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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언론만 제대로 했다면 '이재명 악마화'는 없었다"

by 무궁화9719 2025. 5. 17.
역사만화작가 박시백이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관련사진보기

한때 <한겨레>에서 시사만평을 그렸던 박시백(62) 작가는 그동안 고려사(<박시백의 고려사>)와 조선사(<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일제강점기(<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친일파 열전>) 등 '역사'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줄기차게 진행해 왔다. 그런데 시사만평가에서 역사만화 작가로 변신한 그가 최근 '현존 정치인'을 만화작업의 대상으로 삼아 눈길을 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만화평전(<이재명의 길>, 비아북)을 그린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역사만화 작가가 이재명에게 주목한 이유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을 펴낸 박시백 작가 ⓒ 오마이뉴스 구영식관련사진보기

역사만화 작가가 동시대의 치열한 논쟁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현존 정치인에 대한 평전을 그리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적지 않은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박시백 작가도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역사를 그려온 작가로서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때 시작된 '이재명 악마화 프레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그를 <이재명의 길>로 이끌었다. <이재명의 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도 "정치인 이재명의 삶과 그가 그리는 세상을 담는 데엔 턱없이 부족하겠으나 이재명에 대한 오해를 벗기고 악마화 프레임 너머의 진실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라고 썼다.
 
그래서 <이재명의 길>에서는 전과 4범, 형수 욕설, 대장동사업 등과 함께 혜경궁김씨, 여배우와의 스캔들 등 이재명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린 사건들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 후보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늘 생각해 왔고, 지금 시점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이런저런 공격들을 제대로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언론만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고, 지난 대선 결과도 그렇게 안됐을 것이다"라며 "어떤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공격이 시작되면 이것을 제대로 된 자체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속보 경쟁, 단독 경쟁에 뛰어들고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받아쓰기에 급급하지 않았나?"라며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특히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 중 보수적인 일간지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퍼뜨렸는데, 대표적인 보도가 '대장동 그분'이었다"라며 "(그런데) 진보진영 언론도 이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사실을 제대로 밝히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엉거주춤하게 따라가는 스탠스(보도태도)를 취했다"라고 꼬집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의 길>에서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표현했다. 그는 "공장과 검정고시, 대학, 사법고시, 사법연수원 등을 거쳐 결국은 자기의 올챙이 적이었던 성남으로 돌아와 인권 변호사를 하고, 그곳에서 벌인 싸움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시장이 되고, 시장이 되고 나서도 거악과 싸우며 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라며 "그것이 이재명 후보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아파트 단지에 환경미화원과 택배노동자의 쉼터를 만든 것을 거론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게 필요하겠네' 하는 것을 잘 찾아내는 뛰어난 능력이 있고, 동시에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의 최근 중도 실용주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집권하면 민주당과 함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내란세력들을 진압하고 관련자들을 벌주는 것들인데 이것과 통합이 전혀 별개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후보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사법, 고위공직자 등이 하나가 되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그들의 공고한 기득권 카르텔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집권의 의미가 있겠나?"라며 "계급적이나 경제적 차원에서의 실용주의에 대해 너무나 보수화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향후 가장 중요한 일은 그동안 공고해져온 기득권 질서를 깨뜨려 개혁하고 정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들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솜씨있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라며 "이재명 후보의 특징이자 장점이 자기 권한을 가장 최대한으로 잘 사용하는 거니까 그것에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시백 작가는 앞으로 현재의 한국사회를 주조한 시기인 1945년(해방, 미군정, 좌우갈등)부터 1950년(한국전쟁)까지의 현대사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홍대입구역 근처 '옻칠갤러리'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한 박시백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조선일보>의 비아냥,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박시백 작가가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
박시백 작가가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관련사진보기

- 그동안 조선(<조선왕조실록>)과 고려(<박시백의 고려사>)에 이어 일제강점기(<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친일파 열전>)를 만화로 그렸는데, 갑자기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

