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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어제는 “공교육 교과” 오늘은 “변별력”…수험생은 ‘멘붕’

by 무궁화9719 2023. 6. 18.

어제는 “공교육 교과” 오늘은 “변별력”…수험생은 ‘멘붕’

등록 2023-06-16 20:06수정 2023-06-17 00:21

대통령 메시지에 ‘물수능’ 논란 번지자
“공정한 변별력이 전제” 후속 해명나와

2021년 6월3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15일 지시한 게 ‘쉬운 수능’을 지시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수험생·학부모와 교육계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공정한 변별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수능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논란 소지가 있는 발언을 불쑥 내놔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8시13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어제 이 부총리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전날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다시 상세하게 전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지시가 공개된 뒤 언론과 수험생·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 ‘물수능’ 우려가 제기되며 혼란과 불만이 번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도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이 부총리가 대면 브리핑을 한 뒤 논란이 번지자, 4시간 뒤 ‘출제 배제’ 대상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라고 브리핑 내용을 수정했다. 또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추가로 공개했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 지시를 재차 브리핑하면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는 발언을 새로 전했다. 전날 추가 공개한 발언의 방점이 ‘교과과정 내 수능’이어서 수능 난이도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자,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지시였다며 ‘변별력’이라는 전제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 교육 당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모는 또 다른 사례로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를 들며 “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 발언도 전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교육 현장의 혼란이 금세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도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통해 같은 취지의 해명을 했지만 ‘교육과정 내라는 표현은 쉬운 수능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교과서에 있는 지문이나 주제로 한정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교육과정 내에서 충분히 다뤄진 내용이 문제로 출제돼야 한다는 기조지만, 무조건 교과서 내에서 출제하라는 경직적인 가이드라인은 아니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윤 대통령 지시의 핵심이 무엇인지 여전히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혼란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가운데 하나인 수능을 두고, 올해 수능을 150여일 앞둔 시점에 사전 논의나 정교한 전략 없이 윤 대통령이 돌출적인 지시를 한 탓이 크다. 당초 전날 이주호 부총리의 업무보고 의제엔 수능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그런데, 교육부 담당 국장이 교과과정 내 공정한 수능이라는 기조를 이행하지 않아 경질했다는 이 부총리의 보고를 받고 윤 대통령이 갑자기 이런 지시를 내놨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교육부 담당 국장이 해태한 것 같아서 부총리가 경질한다는 (보고를) 했고 , 그런 대화 끝에 (대통령 지시가) 나온 것 ”이라고 설명했다 .
 
윤석열 정부가 민감한 교육 의제를 거칠게 추진하면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7~8월 교육부는 만 5살 조기 입학 학제 개편안을 사회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려다가 교육계 반발에 부닥쳐 번복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향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으나 여론이 들끓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여러 분야를 비판하면서 내놓은 ‘이권 카르텔 혁파’ 프레임을, 수능 문제 대책으로 근거 없이 꺼내든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이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경질된 교육부 공무원을 겨냥해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했지만, 교육부조차 “특정사안이나 구체적 정황 증거를 갖고 말했다기보단, 그동안 잘 고쳐지지 않는 관행을 지적하면서 나온 언급”이라고 설명했다.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윤 대통령, 잘 모르면 제발 가만히 있길”…민주당, 수능 혼란 직격

등록 2023-06-17 18:48수정 2023-06-17 21:20

정대하 기자 

16일 교육부는 지난 6월 수능 모의고사 출제 기조와 관련해 문제 출제 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을 총리실과 함께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1년 9월2일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준비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뭘 잘 모르면 제발 가만히 있기라도 해달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불쑥 튀어나온 윤 대통령의 ‘즉흥 지시’가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빠뜨렸다”며 이렇게 직격했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 보고를 받은 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데 대한 비판이다.
 
