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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썰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by 무궁화9719 2022. 9. 2.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등록 2021-09-18 08:59수정 2021-09-19 14:57

‘상식’ 파괴하는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의 황당한 ‘공작정치’ 프레임

https://youtu.be/C8SYXW8pPt8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검찰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은 실로 심각한 사안입니다. 검찰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인까지 고발 사주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검찰의 정치개입, 검찰 조직 사유화, 언론에 대한 보복 수사 등이 한 데 엉킨 ‘헌정 문란’, ‘검찰 농단’ 의혹입니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지난 2일 언론의 첫 보도가 나오자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대검찰청 감찰부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만큼 의혹이 중차대하고 개연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지난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울중앙지검도 15일 관련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쪽 대응은 사건 초기부터 너무나 억지스럽고 천연덕스러워 오히려 코미디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시종일관 ‘정치공작’이라고 강변하는데, 분명한 근거도 명확한 논리도 없이 정치공작이라는 단어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도 무비판적으로 이런 주장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할 만한 실체적·논리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정치공작이라는 안개 같은 용어 뒤로 숨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데도, 올바른 여론 형성에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사건 흐름과 함께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고발 안 했으니 ‘고발 사주’도 없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먼저 ‘공작’의 사전적 의미부터 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공작은 ‘어떤 목적을 위하여 미리 일을 꾸밈’이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여권의 정치공작이라고 하면 사전적 의미상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으로 고발장이 전달되도록 여권이 일을 꾸몄다는 것입니다. 여권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고 불리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를 끌어들여 공작을 했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 않을까요. 이런 의미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한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을 것입니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사건 초기에 나온 또 다른 황당한 대응은 “고발을 사주했다면 왜 고발이 안 됐냐”라며 고발 사주가 없었다고 주장한 윤 전 총장의 3일 발언입니다. 비유하자면, 뇌물을 줬어도 청탁한 일이 성사되지 않았으면 뇌물을 준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뇌물을 준 것만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의 논리력이 이 정도면 국민들이 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게다가 국민의힘으로 전달된 고발장 중 일부(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는 이후 실제로 국민의힘에 의해 고발이 이뤄졌습니다.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는 논리입니다.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같은 날 “윤 전 총장이 진짜 야당 고발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그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 책임자이자 가까운 사이인 (검찰 출신) 정점식 의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나름 정치공작설의 근거라고 제시한 논리인데요, 이 역시 고발장을 김웅 의원에게도 전달하고 동시에 정점식 의원에게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논리적 허점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김웅 의원에게 전달된 것과 판박이인 고발장이 다른 경로로 정점식 의원에게 전해졌고 이것이 실제 고발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점식 의원에게 고발장이 전달된 경로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김웅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됐다? 

윤석열 전 총장이 다음으로 들고나온 것이 ‘괴문서’론입니다. 윤 전 총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출처와 작성자 없는 괴문서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도무지 검사가 작성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고발장과 이를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텔레그램 메시지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치공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은 “4월3일에 일어난 일이 4월3일자 고발장에 들어가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라고도 했습니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그러나 공수처의 수사와 검찰의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을 고발장 전달자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웅 의원이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고발장 등에 ‘손준성 보냄’이란 표시가 있는데 이 ‘손준성’의 텔레그램 계정과 손준성 검사(전 수사정보정책관)의 텔레그램 계정이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공수처는 고발장을 직접 작성한 게 누구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고, 대검 감찰부는 더 나아가 고발장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사를 특정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이 실제 일어난 셈입니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내가 관여 안 했으니 공작이다? 

윤 전 총장은 12일 청년 토크 콘서트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말도 했습니다. “공작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고발 사주를) 내가 안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 또한 무논리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윤 전 총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조사가 더 진행돼야 알 수 있을 테지만,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고발 사주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또 윤 전 총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중차대한 사안은 공론화하는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이 개입 여부를 떠나 최소한 지휘 책임은 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법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에서, 그것도 검찰총장의 핵심 보좌 부서에서 이런 범법행위가 벌어졌다면 당시 총장의 지휘 책임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므로 이를 공론화하는 것은 공작이라고 규정하는 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입니다. 의혹의 사실관계에 기반해 판단하지 않고 누구에게 유리한지만 따져 자신에게 불리하면 공작이라고 규정하는 태도 역시 비상식적입니다. 이런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쯤 되면 윤 전 총장이나 국민의힘은 정치공작 프레임을 더 이상 입에 담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정치공작 프레임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도 문제될 게 없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그런데 고발 사주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급기야 “(의혹이) 맞으면 맞지 무슨 상관이 있냐. 하등 문제될 게 없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검찰이 전달한 고발장과 판박이인 고발장으로 국민의힘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실제로 고발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는데요,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김웅 의원에게 표창장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검찰이 선거에 개입하고 총장 측근·가족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인을 고발해달라고 야당에 사주해도 문제가 없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범죄 행위를 노골적으로 감싸는 몰염치이자, 국가기관인 검찰과 공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의 극치입니다.
 
