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성당 비무장 모녀 사살…교황 "고통스럽다" 개탄(종합)
서혜림입력 2023. 12. 17. 21:35수정 2023. 12. 17. 21:36
저격수 발포…"경내에 하마스 없었는데 돌연 사격"
군 사건조사 착수…인질사살 이어 무분별한 공격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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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스라엘 저격수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교회에서 비무장 모녀를 사살했다고 로마 가톨릭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청이 주장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벗어난 인질들이 최근 이스라엘군의 오인 사격에 숨진 사태와 더불어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로마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청은 성명을 내고 "이날 정오 무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기독교 가정이 피신해 있는 가자지구 교회 안에서 이스라엘 저격수가 기독교인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대주교청은 "나히다와 그의 딸 사마르는 수녀원으로 걸어가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면서 "한 명은 다른 한 명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중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희생자는 노인 여성과 그의 딸이라고 AFP는 전했다.
정확한 나이대는 공개되지 않았다. 모녀 사망자 외에도 이날 교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보호하려다가 7명이 총격을 받아 다쳤다고 총대주교청은 전했다.
아울러 총격 당시 사전 경고가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교전자가 없는 본당 경내에서 냉혹하게 총살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인근 수녀원에 이스라엘 탱크가 발사한 발사체 3발이 떨어져 3명이 다치고 연료 공급 장치가 망가졌다고 성명은 전했다.
당시 장애인 54명이 거주하는 건물도 파괴됐다고 한다. 총대주교청은 "장애인 54명이 피난을 떠났고 일부는 생존에 필요한 산소호흡기도 구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모녀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교황은 17일 삼종기도 끝 무렵 "가자지구에서 매우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소식들을 계속 받고 있다"며 "한 어머니와 그의 딸이 죽었고, 다른 사람들은 저격수가 쏜 총에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은 테러리스트는 없고 가족과 어린이, 환자, 장애인만 있는 성가정 본당에서 일어났다"며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이 총격과 포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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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테러이고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것은 전쟁이고 테러"라며 "평화를 위해 주님께 기도 드리자"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에 기독교 미사 장소를 보호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곳(교회)은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숨어 있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가자지구에서는 10월 7일 개전 이래 최소 1만8천 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이라고 현지 당국은 집계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당에서 비무장 모녀가 저격수에게 살해됐다는 주장의 사실관계와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수색 중에 자국인 인질 3명을 실수로 사살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 인질은 하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흰색 깃발을 흔들며 자국군에게 도움을 청하는 과정에서 살해됐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이스라엘군의 무분별한 군사작전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ㅠhanju@yna.co.kr
군, 자국민 3명에 “테러리스트” 오인 사격
이스라엘 내부에서 휴전 협상 여론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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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 지지자들이 그들의 사진을 들고 귀환을 촉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16일(현지시각) 군의 오인 사격 사건에 대해 “교전 수칙에 위반된다”라며 가장 높은 수준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이 전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백기를 들고 항복을 하려는 이에게 총을 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참모총장인 나를 포함한 이스라엘방위군이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인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15일 가자지구 가자시티 셰자이야 지역의 건물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집단농장(키부츠)을 기습 공격했을 때 인질로 끌려갔는데, 하마스가 이들을 풀어줬는지 아니면 도망쳤는지는 불분명하다.
3명 중 1명이 흰색 천을 매단 막대기를 들고 있었지만, 이스라엘군은 불과 수십 미터 거리에 있는 이들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이라며 총을 쐈다고 한다. 2명은 현장에서 곧바로 사망했다. 남은 1명은 다친 채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히브리어가 들려왔고 부대 지휘관이 사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다친 인질 한 명이 다시 등장했을 때, 이스라엘군은 다시 총을 발사했고 그 역시 숨졌다.
