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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대장 손에 3대 사령부…전작권 되찾아야 군사주권 회복

by 무궁화9719 2023. 7. 11.

미 육군대장 손에 3대 사령부…전작권 되찾아야 군사주권 회복

등록 2023-07-10 07:00수정 2023-07-10 09:10

[정전협정·한미동맹 70년]
⑧70여년 미군에 내맡겨진 군 지휘권

2016년 4월30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취임식에서 유엔사, 한미연합사, 주한미군 깃발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날 빈센트 브룩스 대장은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됐다. 한미연합사 누리집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영공을 침범해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까지 뚫렸다. 이에 한국군은 무인기를 북한에 띄워 보내며 맞대응했다.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지난 1월 남북의 이런 군사작전이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쪽에서는 “어떻게 유엔사가 우리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군 당국자들은 당시 사석에서 “유사시 함께 싸울 전우라고 믿었다”며 유엔사에 대해 깊은 실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유엔사와 한미연합군사령부(한미연합사), 주한미군사령부를 같은 조직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들 3개 사령부는 사령관의 임무와 기능이 전혀 다른 별개 조직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반도 전쟁 억제와 방어 기능을 수행하고 한반도 유사시 국군과 미군 전작권을 행사한다. 유엔사령관은 정전체제 관리와 전시 회원국의 전력 제공이 주 임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2만8천여명의 주한미군을 지휘한다. 한국군 당국자가 무인기 사태 당시 섭섭함을 나타낸 유엔사는 정전협정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유엔사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각각 임무가 다른 3개 사령부는 5년 전까지 지휘소와 일하는 사람까지 대부분 같았다. 3개 사령부는 2018년 6월까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는 같은 시설을 지휘소로 썼다. 사람 또한 한미연합사 지휘부와 참모들이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직책들을 대부분 겸직했다. ‘한 지붕 세 사령부’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가 생기면서 ‘분가’했다.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는 2018년 6월29일, 한미연합사는 2022년 11월15일 각각 서울 용산에서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옮겼다.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한미연합사는 따로 청사를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3개 사령부의 사령관은 1명이다. 미국 육군 대장인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한다. 그래서 보통 한미연합사령관은 “3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고 말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이 3개의 모자를 쓰게 된 것은 사연과 역사가 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한-미 동맹의 군사지휘체계는 각 사령부의 창설과 작전통제권 전환이 맞물리며 변화해왔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발발 이틀 뒤인 1950년 6월27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3호(유엔의 대북한 군사제재 결의)와 1950년 7월7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84호(유엔군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의 근거에 따라 창설됐다는 게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7월14일 미국에 지휘권을 이양한다. 이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에게 “현 적대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군에 대한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한다”고 했다.
 
이후 한·미는 한국전쟁 뒤인 1954년 11월 체결한 한-미 합의의사록에서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한 그 군대를 유엔사의 작전통제권하에 둔다”고 규정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합의의사록은 미군이 유엔군의 일원이 아니라 미군 자체 자격으로 한국에 계속 주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유엔사의 국제법적 지위가 논란이 됐다. 중국과 옛 소련 등은 당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이 빠진 상태에서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들이 유엔헌장 위반이라 유엔사 창설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사가 미국 지휘를 받는 통합군사령부일 뿐이라며 유엔과 무관하고 국제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미국은 이런 논란을 피하려 유엔사는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업무만 전담하도록 하고, 한국 방위는 별도 사령부를 만들어 맡기는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됐다. 한국전쟁 때부터 유엔사가 행사하던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로 위임됐다. 이전까지 미 합참의장→유엔군 사령관으로 이어지는 미군의 작전 통제를 받았던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 통제를 받게 됐다.
 
한미연합사의 작전통제권은 현재 절반만 한국군에 환수된 상태다.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는 “임기 내에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만 넘겨받았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에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2월 한, 미 국방장관은 “2012년 4월17일부로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한다”고 합의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등 불안한 안보 상황을 들어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5년 12월1일로 늦췄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2014년 4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높아진 북핵·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양국이 상호 합의한 전환조건이 충족되는 시기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게 되면 3개 사령부의 역할과 임무가 다시 바뀐다.
 