지난 8일 열린 최강욱 대표 항소심 재판에서 법원은 “고발 사주 사건의 사실관계가 확인된 다음에 판단을 내리겠다”며 공판을 두 달 뒤로 미뤘습니다. 고발·기소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재판에서도 이를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만큼 이번 의혹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조성은이 ‘국정원 비밀요원’이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은 이제 사안의 본질인 고발 사주에서 비껴나, 제보자인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의 만남에 정치공작 프레임을 씌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게이트’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이번 의혹의 몸통인 지난해 4월 고발 사주 과정에 박지원 원장이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또 언론에 제보된 내용이 국정원의 사찰을 통해 얻은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공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제보는 제보자 조성은씨가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박지원 원장이 제보자와 만난 것은 이미 제보가 이뤄진 7월21일 이후인 8월11일이었습니다. 보도는 9월2일 나왔습니다. 만약 박지원 원장이 이 사건에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제보자에게 제보에 대한 사후적 조언을 하는 정도였을 겁니다. 조성은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보도가 이뤄진) 9월2일은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한 날짜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게 그런 의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씨 모두 당시 만남에서 고발 사주 사건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정원장이 정치인과 관련된 의혹 보도에 훈수를 뒀다면 그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입니다. 이 또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고발 사주 의혹과 별개로 다뤄야 할 사안입니다. 고발 사주 의혹의 몸통인 사실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발 사주 의혹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전 총장과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두 사안을 엮어보려고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씨가 만나는 자리에 특정 대선 캠프 소속 인사가 동석했다는 둥, 조성은씨가 국정원 비밀요원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는 둥 ‘아무말 대잔치’식의 공작설을 내놓고 있습니다.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고발 사주는 ‘검찰 농단’, ‘헌정 문란’

거듭 강조하지만,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의 정치 개입, 검찰총장의 조직 사유화라는 ‘헌정 문란’, ‘검찰 농단’ 사안입니다. 법치와 공정을 강조해왔고 헌법을 수호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전직 검찰총장이라면 이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진중한 자세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소한 이것이 얼마나 엄중한 사안인지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 뒤 본인과 무관함을 밝히든지 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윤 전 총장 말대로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면, 지휘 체계를 무시한 채 이런 일을 저지른 부하를 누구보다 앞장서 질책하고 단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논썰]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 무지·무논리·몰염치의 극치
 
그러나 실제 대응 과정은 최소한의 논리와 상식마저 내던지고 정치공작이라는 한 마디에만 매달리는 형국입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태도는 고발 사주라는 범죄 행위를 비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제기된 의혹에 대응하는 태도에서도 정치인의 자질이 드러납니다. 진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할 중대 사안을 무조건 정치공작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막무가내식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만약 국정을 이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일방통행, 강압, 구태 정치가 떠오릅니다. 검찰의 고발 사주와 같은 음험한 공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공작 정치’의 위험성을 우려하게 합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나 국민의힘이 집권을 원하고 이를 위해 국민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이런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한동수 “손준성, 고발장 전달 앞서 윤석열 전 총장에 보고 가능성”

등록 2023-10-05 21:33수정 2023-10-06 18:36

“4월3일 고발장 전달 전 당시 총장실 부속실과 연락”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8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5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증인으로 나와 ‘4월3일 고발장’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부속실에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손준성 검사장(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공무성비밀 누설 등 혐의 공판에 한 전 부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4월3일 고발장이 전달되기 전에 손 검사장이 (검찰총장실) 부속실 실무관과 메신저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당시 대검 대변인), 손준성 검사장이 단체대화방에서 메시지 53건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손 검사장이 고발장 전달을 앞두고 검찰총장 부속실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한 전 부장은 “(고발장이 당시) 윤(석열) 총장의 승인을 받고 나가고, 한(동훈) 검사가 공모할 가능성에 객관적 근거를 생각해 봤다. 고발 사주 사건에 대해 손준성 (검사)가 매일 아침 직보하고, 수정관실에서 관여한 강력한 간접사실들이 있다. 휴일에도 윤 총장이 권순정 대검 대변인, 손준성 검사와 수정관실에서 점심때 만나는 등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전 부장은 김오수 검찰총장 시절에 고발 사주 관련 의혹을 조사한 자료를 보고받으면서 이를 알았다고 한다.
 
