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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귀 막고 ‘입틀막’ 윤 정권…R&D 예산 항의한 카이스트 학생 끌어내

by 무궁화9719 2024. 2. 18.

4456명 카이스트 학생·교직원 “‘입틀막 사지연행’ 대통령실 사과하라” 성명 발표

"대통령 및 경호처가 물리력을 행사한 과잉대응 사건은 우리 구성원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

백은종 | 기사입력 2024/02/20 [11:45]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과 교직원 등 4456명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학위수여식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항의하던 졸업생 신민기씨가 강제로 끌려나간 것을 두고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과잉대응”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KAIST 대학원생인권센터와 재학생 및 교직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 및 경호처가 물리력을 행사한 과잉대응 사건은 우리 구성원에 대한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이공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많은 KAIST 연구자에게 큰 실망감과 무력감을 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수여식의 주인공인 졸업생과 그들의 가족, 교수진은 찰나에 일어난 사건을 심히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목격했다. 이후 해당 학생은 졸업식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돼 경찰에 인계된 뒤 조사를 받았다”면서 “국제법과 헌법상의 기본권은 물론이고 KAIST 대학원생 권리장전 제 11조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서도 학내 및 사회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연구자로서 종교, 성별, 문화 그리고 어떤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상호 존중하고 연대한다. 이번 과잉대응 사건에 대해 구성원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어떤 법과 원칙에 근거해 우리 삶의 터전에서 우리의 존엄성과 인권을 위협한 것인지 묻는다”며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발생한 과잉대응과 폭력적 행위를 규탄하며, 대통령실에 이번 사태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성명에는 20일 오전 7시 기준 학생 3731명과 교직원 725명이 서명했다. KAIST 소속 교수들도 별도의 규탕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AIST 학위수여식 대통령 경호인력의 과잉대응에 대한 성명문
 
지난 2월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 대통령 방문 축사 중 한 석사 졸업생이 인쇄물을 들고 대통령에게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현장에 배치된 사복 복장 대통령 경호인력에게 입을 틀어 막히며, 팔다리를 붙잡혀 식장 밖으로 끌려 나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수여식의 주인공인 졸업생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교수진은 찰나에 일어난 위 사건을 심히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목격하였고, 이후 해당 학생은 졸업식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경찰에 인계된 뒤 조사를 받았습니다.

KAIST의 모든 구성원은 국제조약 및 국제법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지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합니다. 국제법과 헌법상의 기본권은 물론이고 KAIST 대학원생권리장전 제 11조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여서도 학내 및 사회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지닙니다. 이번 KAIST 학위수여식에서 대통령 및 경호처가 물리력을 행사한 과잉대응 사건은 우리 구성원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이공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많은 KAIST 연구자에게 큰 실망감과 무력감을 준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연구자로서 종교, 성별, 문화 그리고 그 어떤 정치적 견해와 상관 없이 상호를 존중하고 연대합니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발생한 과잉대응 사건에 대해 우리 KAIST 구성원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더 나아가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 법과 원칙에 근거해 우리의 삶의 터전에서 우리의 존엄성과 인권을 위협한 것인지 묻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KAIST 학위수여식에서 발생한 과잉대응과 폭력적 행위를 규탄하며, 대통령실에 이번 사태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4년 2월 20일
KAIST 대학원생인권센터, 학생 및 교직원 4,456인 일동

Statement Regarding Excessive Response by the Presidential Office at KAIST Graduation Ceremony and Requesting Apology
 
On February 16th, during the KAIST graduation ceremony, a master's degree graduate faced obstruction from the Presidential security personnel disguised in gowns, experiencing difficulty speaking and being forcibly removed with limbs restrained. This was defended as occurring because the student held a printed material and voiced toward the President during his congratulatory speech. Graduates who were supposed to be the protagonist of the ceremony, along with their family and faculty members present, witnessed the incident with profound dismay. Subsequently, the student was completely isolated from the ceremony and handed over to the police for investigation.

All members of KAIST exist as integral parts of an intellectual community that respects human dignity, values, freedoms, and rights guaranteed by international treaties and regulations, and by the Constitution and laws of the Republic of Korea. In addition to the fundamental rights protected by the international laws and the Constitution, based on Article 11 of the KAIST Graduate Student Bill of Rights which upholds the freedom of expression, we have the right to express our opinions freely. The excessive use of force during the KAIST graduation ceremony is a blatant violation of the human rights of our community members. Furthermore, it is a distressing incident that instills disappointment and helplessness among many KAIST researchers contributing to the advance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in Korea.

As researchers, we respect and stand in solidarity regardless of religion, gender, culture, or any political views. KAIST community members, therefore, will never overlook the excessive response incident at the graduation ceremony. Moreover, we question what laws and principles on earth the President based their actions that threatened our dignity and human rights in the foundation of our lives. Once again, we condemn the excessive response and violent acts during the KAIST graduation ceremony, and strongly urge the Presidential Office to acknowledge the fault and formally apologize for this incident.

