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화 올 것" '대통령실 개입' 증언, 선서거부·퇴장..'격노설' 질문엔 증언거부 - [핫이슈PLAY] MBC뉴스 2024년 6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전방위 전화, 채 상병 사건 흐름 바꿨나
문상현 기자2024. 7. 2. 06:27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흐름과 최근 공개된 통화 기록을 맞춰보면 일종의 패턴이 발견된다. 윤 대통령이 움직이면 용산이 일사불란하게 따랐다. 그때마다 결정적 장면이 나왔다.
6월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가 열렸다. 앞서 공개된 통신 기록 속 전화통화 내용을 설명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앞줄 가운데)의 증언이 주목받았다. ⓒ시사IN 신선영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직후(2023년 8월)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이들의 말과 주장을 간추리면, 이 수사 외압 의혹의 불씨라고 의심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는 없었다. 대통령실도 관여하지 않았다. 외압 의혹은 상관의 명령을 어긴 군 간부(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대령)의 거짓말로 시작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년여 뒤인 2024년 6월, 법원(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 재판)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이들의 통신 기록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통화도, 대통령 보고도 없었다던 이들의 주장과 달리 통신 기록에는 전화통화와 문자를 수십 차례 주고받은 사실이 관찰된다. 단순히 통화를 했거나 그 횟수가 많았기 때문에 ‘수사 외압 의혹’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사건 흐름과 통화 기록을 맞춰보면, 이들의 통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날이면 어김없이 채 상병 순직사건의 주요 국면이 크게 뒤바뀌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
2023년 7월19일 발생한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를 마친 박정훈 대령은 책임자로 당시 해병대 지휘부 8명을 지목했다. 2023년 7월28~30일, 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들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한 뒤 결재를 받았다. 7월31일 국회에 채 상병 사망 경위를 보고하고, 조사 결과 발표 뒤 경찰에 사건을 이첩해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며칠 뒤, 박 대령은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이 모두 상관의 명령을 어겼다고(항명) 판단했고, 그 우두머리(수괴)로 박정훈 대령을 지목했다.
경찰에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게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 수사단이 받는 혐의의 골자였다. 박 대령은 군검찰 수사에서 이렇게 항변했다. “(7월31일) 김계환 사령관이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정말 VIP 맞습니까?’라고 묻자,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했다(2023년 8월28일 진술서)."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 보고를 마친 박 대령이 경찰에 이첩하려고 하자, 김 사령관이 ‘VIP 격노’를 언급하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취지다.
박정훈 대령이 주장한 ‘VIP 격노’는 ‘전언의 전언’이다. 그의 군검찰 진술서에 따르면 VIP 격노는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이고, 김계환 사령관 역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들은 이야기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이를 근거로 박 대령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그러나 박정훈 대령이 ‘VIP 격노’에 대해 들은 날인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과 군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통신 기록과 당시 수사 외압 사건 흐름을 연결하면, 그가 들은 전언에 힘이 실린다. 〈시사IN〉이 확보한 통신 기록을 보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7월31일 오전 11시54분 ‘02-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 번호는 일반 전화라 사용자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 내선 전화로 알려졌다.
정식 절차 없이 회수된 사건기록
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오른쪽)이 6월21일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임 전 1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왼쪽은 박정훈 대령. ⓒ시사IN 박미소이종섭 전 장관은 이 통화 직후 김계환 사령관에게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는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을 통해 이뤄졌는데, 이날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과 김계환 사령관 사이 통화 내역이 확인된다(오전 11시57분). 같은 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이첩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은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하면서 ‘외압’이라고 느껴졌다”라고 주장한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해병대 고위 간부들로부터 “김계환 사령관에게 ‘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다”라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녹취를 확보했다. 해병대에 퍼진 ‘VIP 격노설’은 이종섭 전 장관 또는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섭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휴대전화로 전달됐다. 박 전 군사보좌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날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통신 기록으로 확인된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은 7월31일 이종섭 전 장관, 김 사령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회의에 참석했다.
