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관저에 ‘국민 염장 지를’ 김건희 호화시설…감사회의록에 있다”
입력2024.10.25. 오후 12:04
수정2024.10.25. 오후 5:32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이성윤 의원 “회의록 공개해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김건희 여사. 한겨레 자료사진
“관저에 사우나실, 드레스룸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염장을 지를 호화시설을 만들었고, 그 내용이 감사회의록에 담겼다고 한다.”
2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관저 내부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호화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과정에서 반드시 작성돼야 할 준공도면이 작성되지 않고, 준공검사조서 조작까지 이뤄지자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는 공간’이 관저에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 주장은 기존에 알려진 드레스룸·사우나실 외에 김 여사 관련 호화시설이 있으며, 이런 내용이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에 있기 때문에 감사원이 회의록 공개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상대로 “감사회의 내용과 달리 감사보고서에 누락되거나 거짓으로 작성된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 감사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이 거듭 “관저 내부 사적인 공간에 그 내용을 알면 온 국민의 염장을 지를 호화시설이 있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있다” “김건희 여사가 지시·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사가 있었느냐”고 묻자, 최 감사원장은 “그런 기억이 없다. 있는 그대로 감사보고서에 담았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공개한) 감사보고서 내용과 똑같은데 왜 감사회의록은 공개하지 않는 거냐”고 따졌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왼쪽)과 심우정 검찰총장이 인사하고 있다. 앞줄 왼쪽이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진행한 국회 법사위 현장감사에서 최 감사원장은 관저 이전 의혹 감사위원회의록 열람을 거부했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자신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감사 검토의견서 열람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마저도 반대했다. ‘유병호 라인’으로 지적된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조은석 감사위원 사무실 안내를 거부하는 한편,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관저에 숨기고 싶은게 있기 때문에 열람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결국 국회 법사위는 야당 주도로 국감을 방해한 최재해·최달영 두 사람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튿날인 25일 열린 국감에서도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전날 최달영 사무총장의 언행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겠다고 하자, 최 사무총장은 “뭘 모독했는지 말해 달라”며 항의했다.
[단독] 김건희 친분 ‘21그램’ 선공사 후승인…감사원 알고도 덮었다
기재부, 공사 착수 다음날 ‘승인’
기자고한솔
- 수정 2024-10-08 22:08
- 등록 2024-10-08 16:38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담당한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2022년 5월 기획재정부가 행정안전부에 ‘외교부장관 공관 사용’을 승인하기도 전에 공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어떠한 지적이나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기재부 자료와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종합하면, 21그램은 2022년 5월15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의 요구로 공사를 시작했다. 기존 시설 일부를 철거하고 우선 설비와 가스 배관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행안부가 기재부에 외교부장관 공관 사용 승인을 받기 하루 전이었다. 관계 부처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21그램이 만 하루 이상 관저를 무단 점유하고 공사를 진행한 셈이다.
국유재산법 등에 따르면,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행안부는 국유재산 총괄청 역할을 하는 기재부에 관저 조성을 위한 외교부장관 공관 사용 승인을 요청하고, 기재부가 이를 내주어야만 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업체로, 업체 선정부터 공사 과정까지 전방위적인 불법·탈법 의혹을 받고 있다. 김태영 21그램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감사원이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을 감사하며 21그램의 공사 착수 시점과 기재부 승인 시점 등을 인지하고 이를 감사보고서에 서술하면서도, 문제를 지적하거나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과정에 무자격 업체들이 다수 참가하고, 준공검사도 하지 않은 채 준공 처리를 하는 등 국가계약 법령 위반이 다수 있었다고 밝혔을 뿐 정작 중요한 관저 공사 업체 선정 경위를 밝혀내지 못하는 등 ‘맹탕 감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미 실무적으로 (공사 절차가) 결정이 돼 있는 상황이어서 대통령 취임 날짜에 맞춰 빠르게 공사를 진행하려 한 것 같다”며 “그 외에는 우리 부처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감사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서 언론사의 개별적 질의에 답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행안부 관계자는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정성호 의원은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관련 민간업체가 마음대로 국유지를 출입할 수 있게 하고 감사원은 이런 기초적인 사실도 지적하지 않았다. 국가계약법 등 위반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관저를 ‘집주인’ 허락 없이 공사할 수 있나…앞뒤 안 맞는 감사보고서
