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내각 참여 않은 라피드 전 총리
“여당이 다른 베테랑 리더 세우라”

“네타냐후, 당신은 끝났어!”…이스라엘 국민 76% “총리 사임해야”
- 이동진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2 08:05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11월3일 이스라엘 일간지 ‘마아리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위기 때마다 정부를 중심으로 결속해 왔던 이스라엘 국민이지만 ‘누가 앞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에, 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27%의 지지율에 그친 반면 제2 야당 대표 베니 간츠는 49%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이스라엘 민심은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와 그의 정당 리쿠드당을 떠나고 있는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예루살렘의 전통시장 마하네 예후다 상인들의 입에서 최근 들어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Bibi’s finished(비비는 끝났어).”

뇌물·배임 재판 중…“면책특권 때문에 총리직·무리한 연정에 집착”
지난해 재선 당시 네타냐후가 한 제일 큰 약속은 ‘흔들림 없는 안보’였다. 정치권에서는 ‘Mr. Security’(안보맨)로 불리기까지 했지만 이번 사태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 보인다.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1400명의 이스라엘 시민이 죽었고 240명의 인질이 한 달이 넘도록 붙들려 있다.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 국내 첩보기관 ‘신베트’가 이번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것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프랑스 주간지 ‘오리앙 XXI’에 따르면 신베트는 하마스 수뇌부가 매일 아침에 어떤 커피 혹은 어떤 차를 마시는지조차 다 알 정도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거수일투족 모니터링한다고 한다.
프랑스 시앙스포 정치대학의 지정학 교수 프레데릭 앙셀은 이스라엘 안보에 공백이 생긴 이유에 대해 ‘무능한 극우’ 인사들을 정부 주요직에 임명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네타냐후가 6번째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헌정 사상 유례없는 우파 연정 덕분이었다. 특히 극우 보수정당들과의 연정으로 권력을 다시 잡을 수 있었던 네타냐후는 정부 주요직에 ‘자신의 말에 반대하지 않을’ 극우 인사들을 배치했다.
지난 3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 철회를 요구하자 바로 경질시킨 게 단적인 예다. 이에 이스라엘 현역 군인과 예비역까지 사법 개혁 철회 시위에 참여하면서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 4월 결국 해임을 연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여당 인사는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네타냐후가 지난 2년간 했던 사법 개혁을 포함한 모든 것이 나쁜 결정들”이었다고 자신의 당대표를 맹비난했다. 여당인 리쿠드당 내부에서조차 네타냐후를 둘러싼 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함을 보여준다. 앙셀 교수는 네타냐후가 무리한 연정을 이어가면서도 정권을 쥐려고 하는 이유를 면책특권 때문이라고 보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까지 직접 나서 자신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하아레츠는 최근 기사를 통해 “네타냐후 자신은 책임을 회피한 채 군 수뇌부와 군사 정보국, 신베트 보안국에 책임을 전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쿠드당 출신 한 장관은 하아레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네타냐후의 꼬인 생각을 잘 안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번 일을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하면서 “권력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인터넷 X(옛 트위트) 계정을 통해 이집트로부터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했고 군과 정보기관들로부터 하마스가 ‘억제’되어 있어 임박한 보안 위협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책임을 군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집트가 하마스 공격 3일 전에 이스라엘에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지만, 이스라엘 민심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지도자에게서 이미 마음이 떠난 듯하다.
지난 10월 환경부 장관 이디트 실만이 부상자들을 만나러 한 병원을 찾았을 때 병원 관계자가 “당신들이 이 나라를 망쳤어! 여기서 떠나라!”라며 장관을 쫓아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경제부 장관 니르 바르카트도 텔아비브에 위치한 한 병원을 방문하던 중 피해자 가족들에게서 “당신들이 어떤 상황을 초래했는지 이해하라”는 호통을 듣는 장면이 SNS를 통해 전파됐다. 들끓어 오르는 분위기 때문인지 피해자들의 장례에 네타냐후 총리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전시 상황임에도 이스라엘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공권력이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11월4일 토요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하아레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와라” “총리, 당신은 10월7일 우리를 포기했지만 인질들까지 포기하게 하지 않겠다” “지금 감옥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쟁 중단 등을 요구했다.