한 전 부장은 “고발장 내용 측면에서 윤석열 총장을 탄압받는 존재로 부각했고 배우자 김건희 주가조작·한동훈 검사의 채널A 사건이 무고하다는 내용이 담기는 등 당사자성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발장의 형식상 검찰 공소장 문구가 들어갔다는 점, 주된 사례를 요약하는 방식이 검찰과 같다는 점을 느꼈다”고도 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비판적인 인사를 고발하라고 검찰이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게 주요 얼개다. 2020년 4월3일 오전 10시12분께,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기가 달린 텔레그램과 고발장을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자를 거쳐 고발 사주 사건의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보고 있다. 4월3일 고발장 내용에는 지아무개씨가 거짓 제보를 했고 범여권 인사와 친정부 성향 자들이 허위 보도를 했다는 주장 외에도 “김건희(윤 전 총장의 부인)는 불법적인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었고,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에이 기자를 시켜 이철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진술하라고 설득한 사실이 없었고, 지○○(제보자X)은 한동훈 검사의 음성녹음을 청취한 사실도 없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 전 부장은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직후 감찰부장에 임명됐다가 지난해 7월 스스로 물러났다. 손 검사장 변호인의 반대신문은 오는 30일에 열린다.이정규 기자 jk@hani.co.kr

“이성윤 면직 주장하던 검사들…고발사주 검사 승진엔 조용”

등록 2023-09-06 21:31수정 2023-09-07 08:22

이성윤·박은정, ‘윤석열 찍어내기’ 의혹 감찰에 반발
이 “법치 언급할 주제 안 되면 염치라도 있어야”
박 “‘빛나는 태양, 구국의 지도자’ 몰라본 내 잘못”

이성윤 전 중앙지검장이 16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징계 의혹’과 관련해 감찰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은 6일 인권보호관실(차장검사 이환기)이 최근 이 연구위원과 박 부장검사에게 해당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서면 질의서를 발송하고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범죄 혐의를 받는 검사에 대한 감찰은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뒤에 이뤄지지만,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 연구위원과 박 부장검사의 징계시효(3년)가 내달 만료되는 점, 검찰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입증된 점 등을 고려해 기소 전에 감찰에 착수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제가 김학의 출국금지 수사를 방해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혐의로 기소된 뒤 서울고검장으로 발령이 나자 검사들은 ‘이성윤을 면직해야 한다’주장했지만, 총선개입 고발사주로 기소된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하자 세상이 조용하다”며 “윤석열식 공정과 정의는 사회 통념상 공정·정의와 전혀 다르다. 법치를 언급할 주제가 안되면 최소한 염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다. 사회 통념상 공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박 부장검사도 자신의 SNS에서 “1년 동안 법무부는 ‘면직 이상의 중대비위에 해당하므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뒤집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나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더니 돌아온 답은 감찰이나 받은 통보다. ‘빛나는 태양, 구국의 지도자’를 몰라본 제 잘못이 매우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과 박 부장검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10월 <채널에이(A)> 기자의 ‘취재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 감찰 명분으로 법무부 등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무단으로 이 자료를 윤 대통령 감찰과 징계청구 근거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이재호 기자 ph@hani.co.kr

‘고발 사주’ 재판 받는 손준성, 검사장 승진했다

등록 2023-09-04 15:01수정 2023-09-05 10:06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 받고 있는 피고인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법무부는 4일 오후 ‘2023년 검찰 고위 인사’ 자료를 발표했다. 손 검사는 검사장 직급인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법무부는 이날 자료에서 “조직의 안정과 쇄신을 통해 국민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 법질서를 확립하는 검찰 본연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검사는 이날도 ‘고발사주 의혹’으로 법정에 출석했던 피고인이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5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손 검사가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전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손 검사는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이미 검찰은 손 검사를 ‘고발사주 의혹’으로 감찰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비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수도 있는데 자체 감찰에서 무혐의 처분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당시에도 ‘봐주기 감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22년 6월 문재인 정부 당시 중용됐던 검사들을 법무연수원으로 보낸 이유로 “감찰이나 수사를 받는 상태가 지속되는 고위급 검사 수가 늘고 있다. 그런 분들을 수사·재판 (업무를) 하는 곳에 장기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리는 항고 사건에 대한 수사 업무까지 담당하는 자리”라며 “(한 장관 발언과 이번 승진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고발 사주, 누구냐 넌?…흔적은 뚜렷한데 재판만 1년여

등록 2023-09-02 07:00수정 2023-09-02 16:42

 

[한겨레S] 커버스토리 사건의 재구성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윤석열 검찰’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후보를 고발하라고 했다.”
 
20대 대선을 6개월 앞둔 2021년 9월2일에 터져나온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총선 개입’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허점을 드러내며 2022년 5월4일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손준성)만 기소됐고 5일 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의문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발을 사주한 정황과 흔적이 남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관련자 모두 혐의를 완벽하게 부인한다. 사건은 결국 은폐될 것인가. 거대한 사건의 단초가 드러났던 때로부터 딱 2년. 진실을 찾기 위해 한겨레가 ‘고발 사주 의혹’ 안의 의혹을 정리했다.

