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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대통령실의 방송’ KBS…국민의 방송은 어디 갔나

by 무궁화9719 2024. 2. 12.

‘대통령실의 방송’ KBS…국민의 방송은 어디 갔나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국정 홍보에 그쳐
당무 개입·김건희 명품백 논란 등은 피해 가고
김건희 주도한 개 식용 금지법 질문은 2번이나

  • 수정 2024-02-08 17:03
  • 등록 2024-02-08 05: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방송(KBS)과 가진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한국방송 앵커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빈티지 야구 물품 액자를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7일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으로 중계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방송(KBS) 특별대담은 민감한 현안을 두고 국민과 소통한다기보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자리에 그쳤다.
 
대담에 앞서 윤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영상을 배치하고 대담에선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사전 조율은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도, 촘촘히 기획된 국정 홍보영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한국방송이 밤 10시부터 방송한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 대통령은 대담에 앞서 박장범 앵커와 대통령실 구석구석을 돌며 안내했다. 대통령실 입구부터 직접 박 앵커를 맞은 윤 대통령은 집무실까지 곳곳을 돌아보며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 윤기중 교수와의 추억이 얽힌 유품이나, 외국 정상들에게 받은 선물을 소개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의 어린시절 사진과 김건희 여사, 반려견 사진 등을 차례로 비추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려는 편집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국방송 쪽은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이 만찬에서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는 장면도 다소 길게 편집해 넣었다.
 
대통령실 곳곳을 돌아보면서 박 앵커가 “외국 정상들이 오면 대통령실 규모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인구나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도 정상의 집무실이나 청사는 우리보다 규모도 크고 화려한 것 같다”고 답했다. 임기 초 대통령실 이전을 두고 큰 비판을 받은 윤 대통령으로선 은근히 현 대통령실의 ‘소박함’을 드러낼 기회를 가진 것이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이어간 대담에선 ‘송곳 질문’은 많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나 ‘당무 개입 논란’ 등이 질문 소재로 오르긴 했지만 윤 대통령의 미진한 답변에도 날카로운 후속질문은 없었다. 불과 70여일 전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2030 엑스포’ 유치 참패에 대한 질문이나, 지난해 13차례나 이어진 잦은 순방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김 여사가 주도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식용 금지법에 대한 질문은 두 차례나 등장했다.
 
이런 일방적인 홍보성 대담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새해 기자회견을 건너뛴 윤 대통령이 녹화 대담 형식을 택했을 때 예견된 일로 보인다. 대담이 방송 사흘 전인 지난 4일 대통령실에서 녹화된 탓에 사전 질문 조율과 편집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한국방송으로부터 사전 질문지를 요구하지 않았고, 대담 녹화 현장에서의 문답도 즉석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중 대담 형식의 방송에서 국정 현안을 설명한 적이 있지만 통상 생중계를 택했다. 2022년 4월 문 전 대통령이 제이티비시(JTBC)와 녹화 방식의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으나, 임기 종료를 앞두고 5년의 소회를 정리한 차원이어서 여러 논란을 마주한 임기 중반의 윤 대통령과는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엔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로 기자회견을 갈음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논평했다. 김효은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대통령 가족의 해명을 위해 공영방송이 홍보대행사가 된 비극을 보았다”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https://youtu.be/SpLX-jgMOIU

국영방송 된 공영방송 KBS에 ‘뭇매’…박장범 “대담 자체로 평가”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국영방송 전락”

기자최성진
  • 수정 2024-02-12 11:36
  • 등록 2024-02-08 14:57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이태원 참사 등 핵심 현안에 관한 언급이나 질문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받는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두고 한국방송(KBS) 안팎에서 ‘방송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력 앞에 고개 숙인 공영방송’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전두환-이진희 대담’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낯 뜨거운 내용이었다는 언론단체 비판도 이어졌다.
 
8일 한국방송 통합뉴스룸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 이날 오전 뉴스룸 취재제작회의에는 전날 방송된 윤 대통령 대담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비판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지회가 소속 기자의 의견을 모은 것으로, 주된 내용은 ‘영부인 고가 백 논란을 다루긴 했으나 좀 더 각을 세웠어야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 가장 궁금한 건 윤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했는지 여부였는데 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 등이었다.
 