현지 전문가 “네타냐후 회생 가능성 제로”
같은 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 관저 앞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경찰이 무력으로 해산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해 왔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책임을 꼭 묻겠다는 정치권의 입장과는 다르게 시민들은 벌써 네타냐후의 구속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11월4일 이스라엘 지상파 방송 ‘13 채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76%는 네타냐후가 총리직에서 사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언론 ‘플러스972 매거진’은 현재 전쟁을 비판하는 시민들에게 폭력과 탄압이 가해지는 분위기 속에서도 이러한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치 전문가들은 네타냐후의 회생 가능성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보고 있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의 정치학 교수 토비 그린은 “현 정부 지지율은 10월7일 이전에도 고갈됐고 전쟁 발발 이후 더 폭락했다. 지금 선거가 치러진다면 크게 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앙셀 교수도 과거 안보 공백이 생길 때마다 이스라엘의 총리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 이후 이스라엘 사회가 예전과 똑같을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네타냐후 사법 개혁에 대한 반대운동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조쉬 드릴은 “전쟁이 끝나면 우리 모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 말은 16년이라는 기나긴 네타냐후 통치 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필자 이동진 프랑스 통신원은 파리 이날코대학에서 아랍·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현재 파리 팡테온 소르본1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에 재학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교환학생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에서 수학했다.
위험한 지도자는 어떻게 나라를 망치나...세계가 등돌렸다

▲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 피해를 입은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2023.10.31 ⓒ AP/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한 달을 맞았다.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우려했던 전쟁 장기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경험하듯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국제사회의 분쟁 조정 능력이 전무한 시대에 살고 있다. 개별 주권국가들의 현명한 공권력-외교력 운용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다.
베스트팔렌 체제*와 뒤 이은 국민국가 시대의 개막은 지극히 유럽적 현실을 반영한 정치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동아시아에서는 국민국가의 개념조차 필요 없을 만큼 오래 전부터 유사한 체제가 존재해왔다. 서아시아에서는 국민국가가 불가능할 만큼 여러 민족들이 섞이고 교류하면서 다문명 국가들이 존재해왔다.
*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유럽은 '국가' 단위에 최고지상권을 부여하고 국가간 주권의 동일한 권리를 인정하게 된다. 그 이후 유럽 국가들은 점차 국민국가(Nation State)화 되며 근대적 의미의 국가관이 생겼으나 커다란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20세기 이래 유럽과 동아시아보다 동유럽, 서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민족-영토 분쟁이 빈번했던 이유 중 하나가 민족과 국가 관계의 모순 때문이었다. 무인 지역 산악, 도서 등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지구촌 영토분쟁은 복잡한 민족적 구성을 단순한 이분법적 국가 경계로 절단하면서 발생했다. 현대적 의미의 '국가'에 부여된 지상권과 주권평등원칙이 당연히 과-남용될 수밖에 없었다.
인위적 사건, 이스라엘 건립
서구 세계에 국민국가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 자극을 받은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자신들만의 국민국가를 꿈꿨고, 그럴 마음이 전혀 없던 현지 주민들을 내몰고 건국된 것이 이스라엘이었다. 당시의 이주 유대인들 가운데에는 합법적 토지 매입에 따른 이주였다는 항변도 많았다. 하지만 땅 매입이 곧 통치권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거주와 권력 수립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란 배타적 통치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건국은 가장 기본적으로만 봐도 영토와 국민, 주권이라는 세 요소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세 요소가 주변의 다른 영토, 국민, 주권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건국은 바로 이 충돌 위에서 인위적으로 이뤄진 사건이었다.
국민국가 수립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원주민들과* 인위적인 국가 건설을 원했던 시온주의자들의 갈등은 예견된 사안이었다. 그래서 20세기 초부터 줄곧 국제사회는 두 국가 설립과 상호 안전보장을 요구해왔다. 양측이 무언가에 대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할 때, 이를 둘로 나누는 방안이야말로 유대인들이 지혜의 상징으로 여기는 솔로몬 재판의 현실판 아닐까?