추미애-윤석열 ‘전쟁’ 격화한 시점

형사소송법에서는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면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수사기관은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외부인에 고발을 사주 또는 청부해 수사에 착수하려 했다는 기막힌 일이 된다.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지만 2020년 초 ‘윤석열 검찰총장’(최초 호칭 뒤 이하 생략)이 놓인 상황과 맥락을 살펴보면 의혹을 뒷받침하는 각종 정황이 드러난다.
 
2019년 7월25일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래 고검장 경력 없이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이는 처음이었다.
 
파격적인 검찰 인사가 뒤따랐다. ‘특수통’이 각종 요직에 가며 ‘윤석열 사단의 인사 독식’ 평가가 나왔다. 한달 뒤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에 착수했다. 조국은 장관 취임 한달여 만에 사퇴했다. 윤석열과 문재인 정부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2020년 1월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5선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거친 이를 장관 자리에 앉힌 걸 두고 ‘윤석열 길들이기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미애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됐다. 윤석열은 인사에 반대하며 ‘항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인사는 장관의 권한이었다. ‘윤석열 사단’은 각종 요직에서 사라졌다. 반년 만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대검찰청 부장(검사장급) 자리도 물갈이 됐다. 대검 내 윤석열의 장악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악재’는 계속됐다. 가족 관련 의혹이 줄을 이었다. 2020년 2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윤석열 아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3월에는 문화방송(MBC) 스트레이트가 장모 최은순의 ‘가짜 은행잔고증명서 작성’ 의혹을 보도했다.
 
3월 말에는 윤석열의 최측근 한동훈이 연루된 ‘채널에이(A) 사건’ 의혹이 터졌다.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가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전 대표에게 한동훈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의 비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
 
윤석열은 진상조사 지시에 강하게 반발하며 ‘한동훈 지키기’에 나섰다. 추미애가 4월2일 윤석열에게 채널에이 사건 관련 ‘진상확인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채널에이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겠다’고 윤석열에게 보고했지만 그는 ‘감찰부 소관이 아니니 인권부에서 먼저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한동수가 거듭 ‘감찰부 소관 업무이니 인권부와 병행해서 조사하겠다’고 하자 윤석열은 격앙된 목소리로 ‘조사해. 근데 일일보고를 해’라고 했다고 한다.(‘한동훈 감찰 방해’를 인정해 윤석열 징계가 정당하다는 1심 판결문 인용)
 
그사이 검찰은 분주했다. 그 흔적은 당시 한동훈(부산고검 차장)-권순정(대검 대변인)-손준성(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흔적으로 남아 있다. 문화방송의 채널에이 의혹 보도가 나온 2020년 3월31일, 3인 단체방과 한동훈-손준성 간 카카오톡 대화는 93회였는데, 그 기록은 4월2일 138회로 증가했다. 그날 오후 7시께 한동훈은 3인 단체방에 사진 60여장을 전송하기도 했다. ‘고발 사주’ 전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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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정관실 조직적 움직임

4월3일 새벽 3시2분 조선일보는 채널에이 의혹 제보자 지아무개씨가 친여 브로커라 제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송출했다. 약 4시간 뒤인 오전 7시께 손준성이 조선일보 기사 링크와 지아무개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사진 88장, 그리고 “제보자×가 지○○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냈다. 공수처는 ‘누군가’를 손준성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본다.
 
김웅은 3시간 뒤 조선일보 기사 링크와 지아무개 페이스북 사진 파일을 조성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 김웅이 전달한 첫번째 자료다. 텔레그램으로 전해진 해당 파일에는 최초 발신자가 손준성임을 뜻하는 ‘손준성 보냄’ 표시가 붙어 있었다. 그 직전에 김웅은 조성은과 통화하며 “고발장 초안을 만들어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한다.
 
두번째로 조성은이 받은 자료는 지아무개 실명 판결문이다. 그 판결문은 이날 오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에서 집중 검색된 자료였다. 처음으로 실명 판결문 검색에 성공한 이는 수정관실 연구관 임홍석 검사였다. 임홍석은 오전 9시14분부터 7분간 지아무개 실명 판결문을 검색하고 조회했다.
 
임홍석의 상관인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은 9시47분께 손준성과 검찰 메신저로 대화했다. 대화 내용은 보관기간이 경과돼 공수처 수사로도 확인하지 못했다. 10시26분 김웅은 손준성으로부터 전해진 지아무개 실명 판결문을 받았다. 오후 1시47분, 그 판결문이 김웅에게서 조성은으로 전달됐다.
 
