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 최초 한국지도 만든 김대건 신부…독도는 '우산'으로
최종수정 2023.02.23 10:23 기사입력 2023.02.23 10:23
독도 명시한 '조선전도' 프랑스 해군에 전달
당시 사용하던 한국 지명을 로마자로 표기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일본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가운데, 김대건(1821∼1846) 신부가 독도를 포함한 로마자판 조선 지도를 만들어 19세기 중반, 서구에 전파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지도는 독도뿐 아니라 조선팔도의 지명을 로마자로 표기한 최초의 지도로 알려져 있다.
23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재단이 최근 발간한 단행본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 연구'에는 김 신부가 중국에 머물다 1845년 1월 조선으로 돌아온 뒤 같은 해 4월 중국 상하이를 향해 출발할 때까지 약 3개월 사이에 조선전도를 만든 사실이 상세히 묘사돼있다.
재단에 따르면 김 신부는 조선 정부가 소장한 지도를 모사한 뒤 지명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조선전도를 제작했다. 조선전도에 서울은 'Seoul'로, 우산도(독도 옛 이름)는 'Ousan'으로 표기됐으며 울릉도는 'Oulnengtou'로 적혀있다. 연구서는 당시 조선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사용하던 지명의 한국 한자음을 로마자로 표기했다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건 신부 초상 유화. 문학진 서울대 명예교수 작품. 사진출처=연합뉴스
김 신부가 만든 조선전도는 리브와 신부를 통해 프랑스 해군 그라비에 함장에게 전달됐고, 현재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1978년 처음으로 故 최석우 몬시뇰이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그 존재를 확인했다고 한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는 라틴어로 된 조선전도도 있다. 프랑스 해군 수로국이 넘긴 것으로, 라틴어 외에 한글 표기도 일부 등장한다. 제작 연도는 1860년으로 기재됐으며 제작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울릉도와 독도가 명확하게 그려져 있다.
김대건 신부는 조선인 최초 가톨릭 신부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평등사상과 박애정신을 실천한 인물로, 유네스코에서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한 바 있다. 1821년 충남 당진 솔뫼의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난 김 신부는 1836년 나 베드로(모방) 신부에 의해 신학생으로 뽑혀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 6년간 신학 공부를 했다.
1845년 8월 페레올 주교에게서 사제품을 받아 한국인 최초 신부가 됐으며, 서울과 용인에서 사목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선교사 입국로를 개척하기 위해 황해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관헌에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1846년 9월 새남터에서 효수됐다. 1984년에 성인으로 시성돼 한국 가톨릭 103위 성인 중 한 분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15일 한국인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를 방문해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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