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부결에 방청석 해병대 예비역들 울분
“용산을 보지 말고 국민을 보십시오!” “이재명 대표나 그만 보십시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8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이 상정되자 여야 의원들은 서로 고성을 지르며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넘어온 이 법안에 대해,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정부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테니 법안을 부결시켜달라’는 취지로 호소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서는 “검찰이나 똑바로 하라” “대표적인 정치검사가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유상범·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연단에 서서 반대표를 호소하자 “대통령한테 줄 잘 서면 얼마나 가느냐” “국회의원이 양심도 없느냐”고 외치는 야당 의원도 있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쪽에서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찬성 발언을 할 때 “(논리를) 다 부정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틀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과 감표 과정 또한 양당의 긴장감 속에서 이뤄졌다. 여야 감표위원들은 끼리끼리 뭉쳐 감표 과정을 지켜봤다. 약 10분 동안 투표용지를 확인한 여당 의원들은 표결 윤곽이 드러나자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거나(서일준 의원) 양손 주먹을 불끈 쥐기도(박정하 의원) 하며 ‘부결’을 알렸다. 곧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을 발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다음 안건인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해병대예비역연대 20여명이 ‘해병대’라고 쓰인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본회의 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장 앞에서 입장하는 의원 한명 한명에게 “잘 부탁드린다” “도와주십시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끝내 법안이 부결되자 이들은 충격받은 듯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일부 예비역은 눈시울을 붉혔고, 한 예비역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너네는 자식도 없냐”라며 고성을 질러 국회 경호과 직원의 제지를 받아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이들은 본회의장 밖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특검을 거부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에 참수작전을 선포한다. 정권 퇴진 선봉에 설 거고, 그들을 끌어내는 데 최일선에 서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일제히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며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특검법이 발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철저한 진상 규명과 공정한 기소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거역한 것”으로 규정하며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지키기로 일관한 국민의 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저지 청년긴급행동’도 “특검법 부결은 정부여당이 주도한 증거인멸, 범죄 은폐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수사 외압 과정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군인권센터는 “권력의 강압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제22대 국회는 대통령의 수사 무력화 시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더욱 강화된 형태의 특검법을 즉각 발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부결되자, 베트남전 참전용사 이근석(해병대 214기)씨가 분노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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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아들이 죽었어도 이렇게 (채상병 특검법 반대) 하겠습니까? 당신들의 손자가 죽었다고 해도 이런 행동을 하시겠습니까?" - 이근석(해병대 214기)씨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재표결에 부쳐진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돼 폐기되자 해병대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몇몇은 상기된 얼굴로 국회의원들에게 "뭐 하는 거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는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첫 안건으로 상정된 채상병 특검법은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출석 의원 29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본회의 앞둔 해병대원들 "폭풍전야 속 기대감"
해병대를 상징하는 빨간 티를 입은 해병대원 40여 명은 본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미리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박정훈 대령의 동기인 김태성 해병대사관 81기동기회 회장은 "폭풍전야 같다"면서도 "(특검법이 재의결될 것이란) 기대를 놓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자료가 많이 나오고 있어 의외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 법률자문역과 박정훈 대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김규현 변호사는 기대와 긴장이 섞인 표정으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해병대원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다 한 것 같다"며 "결과를 담담하게 기다려야겠다"고 전했다.
