릴 지리산 화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다. 대웅전과 각황전이라는 두 개의 중심법당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국보, 보물 등 문화유산과 자연유산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화엄사에 딸린 암자 구층암, 연기암도 멋스럽다. 화엄사계곡에 잠깐 발을 담그고 쉬는 것도 여름날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화엄사에서 가까운 데에 가볼 만한 데도 많다. 지리산은 산이 높은 만큼 골마다 깊은 계곡과 절집을 품고 있다. 피아골계곡에 연곡사, 화엄사계곡에 화엄사, 문수골엔 문수사, 화개골엔 쌍계사가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천은사도 들러 볼만하다. 텔레비전 '윤스테이'로 유명세를 탄 민간정원 쌍산재도 구례에 있다.
▲ 나주 39-17마중은 고택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정원이다. 전라남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 39-17마중의 현대식 카페. 39-17마중은 고택과 현대식 건축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 이돈삼
전통과 현대가 버무려진 젊은 감성의 예쁜 정원도 남도에 있다. 고택을 활용한 문화공간 나주 39-17마중이 그곳이다. 1915년에 지어진 100년 넘은 한옥이 있다. 한옥의 구들장과 툇마루, 일본식 기와와 창문, 서양식 방갈로를 더한 한옥과 양옥, 일본식 집의 건축양식이 버무려진 집도 있다.
옛집의 정취를 고스란히 살린, 현대식 문화공간인 39-17마중은 우리 전통 정원의 특징인 차경(借景)이 돋보이는 집이고 정원이다. 눈에 정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39-17마중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곳이 바로 옆 나주향교다.
나주향교의 오래된 건축물과 흙담이 39-17마중에서 고스란히 보인다. 언제라도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주는 향교가 흙돌담을 사이에 두고 39-17마중의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나주향교를 고스란히 내집의 배경으로 쓰고 있는 집이 39-17마중이다.
▲ 명옥헌원림의 연못 풍경. 배롱나무꽃과 연못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답다. ⓒ 이돈삼
▲ 성륜사의 배롱나무꽃. 절집으로 옮겨 다시 지은 민가의 옛 건축물과 조화를 이룬다. ⓒ 이돈삼
여름날을 뜨겁게 달궈주는 배롱나무꽃이 아름다운 곳도 여러 군데다. 국가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담양 명옥헌원림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명옥헌원림은 배롱나무꽃의 진분홍색으로 꽃너울을 이루는 누정이다. 꽃이 연못에 비쳐 반영되는 모습 환상적이고, 꽃잎 떨어진 연못 풍경도 황홀경이다.
누정 옆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계곡물에 살랑이는 꽃잎도 시적 감흥을 일으킨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연못을 파고, 네모난 연못 가운데에 둥근 섬을 만든 것도 매혹적이다. 이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누정이 들어서 있다. 맑은 날도 좋지만, 비 내려도 운치 있는 명옥헌원림이다. 여유를 갖고 차분히 머물면 더 좋은 누정이다.
곡성 성륜사, 화순 만연사, 강진 백련사, 장흥 무계고택의 배롱나무꽃 풍경도 아름답다. 곡성군 옥과면에 있는 성륜사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건축물과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져 있다. 고택으로 인해 절집 분위기도 다른 데와 차별화된다. 마음의 고향 같은 느낌을 주는, 아늑하고 편안한 산속 절집이다.
화순 만연사는 일년 열두 달 진분홍색 배롱나무꽃이 피는 절집이다. 나무에 붉은 연등이 걸려 있어 사철 붉은 꽃이 피어 있다. 겨울에 하얀 눈이 내려도 환상경을 연출한다. 지금은 진분홍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어 붉은 연등과 어우러져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강진 백련사는 절집 건축물과, 장흥 무계고택 앞 배롱나무꽃은 옛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 화순 만연사의 배롱나무꽃. 단아한 절집 대웅전과 세트를 이루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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