통신 기록으로 확인되는 주요 국면은 2023년 8월2일이다. 박정훈 대령은 이날 오전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어기고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다. 같은 날 저녁, 국방부는 경찰로부터 사건기록을 다시 회수해 왔다. 이후 박 대령은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압수수색 영장 등 정식 절차도, 전례도 없이 사건기록이 회수된 것은 이번 수사 외압 의혹의 한 축이다.
8월2일 군 수뇌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통신 기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등장한다. 박정훈 대령이 경찰에 사건기록을 넘긴 시점은 이날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오(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했다. 오후 1시25분에는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다. 임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과 통화 이후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여러 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통화한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8월2일 오후 1시51분 경북경찰청 수사부장과 통화했다. 이날 저녁(7시20분께)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에서 사건기록을 회수해 왔다. 하루종일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국방부 검찰단의 사건기록 회수를 기점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통신 기록 속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번호는 2023년 8월8일에도 확인된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채 상병 순직사건 재검토 착수 전날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재검토 이후 해병대 수사본부의 최초 조사 결과와 달리 혐의자를 두 명만 특정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8일 오전 7시55분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했다. 이후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및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들은 8월2일 이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가 이날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다.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오른쪽)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이 6월21일 오전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통신 기록을 보면,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장면(사건기록 회수,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등)에서 항상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번호가 등장한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나 전화가 뜨면, 이후 군 수뇌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집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직후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한 흐름이 크게 변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와 국방부 수뇌부의 관여 여부를 넘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다만 통화 기록은 ‘정황 증거’다. 각 전화통화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그 내용이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수사 외압 의혹의 흐름과 통신 기록은 ‘의심의 끈’으로 연결될 뿐이다. 실제 연락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은 당시 전화통화가 “당시 현안(이종섭 전 장관의 우즈베키스탄 출장, 잼버리 등) 관련 통화였다” “수사 외압 의혹과는 관련 없는 업무 전화였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6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통신 기록 내용과 관련한 증언이 나왔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개입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드는 말이었다. 2023년 8월2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통화 내용에 대한 질문에 “당시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사건 변사사건 기록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한 내용으로 국방부 차관과 직접 통화를 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의 ‘임성근 전 1사단장 구하기’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대통령실 관여 정황을 증언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 ‘경북경찰청에서 저에게 전화 올 것’이라고 말해줬다”라고 말했다. 실제 2023년 8월2일 임 전 비서관은 오후 1시42분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했고, 그 직후 유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 관계자와 전화를 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청문회에서 “경북청과 통화 내용은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임 전 비서관도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하기 직전인 오후 1시25분에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를 통해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당시 국수본 관계자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전 행정관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범철 전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증언은, 통신 기록으로 확인되는 대통령실 개입 정황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측면이 있다. 특히 신 전 차관의 증언은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으로도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기록 회수를 지시했거나 적어도 사전에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왼쪽)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채상병 특검법’을 위한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시사IN 신선영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대통령실의 ‘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 구하기’라는 측면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앞서의 모든 과정이 임 전 1사단장 구명을 위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특히 특정 루트를 통해 대통령실로 ‘임 전 1사단장 구명 민원’이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JTBC는 6월25일, 지난해 5월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추진 계획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를 입수해 보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대화방에서 임성근 전 1사단장과의 골프 모임 등을 계획하는 대화가 오갔다. 대화방에는 해병대 출신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 아무개씨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 A씨, 현직 경찰 B씨, 변호사 C씨 등이 있었다. 모임을 주도한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 아무개씨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인물이다. 법원은 이씨에 대해 “김 여사와 가족 계좌를 직접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깊이 관여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임성근 전 1사단장은 6월21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 아무개씨를 아느냐”라는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모른다”라고 답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오늘 채상병 청문회…박정훈·이종섭·임성근·이시원 한자리에