"지난 대선을 거치며 내 마음 속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기득권 세력과 상대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대장동 프레임을 씌우고 갖가지 흑색선전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다 알다시피 0.73%p 차의 석패였다. 대선 과정에 어떤 이들은 이혼한 전 부인에게까지 전화해 이재명 지지를 호소했다는데 저는 한 표를 행사한 것 외에 한 게 없었고 미안했다. 그래서 다음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이재명 후보에게 씌워진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 진실을 알리는 만화를 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한 켠에 늘 있었다. 마침 출판사(비아북) 대표가 작년에 제안했는데 (그때만 해도) 대선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천천히 준비했다가 대선 전에 나올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엄쉬엄 관련자료나 책들도 보고 공부하면서 콘티도 짜고 있었다."

- '작가의 말'에 보면, 비상 계엄과 탄핵 의결을 거치며 계획을 접었다가 거리에 '이재명은 안 된다'는 플래카드가 나붙는 걸 보면서 다시 마음을 바꿔 만화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12.3 내란을 겪고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해 두 번째 시도 만에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의결되는 걸 지켜봤다. 머지않아 조기대선이 열리리라 생각했고, 그때까지 작업을 완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해서 작업을 포기했다. 그런데 윤석열 탄핵안이 의결된 지 하루 이틀도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이재명은 안된다'는 플래카드가 걸리는걸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저들은 또 이재명 악마화에 올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록 책으로 묶일 분량은 안 될지라도 일단 할 수 있을 만큼 해서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에 연재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혀 먹고 그때부터 열심히 작업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늦어지고 조기 대선도 늦어지면서 책을 낼 수 있게 됐다."

-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특정 정치인을, 그것도 대선 후보의 만화평전을 대선 직전에 낸다는 것이 역사만화 작가로서 꽤 부담이었을 것 같다.

"부담이라면 부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이재명 후보 관련기사엔 언제나 '전과 4범', '형수 욕설'을 운운하는 댓글이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도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일일이 설명해 납득시키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설명 대신 '이거 봐봐'라며 던져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유의미하지 않겠나. 역사를 그려온 작가로서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재명 후보를 바로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그럴 위인이 아닌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재명의 길>을 집필한 의도에 대해 "의도가 뻔히 읽힌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재명 후보를 미화한 만화 위인전이라는 것이다.

"저도 누군가 보내줘서 그 칼럼을 봤는데, '그렇게 다뤄줘서 땡큐다'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의도가 뻔히 읽히는 기사와 칼럼을 쓰면서 이재명 후보를 악마화 해온 게 <조선일보> 아닌가? 그런 비아냥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도가 뻔히 읽히는 그들의 공작 작업을 벗겨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인전이라고 폄하를 받더라도 괜찮다."

"이재명은 스스로 정한 도덕적 가치에 대단히 충실한 사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관련사진보기

- 이재명 후보의 만화 평전을 그리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봤을텐데, 만화 평전 저자의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어떤 사람이었나?

"이재명 후보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많다. 행정가로든 정치가로든 정말 유능한 사람이라는 평가엔 대부분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도덕적으론 뭔가 결함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본 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스스로 정한 도덕적 가치에 대단히 충실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을 보라. 그는 소년공으로서의 생활을 자기 형편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묵묵히 공장을 다니며 월급을 통째로 아버지에게 갖다 드리고 약간의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계속 그랬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 치더라도 공장에 사춘기 또래 친구들도 있어서 삐딱선을 타기 쉬운 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 오히려 공장을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조금 받는 용돈조차 아껴서 자신이 사고 싶어했던 카메라를 포기하고 엄마한테 금가락지를 선물했다. 그런 걸 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그 당시 절친이었고, 검정고시를 같이 준비했던 친구가 술과 담배를 하는 걸 보고는 '너하고는 절교야'라며 한동안 만나지 않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자신이 '이러면 안돼'라고 생각하는 자기의 원칙이나 도덕적 기준에 굉장히 철저했던 사람인 것 같다. 이것은 행정가와 정치가가 된 이후에도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고 본다. 그러니까 외부의 부정청탁을 칼같이 끊어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 이재명 후보에게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보나?