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수능 출제 불장난에 대한민국이 깜짝 놀라 대통령실과 교육부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불 끄기에 나섰지만, 이미 학생과 학부모의 속과 머리는 새카맣게 전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입을 가진 윤 대통령의 경솔하고 즉흥적인 ‘수능 난이도 발언’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간과 노력을 송두리째 부숴버렸다”며 “복잡한 교육 문제를 쾌도난마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좀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만 5세 입학’ 발언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렸다”며 “‘만 5세 입학’ 혼란은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의 경질로 얼렁뚱땅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어쩔 요량인가. 수능 난이도 혼란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경질로 뭉갤 계획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관련해 일각에선 ‘쉬운 수능’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교육부 대입국장이 6월 모의평가를 쉽게 내라는 지시를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유승민 “尹, 뭘 안다고 수능 건드리냐…모순된 얘기로 교육 현장 대혼란”

김수연입력 2023. 6. 18. 07:13

SNS서 “앞뒤 안 맞는 ‘아이스 핫초코’ 같은 얘기…학부모 불안 먹고 사는 게 바로 사교육”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뭘 안다고 앞뒤가 맞지도 않는 모순적인 얘기를 함부로 해서 교육 현장을 대혼란에 빠트리는가”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육개혁을 하시라 했더니, 윤 대통령은 150일 남은 수능을 건드렸다”면서 “수능을 불과 150일 앞두고 터진 대통령의 수능 발언은 수능의 예측가능성을 흔들어 순식간에 대혼란을 초래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해 수능 출제 방향 발언이 쉬운 수능을 시사하는 것처럼 해석됐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이튿날 “윤 대통령은 어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통령이 난이도를 언급한 게 아니라 공정한 수능이라는 기조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학교에서 안 배운 건 수능에 출제하지 말라, 비문학이나 과목 융합형 문제는 출제하지 말라’는 깨알 지시까지 했다”며 “물수능 논란이 불거지자, 이번엔 대통령이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 얘기가 아니다’라며 ‘공정한 변별력 얘기’라고 우긴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앞뒤가 안 맞는 ‘아이스 핫초코’ 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능을 불과 150일 앞두고 터진 대통령의 수능 발언은 수능의 예측가능성을 흔들어 순식간에 대혼란을 초래했다”면서 “이런저런 걱정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150일간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 불안을 먹고 사는 게 바로 사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벌써 학원가는 대통령발 불안과 혼란으로 먹고 살 준비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좋아하는 자유시장경제, 경쟁의 상징이 사교육 시장 아닌가”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프랑스, 베트남 외유를 떠나기 전에 본인의 수능 발언이 초래한 교육현장의 혼란과 불안에 대해 반성하고 수습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육부, 교육과정평가원과 학원들이 대통령 말대로 이권카르텔이라면 이는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부패행위다. 당장 검경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권카르텔의 증거라고 내놓은 게 겨우 6월 모의고사라니 헛웃음만 나온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정부의 교육개혁을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해 만5세 취학 폭탄, 이번엔 수능 폭탄으로 혼란만 야기했다”면서 “둘 다 대통령이 자초한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이 언급한 ‘만5세 취학 폭탄’은 윤 대통령이 ‘만 5세 입학’을 지시했다가 열흘 만에 사실상 철회한 일을 가리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고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상황에서 학부모와 교육계 반발이 거셌고, 결국 박순애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만 5세 입학은 사실상 철회됐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野, '尹수능' 발언에 "교육 문외한이 훈수질…학부모들 비명"

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메일보내기

2023-06-18 14:55

민주당 홍성국 원내대변인 "尹 '범퍼카 국정운영'이 또 사고"
"아무런 준비나 계획 없이 내지른 지시, 수험생과 학부모들 공황상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발언에 대해 "수능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18일 서면브리핑에서 "뭐라고 변명해도 교육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방식에 훈수질을 한 것은 잘못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원내대변인은 "일단 들이받고 보는 윤석열식 '범퍼카 국정운영'이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엔 '스쿨존'에서 벌어진 사고이니 가중처벌 대상이다"라고 꼬집으면서 "불수능이 될지 물수능이 될지 몰라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수능시험 난이도와 출제경향에 대해서 정부에서 누가 답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답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학생들 못지않은 입시지옥을 견디는 학부모들도 울분과 비명을 토하고 있다"라며 "대통령의 망발에 학부모들은 어질어질하다. 오죽하면 선생님들도 '애들만 불쌍하다'라며 대통령을 욕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홍성국 원내대변인. 연합뉴스