한미연합사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되고,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게 된다. 미군 대장은 부사령관을 맡는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유엔사 사령관만을 겸직하게 된다. 3개의 모자가 2개로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한미연합사가 개편, 해체에 따른 지휘권 변화 탓에 정전관리 임무 수행이 어려워지게 된다. 정전관리를 하는 유엔사 사령관은 현재 자신이 겸직한 한미연합사령관 자격으로 비무장지대(DMZ)에 전개된 한국군을 운용해 정전체제 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연합사가 해체되면 유엔사령관은 이 병력을 지휘할 실권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2007년 1월 버웰 벨 유엔군사령관은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에 따른 유엔군사령관의 군사적 책무 수행상 부조화 문제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16년 6월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푸른색의 유엔기와 태극기가 걸려 있다. 유엔기는 지피가 유엔사의 시설이고 관할구역임을 뜻한다. 비무장지대의 물리적 현장 관리는 국군이 하지만 출입하는 모든 인원과 병력 통제권은 유엔사가 행사하고 있다. 육군본부 누리집
 
이런 가운데 미국은 유엔사의 임무를 전반적인 한반도 위기 관리로 확장하려고 한다. 미국은 “유명무실하다”는 말까지 듣던 유엔사의 조직·인력·기능을 2014년부터 꾸준히 확대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 줄어들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유엔사를 통해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은 유엔사의 전시 작전지휘 기능 보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유엔사가 모든 유엔사 지원 전력에 대해 작전지휘권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다국적 연합전력들이 한반도에 도착한 뒤에도 유엔사가 작전지휘권을 계속 보유할 경우 한국군 대장이 맡게 될 미래연합사령관을 제친 상태(패싱)에서 미군이 북한 핵무기 탈취 등 단독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작권 환수는 단순히 과거 한국이 미국에 양도한 군사주권을 되찾아온다는 의미를 넘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군사안보적 환경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입을 닫고 있다. 지난달 7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에는 전작권 전환 언급이 없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전쟁 나면 재참전 약속 16개국의 70년 전 ‘워싱턴 선언’

등록 2023-07-10 07:00수정 2023-07-10 09:11

[정전협정·한미동맹 70년]
윤 대통령 말처럼 ‘자동 개입’은 불투명

지난 2018년 5월9일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에 위치한 판문점에서 유엔사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 대원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행사 축사는 전 정부를 향한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반국가 세력”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된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유엔사는 평시에는 ‘정전협정 관리자’ 구실을 하지만, 유사시에는 ‘전력제공자’(Force provider) 구실을 한다.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이도 주일본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을 활용해 미군과 다국적군의 병력·장비·물자 등을 한반도까지 전개해 한미연합사에 제공한다.
 
이런 유엔사의 전력제공 기능은 70년 전 ‘워싱턴 선언’에 기초한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핵우산을 논의하는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을 했는데, 이에 앞서 한국전쟁이 멎던 1953년에도 ‘워싱턴 선언’이 있었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튀르키예(터키) 등 16개국 대표는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워싱턴에서 “만약 유엔 원칙에 반한 무력공격이 재발한 경우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이에 대항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한국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선언’(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1954년 11월 한-미 상호방위조약 발효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은 침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독립과 안정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고 이를 위한 핵심적인 2개 장치가 워싱턴 선언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된다는 윤 대통령의 한국자유총연맹 축사 발언에는 70년 전 워싱턴 선언대로 한반도 유사시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병력과 무기를 신속히 한반도에 투입할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1953년의 워싱턴 선언을 되살리려고 한다. 국방부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올해 말 유엔사 병력제공국이 참석하는 국방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군은 워싱턴 선언에 따라 유사시 유엔사의 전력제공자 임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현실을 따져보면 이를 낙관하기 어렵다. 한반도 유사시 재참전을 결의한 16개 참전국의 ‘워싱턴 선언’은 강제의무가 발생하는 조약이 아니다. 국제법적으로 구속력도 없다. 1953년 워싱턴 선언을 할 당시 참전국들은 한반도 정전체제가 70년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시 워싱턴 선언의 성격은 길어야 1~2년 안에 북한의 재침공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대북 경고 메시지 발신이었다.
 