오후 3시20분에는 손준성이 김웅으로 의심되는 이에게 ‘1차 고발장’ 사진을 전달했다. 한 시간 뒤 김웅은 같은 파일을 조성은에게 전송했다. 조성은이 받은 세번째 자료다. 김웅은 직후 조성은에게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정당 차원에서 고발장을 들고 가라’는 얘기였다.
 
닷새 뒤 ‘2차 고발장’이 전달된 4월8일에도 ‘수상쩍은’ 일은 끊이지 않았다. 임홍석은 오전 11시12분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판결문을 검색했다. 그리고 약 5시간 뒤인 오후 4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같은 혐의로 고발하는 2차 고발장이 손준성으로부터 김웅에게 전달됐다. 
 
이 고발장에는 임홍석이 조회한 판결문 사건번호와 그 내용이 인용돼 있었다. 오후 7시40분 김웅이 조성은에게 2차 고발장 사진을 전달했다.고발장 내용은 더욱 공교롭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와 측근인 한동훈이 ‘피해자’로 적혀 있었다. ‘1차 고발장’을 살펴보면, 여당의 전폭적 지지로 검찰총장에 취임한 윤석열이 ‘조국 수사’로 “역적 같은 존재”가 됐고 김건희와 최은순, 그리고 한동훈에 대한 의혹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씨를 매개로 황희석-최강욱-유시민 등이 기자들과 함께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 행위를 일삼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으니 “국가와 사회, 피해자 개인들에게 미치는 중대한 해악을 신속히 중단시켜 주시기 바란다”고도 쓰여 있었다. 피고발인에는 관련 의혹을 보도한 문화방송, 뉴스타파 기자들도 포함됐다.
 
최강욱만 겨냥한 ‘2차 고발장’도 수상쩍은 건 마찬가지다. 고발장은 최강욱이 ‘조국 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접수 시기다. 제보자 조성은은 1·2차 고발장을 받긴 했지만 미래통합당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4개월 뒤인 8월, 미래통합당은 해당 고발장과 판박이고 토씨만 다른 고발장을 대검에 접수했다. 당시 고발장을 작성했던 이는 정점식 미래통합당 법률자문위원장 쪽에서 고발장 초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성은이 고발장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내용의 고발장이 미래통합당에 접수돼 ‘고발 실행’에까지 이른 것이다.
 
고발장이 접수된 뒤 최강욱은 2020년 10월 기소됐고 2021년 6월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법률적 판단을 하겠다며 재판 진행을 미룬 상태다.

공수처 미적대자 하드 갈고 앱 깔고

1년이 훌쩍 지난 2021년 9월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했다. ‘윤석열 검찰’이 김웅을 통해 미래통합당 쪽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해야 할 사안이었다. 윤석열과 손준성 모두 전·현직 검사라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사는 출발부터 늦었다. 언론 보도 뒤 일주일이 넘은 9월10일이 돼서야 공수처는 김웅·손준성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마저도 9월6일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가 윤석열·손준성 등을 고발하자 8일 고발인 조사를 거친 뒤에야 실시했다.
 
그사이 ‘증거인멸’로 보일 만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뉴스버스 보도 당일 김웅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임홍석은 열흘 전 교체했던 수정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다시 포맷했다. 또 7일에는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삭제했다. 11일에는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공수처의 수사 결과이지만 임홍석은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이 없다”, “안티포렌식 앱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부인했다.
 
공수처 내부에서도 ‘수사를 너무 늦게 착수했다’는 한탄이 나왔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공개된 상황에서 뜸을 들이다 ‘증거인멸’ 시간만 벌어줬다는 후회였다. 김진욱 공수처장 등 지휘부가 대선후보 윤석열이 엮인 사건이 부담스러워 착수 시기를 재다가 적기를 놓친 게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패가 예정된 수사’였다. 손준성 구속영장은 두차례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 결국 2022년 5월 공수처는 손준성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웅은 2020년 4월 당시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 신분이라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윤석열과 한동훈 등은 조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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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카톡방에 올린 사진 60장

