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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오염수 검증한 미 핵물리학자 "콘크리트로 만들면 방류보다 낫다"

by 무궁화9719 2023. 6. 28.
 
'홍콩 국민의 약 80%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한다'고 지난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한편 22일 일본 어민들을 대표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은 일본 정부가 800억 엔(한화 7280억 원)의 피해보상기금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시민들의 관심은 '해양투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에 쏠리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지난 2년간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작업에 참여해온 미국 과학자가 거듭 제안하고 있는 '콘크리트화'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의 핵 물리학자의 질문... "콘크리트 응고는?"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교수
ⓒ 미국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소형원자로(SMR)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의 핵 물리학자다. 그는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피지, 투발루, 호주, 뉴질랜드 등 18개 나라로 구성된 태평양 연안 도서국 포럼(PIF)이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을 위해 구성한 국제 전문가 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2년간 검증 작업에 참여해왔다. 그는 지난 1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검증작업을 이렇게 요약했다. 
"탱크 안에 정확히 어떤 오염수가 있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전력의 오염수 추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 페렝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2023년 1월 26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렝 교수는 핵 폐기물의 자국내 처리라는 국제 관행에 맞춰 일본 내에서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측에 역제안했다. 오염수(혹은 처리수)를 콘크리트 만드는 물로 써서 삼중수소를 비롯한 여러 물질을 콘크리트 안에 가둬버리고, 만든 콘크리트는 후쿠시마 일대 해일 방제벽 등 사람과의 접촉은 극히 적지만 꼭 필요한 구조물을 만드는 데 쓰자는 방식이다. 
"폐수를 콘크리트로 응고시키는 것은 해양 투기에 비해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그방식은 모든 물을 처리하고 5년 안에 탱크에서 제거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는 해양투기에 필요한 30년 이상의 소요 기간보다 훨씬 더 빠릅니다.

이렇게 하면 삼중수소(탄소-14도)는 삼중수소 베타가 피부에 침투할 수 없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는 선량으로 콘크리트 내부에 갇힌 채로 남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합니다. 본질적으로 유해한 입자는 콘크리트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며 어떤 가이거 계수기도 이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 페렝 교수 대학 내 기고문, 2023년 6월 16일

페렝 교수는 일본이 약 4000만 톤의 콘크리트를 소비하는데, 미국의 시멘트 사용 패턴에 비춰볼 때 이중 약 1/3은 최소한의 인간 접촉이나 노출이 필요한 구조물 제조에 사용된다고 할 때 오염수 처리 폐수의 상당 부분은 후쿠시마 발전소 부지 자체에서 장벽용 콘크리트, 저장 용기, 방사성 토양 더미 안정화 및 다양한 용도로 필요한 구조물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콘크리트는 뭔가 찜찜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 대목에서 페렝 교수는 일본 정부에게 반문한다. 그러면 왜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 토양을 일본 내 건축물에 사용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느냐고. 
"이 방법은 일본이 국내에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토목 프로젝트를 위해 훨씬 더 많은 방사성 토양을 재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오염수를 콘크리트 제조에 활용함으로써) 연간 200만 명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보존하는 효과를 갖고, 국경을 넘지 않아도 되는 이 방법은 일본의 다른 국가와의 관계나 특히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본내 어업 종사자들과의 관계에서 일본 정부에 보다 유리함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의 반응은 어땠을까? '거절'이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거절사유와 이에 대한 페렝 교수의 재반박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해양투기 사안의 본질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알게 된다.

일본 외무성 "처리수 포함된 콘크리트는 방사성폐기물"... 그러나
 
  도쿄전력 직원이 2023년 6월 26일 월요일 일본 북부 후쿠시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취재진에게 방사능 처리수를 방출하는 데 사용될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교도통신=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7일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태평양 제도 포럼 전문가들과의 토론 결과를 아래와 같이 공개했다.

"PIF(태평양제도포럼) 전문가들은 ALPS 처리수를 콘크리트 제조에 사용할 계획을 제안했다. 일본 측은 ALPS 처리수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과거 전문가들이 검토한 바 있으며, 콘크리트 배합 시 발생하는 열이 ALPS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증발시키므로 ALPS 처리수가 포함된 콘크리트는 국내법상 방사성폐기물로서, 현재 저장돼 있는 ALPS 처리수의 질량은 방대하고 희석 후에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상기와 관련해 일본은 제안된 제안이 기술적, 법적 측면에서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 일본 외무성 보도자료, 2023년 6월 7일

콘크리트를 배합할 때 발생하는 열로 삼중수소가 증발하고 이는 일본 국내법상 방사성 폐기물에 해당된다는 거절 사유였다.

이에 대해 페렝 교수는 일본의 거절 사유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우선 일본이 거부한 콘크리트화 안은 자신들이 제안한 방식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자신들은 오염처리수보다 부피가 2배가량 더 적은 희석수를 사용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반복적으로 제시했지만 일본 측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거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렝 교수는 또 콘크리트가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는 사유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오염된 토양을 일본내 건설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한다.

 
  2023년 6월 20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시민들이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본은 이미 ALPS 처리수보다 훨씬 더 방사능이 강한 인간 접촉이 적은 응용 분야에 오염된 토양을 대량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약간의 창의력으로 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법적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일본의 NRA(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정의가 수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현재의 (방류)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초래하게 될 다른 나라와의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겁니다." - 페렝 교수의 대학 내 기고문, 2023년 6월 16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그런 오염수를 단지 '콘크리트 제조에 쓰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건 '방사성 핵폐기물'이라서 가능하지 않다고 거절하는 걸까. 그런 방사성 핵폐기물을 공해 상에 투기하는 것은?