아울러 16개 참전국 가운데 미국을 빼면 나머지 나라들은 이미 한반도에서 군대를 철수한 상황이다.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자국 내 참전 반대 여론과 대량 인명 피해 같은 부담을 감수하고 한반도 유사시 실제 참전할지는 미지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미국, 주한미군사령관 3개의 사령관 겸직시켜 한미 군사관계 통제

  • 기자명 고승우 민언련 고문·언론사회학 박사 
  •  입력 2023.06.04 04:05

[한미관계 탐구 (26)]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상화 위해 6조 발동 검토해야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한반도에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그물망처럼 만들어 놓은 군사적 시스템의 일부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챙긴 군사적 이익은 남북한 군 통제를 통한 전쟁 방지와 중국, 러시아 전략 추진이다. 이런 목적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과 한미연합사 사령관 등 3개의 사령관 모자를 쓰고 있는데서 확인된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앞서 살펴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특성에 의해 특권을 부여받고 있어, 필리핀에서의 미군과 너무 차이가 크다. 한국 정부가 미군의 ‘권리’를 제어할 방법이 없어 방위비특별분담금협정(SMA)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지불한 분담금에서 잉여금이 생겨도 제대로 감시·감독도 할 수 없고, 국고로 환수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항이 없다. 또한 미군의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한 피해 복구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실정이다.

 

유엔군 사령관은 미국 정부를 통해 유엔에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정전협정 규정 준수 여부를 관리하면서 제2의 6·25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유엔군은 깃발만 유엔기를 사용할 뿐 유엔 기구 소속이 아니다. 유엔사는 일본에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을 확보해놓고 지금도 공해상에서 북한함정 검색 등의 작업이 추진되도록 하고 있다. 유엔사 해체는 유엔이 아닌 미국 정부의 권한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군의 전시 작전지휘권을 장악하고 있고 역시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다. 미국이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전시작전지휘권의 한국 이양문제에 소극적이거나 주한미군이나 한국이 대만 유사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은 미국 이익을 최우선한 발상의 결과라 하겠다.

 

미군이 장악한 이들 3가지 군사령관은 미국 대통령이 자국 헌법 2조 등에 따라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대북 선제 타격권 발동하고 그 이후 미 의회의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킬 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남한과의 비상전화조차 꺼버리는 것은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에 남한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구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미 군정 이래 미국익 우선이었다. 특히 미국이 원치 않는 한반도 전쟁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남한의 북침이나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 행사 또는 통제는 미국이 남한에 만들어놓은 다양한 군사 관계 외에 남북교류, 외교, 통상 등의 방면에서도 취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에 합의했지만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미 외교안보국방 분야의 고위 관리들이 참여하는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조직을 발족시켜 그 집행을 저지했다.

 

그 결과 문 정부는 남북간에 합의한 것에 대해 거의 이행치 못하고 미국의 무기만을 천문학적인 액수만큼 사들였고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그 여파는 현재까지 미치고 있는 바 문 대통령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내용이 왜 실편되지 못했는지를 확실히 밝히지 않는 한 향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쪽에서는 미국 관리와 마주앉은 한국 관리들의 반대로 남북교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말을 흘리고 있으나 이는 문 대통령의 통치력 부족이라는 측면에서 또는 자주권 행사라는 측면에서 고찰해야 한다. 향후 남쪽의 지도자가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나아가 한미관계를 정상화시킬 담력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 2015년 6월 한미연합군이 서해 안면도 해안에서 항만시설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usfk
 