"앞에서 말한 것 자체가 장점들이다. 더불어 유시민 작가가 말한 대로 이재명 후보의 대표적인 장점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이 50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주변과 대중을 대하는 태도는 점점 더 원숙해지는 등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중과 함께하는 사람이다. 지금 유세를 다니는 걸 보라. 아이를 만나면 아이한테,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만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정말 편하게 마치 친한 이웃사람 대하듯 한다. 이것은 단순하게 '정치인들의 대중적 친화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그들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런 것들이 이재명 후보의 장점이고, 세상에서 이 후보의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들조차도 들여다 보면 장점의 표현 형태인 경우가 많다. 가령 기득권세력과 싸우는 데서 보인 거친 모습이라든가. 심지어 지금은 그런 모습들조차 잘 다듬어져가고 있다."

[인터뷰②] "이재명 후보,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https://omn.kr/2diyk)으로 이어집니다.
 

이재명 악마화의 원천 '전과 4범', 사실과 진실 ①

 

온갖 허위‧과장 뒤섞어 대중 선동…"흉악범‧괴물"
모두 공익 활동 연관됐거나 사안 경미한 전과들
20여 년 전 공직자 아닌 인권변호사 시절 벌금형
음주운전 수차례 사과…내막엔 비리 추적 사연
'지하철역 명함 배포 50만 원' 선관위 공개 제외
'검사 사칭'은 KBS 최철호 PD가 작심하고 계획
'파크뷰' 추적하던 이재명은 인터뷰 응했다 엮여
시장과 검사들 유착 의혹 제기, 검찰에 눈엣가시
정작 최 PD는 선고유예, 이재명만 벌금 150만 원
최 PD 여러 물의…김건희에 "가정주부" 비호도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
 

"이재명 후보는 이미 전과 4범이다. 어느 것 하나 가벼운 범죄가 없고, 이것만 봐도 정치 무자격자다." (권영세)

"전과 4범인 이재명 후보가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 모순이다." (권성동)

"국민 대다수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5건의 재판, 12개의 혐의, 전과 4범이라는 사상 최악의 후보다." (안철수)

"이재명 후보는 사기 등으로 전과 4범인데, 5범이 되게 생겼다. 이런 사람은 다시 정치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 (김기현)

"일반 회사에서도 전과 4범은 뽑지 않는다. 하물며 대통령 아닌가?" (조배숙)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최근 쏟아낸 발언이다. 늘 그래왔듯 '이재명 전과 4범'을 주술처럼 입에 달고 살며 국민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려 한다. 극우 진영의 유튜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일례로 전한길 씨는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날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비분강개하다 "전과 4범인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건 아이들에게 '사기 쳐도 된다'고 가르치는 일이다. 역사 강의하면서 정직하고 거짓말하지 말고 법을 지키라고 배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과 4범'에 관한 기사들.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국힘‧극우가 키운 증오와 혐오…정운현 "괴물보다 식물" 윤석열 지지

 

극우라고는 할 수 없는 인사들 중에도 '이재명 비토'의 근거로 '전과 4범'을 내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낙연 씨의 최측근으로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을 지낸 정운현 씨가 지난 대선 때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 진보 진영의 내로라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한 사례는 유명하다. (이후 정운현 씨는 윤석열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이하 호칭 생략)의 어떤 부정적인, 나아가 사악한 이미지의 근저에는 '전과 4범'이라는 낙인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수구보수 세력이 이를 '이재명 악마화'의 원천으로 삼아 오랜 세월 확대 재생산해왔기 때문이다. 전과가 있다는 객관적 사실에 온갖 허위와 과장을 뒤섞은 흑색선전이 일상적으로 횡행하고 선거 땐 더욱 기승을 부리지만 대다수 언론은 팩트체크엔 관심이 없고 국민의힘 측 음해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선동의 볼륨을 최대한 키우는 스피커 노릇만 해왔다. 대중의 심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지난 16일에도 부산에서 한 70대 남성이 "전과 4범을 왜 홍보하느냐"며 민주당 선거운동원을 폭행하는 증오 범죄형 사건이 벌어졌다.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자 명부에 공개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전과 기록
 