* 영국이 아랍국가 수립을 인정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의 맥마흔-후세인 서신도 오스만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아랍 세력의 비밀외교 과정이었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결정은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이스라엘 정부는 좌파 노동당이나 우파 리쿠드당 모두 중동 평화를 위한 방안 모색에 적극적이었다. 우파 정권은 중동평화를 위해 과감하게 시나이 반도 포기 결정을 내놓았고, 좌파 정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설립과 상호 안전보장이라는 원론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들은 한 정치인의 출현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
네타냐후의 등장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0월 28일 텔아비브 키르야 군사기지에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요아브 갈란트 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던 당시의 모습. ⓒ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긴 재임 기록을 가진 그의 이름은 베냐민 네타냐후. 그는 증오의 심리를 권력 연장에 이용하는 가장 오래되고 비열한 정치전략을 누구보다 잘 구사하는 인물이다. 1996년 처음 집권한 그는 특히 2009년 재집권 이후 정치적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팔레스타인 때리기 전략을 구사했고, 그럴 때마다 위기를 벗어나곤 했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인가, 국민이 하는 것인가. 증오의 정치가 권력 연장에 실제 도움이 됐다면 유권자들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21세기의 이스라엘 국민들은 1948년 건국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그들의 전 세대가 가지던 일말의 공생 정치를 향한 양심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네타냐후가 그나마 대화의 국면으로 가려 할 때 그것을 막은 것은 이스라엘 국민들이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1996년 6월 첫 임기를 시작한 후, 당시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생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첫 집권 당시 이스라엘 역사상 최연소 총리였던 그는 호기롭게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을 진행했고 그렇게나온 결실이1998년 10월 서명된 '와이리버 협정'이었다.
'수정 협정'까지 이어지는 우여곡절 끝에 1999년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점령지 군 철수,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 팔레스타인 지위에 관한 협상 종결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그 협상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남긴 결과는 지지율 하락이었다. 물론 선거 패배 이유가 그것뿐만은 아니었지만 같은 해 앞서 5월에 열린 총선에서 우파의 결집된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네타냐후는 노동당의 에후드 바라크 후보에게 패배하고 만다.
이것이 21세기 팔레스타인 문제가 악화일로를 걷도록 만든 장본인으로서의 네타냐후 총리를 변론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하고도 마지막 사건이었다. 이스라엘 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은 팔레스타인과 공존의 방안을 모색하려는 거의 모든 정치인들을 정치적으로, 심지어 물리적으로 제거해내면서, 도덕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그들의 조국을 사지로 내몰았다.
광란의 권력, 증오의 정치
이후 재기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지는 너무나 간단했다. 팔레스타인을 때리면 지지율은 상승했고, 지지율 상승의 보답으로 다시 팔레스타인을 때리는 야만의 정치가 그렇게 반복됐다. 그렇게 네타냐후 세력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집권을 얻어냈고, 팔레스타인을 역사에서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정말 믿었던 듯하다.
극우 네타냐후는 2021년 6월 뉴라이트 성향의 정당 '야미나' 소속 나프탈리 베네트, 그리고 2022년 7월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 '예시 아티드' 소속의 야이르 라피드의 짧은 총리직 수행을 지켜봤지만 2022년 12월 다시 총리직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보다 더 극우에 해당하는 샤스, 오츠마 예후디트 등 정당들과의 연정이라는, 이스라엘을 절벽 끝으로 내모는 선택을 통해서였다.
2022년 12월 29일 출범한 마지막 네타냐후 내각은 이렇게 이스라엘 역사상 최극단의 우익 정치세력 집합체였다. 올해 이스라엘 발 뉴스들의 상당 부분은 이들이 파괴하고 있는 이스라엘 국가의 헌법적 근간들에 관한 것들이다.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이들은 사법부마저 무력화시켰고, 광란의 권력 칼 놀림은 정점을 향해가고 있었다.
이들이 입으로 안보를 말할 때, 실제 이스라엘의 안보는 무너지고 있었다. 네타냐후 극우 내각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모사드, 신베트 등 정보기관 수장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는 광적인 이념정치를 뿜어냈다. 이스라엘 국방의 근간이 되는 예비군 장교들마저 훈련을 거부하게 만드는 비이성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마스를 키운 건 네타냐후'
이것이 10월 7일 하마스의 전격 기습공격 전야까지 이스라엘의 모습이었다. 이념지상주의 권력으로의 정보는 차단되고 국방력은 마비됐다. 지난 야이르 라피드 내각 당시 보건부 장관이었던 니잔 호로비츠는 프랑스의 외교전문 매체 <르 그랑 콩티낭>과 최근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키운 건 네타냐후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장관 시절 총리 산하 안보각료회의의 구성원이기도 했던 그는 가자지구 경계선 일대의 이스라엘 안보 관련 장비와 시설물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수백 명의 무장 테러리스트가 그 장치를 뚫고 침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명백한 네타냐후 안보 정책의 총체적 실패라는 것이다.