한미일의 대북정책과 북중의 대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1일)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일 세 나라가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YTN 2023년 6월1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 방침을 확인하며 “갈등이나 대결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를 묶는 ‘쿼드’를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을 견제했다.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하마다 일본 방위상도 북한의 우주발사체 재발사에 대비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해 한국, 호주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 유럽 국가들과 함께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을 묶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대응작전을 전개하면서 군사적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치 않지만 파키스탄, 인도처럼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보고 세계군사전략 차원의 한 부분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세계평화위협국가, 테러지원국가로 지목해 선제타격 대상의 구실로 삼아 주한미군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은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이런 대북정책이 중국을 불편하게 할 경우 중국의 대북 견제를 추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전략은 북한 핵이나 미사일이 실질적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설령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행한다 해도 미국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시절과 같은 ‘전략적 인내’를 앞세우면서 한미, 한미일 동맹 강화를 우선시하면서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일 두 나라에서 제기된 전술핵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현재의 핵우산 정책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와 달리 한국은 일본과 함께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발등의 불로 인식하는 초조한 태도를 보이며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은 한일 두 나라에 군사적, 정치적으로 큰 위협과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입장이고 일상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은 현실적 위협으로 의식하면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한국정부는 미국 전술핵 배치 등이 어려워지자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한다는 전제하에 한미합동군사훈련 강화와 미 전략자산을 실질적으로 상시 배치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미국과 합의하고 한일 군사협력도 강화하면서 자체 첨단 무기 개발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향후 상당기간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자국에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북한은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군사적 충격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과 유사한 대북정책과 내치 과정에서의 이념적 편 가르기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와 북한간의 주고받기 식 무력시위가 향후 수년 또는 수십 년 지속될 가능성과 함께  이로 인해  남북한의 위기 지수가 높아지면서 자칫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한반도의 두 진영이 맞장을 뜨는 식의 ‘강대강’으로 치달을 경우 큰 비극적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남북은 미중과 미러가 국방장관이나 군 최고사령관이 서로대화 하듯이 군사적인 핫라인을 개설해서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 또는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을 안전판을 만들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남북이 재통합을 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의 대치상황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전쟁 방지 안전판의 확보와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윤 정부의 초강경 대북 정책 최상인가?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해 현재의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의 경우 ‘설마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겠나? 손자병법의 가르침대로 적을 최대한 겁박해서 전쟁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미동맹을 통해 강력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조하는 것이 북한이 굴복하도록 만들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손잡고 한미일에 강력 대치하면서 핵무장 등을 더욱 강화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럴 경우 선제타격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는가? 현재의 여건이 지속된다면 대북 선제타격은 한반도가 전면전쟁으로 쑥대밭이 되는 미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남북한 평화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이 유지되거나 강화되는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 정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도 윤석열 정부는 살펴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침묵하고 추종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부적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국치스럽고 실제 국부가 미국에 엄청나게 제공되는, 그러면서도 미국의 위세에 눌려 지내는 불편한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

 

윤 정부는 박정희, 노태우 정부 이래 남북 평화공존과 평화 통일 노력을 해왔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대 정부가 합의한 내용 중에는 남북협력과 평화통일 방안이 다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군사적 주권을 정상화시키고 국제적으로 떳떳한 국가의 위상을 확립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정착에 기여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의 정상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역대 정부가 소극적이었고 현 정권도 비슷할 것 같은 분위기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침묵하거나 소극적이라고 해서 정당이나 학계, 언론, 시민사회가 정부와 동일한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 비판과 대안을 활발히 개진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 모두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정부도 한미동맹에 대해 관습화된 태도를 버리고 비상한 방법을 동원해 중장기적 국가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용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방문군 협정(VFA)의 종료를 자국 이익을 위해 미국에 통보한 것과 같은 정치적 결단은 우리나라도 참조할 만하다. 국가간에 협상에서는 상대가 협상에 응하고 협상장에 나오도록 만드는 지혜나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2조 대단히 심각

 

한미동맹의 핵심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이승만이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정전협정 체결에 반대하면서 미국과 체결된 조약으로 평화협정 추진을 명문화했던 정전협정 취지와는 엇박자이다. 이 조약 조문 몇 가지가 유엔회원국의 위상에 맞지 않는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제 4조다.

 

제 4조는 미국이 자국 군사력을  한국 어느 곳에나 배치하는 권리(right)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누리고 있는 군사적 특권을 보장하는 이 조약의 파생물이 1966년에 만든 주한미군지위협정인 SOFA이다.

 

SOFA는 제 4조의 부속협정으로 미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지. 시설 제공을 규정한 것이다. 이러니 SOFA에는 주한미군의 군사적 행동 등에 대한 규정이 전무해서 주한미군은 훈련 계획 등을 한국에 통보할 의무조차 없다.