공익적 활동 연관됐거나 경미한 사안…실제 내용 살펴볼 필요

 

그러나 이재명의 전과는 따지고 보면 모두 공익적 활동과 관련이 있거나 경미한 사안이어서 그토록 흉악범, 괴물 취급하는 게 타당한지 합리적 의문을 자아낸다. 이재명이 "변명의 여지 없이 100% 제 잘못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한 음주운전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2004년 당시 이대엽 성남시장의 비리를 보도했다가 곤경에 처한 한 기자를 무료 변론하며 백방으로 결백을 밝히려다 빚어진 일이어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다. 음주 뒤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다가 이대엽 시장 측근의 핵심적인 제보 전화를 받고 그대로 뛰쳐나간 과정이 있었다(카카오택시도 없던 시절이다). 이재명이 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전과의 경위나 내용을 알고 보면 그렇게 극단적 혐오감을 주체하지 못할 사안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4건의 전과는 전부 공직자 신분이 아닌 사인(私人)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멀게는 23년 전, 가깝게는 15년 전에 발생했던 일이다. 징역형은 없고 다 벌금형인데, 중앙선관위 후보자 명부 및 선거 공보물에 기록된 전과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2003~2004년에 확정판결을 받은 3건뿐이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만 기재하도록 했기 때문에 2010년 지하철역(8호선 산성역)과 연결된 도로 횡단용 지하 통로에서 명함을 돌리는 선거운동을 했다고 50만 원을 선고받았던 벌금형 1건은 제외됐다.

 

이들 전과의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해봤다. 실제 내용이 뭔지는 잘 모른 채 그간 국민의힘과 언론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주입된 선입견과 편견만으로 이재명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키워온 이들에게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읽고 나서 전과 11범 이명박, 전과 6범 김문수(선관위 명부엔 전과 3건만 공개) 사례와 비교해보는 것도 누가 '정치 무자격자'인지를 분별하는 데 참고가 되겠다. (여력이 되는 대로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 이재명 악마화의 다른 단골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2002년 5월 23일 당시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이던 이재명 변호사가 성남시청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엠빅뉴스 화면 갈무리
 

① 검사 사칭 혐의 (2002년 사건 발생, 2004년 벌금 150만 원 확정)

 

편한 길 대신 지역 인권 변호사 선택…'파크뷰 특혜' 끝까지 추적

 

최초의 전과를 갖게 된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재명의 인생 궤적을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은 고향인 경북 안동 산골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가족과 함께 경기도 성남으로 이주해 열세 살 때부터 '소년공'으로 일했다. 지독한 가난 속에 4년 넘게 공장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일하다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속성으로 마친 뒤 불과 8개월 공부해 치른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2500등 안에 들었다. 소위 SKY 대학 어느 곳이나 들어갈 수 있는 점수였지만 등록금 면제에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준 중앙대 법학과에 '특대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사법고시까지 합격해 사법연수원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으나 판‧검사 임용을 스스로 포기하고 처음 다짐대로 성남으로 돌아가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그에게 두 은인인 조영래 변호사와 김창구 성일학원 원장으로부터 돈을 빌려 스물다섯 살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이재명은 이후 다른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성남 지역의 각종 노동‧시국 사건을 맡아 무료 변론을 벌였고 노동상담소 활동까지 치열하게 병행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도 참여하게 됐고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으로서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을 접하게 된 것이다.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및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지역 건설 업자들과 다수의 정관계, 언론계, 법조계 인사들이 비리 사슬로 얽혀 있었던 이 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여기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이재명은 강직한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갖가지 회유와 협박에 고통받으면서도 '토건 마피아' 세력과 일대 전쟁을 벌이는 가시밭길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소위 검사 사칭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이다.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위협하는 전화까지 수시로 걸려오자 그는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아 6연발 가스총을 구입했을 정도로 토건 세력에게 오래 시달렸다. 정치할 생각도 전혀 없던 시절이고 심지어 당시 성남시장 김병량은 민주당 소속이었다(그래서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이대엽 시장을 도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검사를 사칭한 장본인이 이재명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내내 억울해했다. 그가 "특혜 분양은 깃털이고 몸통은 용도 변경"이라며 파크뷰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지 않았다면 전과자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02년 5월 23일 당시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이던 이재명 변호사가 성남시청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및 엠빅뉴스 화면 갈무리
 