‘대통령실 관여’ 의혹 핵심 쟁점 3가지
기자배지현
- 수정 2024-06-21 19:02
- 등록 2024-06-21 05:01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대통령실 관여 의혹의 핵심 고리인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비서관 외에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출석한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크게 ① 박 대령에게 “혐의자와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한 ‘혐의자 제외 등 이첩 보류 지시’ ②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보낸 수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해온 ‘기록 회수’ ③ 국방부의 조사본부에 대한 ‘재검토 지휘’ 등 세가지로 나뉜다. 주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증언하는 만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왼쪽부터 박정훈 대령, 김계환 사령관, 임성근 사단장, 이종섭 국방장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석열 대통령. 김재욱 화백
이첩 보류 지시로 시작된 수사 외압 의혹의 출발점은 지난해 7월31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실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인 오전 11시54분께 이종섭 전 장관은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168초 동안 통화했다. 통화 뒤 이 전 장관은 곧장 자신의 보좌관 휴대전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이첩 보류’와 당일 예정된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오후 1시30분께엔 이 전 장관 주재로 국방부에서 회의가 열렸다. 당시 이 회의에 참석한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의 메모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회의에서 ‘누구를 혐의자에서 제외하라’ 등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회의에서 이 전 장관이 어떤 내용의 지휘를, 누구에게 내렸는지 등은 이 사건 외압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중요 지점이다. 정 부사령관은 입법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군사법원 재판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이첩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경찰로 이첩하자 벌어진 ‘기록 회수’도 위법성이 짙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2일 사건이 이첩된 지 17분 만인 낮 12시7분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낮 12시43분, 낮 12시57분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거듭 전화를 걸었다. 두번째와 세번째 통화 사이인 낮 12시45분 박 대령은 보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기록 회수는 지난해 8월2일 저녁 7시20분께 완료됐다.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인 사망 등의 원인이 되는 범죄 수사를 민간경찰이 맡기로 한 뒤 ‘이첩 뒤 회수’는 한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 일을 누가 지시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이 전 장관은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군검찰에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라’고 지시했을 뿐이고, 기록 회수는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군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벌인 행위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초유의 일을 ‘윗선’의 결심 없이 군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감행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군검찰의 기록 회수를 앞두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 수차례 통화가 이어졌다. 대통령실의 ‘지휘’를 의심하는 이유다.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이례적으로 국방부로 되돌아온 사건 기록은 국방부 장관 직속 군사경찰 조직인 조사본부로 이관된다. 이 전 장관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재조사가 아니니 기록만 보고 검토만 하라’고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재검토 끝에 사실상 해병대 수사단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임성근 1사단장 포함 6명에게 범죄 정황이 있다’는 게 1차 판단이었다. 이 판단은 끝내 ‘11·7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이 전 장관의 보좌관이 조사본부 관계자들에게 ‘임 전 사단장 등의 혐의를 적시하지 말라’는 취지로 압박한 정황은 한겨레 보도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포함 대통령실 인사, 혹은 이 전 장관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청문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항명죄로 재판받고 있는 박 대령의 변호인 김규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의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국방부, 해병대, 경찰 등을 상대로 전방위 압력을 가했다는 점이 지금까지 충분히 소명됐다”며 “청문회에 서는 증인들이 국민 앞에서 대통령의 수사 외압 여부를 있는 그대로 진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채상병 회수’ 울먹인 경찰 수사팀장…해병 수사관과 통화 [영상]
해병 수사관 “진실 밝힌 게 잘못됐나” 외압 호소
경북경찰청 수사관 “잘못된 게 아니다” 흐느껴
기자곽진산
- 수정 2024-06-21 23:52
- 등록 2024-06-21 14:55
6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공개된 해병대수사단과 경북경찰청 수사관의 음성. 이를 공개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채 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한 직후, 통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채 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한 직후, 외압을 호소하는 해병대수사단 수사관의 말에 울먹이며 대답하는 경북경찰청 수사관의 음성이 21일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자리에서 공개됐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 자리에서 “당시 긴박한 대통령실 개입에 대해 수사관들이 느꼈던 외압에 관한 그런 녹취”라며 통화 음성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된 통화 음성은 지난해 8월2일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회수한 뒤 이튿날에 이뤄진 통화다. 이 음성 녹음에서 해병대 수사관은 “팀장님 너무한다고 생각 안 하시냐. 저희가 범죄자 취급받으면서 압수 수색당하고 있다. 사실 규명을 위해서 책임자 찾고 진실 밝히고 이게 뭐가 잘못됐습니까. 왜 경북청에선 아무것도 안 하시냐. 진실 밝힌 게 잘못됐냐”고 말했고, 이에 경북청 수사관은 “그건 잘못된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수사관이 “저희 수사단장님 형사입건됐다. 휴대폰도 압수당하고 무슨 근거로 그 사건 기록이 그렇게 가야 되냐. 경북청에선 왜 이첩받았다고 정당하게 말씀을 못 하시고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를 잘 모르겠다. 나중에 밝혀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거냐. 이렇게 세상이 무서울 줄 몰랐다. 다음에 사건이 꼭 거기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를 해 달라”고 외압을 호소하는 말을 하자, 경북청 수사관은 흐느꼈다.