기자김남일
- 수정 2024-10-06 20:40
- 등록 2024-10-06 06:00

대통령실·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국민감사 결과가 나온 지난달 12일 오후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감사원 정문 담벼락에 손팻말을 가까이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보고서는 구멍투성이다. 관련 기관이 작성한 문서·보고서·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는 대부분 사라지고, ‘어쩔 수 없었다’는 솜방망이 처분을 뒷받침하는 진술들이 필요할 때마다 인용되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하나의 사안을 두고 모순되는 진술이 감사보고서 곳곳에서 확인된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시작으로 법제사법위원회(15일), 행정안전위원회(25일) 국정감사에는 감사위원·공사업체 대표 등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과 준공검사조서 조작 등을 비껴간 부실·허위 감사 논란, 감사위원회의록 공개 등을 두고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누가 공사범위 지시했나
감사원이 지난 12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는 공사 착수와 관련된 것만 있지 ‘누가 공사범위를 정해줬는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계약도 없이 곧바로 공사를 시작하게 된 경위와 맞닿아 있어 핵심 감사 대상이다. 공사업체가 ‘집주인’ 허락도 없이 집을 뜯어고치는 경우는 없다. 관저에 거주할 대통령 부부, 특히 건물을 미리 둘러본 김건희 여사가 증축할 공간의 범위와 성격(드레스룸·사우나실 등), 내장재 품목 등을 사전에 정해줬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감사보고서는 “촉박한 준공 일정 등으로 사전에 공종별 공사 규모와 업체별 과업 범위 등이 명확히 특정되지 못해”(12쪽) 계약 체결 전 21그램이 일단 공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21그램이 처음부터 증축을 포함한 공종별 전체 공사를 직접 계획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감사보고서에 여러 차례 나온다.
2022년 5월12일 대통령비서실이 21그램으로부터 받은 견적서에는 관저 주거동 증축공사를 비롯해 ‘전체 공종’이 포함(27쪽)돼 있었고, 닷새 뒤인 5월17일에도 구조보강 공사가 포함된 견적서를 다시 제출(28쪽)했다. 21그램은 인테리어 업체여서 증축·구조보강 공사 면허가 없다. 특히 21그램은 “통상의 관급 공사와 달리 관저 공사는 분야 구분 없이 21그램에 맡겨졌다”(32쪽)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견적서는 공사 전반에 대해 참고하라는 의미이지 우리가 전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21그램 대표, 28쪽)는 상반되는 진술을 인용만 하고 더 나아가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는 또 “인테리어 공사 외에 다른 공사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김오진 당시 관리비서관, 39쪽)는 진술도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했다. 1970년에 지어진 낡은 공관인데도 인테리어 공사만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공사면허 없는 21그램에 공사를 맡긴 게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행안부 파견 공사감독자는 “5월 중순 비서실이 21그램에 지시한 공사범위에 증축부가 있어 공사를 수행하지 말라고 했다”(29쪽)고 진술했다. ‘참고하라는 의미의 증축’을 ‘인테리어 공사만 생각했다’는 비서실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감사 업무 경험이 많은 인사는 6일 “관저 공사 당시에는 지금 같은 문제가 생길 줄 몰랐기 때문에 누군가 21그램에 증축을 포함한 전체 공사를 맡겼던 것으로 의심된다. 감사는 말을 따라가면 안 되는데 감사보고서는 특정 결론에 맞춰 앞뒤 안 맞는 진술들을 인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사보고서에서 사라진 자료
21그램은 공사현장에 컨테이너 사무실을 두고 설계디자인팀을 상주시켰다고 한다. 감사보고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증축 등이 포함된 전체적인 도면이 공사 초기에 작성됐다는 의혹이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계약도 없이 증축이 포함된 견적을 내고 곧바로 철거에 착수하려면 최소한 어디를 헐고, 어디를 넓히라는 ‘집주인’ 의중이 전제돼야 공사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관저 공사 설계·감리 용역을 맡은 에이노마드건축사사무소 박아무개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1그램과의 첫 만남 때 초안 형태의 도면을 두고 침실 쪽 구조 문제 등을 협의했다. 다만 전체 면적이 커서 증축이 포함됐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실한 감사 결과를 검증하려면 당시 작성된 문건 등이 공개돼야 한다. 감사원은 “행안부·경호처·비서실로부터 공사 계약서, 과업지시서, 준공서류 등 공사 계약 및 감독, 준공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했지만, 정작 감사보고서에 인용된 문건은 극히 일부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감사에서 관련 보고서·계획서 등 ‘객관적 증거’를 자주 인용한 것과는 딴판이다.