네타냐후 정부의 책임은 안보의 실패뿐 아니라 정보의 실패에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네타냐후 내각이 이념몰이에 매달리는 동안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됐다는 것이 그의 증언에서도 나왔다. "그의 집권 수개월 동안 하마스는 무기를 비축하고, 군을 훈련시키고, 계획을 세우고, 작전을 반복"했다면서 그러는 동안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은 그 모든 것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사법 쿠데타'라 부르는 정부의 사법 기능 장악 시도 뒤에 이스라엘의 안보와 국방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부인의 사치, 총리 자신의 각종 비리 자체는 국가의 안위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부패의 뒤에서 곪고 있던 국가의 정보, 보안, 국방기능은 이스라엘을 안보 마비의 국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역내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유대인들만을 위한 유대인들만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이스라엘 극우 집단의 망상은 정작 첨단 국방장비와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을 보유한 자신들의 조국을 깊은 안보 공백의 국가로 만들었다.
어찌됐든 불안해진 네타냐후의 정치생명

▲ 지난 10월 2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짓밟고 있다. 아랍어로 '전범'이라고 쓰인 구호가 적혀있다. ⓒ EPA/연합뉴스
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현격한 전력의 차이는 이스라엘에 승리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네타냐후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다. 그의 정치는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는 몰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원한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또 유사한 비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내각을 바라보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지지도 역시 과거와 같지 못하다. 전쟁 중의 내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들이 바라보는 정부에 대한 시선은 무서울 만큼 차갑다. 지난달 23일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유대계 국민의 20.5%만 현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현 정부를 신뢰한다는 아랍계 국민은 7.5%에 불과 했다.
과연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과 자신의 조국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까? 불행히도 그래 보이지 않는다. 전쟁 후 3주가 경과한 지난달 28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을 '제 2의 독립전쟁'으로 규정했다. 정말로 3주 동안 생각해낸 현 시국에 대한 총리의 판단이 그 지경이라면 그의 정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지나치다"…''비판' '압박' 국가 속출
등록 2023.11.07 11:05 / 수정 2023.11.07 11:11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이스라엘의 공격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목도한 것은 더는 비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방어권을 지지하지만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격은 과도하다며 "테러리스트 하나를 제거하려고 난민촌 전체를 폭격하는 것은 비례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비례성에 어긋나며 국제법 위반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은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의 재앙적 상황이 국제 인도주의 관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자국 외교관을 철수시키는 외교적 행동에 나서는 국가도 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에 주재한 자국 외교관 3명을 모두 소환하기로 했다.
쿰부조 은차베니 대통령실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법과 유엔 결의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남아공 정부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격하해 2019년부터 텔아비브에 대사를 두지 않고 있다.
중동·아랍권에서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던 국가에서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바레인의 의회가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요구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바레인은 앞서 지난 2일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모든 경제 관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리는 모습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맹비난하며 그를 전쟁범죄로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직후 튀르키예는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남미의 볼리비아도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과 단교를 선언했고, 칠레와 콜롬비아도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들을 소환했다.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 정부 내에서도 민간인 피해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6일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네타냐후 “휴전, 어휘집서 삭제해야”…국제사회 요구 거듭 거부
등록 2023-11-06 10:48수정 2023-11-06 11:16
“인질 풀어주지 않으면 휴전 없을 것” 강조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5일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며 준수된 인도주의적 전쟁 중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며 “국제사회 사이에서 이 점에 대한 공감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도 5일 이집트·요르단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했다며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고 긴급 휴전을 하는 방안을 놓고 두 나라 장관들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5일 성명에서 “구급차, 병원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지난 3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구급차 한 대가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입구 2m 앞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것 등에 대한 비판이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을 인정하며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병원 인근에서 민간인을 방패로 작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은 마지막 발악?…‘네타냐후 퇴진’ 전망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은 마지막 발악?…‘네타냐후 퇴진’ 전망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고 한 달이 넘은 가운데 이스라엘이 대놓고 가자 지구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11월 5일(현지 시각) 가자 지구 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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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피의 보복', 브레이크가 없다...국제사회 인내심도 '한계'
입력 2023.10.31 04:30
약 3주 만에 민간인 8,300여 명 사망
"전쟁법 핵심인 구별과 비례성 원칙 위반"
"하마스와 민간인 230만 명 분리 불가능"
유엔 사무총장 "사상자 용납할 수 없는 수준"
가자 봉쇄·구호품 차단, 병원까지 위협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3주 만에 민간인이 대다수인 8,300명(영·유아와 어린이 3,400명 포함) 살상, 병원·학교 등 비무장 민간시설 공습, 물·식량·전기·연료 공급 중단, 유·무선 통신 시설 공격, 구호품 반입 차단···.