이 사건이 발생한 셰자이야 지역은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사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최근 이스라엘군 최소 9명이 이 지역에서 전투 중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이스라엘군을 습격할 가능성 때문에 군이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 사격으로 숨진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에 소속된 드럼 연주자였다. 샴리즈는 조만간 사피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할 계획이었다. 탈랄카는 베두인(아랍계 유목민)족 출신으로 키부츠 인근의 닭 부화장에서 일하던 중 납치됐다. 내년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 당국은 인질 구출을 위한 휴전 협상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는 더 큰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하마스와 7일간의 일시 교전 중지를 통해 외국인을 포함해 인질 100여명이 풀려났으나 아직 하마스에 억류되어 있는 인질도 100명 이상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인질의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도 지상전과 공습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질이 사망한) 슬픔에도, (휴전하라는) 국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계속한다”라며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이 “우리의 실존을 위한 것”이라면서 “군사적 압박은 인질의 귀환과 (전쟁) 승리 둘 다를 위해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박멸하고 해당 지역을 비무장 지대로 만든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임시 휴전을 중재했던 카타르가 다시 중재하는 새로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17일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15일 밤 유럽 지역에서 회동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회동 장소를 노르웨이 오슬로라고 지목했다. 16일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관련 질문을 피하면서도 자신이 협상팀에게 지침을 줬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모든 공격을 즉각 멈추지 않는 한”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0월7일 하마스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천200명이 사망했고 240여명이 인질로 붙잡혔다. 이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으로 약 1만9천명(가자 보건 당국 추산)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숨졌고 수천 명이 여전히 잔해 아래 깔려 있다고 전해진다. 구호 단체에 따르면 가자 지역은 사실상 완전히 파괴됐고 220만명에 달하는 주민 중 다수가 피란 중이며 대부분 텐트와 임시 거처에서 머물고 있지만 음식과 식수가 부족해 인도주의 위기 상태에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이스라엘, 하마스 손아귀 벗어난 인질 3명 실수로 사살 / 연합뉴스 (Yonhapnews)
이스라엘, 하마스 손아귀 벗어난 인질 3명 실수로 사살
정유미 기자입력 2023. 12. 16. 09:30수정 2023. 12. 16. 14:25
이스라엘군 자폭테러 지역 “비극적 사건” 책임 시인
하마스 기습 때 납치된 노동자·음악가·학생 등 20대
‘손들고 히브리어 외치는데 쐈나’ 오인 경위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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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교전에서 자국인 인질 3명을 실수로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과 현지 일간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이스라엘군(IDF)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오인사격으로 하마스에 억류된 자국인 인질 3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가자지구 북부 교전 중 이스라엘군 대원이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을 위협으로 잘못 식별,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이것은 비극적인 사건이며 IDF의 책임”이라면서 “해당 지역은 지난 며칠 동안 군이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리스트과 마주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견딜 수 없는 비극”이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스라엘군의 오인사격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인구 밀집 지역인 셰자이예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셰자이예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근거지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오인사격이 수색과 검문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시신들을 이스라엘로 옮겨 신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가리 소장은 이들이 납치범들로부터 도망쳤거나 전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즉시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하가리 소장은 ‘숨진 인질들이 손을 들거나 히브리어로 외쳤는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것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인질들은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을 때 이스라엘의 집단농장(키부츠)에서 납치된 요탐 하임(28), 알론 샴리즈(26), 사메르 탈랄카(25) 등 20대 남성들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비영리단체 ‘인질 및 실종가족 포럼’에 따르면 탈랄카는 니르 암 키부츠의 양계장에서 일하던 중 납치됐고 이 과정에서 테러범들의 총에 맞아 부상했다. 탈랄카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 민족인 베두인이다. 또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납치된 하임은 피랍 당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메탈 음악축제에 참가해 드럼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크파르 아자 키부츠의 집에서 납치된 샴리즈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추가로 오인사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 아직 남은 인질은 사망자 20명을 포함해 약 130명으로 추정된다. 개전 이후 이스라엘군의 오인사격으로 이스라엘 인질이 3명 숨지기는 처음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인질 오인사살에 분노 폭발…궁지 몰린 이, 하마스와 협상 재개할까
김상훈입력 2023. 12. 16. 16:18수정 2023. 12. 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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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하마스와 휴전 연장을 거부한 채 가자지구 지상전을 밀어붙이던 이스라엘군이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해 사살하면서 인질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마스 소탕을 위한 강경 일변도의 군사작전을 이어온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진지하게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 사살 소식이 전해진 뒤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과 지지자 등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지난 10월 7일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가 70일째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간이 촉박하다. 그들(인질들)을 집에 데려오라. 인질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승리는 없다"고 외쳤다.
이스라엘 남부 나할 오즈 군기지에서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된 병사 리리 알바그(18)의 아버지 엘리 알바그는 "힘든 날이다. 인질이 관속에 누운 채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힘겨워한다"고 말했다. 조카가 인질로 잡혀 있는 오리 씨는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안중에 인질은 없는 것 같다면서 즉각적인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일간 하레츠에 "인질들이 폭격과 실패한 구출 작전 중에 죽는다. 심지어 하마스 손아귀에서 벗어난 인질은 이스라엘군의 오인 사격으로 죽었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며, 인질 석방을 우선 과제로 삼아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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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오인 사격으로 사망한 3명의 인질 [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 북부 세자이야 교전 중 이스라엘 병사가 인질 3명을 적으로 오인해 사살했다고 밝혔다.하가리 소장은 "비극적인 사건이며 이스라엘군의 책임"이라며 "이 지역은 병사들이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범과 마주친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인질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 카타르에 보냈던 모사드 중심의 협상단을 철수시켰고, 하마스도 전면적인 휴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추가 인질 석방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까지도 협상 불가 방침을 유지했는데, 최근 마음을 바꿨다고 현지 최대 뉴스 포털인 왈라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를 받은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은 이번 주말 유럽 모처에서 협상 중재역을 맡아온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왈라는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여성 인질 전원의 석방을 조건으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시켜 학살을 자행하고 24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을 인질로 잡아갔다.이 가운데 지난달 일시 휴전 기간 등에 105명이 풀려났고, 8명은 주검으로 돌아왔다.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129명가량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스라엘군은 이들 중 2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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