전 의원은 “(이 녹취는) 외압에 의해서 불법적으로 사건 서류가 탈취됐음을 암시하고 이 사안에 대해서 지휘부가 개입돼 있다는 그런 증거가 담겨 있는 녹취다.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외압을 행사하고 (자료) 탈취에 관여한 것이란 강력한 암시를 이 통화 내역이 웅변하고 있다”며 “만약에 사실이 맞는다면 대통령이 외압을 행사한 직권남용 등의 사유로, 불법적인 사유로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어마무시한 일”이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유재은이 밝힌 ‘대통령실의 시그널’…핵심 증인들은 “선서 거부” “증언 거부”
유재은 “대통령실서 경북청 연락 올 거라고…”
공직기강비서관실·국가안보실 동시 관여 확인
이종섭·신범철·임성근은 증인 선서 거부
‘VIP 격노설’ 부인하던 김계환은 증언 거부
대통령실이 국방부의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 회수에 개입한 것을 넘어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비서관이 먼저 경찰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알려줬다’고 진술한 건데, 사건 회수 지시가 대통령실에서 시작됐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짙어진 대통령실 사건 기록 회수 주도 정황
21일 국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유재은 관리관은 사건 기록 회수 당일인 지난해 8월2일 오후 1시42분 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유 관리관은 ‘임기훈 비서관이랑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나’라는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런 대화는 하지 않았다. 임 비서관이 전화가 와서 경북청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란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이후 유 관리관은 오후 1시51분께 경북청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기록 회수 의사를 전달했다.
그동안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 일환으로 경찰에 이첩된 채 상병 사건 수사 기록을 회수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유 관리관의 증언에 따르면, 임 비서관이 유 관리관에게 연락하기 전 대통령실이 이미 개입해 경북경찰청과 회수 관련 조율을 마친 상태였던 셈이다. 그동안 ‘임기훈→유재은→경북경찰청’으로 이어지는 통화 기록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의 지시가 유 관리관을 통해 회수 지시로 이어졌을 거란 추측은 있었지만 대통령실의 주도 정황이 구체적 통화 내용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 비서관은 유 관리관에게 전화하기 전인 오후 1시25분께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다.
앞서 국가안보실과 별도로 공직기강비서관실 역시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 과장을 통해 경북경찰청에 ‘군에서 사건 기록을 회수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데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국가안보실’이 동시에 관여한 것이다.
경찰로 이첩한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데 대통령실이 관여한 정황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의 ‘말실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8월2일 오후 4시21분께 윤 대통령과 통화한 신 전 차관은 관련 질문에 “그것(통화)은 회수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다시 ‘대통령이 뭐라고 하셨나. 수사 결과 다시 회수해 오라는 것이었냐’고 묻자, 신 전 차관은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답변드리지 않도록 하겠다”며 답을 회피했다.
대통령 관련 질문엔 함구
한편 이날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은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면서도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과 관련되거나 불리한 질문에는 ‘방탄’으로 일관했다. 이종섭 전 장관, 신 전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청문회가 시작되자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형사소추나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염려가 있을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148조를 들어 위증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증인 선서는 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퇴장 조처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이건태 의원이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전화를 받았나’라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의 통화를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은 사건 기록 회수 당일 낮 12시7분부터 세 차례나 통화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경찰에서 회수한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8월8일에도 윤 대통령과 아침 일찍 통화했다. 이시원 전 비서관 역시 사건 기록 회수 등 과정에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역할 등에 대해 답변 거부로 일관했다.