2023년 8월28일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진행되는 고발 사주 의혹 재판은 18차례 진행됐다. 증인은 모두 23명이었다. 재판부는 8월28일 공판에서 “11월 안에 재판을 종결했으면 한다”며 “1월 안에 선고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임홍석 등 주요 증인 출석이 남아 있어 선고가 2024년 초에 나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수없이 나왔다.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기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관은 증인으로 나와 ‘최초 전달자는 손준성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됐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썼다고 증언했다. 또한 당시 수정관실이 ‘장모 팩트체크 파일’이나 최은순 ‘입장 파일’을 공유하는 등 ‘윤석열 가족 방어’에 집중했다는 상황도 드러났다. 한동훈이 고발 사주 의혹 전날 내용 모를 사진 60장을 권순정-손준성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렸다는 것도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다만 핵심 쟁점이 남아 있다. 손준성과 김웅 사이 ‘제3자’의 존재 유무다. 공수처는 둘 사이 ‘제3자가 없다’고, 즉 손준성이 김웅에게 직접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본다. 손준성이 고발장 등을 전달한 시간과 김웅이 조성은에게 이를 다시 전달한 시간 사이가 가깝다는 ‘시간적 근접성’이 주요 근거다. 설령 제3자가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준성의 ‘선거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의도’가 김웅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준성 쪽 입장은 반대다. ‘당시 고발장을 보낸 기억 자체가 없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고발장이 김웅에게 전달됐는지 아예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손준성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손준성이 김웅에게 고발장을 직접 전달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이 아닌 제3자에게 고발장이 전달됐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손준성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재판부도 공수처에 “제3자가 (고발장을) 받았다면 공소사실 유지가 안 되는 게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 검토해보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 발언은 ‘손준성이 제3자에게 전했을 가능성’도 포함하도록 공소사실을 정리하라는 지침”이라며 “원칙적으로는 검사가 전부 입증책임을 지는 게 맞다. 다만 손준성이 제3자의 존재를 밝히지 않으면 판사는 정말 무죄가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손준성의 ‘고의’에 대한 판단 여부”라며 “설령 ‘제3자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아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손준성 고의가 인정되면 유죄도 가능한 구조”라고 짚었다.
 
2020년 4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가 조성은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고발장(위쪽 회색 문건)과 4개월 뒤 미래통합당이 대검찰청에 제출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 문장이나 약물기호가 판박이처럼 똑같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건 관련자들 권력의 핵심으로

손준성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핵심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손준성 유죄 판결은 ‘21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손준성이 김웅에게 고발장을 보냈다’는 점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손준성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김건희나 한동훈이 피해자로 적시된 고발장을 왜 김웅에게 보냈는지, 범행의 ‘동기’가 해소되지 않는다. ‘고발장 작성자’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차 고발장’ 관련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조성은이 전달하지 않은 고발장과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입수해 고발까지 했을까. 정점식 쪽에서 고발장 초안을 전달해 미래통합당 쪽에서 ‘판박이’ 고발장을 작성해 접수했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로 드러났지만, 공수처는 미래통합당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는데도 정점식 쪽이 어떻게 그 고발장을 받게 됐는지 그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손준성을 기소할 때 정점식을 무혐의 처분한 이유다.
 
김웅의 공모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웅은 지난 7월 재판 증인으로 나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이 아니게 되면 제가 생각하는 내용을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지금 정치인이라 제보자는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치인으로 남도록 다음 총선에서 공천해달라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준성과 김웅 등 사건의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이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생짜로 부인하지만 검찰발 고발 사주의 흔적은 그대로다. 결국 핵심은 누가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윗선과 배후로 지목됐던 윤석열과 한동훈을 공수처는 이미 무혐의 처분했다. 그럼에도 찜찜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공수처가 윤석열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던 한동훈 휴대전화는 입수하지도, 손준성 휴대전화는 열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수정관실의 전신인 범죄정보담당관실 출신 변호사는 “‘총장의 눈과 귀’인 수정관실이 총장 승인 없이 움직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채널에이’ 사건(한동훈)이나 ‘주가조작 의혹’ 보도(김건희) 등 완전 다른 결의 사건 피해자가 한 고발장에 담긴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총장 가족과 측근이 피해자’라는 내용의 수사에 나서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일종의 정무적 판단 아니었겠냐”라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 당시 ‘윤석열 검찰’의 핵심이었던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필두로 권순정은 법무부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성상욱은 전국 최대 검찰청 서울중앙지검에서 인권보호부장이 됐고 ‘라임 술접대 검사’ 당사자인 임홍석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 검찰 인사 때 ‘피고인’ 손준성의 ‘검사장 승진’이 확실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흔적은 있으나 누구도 시인하지 않는 ‘고발 사주 의혹’의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고발사주 재판, 손준성 챙겨주기 ‘검찰 카르텔’ 전형

등록 2023-06-27 06:00수정 2023-06-27 12:24

재판 1년 지지부진
‘증거부동의’로 기사 진위 다퉈
여태껏 정황 증거 조사 머물러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 4월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이 윤 대통령과 가족 등을 피해자로 적시한 고발장을 정당을 통해 수사기관에 ‘대리 접수’하려 했다는 ‘고발사주 의혹’ 재판이 27일로 1년을 맞는다. 그러나 재판은 더디다. 이제야 주요 증인이 출석하고 있다. ‘고발장 전달자’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재판 지연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온다. 새 처장이 오면 손 검사가 좀 더 유리한 환경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1년 지나 절반…손 검사 쪽 ‘재판 지연’ 전략 때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진행되는 고발사주 재판은 아직 ‘정황 증거’ 조사 단계를 맴돌고 있다. 이달 초에야 핵심 증인 ‘제보자’ 조성은씨가 출석했을 정도다. 출석하지 않은 주요 증인은 아직 많다.
 