공사 발주처인 행정안전부는 대통령비서실과 주고받은 문서·이메일, 21그램이 작성한 일지 형태의 공사 보고서, 행안부 자체 생산 문건 등을 감사원에 모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에 공사 중단을 지시했던 비서실 공사감독관, 관저 허위 준공검사조서에 서명해야 했던 공무원들 모두 행안부 소속이다. 관가에서는 계약·시공·준공 과정에서 법규를 무시한 불법이 잇따라 발생하자, 관련 공무원들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내부보고서 형태로 이를 ‘문서화’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감사 초기에 문건 등을 확보했던 감사원 담당과장은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사원에서 사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불법의 산’ 위에 지어진 대통령 관저…“21그램 안 돼” 제동 건 공무원
대통령집무실·관저 감사 결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장면.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준공검사조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감사원 감사보고서만 보더라도 숱한 불법·위법 사례가 확인된다. 대부분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인 21그램이 출발점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을 증축 등 공사 전반을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특정 분야만 시공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한다. 21그램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실내건축공사업)만 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다. 관저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21그램은 처음부터 증축을 포함한 공사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공사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한겨레에 21그램이 공사를 시작할 단계부터 기존 외교부 공관에 있던 드레스룸 외에 ‘추가 드레스룸’을 마련하는 계획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사우나실이 다시 추가되는 등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고 한다.
불법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은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감사원은 12일 공개한 관저 이전 감사보고서에 ‘비서실 공사감독행정관(공사감독자)’이라고만 밝혔다. 한겨레가 감사 관계자 등에게 확인한 결과, 이 사람은 비서실 내부 직원이 아닌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공사 감독을 위해 비서실로 파견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2022년 5월 중순 확인한 도면에 증축부가 그려져 있어서 실내건축공사업만으로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21그램의 면허로 수행할 수 없는 공사는 수행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이 파견 공무원은 2차 계약과 관련해서도 “전문공사업체가 이미 수행한 공사를 나중에 들어온 종합건설사를 통해서 공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1그램으로서는 증축을 위해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업체가 필요했다. 21그램은 굳이 제주에 있는 ㅇ종합건설을 직접 섭외했다. 21그램이 증축까지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끌어온 ‘면허 딱지 업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ㅇ종합건설은 관저 공사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 대신 ㅇ종합건설 대표의 친형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관저 증축 공사 등을 맡았다. 이 업체 또한 21그램처럼 전문건설업체여서, 불법 상황이 해소되지 못했다.
21그램은 관저 실내건축공사와 관련해 37개 업체(협력업체 포함)에 하도급을 줬다. 기계·설비 공사는 21그램과 거래 관계에 있던 6개 업체가 맡았다. 구조보강·증축 공사에도 일부 업체가 참여했다. 전체 업체 중 19개 업체가 미등록 업체였다.

감사보고서에는 공사부터 하고 계약·설계가 뒤늦게 이뤄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21그램과 관련 업체들이 공사를 하면 나중에 그에 맞춰 도면을 그리고 내역서를 작성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각종 내역서는 사후에 금액 등에 맞춰서 임의로 작성됐다. 조달 업무를 잘 아는 변호사는 “조달청 관련 문서가 모두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거주하고, 국빈 등이 방문하는 대통령 관저가 불법 위에 지어진 셈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일부 감사 결과가 먼저 보도되자 ‘대통령실 이전은 전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관저 증축과 관련한 불법 사안은 모두 현 정부에서 진행됐다.