사건 관계자들 국회에서 거짓말
최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연루자들의 통화 내역이 확인되면서, 이날 출석한 증인들이 지난해 국회에서 거짓 답변을 한 사실도 재부각됐다. 임기훈 당시 비서관은 지난해 8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던 지난해 7월3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의 통화 여부를 묻자,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임 전 비서관의 통화 기록을 보면, 이날 그는 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했다. 이에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통화) 날짜를 착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 차관 또한 윤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통화 여부를 묻자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이 나와 이 같은 발언의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에 신 전 차관은 청문회에서 “(과거 국회에서는) 7월31일 대통령께서 장관과 통화했느냐는 취지로 이해했다. 장관께서 ‘없다’고 해 없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한편, 이날 안보 위기 등을 이유로 화상을 통해 청문회에 참여한 김계환 사령관은 ‘브이아이피(VIP) 격노설’과 관련해 그동안 ‘격노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해왔던 것과 달리 증언 자체를 거부했다. 김 사령관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브이아이피가 격노했단 말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란 질의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거듭된 물음에도 김 사령관은 증언을 거부했다. 반면 박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격노 얘기는 분명히 들었다”고 답했다.
김 사령관은 지난 2월 박 대령 항명 혐의 군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7월31일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 질책했고 국방 관련해 이렇게까지 격노하신 적이 없었다’라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렇게 말한 사실이 있는가”라고 재판장이 묻자 “그런 사실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증인 선서 거부한 임성근, 사표 의향 묻자 “오늘은 없다”
이종섭 전 장관, 신범철 전 차관도 선서 거부
기자강재구
- 수정 2024-06-21 23:52
- 등록 2024-06-21 18:56
“법률상 보장된 근거에 따라 증인 선서를 거부하겠습니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청문회 발언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선서는 하지 않고….”(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특검을 포함한 수사기관의 그릇된 사실관계와 논리 판단으로 공소 제기를 당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21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 주도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는 핵심 증인들의 선서 거부로 시작됐다.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된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중이고 법적 권리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약속한 듯 일제히 선서를 거부했다. 국회 증언감정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선서 또는 증언을 거부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또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하면 처벌받게 돼 있다.
이례적인 선서 거부에 의원들은 격하게 질타를 쏟아냈다. 정청래 위원장은 “형사소송법상(진술 거부를 허용하는 경우는) 본인이 잘못 발언할 경우나, 혹시 벌을 받을까 봐 우려스러운 경우”라며 “국민 이미지상 본인한테 불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뭘 질문할 줄 알고 선서 자체를 안 한다는 것이냐. 공직자 맞느냐”고 비판했고,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내가 거짓말을 할 것이다’라고 먼저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선서를 거부한 이종섭 전 장관은 ‘이종섭씨’라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 전 장관, 임 전 1사단장 등은 답변 거부 등으로 회의장에서 10분 동안 퇴장당했다. 여러 차례 국방부 쪽과 통화한 이 전 비서관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한 것인지’, ‘왜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는지’ 등을 묻는 물음에 “수사 중인 상황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가 정청래 위원장으로부터 10분간 퇴장 조처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김용민 의원 등의 질의 때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발언하려다가 퇴장당했고, 임 전 1사단장은 자신이 현장 지휘권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과정에서 정청래 위원장과 언쟁을 벌이다 퇴장당했다. 퇴장이 거듭되자 박지원 의원이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하자 정 위원장은 “반성하라는 의미다. 한발 들고, 두손 들고 서 있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 과정에서 임 전 1사단장은 5차례에 걸친 ‘오늘 사표를 내겠느냐’는 정청래 위원장의 추궁에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이라고 피하다가 마지막에 “오늘은 (사표를 낼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고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던 이용민 중령(당시 포병 7대대장)은 “처음부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었다. 전우를 지켜줘야 해병대다”라고 말했다. 사건 뒤 정신적 고통 탓에 정신과 폐쇄병동 치료를 받은 그는 “지난주 목요일 퇴원했다. 오늘도 약을 먹고 이 자리에 있다”며 “(묘소에서 채 상병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질문하기에 앞서 “국민과 국회가 함께한다. 힘내시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수사 개입의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채 상병 청문회가 아니라 윤 대통령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회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민주당 단독으로 연 입법청문회는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단독] 이종섭 보좌관 “임성근 혐의 제외”…재검토 초기부터 압박
대통령실-국방부 ‘핫라인’ 박진희 전 보좌관
국방부 조사본부에 ‘4명 특정 말라’ 수차례 연락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지난해 ‘채 상병 순직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혐의를 적시하지 말라’는 취지로 여러차례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전 보좌관은 채상병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7월28~8월9일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20차례 통화해 대통령실과 국방부를 잇는 ‘핫라인’으로 지목받은 바 있다.