홍 원내대변인은 이어 "비난이 쏟아지자 대통령은 애꿎은 교육부 대입국장을 경질하고, 이주호 교육부총리을 단두대에 세우는 공포정치를 선보였다. 만5세 입학 논란 때 박순애 부총리 경질에 이은 교육부 수난시대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단두대에 서야 할 적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교육부 공무원도 장관도 아니다. 무대포로 지시를 내린 것은 대통령 본인이다. 자신이 지시해놓고 뒤탈이 나자 아랫사람을 탓하는 뻔뻔한 대통령에 국민은 기가 막힌다"라고 꼬집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발언과 후속 행태가 '정체불명의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다"라면서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공무원과 민간인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불법이 될 수 있고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개혁을 하고 싶다면, 철저히 준비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육위 차원에서 긴급 대책을 세우고, 현안질의를 할 수 있도록 교육위를 열어한다. 교육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협의하도록 제가 공식 요청할 생각이다"라고도 밝혔다.

수능에 기름 부은 윤…‘일단 던지기→수습 허둥지둥’ 되풀이

등록 2023-06-18 11:34수정 2023-06-18 14:28

윤석열 정부 계속되는 정책 혼선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 (15일 오후 2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브리핑)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다.” (15일 저녁 6시, 대통령실 윤 대통령 발언 추가 공개)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 (16일 아침 8시13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서면브리핑)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관련 지시를 내리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수능 난이도’와 관련된 게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수능이라는 폭발력 있는 사안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불쑥 내놓고 이후 수습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자주 노출하는 모습입니다. ‘초등학교 5살 입학’, ‘주 69시간 노동 시간 개편’, ‘수능’까지 민감한 정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의견수렴 부족→돌출 발언→논란→수습→혼란’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오답노트’를 만들지 않는 걸까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2년 8월8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초등 입학 만 5살” 열흘 만에 교육부 장관 사퇴
 
이번 수능 논란은 11개월 전 ‘만 5살 초등입학’ 논란을 연상케 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29일 금요일,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만 6살→만 5살)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 장관으로부터 교육부 현안 보고를 받은 뒤 나온 발언입니다. 박 부총리는 “사회적 양극화의 초기 원인은 교육 격차다.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주말 내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학부모들과 교육계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취학연령 문제는 아동 발달 특성, 부모들의 삶의 계획, 교육 예산·인프라 마련 등 사회 전 분야와 걸쳐있는 문제인데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덜컥 발표를 한 것입니다. 앞선 정부에서도 추진을 했지만 의견 수렴, 공론화 부족으로 유보했던 정책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도 소통이 부족했습니다. 당시 당대표 도전을 앞두고 있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8월4일 <와이티엔>(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무슨 일을 이 모양으로 할까 속상하고 화도 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설익은 정책들, 국민들과 이해관계 단체들과 교감을 이루지 않은 정책들을 저렇게 해대면 이건 참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박 장관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는데 따지고 보면 박 장관만의 책임이 아니고 우리 당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박 부총리는 대통령 현안 보고 열흘 뒤인 지난해 8월8일 사퇴했습니다.
 
근로시간 개편 논란 당시 온라인에 많이 공유됐던 ‘69시간 근무표’.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주69시간→60→60+α…혼돈의 노동시간
 
지난 3월16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3월6일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지 열흘만으로, 정부안을 뒤집는 발언입니다.
 
이는 정부·여당이 ‘엠제트(MZ) 노조’로 호출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나온 지시입니다. 그런데 3월20일 대통령실은 “의견수렴을 해서 주 60시간 아니고 더 이상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주 69시간’ 정부안에 비판 여론이 일자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대통령이 보완을 지시한 건데 또 다른 메시지가 나온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개편방안)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해 한주 노동시간을 최대 52시간에서 최대 80.5시간(주 7일 기준, 주 6일 기준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애초부터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부를 수 있는 개편방안이기 때문에 일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하는 정책입니다. 그러나 당시 근로시간 개편 논의에서 대통령실은 일터의 노동자, 주무부처인 노동부, 여당인 국민의힘과 원활한 소통 없이 정책 혼선을 자초했습니다.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3월27일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며 “당정 협의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당시 앞선 정책 혼선의 교훈에서 나온 지시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능 발언’은 이러한 지시를 무색게 할 정도로 이전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정책 혼선의 피해자는 당연히 국민입니다. 온라인에선 ‘수험생만 불쌍하다’는 반응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옵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을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해 만5세 취학 폭탄, 이번엔 수능 폭탄으로 혼란만 야기했다”며 “둘 다 대통령이 자초한 리스크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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