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

"서울과 도쿄의 일" 선 긋는 美, 지소미아 파기엔 이견

by 무궁화9719 2022. 9. 16.

[박성진의 군 이야기]‘GSOMIA 파기’ 카드는 일본에 입김 행사하라는 미국 향한 메시지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입력 : 2019.08.06 06:00 수정 : 2019.08.06 06:01

MB 때 ‘밀실 협상’ 논란으로 무산됐다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속전속결로 체결
미국이 ‘중국 견제’ 의도로 한·일에 체결 압박…북 미사일 방어 등 3각 공조의 핵
일본이 정보자산 더 강하지만 파기 땐 한국보다 손해 크다는 미 의회 보고서도 나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제외 결정으로 격화된 한·일 갈등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가 최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가 1년마다 자동 연장되는 GSOMIA를 파기하려면 협정 만료 90일 전인 이달 24일까지 서면으로 상대국에 통보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GSOMIA 체결 후 일본과 공유한 군사기밀은 올해 3건을 포함해 총 26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GSOMIA 파기 가능성에 대해 “GSOMIA 자체 효용성보다, 여러 안보와 관련된 우호 동맹국(미국) 간 관계가 복합적으로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협정시한을 넘겨 파기를 선언해도 파기 효력은 내년 11월 이후부터 발생하지만, 파기 선언 직후부터 한·일 군사정보 교환을 실질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아베의 꼼수’

 

당초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이 GSOMIA 연장 여부를 마지막으로 결정하기 이틀 전인 오는 22일쯤 시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감안한 결과였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4박5일 휴가를 빌미로 각의 의결을 5일이나 미루는 ‘꼼수’를 부렸다. 그 바람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날짜도 28일로 정해졌다. 한국 정부가 GSOMIA를 파기하려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전인 24일 이전에 먼저 결정해야만 한다. 이 경우 국제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GSOMIA를 폐기하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이 강행되는 것처럼 비치는 등 한국 정부로서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한·일 GSOMIA는 논의 초창기부터 시끄러웠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져 막판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군사작전하듯 2016년 11월23일 체결했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GSOMIA 서명식 장면도 비공개로 해 ‘졸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2012년 문건과 다를 바 없는 전문과 21개 조문으로 구성된 2016년 한·일 GSOMIA는 양국 정보당국이 기밀을 공유하는 선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군사정보뿐만 아니라 군사정보시설까지 개방할 수 있도록 했고, 제16조에서는 상대국 군사기밀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국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보당국 간 서면동의로 협정을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국 간 군사협력을 훨씬 더 강화하는 쪽으로 협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의 군사협력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GSOMIA 체결 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로드맵까지 추진하다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GSOMIA 서명식을 비공개로 하자 사진기자들이 바닥에 카메라를 놓고 취재거부를 하며 항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한·미·일 체제

 

미국 정부가 협정 체결을 압박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속전속결’식 한·일 GSOMIA의 진행은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압박한 ‘미국 변수’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예비역 장성 ㄱ씨는 “미국이 GSOMIA를 통한 한·일 안보협력을 원하는 것은 한·미·일의 북한 위협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군사적 부담 상당 부분을 일본에 맡기겠다는 미국 의도도 반영됐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 ㄴ씨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한·미·일 미사일방어를 위한 공동의 교전수칙과 작전계획까지 공유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한·미·일은 미사일방어 공동훈련을 연례 행사로 하고 있다. 한·미·일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에는 위성 정보, 레이더 정보 등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GSOMI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당사국 간 군사정보의 비밀등급 분류, 보호원칙, 정보 열람권자 범위, 정보 전달과 파기 방법, 분실·훼손 시 대책, 분쟁해결 원칙 등을 담고 있다. 당사국들은 이 협정을 안전판으로 2급 이상 정보를 교환한다. 정부는 현재 일본을 포함한 21개국과 GSOMIA 협정을 맺고 있다. 이외에 13개국 및 1개 국제기구(NATO)와 군사기밀정보 보호에 관한 약정을 맺고 있다. 협정은 국내법 효력을 갖고 있으나, 약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GSOMIA 파기는 ‘일본의 손해’다. 상당수 군사 전문가들은 GSOMIA로 일본이 제공할 수 있는 고급 대북 정보가 더 많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정보수집 위성 6기와 탄도미사일 탐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내놓고 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미사일도 먼 동해상의 정확한 낙하지점 포착에는 일본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의 정보능력은 한반도 전구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북한 미사일이 동쪽이 아닌 한반도 남쪽으로 날아오는 경우에는 한국 정보자산으로 100% 잡아낼 수 있고, 일본 정보자산은 차후 분석 과정에 도움이 되는 정도기 때문이다.