February 20, 2024
KAIST Graduate Student Center of Human Rights,
with the collective endorsement of 4,456 students, faculty, and staff

귀 막고 ‘입틀막’ 윤 정권…R&D 예산 항의한 카이스트 학생 끌어내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외치자 팔다리 들고 끌어내

기자배지현
  • 수정 2024-02-17 12:57
  • 등록 2024-02-16 15:36
16일 대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도중 한 석사 졸업생이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치는 순간 경호원이 입을 막으며 제지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 축사 중 “연구개발(R&D) 예산을 복원하라”고 항의한 졸업생이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끌려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을 끌어낸 윤석열 경호원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졸업생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에 분명 어려움도 있을 것이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도중에 졸업복 차림에 학사모를 쓴 한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외치자, 대통령실 경호원은 그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제지하고, 여러 경호원들이 달라붙어 자리에서 끌어내 학생의 팔다리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amp;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현장에서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들어 끌고 나오며 ‘과잉 진압’ 논란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6일 대전 유성구 KAIST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KAIST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번쩍 들려 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퇴장에 “입틀막 대통령” “유신정권 재현”

야당 일제히 비판

기자강재구
  • 수정 2024-02-17 15:53
  • 등록 2024-02-16 17:53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알앤디(R&amp;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전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 수여식 축사 도중 한 졸업생이 알앤디(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퇴장당하자, 야당은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했냐”며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서용주 더불어민주당 상근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근접거리도 아닌 멀리서 대통령을 향한 의사표시의 외침조차 한시도 참을 수 없었는가. 윤 대통령은 정녕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내어 “오늘 끌려나가는 졸업생의 학사모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무너졌다. 카이스트인의 자부심도, 과학기술인들의 자존심도, 과학 강국 대한민국의 국격도 땅바닥에 떨어졌다”며 “윤 대통령은 카이스트 가족과 과학기술인들에게 사죄하고 책임자를 경질하라”고 했다.
 
이날 퇴장 조처를 당한 졸업생은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현장에 있던 대통령 경호원들은 졸업 학위복을 입고 위장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유신정권 프락치 시대가 재현되는 현실에 어안이 다 벙벙하다. 앞선 과잉경호 논란에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졸업식에는 일방적 연설만 하기 위해 간 것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의지도 계획도 없었으니 경호원들이 폭압적인 과잉경호로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거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도 페이스북에 “진보당 강성희 의원 이후 두 번째 있는 대통령 경호실의 과잉 공권력 행사”라며 “시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마저 폭력연행으로 대응하는 윤 대통령실의 행태는 민주주의 퇴행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적었다.
 
홍희진 진보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의견을 가진 모든 국민을 끌어내 버려도 되는 사람 취급하고 있다”며 “진보당은 끌려나가는 국민과 함께 이제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노컷브이]野, 대통령실 '입틀막 경호'에 "백골단 부활했나"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항의한 졸업생이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히고 사지가 들려 끌려 나간 것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통령실은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폭력으로 군사정권을 옹위하던 '백골단'이 부활한 것 같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자유도 없나"고 우려했습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카이스트 동문들 “윤 대통령, 쫓겨난 졸업생에게 공식 사과하라”

기자박다해
  • 수정 2024-02-17 18:05
  • 등록 2024-02-17 17:55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R&amp;D 예산 삭감·졸업생 강제 연행 윤석열 정부 규탄 카이스트 동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문 10여명이‘학위수여식 강제 퇴장’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의 주인공인 졸업생의 입을 가차없이 틀어막고 쫓아낸 윤석열 대통령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알앤디(R&D·연구개발)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뒤 과학기술예산 수조원이 삭감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많은 연구자와 석·박사 대학원생, 학부생들까지 절망에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연구비 삭감으로 수 년 간 진행돼 온 연구가 축소 또는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대학원생들도 연구 대신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이 사태를 발생시킨 ‘1등 책임자’ 윤석열 대통령은 후안무치하게도 졸업식에서 파렴치하게 허무맹랑한 연설을 늘어놓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동문 10여명은 이어 “이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과학기술계 전체가 불통과 무능, 국가의 미래까지 포기한 윤 대통령을 완전히 거부할 것”이라며 △알앤디 예산 원상 복원 △쫓겨난 카이스트 졸업생에게 공식 사죄 △카이스트 전체 구성원, 과학기술자, 국민에게 공식 사죄 등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카이스트 졸업생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인재로 영입된 황정아 박사와 민주당 예비후보인 김혜민 전 카이스트 총학생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글쓴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사 졸업생의 어머니로서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편집자말]
▲ 대통령에 항의하다 입 틀어막힌 KAIST 졸업생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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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KAIST 졸업식장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어젯밤에 학생들에게 공지한 모양이었다. 부모들도 늦지 않게 와달라는 당부를 전해 들었다. 식장 앞에 도착했을 때 대기 줄은 몇 겹으로 꼬이고 꼬인 채 늘어져 있었다.