 

제 4조의 국제법적 의미는 결국 주한미군 주둔 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토록 하는 방위비특별분담금협정(SMA)이 나오게 만들었다. 주한미군 주둔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가 SOFA규정 5조 2항을 근거로 1992년 뒤늦게 만든 것이다. 한미가 매년 SMA 협상을 하고 트럼프가 몇 년 전 그 액수를 다섯 배 올려야 한다고 한 것도 제 4조의 ‘권리’에 주목한 미국의 법치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제 4조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의 근거가 되었고 최근 수시로 한반도에 출현하는 미국 전략자산의 진출을 가능케 하고 있고 주한미군은 치외법권 이상의 위상을 보장받고 있다. 또한 대북 선제공격과 참수작전, 북한 점령을 내용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 등이 가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제 2조는 '무력 침공 위협'에 대한 판단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미국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한을 선제 타격할 전략을 검토하면서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는 근거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미 군사동맹에서 누가 갑, 을인 것인가 하는 것이 명백해지는 조항이 4조, 2조인 것이고 이 때문에 북한이 남한 정부를 군사문제에서 협상 대상으로 배제하는 이유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만은 공산주의에 대한 무한 공포를 앞세운 것으로 유명한데 정전협정 협상 당시 한국군이 60만 명 가까웠지만 정전협정을 맺으면 남한이 공산화된다면서 미국의 전쟁 자동개입을 가능케 하고 싶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조약 3조를 보면 미국은 한반도 군사개입을 할 경우 자국의 헌법절차에 따르겠다고 되어 있어 이승만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다.

 

박정희는 제 4조가 미국에 의해 전횡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1960년대 중반 차지철을 앞세워 국회와 언론을 통해 그 문제점을 부각시킨 적이 있다. 박정희가 미국으로부터 월남전 참전 대가를 더 받아내기 위한 정치공작이었다. 박정희는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계획이 발표되자 핵무기 자체 제조를 앞세워 미국을 압박하다가 한미연합군체제를 발족시켜 전시와 평시 작전권을 미군이 행사토록 만들었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상호독립 체제를 유지하는 동맹관계다.

 

SOFA, SMA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파생된 하위법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을 정상화하기 위해 한미군사동맹의 불평등성을 주장하고 시정하려면 동맹의 최고 규범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거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 조약의 하위법 성격인 SOFA, SMA만 지적하면서 비판하면 미국인들은 되레 한국인들이 한미군사동맹에 역행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SOFA, SMA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기본 뿌리에서 파생된 하위법 성격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즉 한국에서는 핵심적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언급치 않고 그 하위법인 SOFA, SMA만 거론하는 것은 미국에게 보장된 권리에 대해 부당한 문제제기라는 식으로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뿐 아니라 수많은 협정 등으로 얽혀져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는 미래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두 나라의 군사동맹을 형성하는 여러 형태의 합의가 촘촘히 짜여 진 그물망처럼 얽혀 있어서 한미상호방위조약만을 정상화한다 해서 다른 부분이 자연스럽게 정상화된다는 것은 아니다.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가장 중심적인 동맹의 핵이라는 점에서 이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좀더 국제적 상규에 맞게 개선시킬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식 법치주의는 한반도에서 보장된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관행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경제력 세계 10위권, 군사력 세계 6위인 한국이 국가의 자주권을 지구촌 2백 여 국가처럼 회복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 할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진 이후 미국 핵무기나 사드 등 미국의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할 때 미국이 한국 정부와 실효적인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조약으로 주한미군은 미국이 원하는 무기를 한국에 들여올 때 권리를 행사하는 식이고,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 평택미군기지가 세계 최고인 것도 이 조약에 근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한미동맹을 최상의 동맹으로 추켜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일부 있다. 