 

■ 일본이 요구한 GSOMIA

 

원래 GSOMIA는 정보자산이 부족한 한국군이 1989년부터 먼저 일본에 제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군 정보능력을 얕잡아 본 일본은 소극적이었다. 이후 한국군이 이지스 레이더 등 탐지자산을 확충하고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자 일본은 2010년부터 GSOMIA 체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서로 2012년 체결이 무산되자 한·미·일 미사일 공조체계 구축이 급한 미국은 2014년 말 3국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한·일 양국은 이를 토대로 미국을 매개로 해 간접적으로 북핵과 미사일 군사정보를 공유했다. 한국군으로서는 미국을 경유한 북핵·미사일 정보가 적시성 면에서 제한이 있었을 뿐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2016년 한·미·일 안보협력을 내세워 한·일 GSOMIA를 관철시켰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당시 GSOMIA 체결 이유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내세웠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013년 발간한 보고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북한에서 미사일이 수분 내에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한·미·일 3국 미사일방어 공조에서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의 이지스함이나 백두(신호)·금강(영상) 정찰기가 수집한 감청·영상 정보(SIGINT·시긴트) 등에서 잡아낸 북한 미사일 움직임은 일본 측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때문에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일본 측에 훨씬 이득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올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한다. 일본은 절대 확보할 수 없는 고해상도 북한 지상 영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정보력은 미국의 종합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GSOMIA를 통해 한·일 군사정보를 묶으려 한 목적은 한·미·일 3각 안보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 정부는 GSOMIA 파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우리에게 GSOMIA를 강요했던 미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안보를 내세워 경제도발을 한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압력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GSOMIA 파기는 단순한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 쇠태(衰態)로 해석되면서 동북아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긴다는 의미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동북아 및 태평양 전략의 핵심적 기반이 훼손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주도한 한·일 GSOMIA를 한국 정부가 먼저 파기할 경우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균열에 대한 책임을 놓고 한·미·일이 낯을 붉힐 수도 있게 됐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060600025&code=910302#csidx360d671fbe5ffeb813475bac04ba8c6

 

美, 日 보복 비판않고 "한·일 정치적 결정 반성부터 하라"

정효식 입력 2019.08.03. 08:46 수정 2019.08.03. 13:08       

"경제·안보로 추가 확산않도록 신중" 촉구
일본 백색국가 결정 뒤 3국 외교장관 회의
폼페이오 "한·일 위기 극복하도록 돕겠다"
美 "한·일 협정에 중재 절차 있다" 日 동조

미국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한·일은 양국 신뢰를 훼손한 정치적 결정들에 대해 자기성찰부터 하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white list)에서 제외하는 2차 보복을 강행한 데 대해선 직접적인 유감 표명없이 양국에 동시에 책임과 반성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일 유대관계의 경제와 안보 측면까지 갈등이 확산하지 않도록 신중함이 요구된다"며 한국의 대응 조치 자제를 촉구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이 백색 국가 제외 2차 보복을 결정한 것과 이에 대한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탈퇴 등 대응조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은 서로 양국 관계를 악화하면 그 결과로 고통을 받고, 각자가 이를 개선할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개월 간 양국의 신뢰를 훼손한 정치적 결정들에 대해 일정 부분 자아 성찰(soul-searching)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같은 의미로 양국 유대관계의 경제 및 안보 측면으로 갈등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신중함도 요구된다"며 추가 조치 자제를 촉구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창의적 해결책을 위한 공간을 모색할 것을 권고한다"며 "미국은 이 문제에 계속 관여할 것이며, 두 동맹의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일의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공동의 역내 도전에 직면해 강력하고 긴밀한 3국 관계를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한·미·일 3국이 연대감과 우정으로 협력할 때 우리 모두 더 강력해지고, 동북아도 더 안전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런 국무부 대변인의 입장은 미국의 '휴전'중재안에도 일본이 2차 보복을 강행한 데 대해 비판하거나 유감스럽다는 표현을 담지 않았다. 대신 "최근 수개월 간 양국 신뢰를 훼손한 정치적 결정"이란 표현으로 일본의 지난달 4일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이은 백색 국가 제외 뿐 아니라 한국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압류 조치 등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양비론을 편 셈이다. 전날 미 정부 고위 관리가 기자들과 만나 "일부 한국 정부의 조치들은 정치적 효과를 노리거나, 심지어 계산해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행동들로 보인다"고 한·일 갈등의 책임을 한국에 돌린 듯한 발언과도 유사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손을 잡으며 대화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          