재판이 늘어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손 검사 쪽의 ‘기사 증거 부동의’ 전략 때문이다. 통상 재판에 언론 기사를 증거로 신청하면 ‘해당 기자가 기사를 썼다’는 전제 하에 내용의 진위를 다투게 된다. 그러나 손 검사 쪽은 ‘해당 기자가 해당 기사를 썼다는 사실’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문서의 증거능력 자체를 문제 삼으면, 문서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내가 작성한 문서가 맞다’고 증언해야 한다. 일일이 기자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 뒤에야 기사 내용의 진위를 다투다 보니 소송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관계자 진술이 담긴 공수처와 검찰 수사보고서 등을 증거로 쓰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증인 신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언론 기사들에 대한 증거 부동의는 통상적인 일이 아니다. 기자를 일일이 법정 증언대에 세우면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 지연은 손 검사 쪽에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내년 1월이면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다음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다. 새 처장이 누구냐에 따라 재판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년 2월 법원 인사 때 재판부가 교체될 수도 있다. 재판부가 바뀌면 주요 증인을 다시 불러야 할 수 있다. 선고일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손 검사 쪽 변호인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20일 오전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세종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법무부·검찰의 ‘손준성 챙겨주기’
 
지난 1년간 법정 밖 ‘손준성 챙겨주기’ 움직임도 활발했다. 대표적인 게 대검찰청의 ‘감찰 무혐의 처분’이다. 대검은 지난 3월 ‘손 검사를 감찰했으나 비위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다. 형사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을 법원 판단 전에 ‘혐의 없음’으로 부처에서 감찰 종결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유죄 판결이 나면 ‘혐의 없음’이라는 감찰의 판단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 중이지만 승진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한달 뒤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영전’시켰다. 송무부장은 국가 소송을 맡고 국고손실 환수 사건 등을 지휘한다. ‘검사장’에 한발 다가간 자리로 평가받는다. 서울중앙지법과 5분 거리라 고발사주 재판 출석을 배려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검찰은 공수처가 ‘공범’으로 판단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2022년 5월 공수처 수사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검찰에 기소권이 있었다. 공수처가 ‘기소해달라’고 사건을 넘겼지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제3자가 (고발장) 자료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무혐의 처분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도 없이 공수처 결론을 뒤집었기 때문에 뒷말을 낳았다. 손 검사에게 유리한 처분이었다.
 
‘고발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2021년 11월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대검의 ‘윤 가족 지키기’ 행보
 
공수처는 끝내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다만 ‘고발장이 작성된 곳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로 보인다’며 사실상 ‘장소’를 특정했다. 대검에서 근무하던 누군가가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뜻이다. 손 검사는 그렇게 작성된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손 검사가 ‘건넸다’는 행위를 직접 증명하지는 않지만, ‘건넸을 수 있다’는 정황 증거는 1년 내내 재판에서 여러차례 공개됐다. 고발장이 전달된 2020년 4월3일, 제보자 조성은씨는 고발장과 함께 첨부 자료 88장을 건네받았다. 공교롭게도 전날 저녁 한동훈 당시 검사장은 손 검사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사진 60여장을 올렸다. 어떤 내용을 담은 사진이었는지는 한 장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해 공수처가 알지 못한다. 고발장과 함께 특정인의 실명이 등장하는 판결문도 전달됐는데, 역시 공교롭게도 직전에 윤 대통령 ‘측근’ 김영일 당시 수사정보1담당관이 주변 수사관들에게 해당 인물의 실명을 처음 언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수처로 이첩하기 전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팀 소속 수사관은 증인으로 나와 ‘(고발장) 메시지 최초 작성자 및 전달자가 손준성·김웅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됐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썼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당시 대검 수정관실이 ‘윤 대통령 가족 방어’에 집중했던 정황도 다수 공개됐다. 검찰 수사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수정관실이 당시 ‘장모 팩트체크 파일’ 자료 등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수정관실에서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유튜브 반응을 살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손 검사 쪽도 인정한다. 다만 정당한 업무였다는 입장이다.
 
오는 7월 김웅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다. 김 의원은 공수처 조사에서 손 검사에게서 고발장을 받은 적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8월에는 수정관실에 있던 성상욱·임홍석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들은 한때 ‘고발장 작성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공수처는 이들을 ‘작성자’로 특정하지 못했다. 임 검사가 공수처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는 증언도 재판에서 나왔다.
 