보안검색 때문에 입장이 늦어지나... 생각하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입장 시간인 오후 1시 30분도 되기 전에 나로부터 한참 앞에서 입장이 차단당했다. 식장이 만석이라 더 이상 들여보내 줄 수 없으니 옆 강당으로 가서 스크린으로 식을 관람하라는 말을 들었다.

졸업생 1인 2매의 입장권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입장권만 있으면 당연히 입장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졸업식장의 주요 인사가 바로 내 자녀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오는 가족이 아니던가.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통령 때문에 가족이 식장에 들어갈 수 없는 일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진즉에 포기하고 옆 강당으로 이동했지만, 비교적 앞줄에 서 있던 사람들은 경호원들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희박하나마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실상 안에는 만석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빈자리가 많았고, 보안 명목으로 무대에서 가까운 곳 좌석을 아예 통제해 버려서, 그만큼 수용인원도 줄어든 것이다. 어떤 이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분개하며 소리치고, 또 다른 이는 '언니 졸업식인데 언니도 못 보게 한다'며 울며불며 항의했다. 그제야 순차적으로 입장시켜 주었는데 족히 2백 명은 더 들어간 것 같다.

전날 밤 대통령 참석 공지...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입장 대기줄
졸업생 1인 2매 입장권 받았건만 일찍부터 차단... 항의 빗발쳐
대체 눈앞에 뭐가 지나간 거지?... "방금 학생이 끌려 나갔어요"

 
▲ 24년도 KAIST 졸업식 졸업식 당일 현장에 참석해서 찍은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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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 석·박사 졸업생들과 귀빈들, 그리고 관련 스텝들이 1층에, 가족 관람객들은 2층 객석을 가득 메웠다. 무대를 기준으로 앞 블록에 박사수료생들이, 중간에 석사, 맨 뒤쪽에 학사생들이 자리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장장 3시간 동안 치러질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곧 대통령의 축사가 있었다. 축사 도중 1층 석사생들이 자리한 블록에서 일순간 어수선한 동향이 포착되었는데, 이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대체 눈앞에 뭐가 지나간 거지?' 잠시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방금 전의 일을 복기해 보니 순간 몇 마디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그 일대에서 움직임이 일었다. 그리곤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가 자리한 곳은 사건이 일어난 블록의 바로 위층이었으므로 자세한 동향을 살필 수는 없었다. 내 눈이 의심스러워 옆 사람의 눈까지 동원해서 확인해야만 했다. '방금 무슨 일이에요?'라며 낯선 옆 사람의 눈을 쳐다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학생이 끌려 나갔어요."
순간 "미쳤군"이라면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는 사이 대통령은 한순간 주춤하거나, 망설이지도 않고 축사를 읽어나갔다. 마치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듯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말 그랬다.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국민, 그것도 빛나는 졸업식의 주인공을 개처럼 끌고 가는 장면을 그대로 두었다. 최소한 과격하게 입을 틀어막으면서 제지하는 경호원의 태도에 한마디 유감이라도 표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와중에 대통령은 전혀 망설임 없이 축사를 읽었다, 자연스럽게
 
▲ KAIST 학위수여식 참석자 향해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생, 학부모 등 행사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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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연구개발비(R&D) 예산을 삭감해 놓고도 축사에서는 그와 상반된 이야기를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대통령이 읽고 있는 축사는 속 빈 강정이었고 영혼 없는 설명서였다. 최소한 대통령 본인이 진심으로 전하는 축하의 메시지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졸업식에서의 온갖 행태가 이해불가였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에나~'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평생 한 번 있는 아이의 대학교 졸업식은 씁쓸함으로 남았다.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지금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사라지는 군사정권 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

윤 대통령 경호원, 국회의원 입 틀어막고 질질 끌어냈다

윤 대통령에 “국정기조 안 바꾸면 국민 불행”
인사말 한 강성희 의원 사지 들린 채 끌려나와

기자엄지원
  • 수정 2024-02-17 15:53
  • 등록 2024-01-18 14:29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며 끌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현장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가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진보당은 “입법부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진보당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주을을 지역구로 둔 강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강 의원이 말이 끝나자마자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그의 입을 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는 게 진보당의 주장이다.
 
강 의원은 “경호원들이 제지를 할 만한 (행동은) 전혀 없었다”며 “경호원들이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안경을 빼앗겼고 이후 경호원들의 제지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의원은 행사 직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도민의 염원이 담긴 특별자치도 출범식이었던 만큼 날 선 비판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담은 통상적 인사를 전하려 했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듣기 거북했느냐”고 비판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입법부에 대한 중대한 모독행위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라며 “진보당은 대통령 경호실에서 강성희 의원에 자행한 폭력을 강하게 규탄하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https://youtu.be/G9SqODfsMq0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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