곧이어 해병대원들은 4층에 있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들과 군 사망사고 유족들도 이들과 함께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방청에 참석했다. 오후 2시가 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시작을 알렸다. 의원들은 오후 2시 44분부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무기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 방청석 메운 분노·눈물
▲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 재의의 건 부결을 선포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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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의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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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와 개표가 진행되는 약 30분 동안 해병대원들은 "(국회의원 중) 몇 명이나 불참했을까?"라며 결과를 궁금해 했다. 몇몇은 본회의장 쪽을 향해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또 몇몇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총 투표수 294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법안이 부결됐다"라고 투표 결과를 알리자, 해병대원들은 잠시 충격에 빠진 표정을 보였다. 얼굴이 빨개지거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곧이어 한 해병대원이 "국회 뭐 하는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해병대원들 사이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에이 나쁜 놈들아!", "당신들이 국회의원이냐", "당신들 아들이, 손자가 죽었다고 생각해 보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국회 관계자들은 이들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안내했지만 해병대원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우리 단체는 채해병 특검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권 퇴진의 선봉에 서겠다. 우리는 칼끝이 되어 윤 정권을 끌어내리고 해병대의 무너진 명예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이근석(해병대 214기)씨는 눈물을 흘려 얼굴이 빨개진 채로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의 아들이나 손자가 죽었다고 해도 이런 행동(반대투표)을 할 것이냐"라고, 윤 대통령을 향해 "나라가 이게 뭐냐. 국정을 정의롭고 똑바로 운영하라. 양심을 가지라"고 외쳤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 내부 계단에 모여 "채상병 특검법을 제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벌였다. 해병 단체들도 국회 본관 외부 계단으로 나가 채상병 특검법 부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제기된 정부의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의혹을 규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으나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아왔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재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해당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끝내 부결되며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특검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채상병 특검법' 부결…해병대예비역 "정권 퇴진 최선봉에 설 것"
- 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메일보내기
- 2024-05-28 19:14
국회 본회의서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 "국민의힘 탈당할 것"
고(故) 윤승주 일병 어머니 "10년 지나도 사건 은폐 여전해"
시민단체들 "채 상병 죽음에 몰아넣고 진실마저 수장시켰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결국 부결되자 해병대예비역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분노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집어삼킬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로 돌아온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싸고 28일 국회 본회의에선 재표결이 진행됐지만,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이를 지켜본 뒤 국회 본회의장을 나온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 가운데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회원들은 본회의장 계단에 서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이후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오후 5시 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해 특검법 부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윤 정권이 그토록 원하니 정권 퇴진의 최선봉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로 돌아온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싸고 28일 국회 본회의에선 재표결이 진행됐지만,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이를 지켜본 뒤 국회 본회의장을 나온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 가운데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회원들은 본회의장 계단에 서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이후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오후 5시 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해 특검법 부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윤 정권이 그토록 원하니 정권 퇴진의 최선봉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은 "여야 문제, 진보 보수의 문제를 떠나 우리 후배 채 해병의 죽음을 밝혀달라는 것이 우리가 바란 모든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특검법 부결로)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게 보수고, 이게 정당이냐"고 반문했다. 또 "이 추악한 정당을 그만 떠나려 한다.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고 이제는 끝났다"고 밝혔다.
군 사망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 역시 특검법이 부결되자 분노했다. 고(故)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이날 군인권센터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군에서는 승주가 냉동만두를 먹다 질식해서 죽었다고 알렸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서야 아들이 맞아 죽었다는 진실을 알게 됐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10년을 싸웠지만 한 사람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지나 채 상병 사건이 벌어졌지만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일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고 그 일에 대통령까지 개입했다고 하니 기가 찬다"며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아들들을 위해 22대 국회에선 반드시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군인권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도 28일 일제히 성명을 발표해 윤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특검법 부결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이로써 거부권을 수사 방해에 활용하며 헌정질서를 파괴한, 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 법치의 바깥으로 도피하고 혐의를 은닉할 수 있도록 동조한 국민의힘은 나란히 심판받아야 할 공범이 됐다"고 규탄했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저지 청년긴급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특검법 부결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무리한 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을 죽음에 몰아 넣고도 그 진실마저 수장 시켰다"며 "특검법이 시행되지 않아 이젠 사건 관련 통신 기록 확보조차 불투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법 부결은 정부 여당이 주도한 증거인멸, 범죄 은폐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청년을 버린 것이고, 여당은 오늘 부결로 청년을 또 한 번 짓밟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일부 찬성표가 나왔지만, 여전히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사 외압' 대통령에 대한 방탄표를 행사했다"며 "결국 이번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공정한 기소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는 개원 즉시 '채 상병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해 처리하고,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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