전쟁법이라 불리는 국제인도법이 금지하는 전쟁범죄 행위들이다.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빠짐없이 저지른 행위들이기도 하다.
전쟁 발발 24일째인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국제인도법을 무시하며 가자지구 지상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경악한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 국제 인권단체들이 국제법 준수와 공격 중단을 호소했지만 듣지 않았다.
① 벌써 민간인 8,000명 이상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부 등에 따르면 29일 현재 어린이 3,457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8,306명이 숨졌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2007년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 과정에서 나온 사망자(약 5,400명)를 훌쩍 넘겼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1,400여 명)의 5배가 넘는다. 부상자는 최소 2만242명이다.
국제인도법은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공격을 금지하고(구별의 원칙), 기대되는 군사적 이익보다 민간인 희생이 과도한 공격도 금지한다(비례성의 원칙). 이스라엘은 두 가지 원칙을 지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이번 전쟁에서 나온 민간인 사상자 규모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 세계가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약 230만 명이 밀집해 사는 가자지구(길이 41㎞, 폭 10㎞)에 이스라엘군은 로켓포만 8,000발 이상을 쏟아부었다. 지하와 민간구역 깊숙이 군사시설을 은폐해 놓고 민간인과 인질 등 '인간 방패' 뒤로 숨은 하마스에 타격을 입힌다는 게 명분이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8일 "모든 승리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말했다. 국제안보 전문가인 로버트 파페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하마스 대원을 민간인 230만 명과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칸유니스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아들의 시신을 품에 안은 채 슬퍼하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② 물·전기·연료 끊더니 통신 두절… "전쟁범죄"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세운 높은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주민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해 전쟁 전에도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라고 불렸다. 물, 식량, 전기, 연료 등을 대부분 이스라엘에 의존했는데,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 3일 만에 공급을 모두 끊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 공급을 막아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형태의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금지되는 사항"이라고 지난 10일 경고했지만, 이스라엘은 봉쇄를 풀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지상전을 시작한 지난 27일 이후 약 34시간 동안은 유·무선 통신이 끊겼다. 공습경보, 구조 요청, 생사 확인, 언론의 피해 상황 보도 등이 불가능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통신 두절의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가자지구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쟁 6개월 전과 지난 24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전쟁 발발 18일 만에 건물 2만3,947채(전체 건물의 9.2%)가 파괴됐다. 이에 따라 최소 22만5,270명이 살 집을 잃었다. 유엔이 추산한 난민은 100만 명이 넘는다.
지난 21일부터 이집트와 국경을 접한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 통로를 통해 구호물자가 반입되고 있지만, 생색을 내는 수준이다. 29일 24대를 비롯해 구호트럭 총 118대 분량의 물자만 보급됐다. 한계에 몰린 주민들은 약탈을 시작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28일 주민 수천 명이 유엔 구호품 창고에 난입해 밀가루와 비누 등을 빼앗아갔다"며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밝혔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29일 라파 통로를 방문해 "구호물자 전달이 어떤 식으로든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를 방해하면 형사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호품 전달을 막는 행위는 ICC가 다루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26일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 생존자를 찾고 있다. 가자=AP 뉴시스
③ "취재 중 기자 '표적 공격'"
취재 중인 기자를 이스라엘군이 표적 공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국경없는기자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피격 당시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사망한 로이터통신 기자가 이스라엘군의 의도된 폭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사망 당시 그는 '언론(Press)'이라고 적힌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
기자 살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국제법 위반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9일에도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 기자들이 레바논 남부에서 비슷한 공격을 받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④ '전시 피란처' 병원, 또 희생양 되나
이스라엘군은 전쟁 중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병원도 공격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29일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알쿠드스 병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아랍권의 적십자사)는 이날 "알쿠드스에 50m 떨어진 곳에 폭탄이 떨어졌다"며 "공격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병원에는 피란민 1만2,000여 명과 환자 500명이 넘는 환자가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위중한 환자들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다른 장소로 대피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며 "병원과 의료진, 구급차 등은 예외 없이 보호돼야 한다고 국제인도법은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 희생자 급증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30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든 유엔의 결정은 '정치적 압박'인 탓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제동을 걸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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