이진희 경향신문·문화방송 사장은 1980년 8월11일 전두환과의 인터뷰를 직접 진행·방송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실제로 대담 진행을 맡은 박장범 한국방송 앵커는 한 비대위원장과 관련해 ‘통화나 문자 이런 걸로 소통은 언제 하셨나’, ‘한동훈 위원장 잘하고 있는 것 같나’ 등 질문만 던졌다. 윤 대통령한테서는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이를 ‘파우치 논란’ ‘조그마한 백’ 등으로 굳이 에둘러 표현한  한국방송과 박장범 앵커의 태도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박 앵커는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명품 가방 논란을 다루면서 ‘영부인 의전과 경호의 문제’ 등 총 4개의 질문을 던졌는데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 사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묻지 않았다. 특히 네번째 질문은 ‘그 이슈로 부부싸움 하셨냐’는 것으로 사안 자체를 희화화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대담이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변명이나 부분적 해명을 담아내는 데 그치자, 언론 현업단체는 ‘공영방송 KBS가 국영방송, 땡윤방송으로 전락하는 치욕적 순간’이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이날 낸 성명에서 “7일 밤 공공의 전파를 100분이나 장악한 윤석열 대통령 케이비에스 녹화 대담은 담배를 피우는 전두환 앞에 공영방송 사장이 머리를 조아리던 군사독재 시절 이후 최악의 연극이었다”며 “예고된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과거 문화방송(MBC)은 신군부 체제였던 1980년 8월11일 이진희 사장이 직접 진행한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 단독 회견’을 내보냈다. 당시 이 사장은 전두환이 권한 담배를 피우며 “그동안 국보위를 만드시고 노고가 크신 전 장군께서는 새 시대를 영도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좋은 싫든 맡으셔야 할 위치에 있다” 등 찬양 발언을 쏟아내 비판을 받았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도 성명에서 “조율된 질문없이 즉문즉답했다고 선전해놓고 대통령이 답하고 싶은 내용만 답할 수 있도록 무대를 열어준 케이비에스는 이제 국민들에게 국영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박장범 앵커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을 ‘파우치 논란’으로 표현한 이유 등과 관련해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어제 대담은 대담 그 자체로만 평가받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방송(KBS)은 지난 7일 방영된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두 차례에 걸쳐 ‘파우치 논란’으로 명명하는 자막을 내보냈다. 한국방송 갈무리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윤 KBS 대담은 사상 최악 대통령 홍보물”…야권 한목소리

사분오열 야권, 윤 대통령 녹화·편집 대담 비판 ‘한목소리’
홍익표 “점령한 KBS 통해 편집 홍보영상…국민과 괴리”
금태섭 “공작이라도 뇌물 수수…‘검사 윤석열’ 어디 갔나”

  • 수정 2024-02-08 14:54
  • 등록 2024-02-08 14:38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한국방송(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에 앞서 박장범 KBS 앵커에게 복도에 전시된 반려견들과 대통령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2024.2.7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지난 7일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방송(KBS) 대담에 대해 8일 더불어민주당과 제3지대 정당은 “빈껍데기 대담”, “역대 최악의 대통령 홍보물”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신년대담으로 지금의 궁색한 처지를 모면하려 했으나, 아쉬움과 함께 국민적 공분만 더했다”며 “거듭되는 실정과 잘못에도 반성 한마디 없이, 변명으로 시작해 자기합리화로 끝난 빈껍데기 대담이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윤석열 정권이 방송장악 본보기로 점령한 한국방송을 통해, 녹화 후 편집한 홍보용 영상을 내보낸 것은 오히려 국민과 괴리된 불통만 확인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대응과 관련해서, 홍 원내대표는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는 앵커, 뇌물성 명품백 불법수수 문제를 ‘아쉽다’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시절 범죄혐의자가 ‘죄를 저지른 것은 아쉽다,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고 하면 본인이 그런 혐의자를 풀어줬던 것인지 묻고 답을 듣고싶다. 진솔한 사과와 반성을 원하는 국민들을 더 이상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 대담이 공영방송과의 사전 녹화 방송으로 이뤄진 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공영방송이 연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변질하는 것을 봤다. 절박한 민생위기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을 알고 싶었지만 대통령궁 이곳저곳 다니며 사진 전시회 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방송 형식부터 진솔한 소통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정말 낯부끄러운 홍보영상에 불과했다. 방송이 장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측은함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제3지대 신당에서도 비판 논평이 쏟아졌다.
 
금태섭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 곽대중 대변인은 “공영방송국의 전파를 남용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 홍보물이었다”며 “아무리 의도된 공작이라도 분명히 뇌물을 받은 것인데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는 대목에서는 범죄 앞에 추상같던 ‘검사 윤석열’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하는 허탈감을 국민에게 안겨줬다”고 말했다. 새진보연합 오준호 정책본부장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권력자와, 그 주구를 자임하는 공영방송의 부창부수, 그것이 어제 대담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윤심한심’ 한동훈 “윤 대통령 진솔…정치공작 맞잖냐”

  • 수정 2024-02-08 21:25
  • 등록 2024-02-08 14:12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열린 따뜻한 대한민국만들기 국민동행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한국방송(KBS)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대통령이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세세한 발언 내용을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열린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국민적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적 걱정, 우려가 있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공감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과와 유감 표명이 없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는 질문에는 “처음 답으로 갈음한다”며 말을 아꼈다.
 
한 위원장은 또 윤 대통령이 이를 ‘몰카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공작은 맞잖아요”라면서 “처음부터 물건 사는 과정을 시계 몰카로 찍은 것이고, 지금까지 들고 있다가 총선쯤 터트린 것이다”라고 했다. 다만 “그 전후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우려할만한 점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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