사업협상자 재선정을 놓고 파문에 휩싸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백현유원지 부지. 일부가 주민들에 의해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땅에서 분당∼수서 도시고속도로 건너편으로 백궁‧정자지구 파크뷰 공사 현장이 보이고 있다. 2002.10.2. 연합뉴스 자료 사진
 

최철호 PD, 이재명 만나기 전 이미 김병량 시장 측에 "검찰청" 사칭

 

사건 발생 이후 여러 언론 보도와 판결문, 이재명의 저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전말은 이렇다. 백궁‧정자지구에 고급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차익을 얻게 해준 배후를 쫓던 서른일곱 살의 변호사 이재명에게 2002년 5월 10일 당시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하던 KBS 시사고발 프로그램 <추적 60분>의 최철호 PD가 인터뷰를 하자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최 PD는 사무실에 오기 전에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청"이라며 김 시장과 통화하고 싶다고 전한 상태였다. 처음부터 검사 사칭을 작정했던 것이다.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며 인터뷰 준비를 하던 중 최 PD는 이재명에게 이 사건 담당 검사가 누구냐고 물었고 이재명은 최 PD의 계획을 모른 채 취재 협조 차원에서 "수원지검 서모 검사"라고 아는 대로 답해줬다.

 

인터뷰 도중 최 PD의 휴대전화로 김병량 시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자 최 PD는 자신을 "수원지검의 파크뷰 사건 담당 서 검사"라고 소개하고 도와줄 테니 사실대로 말하라며 파크뷰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재명은 약간 놀랐지만 언론사 기자나 방송국 PD가 취재 관행상 사실을 캐내기 위해 저런 방법을 쓰는 모양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통화 상대방을 진짜 검사로 여긴 김 시장은 약 18분간 건설사 대표나 성남지청 검사들과의 친분 등 이런저런 내막을 털어놨고 최 PD는 이를 녹음해 추적 60분 <특혜 의혹 분당 파크뷰, 무슨 일이 있었나> 편에서 방송했다. 이재명도 그 녹음 테이프의 사본을 받아 추적 60분 방송 며칠 뒤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사칭 사실을 알게 된 김병량 시장은 최 PD는 물론 이재명까지 "검사 사칭을 공모하고 녹음 테이프를 협잡·매수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했다"며 고소했고, 이재명은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면서 김 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2002년 당시 최철호 KBS 피디가 '이재명 검사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증언한 기록. 뉴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민변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무리한 수사"…1심 이충상 판사, 유죄 선고
검찰, 장장 23년 걸쳐 '검사 사칭→허위사실 공표→위증 교사' 우려먹어

 

검찰이 이재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고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벌이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이재명을 적극 도왔다. 민변은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2002년 6월 10일 성명서를 내고 "검찰이 정치상의 이유로 정작 큰 악은 수사하지 않으면서 지엽말단적인 문제로 이재명 변호사를 포함한 관계인들을 무리하게 수사한다"며 "우리는 이재명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김병량 성남시장의 지방선거 출마와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부당 용도 변경에 일부 검사가 관련돼 정치적인 의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변호사의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내부 비리 고발로서 지극히 정당한 행위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사건에 대해 민변의 전 역량을 동원해 진실을 밝힐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 [민변 성명서] 이재명 변호사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

 