전례없는 상황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편은 '정체불명 물질에 대한 자국내 처리' 원칙이다. 만일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이 처리 비용 때문에 해양투기를 고집한다면 그 비용, 관련 국가들이 십시일반으로 걷어서 주더라도 '자국내 처리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원전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후쿠시마와 같은 불상사로부터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바다는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Ferenc Dalnoki-Veress, [Concrete Alternative: A Better Solution for Fukushima's Contaminated Water Than Ocean Dumping], (James Martin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 2023년 6월 16일)

- [Dialogue with the Pacific Islands Forum Secretariat and its Experts on the Current Status of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Treated Water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일본외무성 누리집, 2023년 6월7일)

- 천권필, ["후쿠시마 오염수, 콘크리트 만들자" 美핵물리학자 3가지 해법], (중앙일보, 2023년 1월26일)
- 이승준, [홍콩인 80%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반대"], (한겨레, 2023년 6월 25일)
- 김형, [800억 엔 피해 기금 준비한 일본 정부, 오염수 방류 완강히 반대하는 일본 어민], (부산일보, 2023년 6월 25일)

덧붙이는 글 | OBS 라디오의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FM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송출되고 있으며 방송보기는 OBS 라디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의원, 오염수 방류 반대…“모래 섞어 고체 보관하자”

등록 2023-06-20 16:56수정 2023-06-21 11:59

[인터뷰] 아베 도모코 일본 입헌민주당 중의원
“바다는 공유재산…주변국 이해 있어야 한다”

아베 도모코(74) 일본 입헌민주당 중의원. 도쿄/김소연 특파원
 
“지금 도쿄전력이 하듯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면 된다. 이 콘크리트는 나중에 방조제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아베 도모코(74) 일본 입헌민주당 중의원은 코앞으로 다가온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해 “바다는 공유재산”이라며 오염수를 고체 형태로 만들어 일본 내에 두다가 재활용을 하자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장기간 방류가 이뤄졌을 때, 바다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깊은 연구도 하지 않았다.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버려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일본 초당파 의원모임인 ‘원전제로·재생에너지100모임’에서 활동하며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아베 의원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회관에서 이뤄졌다. 한국은 ‘오염수’, 일본은 ‘알프스 처리수’로 부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베 의원은 알프스로 처리해도 여전히 오염수라며 ‘알프스 처리 오염수’(이하 오염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오염수를 올여름께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결정하고, 일본 원자력위원회, 국제원자력기구가 괜찮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는 공유재산이고, 넓게 연결돼 있다. 바다 방류를 우려하는 사람들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국제협약(런던협약·의정서)에는 바다에 방사성 물질을 투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 일반안전지침(GSG-8)에는 ‘그 행동으로 개인과 사회에 예상되는 이득이 그 행동으로 인한 해악보다 커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오염수 방류가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어민들, 태평양 도서국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익은 없고 위험이 존재한다면 바다 방류는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부분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추고,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3월) 사고가 난 원자로이기 때문에 세슘·스트론튬 등 온갖 방사성 물질이 오염수에 포함돼 있다.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은 희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버리게 되는지 총량에 대해선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는다. 기준치 이하로 낮추고 희석을 한다고 해도 오염수의 양이 거대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총량을 무시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 측정 핵종도 64개에서 30개로 축소됐다. 위험을 평가하려면 최대한으로 확인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는 바다 방류가 장기간 이뤄졌을 때 환경이나 인체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를 하지 않았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해 2051년 폐로(원전 해체)를 목표로 하지만, 이것도 가능하지 않다. 폐로가 될 때까지 오염수는 계속 발생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오염수 안전성과 관련해 알프스의 성능도 쟁점이다.
 
“알프스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오염수가 보관된 1천개가 넘는 탱크 중 시료를 채취해 64개 핵종을 분석한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K-4, J1-C, J1-G’ 등 3개 탱크군에 대해서만 분석이 이뤄졌다. (도쿄전력에 확인을 해보니) 더 큰 문제는 이 탱크군에서 시료를 채취할 때 교반(균질하게 섞는) 작업도 없었다. 상대적으로 방사성 물질 농도가 옅은 탱크 윗부분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알프스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속이는 행위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핵종을 측정할 때 교반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지난달 23~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한국 시찰단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4개 핵종의 알프스 입·출구 농도를 분석한 원자료를 확보한 것을 성과로 꼽았는데, 이 자료를 두고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오염수는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방사성 물질은 환경이나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나오지 못하게 가둬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도쿄전력이 하듯 알프스로 오염수를 여러 번 여과시켜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만들어 보관하면 된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콘크리트는 나중에 방조제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염수처럼 원전 탱크에 계속 보관할 필요도 없다. 오염수 처리는 정치적 논쟁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본 국민의 60%가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굉장히 좋은 어장이다. 바다를 지키고 싶어하는 어민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론이 60% 찬성이라고 하지만,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전체적으로 원전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원전 수명이 60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동일본 대지진 이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원전 사고가 과소 평가되고, 그날의 교훈을 잊게 만들고 있다. 또 국제적으로 바다 환경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 이건 그냥 삼중수소가 아니라 사고를 낸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라는 생각이 부족하다. 사고가 일어난지 12년이 지났지만 세슘 등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어류가 지금도 잡히고 있다. 끝없이 생물 농축이 일어나고 있다. 방사성 물질 해양투기를 해서는 안 된다. 좀 더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오염수 문제를 논의해 나갈 생각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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