18일 한겨레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을 취재한 결과, 공수처는 최근 조사본부 관계자들로부터 박 전 보좌관이 조사본부가 채상병 사건을 재검토한 초기부터 ‘혐의자 4명을 빼라’ 등 압박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박 전 보좌관이 빼라고 압박한 4명의 혐의자에는 임 전 사단장과 박아무개 전 해병대 7여단장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조사본부는 지난해 8월9일부터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했지만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채 상병 사건 재검토를 맡았다. 조사본부는 재검토 과정에서 해병대수사단이 애초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던 8명 중 중위와 상사를 제외한 6명을 혐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경찰에 넘기려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 전 보좌관이 여러차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게 임 전 사단장 등 4명에게도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결국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 등 4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적지 않은 채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박 전 보좌관은 재검토 초기부터 여러차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7여단장과 초급간부들이 억울해 한다. 보고서상에 (그들에 대한) 표현을 잘해야 한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사건 재검토를 맡았던 복수의 조사본부 관계자는 이같은 박 전 보좌관의 말이 사실상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압박으로 여겨졌다고 공수처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박 전 보좌관이 조사본부에 이런 압박을 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이 이 전 장관의 최측근 참모인 만큼 ‘혐의자 제외’ 주문이 장관 지시일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통령실의 지시였을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박 전 보좌관이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핫라인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박정훈 대령 쪽 김정민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견을 구하지도 않은 조사본부 쪽에 장관의 보좌관이 재검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지휘권을 넘어선 독립성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장관 쪽 김재훈 변호사는 “박 전 보좌관이 군사보좌관실에 있는 법무관으로부터 법률검토를 받은 의견을 조사본부에 전달한 것”이라며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검토를 하는 과정에 장관의 참모 자격으로 법률적 조언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박 전 보좌관에게도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전화가 닿지 않았다.
윤 격노설 부인하던 김계환, 청문회선 “증언 거부” [영상]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화상 참석
박정훈 대령 “격노 얘기 분명 들었다”
기자곽진산
- 수정 2024-06-22 09:33
- 등록 2024-06-21 17:47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시작점인 ‘브이아이피(VIP) 격노설’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김 사령관 지난 2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군사재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이 없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김 사령관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 자리에 화상으로 출석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VIP가 격노했단 말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란 질의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거듭된 물음에도 김 사령관은 증언을 거부했다. 반면 박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격노 얘기는 분명히 들었다”고 말했다.
채 상병 순직사건의 외압 의혹의 출발인 ‘VIP 격노설’은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 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병대수사관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며 질책했다는 의혹이다. 박 대령은 이 내용을 김 사령관에게서 들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해왔다.
김 사령관은 앞서 VIP 격노설을 부인해왔다. 그는 지난 2월 박 대령 항명 혐의 군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7월31일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 질책했고 국방 관련해 이렇게까지 격노하신 적이 없었다’라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렇게 말한 사실이 있는가”고 재판장이 묻자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군 검찰 조사 때에도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지어낸 이야기”라며 해당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정훈 “한 사람 격노로 모든 게 엉망진창…수많은 사람 범죄자 됐다”
“통화·공모 이렇게 많았다니 참담”
기자강재구
- 수정 2024-06-21 17:35
- 등록 2024-06-21 13:34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21일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게 꼬이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의 경찰 이첩과 회수 과정에 관한 생각을 묻자 “참담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박 전 단장은 “(2023년) 7월30일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오후에 보고하고, 7월31일 언론브리핑 하고, 이후 8월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게 계획된 타임테이블이었고, 관련 내용은 지금 (청문회장)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종섭 장관에게도 정확히 다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다. 절차대로 진행되면 될 일이다. 한 사람의 격노로 이 모든 게 꼬이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며 “그 과정에 저렇게 많은 통화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고 대한민국에서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도대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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