공수처는 올해 안에 구형까지 마쳐 내년 2월 재판부 변경 전에 재판이 끝나길 바란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유의하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공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조성은 “김웅, 총선 전 고발장 접수해야 ‘최강욱 보낸다’ 말해”

등록 2023-06-02 22:15수정 2023-06-0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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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2021년 11월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의 공익제보자 조성은씨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장을 접수해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돼도 의원직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낸다’는 표현을 썼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의원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중앙일보> 쪽이 21대 총선을 응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도 증언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2일 열린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조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40분까지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피고인석에 앉은 손 부장은 조씨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할 때면 이따금 조씨를 바라보고 메모를 적어 변호인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 조성은 “김웅, 최강욱 ‘보낸다’ 표현 사용”

2020년 4월3일 ‘1차 고발장’을 받은 조씨는 4월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 의원과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김 의원은 당시 21대 총선을 앞둔 후보자 신분이었고 조씨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조씨에게 전달된 고발장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김건희씨, 한동훈  당시 검사장 등이 피해자로, 피고발인이 최강욱 후보자 등으로 적시돼 있었다.
 
검사: “4월5일 김웅 의원이 ‘최강욱 의원 고발장을 선거 전 미리 접수해야 당선돼도 유죄 판결이 나서 의원직을 상실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까.”
조성은: “‘보낸다’ 이런 표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검사: “무슨 의미인가요?”
조성은: “‘보낸다’는 건 적절한 설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법 고발 조치를 통해서 정치적 활동을 못 하게 하는 취지 아니었나 추측합니다.”
 
판사: “검사가 물어본 대로 말을 했는가요?”
조성은: “그 취지로 기억하고 제 기억에 최강욱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김 의원이) 몇 차례나 적대적인 표현 한 걸로 기억합니다.”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3월, 조씨는 <중앙일보> 사장 등과 함께 김 의원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자리에는 박장희 <중앙일보> 사장과 논설위원들, 김 의원 등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조씨는 “언론이 열심히 도와줄 테니 잘해보라는 취지의 모임이었다. 선거에 대한 응원의 자리”였다며 “김 의원은 윤석열 당시 총장과 친분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친분 및 신뢰관계를 쌓은 뒤 김 의원이 고발장 및 관련 자료를 조씨에게 전달하게 된 것이라는 게 조씨 설명이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2022년 10월1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2022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남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 김웅 무혐의 때 내 진술 왜곡 사용”
 
검찰이 ‘고발사주’ 사건에 연루됐던 김 의원을 2022년 9월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고도 조씨는 증언했다. “(당시 검사가) 손 부장 전화가 절대 안 열릴 것이라고 두 차례나 얘기했다” “정치하고 싶지 않은가. 큰일 하셔야 한다” “손 부장이 누구 사위인지 아는가”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메시지를 전송하고 몇 시간 뒤 김웅 의원이 당신에게 전달했으니 (중간에) 다른 사람이 준 것이라 봐야 하지 않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이 있어 “‘하루 안에 전달하는 것은 즉시성이 있다’고 답했다”고도 밝혔다.
 
조씨는 자신의 진술을 왜곡해 김 의원의 무혐의 처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김 의원 불기소 결정서에 ‘조씨는 (고발장을 받은 뒤 이를 활용해) 선거 영향 미칠 의도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해, 선거에 영향 줄 의도가 없었다는 피의자(김 의원) 변명에 부합한다’고 썼다. 그러나 ‘선거에 영향 미칠 의도가 없었다’는 건 조씨의 마음을 설명한 내용인데 이를 김 의원 의지로 검찰이 확대 해석해 의아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적극적으로 고발장 접수를 재촉하고 요청한 김 의원이 어떻게 선거 영향 미칠 의도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 부장 쪽 변호인은 조씨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했다. 특히 1차 고발장 파일의 ‘속성’이 바뀌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해당 파일 속성 구조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정됐다”고 지적하자 조씨는 “그 정도로 뛰어난 컴퓨터 능력이 없다. (파일 내용 자체도 안 달라져) 사건 맥락과 상관이 없어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조씨 진술 일부가 대검찰청 감찰부-공수처-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며 달라져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변호인이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씨는 ‘사안 진행도에 따라 수사기관과 본인의 이해도가 달라져 질문과 답변 내용이 다소 달라졌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다음 공판은 6월12일에 열린다.
 
*지난 이야기 ‘고발사주 의혹’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총선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전달된 고발장 등 관련 자료들이 김 의원을 통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전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수처는 2021년 9월 수사에 들어갔지만, 손 부장 구속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손 부장 ‘윗선’을 규명하지 못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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