"미국은 중재 관심 없어…65년 한·일 협정 중재 조항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일본 각의 결정 이후에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과 일본은 지역의 핵심 우방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회담 뒤 강경화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폼페이오 장관이 분쟁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했지만,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그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만 했다"고 다르게 말했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방콕 현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 결정에 실망했다거나 어떤 입장을 밝혔느냐"는 질문에 "비공개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백악관과 미국 정부가 내내 한 말은 한·일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자는 얘기"라며 "양국이 감정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이성과 장기적 관점을 가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분명히 이번 분쟁의 중재자는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냐"는 추가 질문에는 "미국은 이 문제의 직접 조정 또는 중재에 아무 관심이 없다"며 "1965년 한·일 기본협정에 중재 및 조정절차에 관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한·일협정에 따라 3국 중재위로 가자는 일본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관여는 하지만 중간에 끼면 좋은 측면이 없고, 긍정적 결과도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를 빨리 극복해야 하고, 확실히 더이상 추가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NHK "폼페이오, 日 입장에 이해심 나타내"…미일 단독 만남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전날 짧게 만나 '日 이해'"
"지소미아에 대해서도 한국 측에 갱신요구하겠다"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019-08-05 07:57 송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및 화이트국가 배제) 등과 관련해 논의한 가운데 일본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NHK가 5일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과 지난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진행 중인 태국 방콕에서 짧게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입장에 이해심을 나타냈다는 것. 이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들이 회담을 갖기 전날(1일)이었다고 NHK는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외무상,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일 저녁 3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한일 양국 외교장관들에게 관계 개선을 촉구했었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3일 폼페이오 장관이 "한일 양국이 협력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면서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강화 및 화이트국가 배제에 나서며 수위가 높아진 한일 갈등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지만 구체적인 중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었다.

NHK는 그러나 회담 전날 폼페이오 장관과 고노 외무상이 통역만을 동석한 채 짧은 시간 논의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고노 외무상이 수출관리(수출규제) 조치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달 24일 종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에 대해서도 미국이 한국 측에 갱신을 요구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고 NHK는 전했다.

NHK는 또 일본의 (화이트국가 배제) 결정을 둘러싸고 한일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일 정부로서는 한국 측에 (대립의)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며 따라서 계속해서 시정을 요구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914@    

 

[조호연 칼럼]한·일 갈등, 병 주고 약은 주지 않겠다는 미국

조호연 논설주간

입력 : 2019.08.06 20:51 수정 : 2019.08.06 20:54

 

동북아 정세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산물이다. 한·일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경제침략 사태도 한·일 갈등이라는 표면을 한 꺼풀 벗겨보면 미국의 족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사태는 당연히 한·일 양국이 풀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도 결자해지의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 경제의 높은 일본 의존도 탓에 가능했다. 그 같은 구조가 형성되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950년대 미국은 한국에 매년 2억여달러의 원조자금을 제공했다. 원조자금으로 일본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일본을 공산권 견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 아래 일본의 경제부흥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은 자립경제 정책을 추구했지만 미국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한국은 일본 상품의 소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이런 지위를 이용해 한국을 괴롭혔다. 이를테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무연탄과 고령토, 해산물 등의 반입을 억제했다. 한국에 필수적인 비료는 유독 한국에만 비싸게 팔았고, 어업수송선은 한국에만 수출을 금지했다. 전쟁의 늪에 빠진 데다 자립경제 기반이 전무한 신생국가 한국을 길들여 일본 의존도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지금의 경제보복과 많이 닮았다.

 

한국 덕에 패전의 늪에서 빠져나와 국가재건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치졸한 행태를 보인 탓에 한국인들로부터 ‘대국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결국 한국은 일본 경제 예속을 피하지 못했고, 일본은 70년 넘게 한국의 유일한 무역적자국이 되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책임져야 할 첫 번째 사유다.

 

한일협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주선과 개입, 압력에 의해 시작되고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일 양자협정이라기보다 ‘한·미·일 3자협정’에 가깝다. 한국은 당초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받고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부정하는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일제 식민시기의 인권탄압과 착취는 미국의 ‘한·미·일 반공 안보체제 구축’ 전략에 묻혔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억지로 ‘역사의 창고’에 구겨넣어졌던 진실이 분출한 것뿐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불거진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도 미국의 연출로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합의 없이 한·일 정상회담은 없다”고 선언하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전방위적 한국 압박에 나섰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공개 선언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의 봉합이 중요했던 것이다.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미국으로부터 ‘중국 편향’ 의심을 사던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일 강경발언’ 2년 만에 위안부 합의에 동의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 자신이 애초 공언했던 “당사자가 수용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위안부 문제 해결 원칙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이 합의에 피해 할머니들은 피눈물을 흘렸지만 오바마는 “정의로운 결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어떻게 한국인들을 역사의 피해자로 만드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침략 사태를 중재하거나 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미 고위 관리들은 “한국과 일본 간 문제”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사태를 해결하려면 일본은 과거를 성찰하고, 한국은 그것을 전제로 대승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일 갈등의 원인 제공자로서 미국이 방관하는 것도 중대한 직무유기다. 병 주고 약은 주지 않겠다는 태도 아닌가.

 

인내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한·일 갈등은 양쪽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한·미 및 미·일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존립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곧 중대한 도전에 봉착할 것이다. 명분으로나 이해관계로나 미국의 방관은 오래가기 어렵다.

               

미국에 당부한다. 이번 사태에 개입하려거든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과거처럼 또다시 ‘한국 차별, 일본 우대’로 할 양이면 차라리 개입하지 말기 바란다.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에 한국 원조자금 특혜를 받으면서 경제대국으로 거듭났음에도 여전히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에야말로 미국이 진실의 편에 서기 바란다. 그것이 인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공명정대한 길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3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062051015&code=990100#csidx4469fbc152b8997b38761934a76ed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