 

한편 이 조약의 연장선에서 한미 간에 2006년 합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큰 문제다. '전략적 유연성'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등 미군이 특정지역에 고정되지 않고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고 유연하게 개입할 수 있는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보장됨에 따라 대만 등 동북아 지역 분쟁에 주한미군이 개입할 경우 한국이 자동적으로 끌려 들어가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미 중간 무력충돌 발생 시 지원하게 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 2016년 1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날아온 미 공군 B-52가 오산 미군기지 부근에서 저공비행을 하면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usfk
 

미국이 한미동맹을 최상의 동맹이라고 하는 이유

 

오늘날 미국의 대북전략은 미국의 세계 핵전략, 즉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핵전략의 하위 부분으로 규정해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거나 남한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치 않겠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미국의 3대 핵전력을 이용해 대처한다는 것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하거나 핵실험을 한다 해도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해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대북 핵 보복공격을 할지 여부도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취해질 것으로 보고 확실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중국, 러시아가 발끈할 발언을 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한국이 중국, 소련과 수교한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인 듯하다. 대통령실이 언급했듯이 원론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미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윤 대통령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도 주권국가로서 할 말은 해야 미국이 경청하고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미동맹으로 확보된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그 수위를 상승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최근 한미연구소(ICAS)가 2021년 1월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중국을 억지하거나 필요하다면 중국을 격퇴시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주한미군의 임무는 한반도 방어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 안정화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주한미군 전력을 온전히 한반도의 방위에만 사용해야만 한다는 세간의 인식은 정확하지 않다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향후 중국과의 역내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 역시 이 문제에 방관하거나 중립적인 위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미국의소리 방송 2021년 1월 8일).

 

미국이 대북 전면전 가능성을 대북 정책의 한 카드로 비축하고 있는 것도 현재의 한미동맹이 그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공격 확정시 그에 필요한 무기와 탄약비축, 30~40만 명에 달하는 미군사력 주둔, 해군력의 배치와 그 발진기지 등이 필요한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이런 것들이 보장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의 북미관계를 보면 대북 전면전 카드라는 극단적인 옵션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 미국이 대북협상에서 극단적인 물리적 방법까지 선택지에 포함시킨 결과 협상의 실패 또는 결렬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 전무 할 경우 미국의 대북 협상 태도는 좀 더 진지하고 신중해질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은 21세기의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 그리고 남북평화통일 추진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 미중패권 경쟁으로 동북아에 신냉전 도래가 가시화되면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활용할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인 쿼드(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에 기여할 것을 한국에 강조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1년 3월 25일 첫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을 극심한 것으로 묘사하면서 "중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가 되려는 목표를 갖고 있으나 내가 보는 앞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전인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압박과 봉쇄를 강화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미중패권 경쟁과 신냉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군사안보(military security),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가 한국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하고 그래야 국민의 행복한 삶과 번영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신장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미국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제재와 압박이 강화될 경우 마주 달리는 열차의 형국으로 곤란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만에 하나 북미 간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 한반도에서의 피할 수 없는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남북한 간에 접촉유지를 강화하여 한반도 전체 정세의 장기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불가피 하다. 남북한의 긴밀한 접촉을 통한 평화관리는 한반도 당사자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지구촌에 생산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긴요한 방법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현재보다 더욱 강화하는 것이 국익에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를 강조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지구촌 정세 등을 고려할 때 자칫 진영논리를 강화해서 동북아 신냉전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정상화 시키는 방안을 찾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 한국이 외교적 군사적 자주권을 행사하면서 한미동맹을 정상화시킬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폐지나, 필리핀 수준으로 개정하는 등 다양할 것이고 그것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한미동맹에 접근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

 

한미동맹 정상화 미국식 법치주의에 입각해 추진해야

 

한미동맹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서, 한국보다 우월한 입장인 미국이 외면하거나 변명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미국 의회가 한미동맹을 미 대통령이 폐기하지 못하게 법안을 제출하는 등 미국 쪽 애착이 대단하다는 점 등을 십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하고 특히 미국식 법치주의의 핵심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식 법치주의 특성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대통령제, 연방체제 도입과 흑인노예 해방, 총기소유권리 보장 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초로 실시한 미국 대통령제는 트럼프의 경우에서 확인되듯이 대통령은 그 임기 중에는 강력한 면책 특권, 사면권이 보장되는 등 막강한 권력이 보장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월 2일 이란 권력 2인자이자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인 가셈솔레이마니를 암살하도록 명령한 것처럼 미국 대통령에게는 선제타격권이 보장되어 있다. 이런 제도가 유지되는 한 북한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란의 경우와 달리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체가 전화에 휩싸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헌법에 보장된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정상화는 지난한 과제인 것이다.