민변의 규탄에도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고 이재명은 2002년 7월 2일 구속됐다가 일주일만인 9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이 이충상 부장판사였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를 김용원 상임위원과 함께 쑥대밭으로 만든 바로 그 인물이다)는 최 PD에게 벌금 300만 원, 이재명에게는 벌금 250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재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항소심에서는 황당하게도 검사 사칭 통화를 한 당사자인 최 PD가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반면 이재명은 원심보다 다소 감경된 150만 원 벌금형을 받아 첫 전과를 기록하게 됐다. (김병량 시장은 파크뷰 사건과 관련해 결국 2003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재명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2018년 TV 토론회에서 "PD가 (사칭)한 것인데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다"고 토로했다가 검찰에 의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은 "PD가 이재명을 만나 검사의 이름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전 과정은 인터뷰 그 자체에 해당하거나 인터뷰 중에 있었던 일"이라며 "피고인이 '누명을 썼다'고 한 것은 판결이 억울하다는 것을 평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렇게 2심을 거쳐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검찰은 다시 "이재명이 재판 과정에서 김병량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해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며 또 기소했다. 장장 23년에 걸쳐 검사 사칭→허위사실 공표→위증 교사로 세 차례나 우려먹은 것이다. 이재명은 스토킹 검찰의 억지 짜깁기로 점철된 이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도 얼마 전 무죄를 선고받았다.

 

1996년 11월 4일 당시 사단법인 한국어린이보호회 회장인 '뽀빠이' 이상용 씨가 심장병 어린이 후원금 유용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96.11.4. 연합뉴스 자료 사진
 

최 PD, '뽀빠이' 이상용에 "심장병 어린이 기금 횡령했다" 누명도
극보수 행보 '공언련' 대표…윤 정부 밀착, '명품백 수수'까지 옹호

 

사건의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 최철호 PD의 행적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검사 사칭 사건에 앞서 1996년 11월 추적 60분을 통해 '뽀빠이' 이상용 씨가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금을 횡령했다는 방송을 내보내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군대 위문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코미디언 겸 MC 이상용 씨는 오랜 기간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헌신적이었지만 이 방송으로 치명타를 입어 <우정의 무대>에서 하차하고 경찰 수사를 받으며 방송 활동을 아예 중단하게 됐다.

 

불과 석 달 뒤인 1997년 2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미 '파렴치한 사기·횡령범'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된 뒤였다. 이 씨에게 누명을 씌운 최 PD는 그럼에도 1997년 4월 언론 기고를 통해 "반성할 줄 모르는 한 인간과 선정적 신문들에 의해 추적 60분의 공신력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됐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석연치 않다" 등의 주장으로 이 씨를 공격하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처절하게 몰락한 이 씨는 몇 차례 재기를 시도하긴 했으나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는 못했다. 이 씨는 지난 9일 별세했다. ☞ 이상용 공금횡령 누명 사건  ☞ MC 이상용 별세...심장병 어린이 500명 후원한 진짜 '뽀빠이' 였다   ☞ 국민MC '뽀빠이' 이상용 무너뜨린 루머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7. 연합뉴스
 

최철호 PD는 KBS 퇴사 후 극보수 성향의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대표를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의힘 추천으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이 된 데 이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의해 지난해 8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선방위원 시절 "김건희 특검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다른 여권 위원들과 함께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던 그는 지난해 4월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등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에 최고 수위 징계를 의결하면서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 김건희 명품백 "가정주부 선물" 심의위원에 "충성 대가로 이사장 됐나"

 

"김 여사 사례(명품백 수수)는 이런 얘기다. 어떤 사람이 돌아가신 아버님과 아주 가깝다는 등 인연을 얘기하면서 선물을 가져간다. 가정주부 입장에선 그런 얘기를 순수하게 (자신을) 위하러 왔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아버지 인연 때문에 거절하기 민망해 받은 것을 놓고 갑자기 (최재영 목사가) 방송에 나와 그 아주머니 청탁성 뇌물을 받았다고 떠드는 것이다. 얼마나 민망하고 참담한가."

 

※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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