 

한편 미국처럼 한국의 집권세력도 한미관계에서 법치를 앞세우는 것은 마찬가지라서 한미동맹을 강조할 때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준수한다는 원칙을 밝히게 된다. 그러나 한미 군사동맹이 한국의 군사적 주권 행사를 어렵게 만들거나 한반도 당사자라는 특수한 입장에서 평화통일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역기능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은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한미군사동맹을 필리핀, 일본과 미국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국가 간 관계는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라 폐기 또는 수정, 보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동맹 유효기간 안에도 필요할 경우 수시로 동맹 내용 자체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동맹은 수평적, 대등한 주권국가의 수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국제적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은 우선 그 존속기간이 무기한으로 되어 있고 조약의 수정 보완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런 조약은 두 당사국간에 어느 한쪽이 부당하거나 비상식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당연히 불합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항상 강조하면서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는 속뜻은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은 군사동맹과 비교할 때  확인되고 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도 이제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 상식을 강조하는데 한미동맹도 그런 자세로 보아야 한다. 한미동맹과 관련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한국정부도 침묵이 금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승만이 막무가내로 자주국방을 외면한 채 외세에만 의존하려 했던 태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오늘날 그 정상화를 모색해야 해야 한다. 냉전시대의 논리에 재갈이 물린 채, 21세기에 존재해서는 안 될 불평등 조약이라고 판단하면 주체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동북아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고 이에 대한 당사국의 대응은 과거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던 종전선언이나 대북교류 등에 대해 미국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은 현재와 같은 군사동맹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종전선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서 관철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비춰지지만 더 생산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 정책을 놓고 한미 간의 입장차는 미중관계가 더욱 냉각될수록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한중간 경제 관계가 한미경제관계보다 커진 상황에서 시각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미중관계가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중국이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에 보복조치를 취한 바 있는데 현재와 같은 한미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이 우려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더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만 강조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한다. 미국의 대북 핵정책에 대해 더욱 깊숙이 의존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는 남북간 긴장 고조와 충돌 가능성이라는 심각한 위험이 있다. 대북 선제 타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할 경우 그런 전략의 종착점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것에 대해 북한이 굴복하거나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군사적 위험의 증대를 피할 수 없다. 현재 한미일 3각 동맹이 강조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런 사태가 지속될 경우 한반도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취약지가 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상화 방안은 6조 발동 밖에 없어

 

한국이 군사적 자주권을 회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미군사동맹의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미 간의 다른 군사적 협정, 양해각서 등은 이 조약에 의해 미국에게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특권을 보장받고 있다. 이 조약의 정상화가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 것이다.

 

한국도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군사동맹처럼 주권국가의 자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상화하려 할 경우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가 그것이다. 이 조약 6조는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이 조약은 어느 한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게 미리 폐기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식시킬 수 있다(This Treaty shall remain in force indefinitely. Either party may terminate it one year after notice has been given to the other Party.)라고 되어 있다.

 

조약을 수정 보완한다는 등의 조항이 없기 때문에 조약의 수정보완을 하기 위해서라도 6조에 의거해 미국에 이 조약의 종식을 미국에 통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를 한국이 들고 나올 때 국내외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친미 아니면 반미라는 2분법적 논리가 지배적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친미와 반미 사이에는 수많은 대안으로 세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을 배제하는 것은 이승만 식의 독단, 독재적 발상이라 하겠다.

 

동시에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종속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한국의 사활적 이해관계에 해당할 정도로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조약의 개폐가 필요하다. 큰 아픔과 혼선이 빚어진다 해도 비정상은 신속히 정상화 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국제정세를 살피면 훤히 드러나듯이 외교에는 영원한 적, 영원한 동지란 존재치 않는다. 국가 간 관계는 대등한 위치에서 공평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이 최상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마찬가지다. 이 조약이 만들어진 1953년은 특수상황이었고 오늘날 한국은 -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해도 -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의 하나이고 국방예산만 해도 세계 10위권 전후에 속한다.

 

미국은 북한에 비해 군사력이 600~1000배 이상 앞선 것으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아시아 최빈국의 하나인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펴하면서 한국의 사전 동의 없이 선제타격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퍼레이드조차 도발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자국의 군사력을 현대화하는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이런 모습이 자칫 한반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없는지 윤석열 정부는 깊이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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