김남일 신형철 기자 namfic@hani.co.kr
불 켜보고 물 틀어보고…대통령 관저 준공검사조서 조작
통상적 준공검사와 동떨어진 자체 안전점검 뒤 ‘조작’
“공사 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 직권남용 공범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2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복 차림으로 추석 대국민 영상 메시지에서 명절 인사를 하는 장면.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살고 있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준공검사조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국가시설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따지는 준공검사를 아예 안 한 것이다. 2022년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이뤄진 관저 증축·보수 공사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가 주도했다. 발주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비서실은 법이 정한 준공검사를 하지 않고도 ‘모든 절차를 밟았다’고 서명했다. 관저 증축 내역이 담긴 최종 도면도 작성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2022년 10월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로 시작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 경호처 간부가 방탄창호 설치 공사비를 부풀려 15억7천여만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며 경호처에 파면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저 이전과 관련해선 계약부터 시공, 준공 절차 전반에 걸쳐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관련자를 주의 조처하는 데 그쳤다.
국가와 민간업체 사이에 이뤄지는 정상적 공사라면 계약→설계→시공→준공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공사가 한참 진행됐거나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사대금 지급을 위해 형식적인 계약서가 만들어졌다. 2022년 5월25일 ‘21그램’과 1차 인테리어 공사 계약(14억4천만원)이, 8월16일 ㅇ종합건설과 2차 증축 공사 계약(16억4천만원)이 체결됐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업체였다.
2022년 4월 말 공사업체로 선정된 21그램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5월10일)된 직후인 5월12일에 견적서를 제출하고 사흘 뒤인 15일 공사에 착수하는 등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증축 공사를 할 수 없는 인테리어업체인데도 5월 중순에 이미 증축 및 구조 보강 공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등은 민간업체가 공사를 마치면 해당 업체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계약서·설계서 등에 따라 제대로 지어졌는지 준공검사를 받게 한다. 내구성 등 건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최종 절차인 셈이다.
하지만 관저 준공검사는 없었다. 당연히 준공검사조서도 작성될 수 없었다. 그러나 1·2차 계약에 따른 두건의 준공검사조서가 버젓이 만들어졌다. 21그램 등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였다. 준공검사조서에 서명한 이들은 감사원 조사에 “준공검사 절차는 하지 못했다” “준공검사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하지도 않은 1차 계약 준공검사조서에 단독 서명한 행안부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2차 계약 준공검사조서에는 비서실에 공동 서명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감사보고서는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만 정리했다.
감사원은 준공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로 ‘비서실과 경호처가 안전점검을 직접 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감사보고서에 자세히 담았다. 점검 날짜는 7월29일이었다. 비서실은 감사원에 “건축물의 도장, 방수 등 마감 상태와 상수도 가압펌프 등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점등이 불량한 전기 시설, 소방 감지기 등에 대한 개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내구성 등 안전도 확인이 중요한 준공검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감사원은 “통상의 준공검사 순서와 완전히 동일하게 이뤄지지는 못했으나, 준공검사 취지에 맞춰 필요한 절차를 각 단계에서 성실히 수행했다”는 비서실 해명을 전했다.
준공검사를 건너뛰게 되자 설계·시공업체들은 법에 따라 실제 공사 내역을 정확히 반영해 작성해야 하는 최종 준공도면 등을 행안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관저 도면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질문에 “원칙적으로는 있어야 한다.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최종하고는 안 맞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감사원은 한겨레에 “최종 도면이 없는 것은 맞지만, 공사 중간중간 행안부와 경호처에 제출한 도면들이 있다. 모두 폐기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감사보고서에는 관저에 증축된 공간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다. 감사원은 ‘드레스룸·사우나실 등이 증축됐는지 확인했느냐’는 물음에 “국가보안시설이라 어떤 용도의 구조가 있는지 감사보고서에 담지 않았다”고 했다. 관가에서는 “최고 보안을 요구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보다 주거가 주목적인 관저 공사가 더 폐쇄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준공검사조서 조작은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 이를 지시한 이에겐 직권남용 혐의를 물을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당시 김대기 비서실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저 공사에 개입한 의혹이 짙은 김 여사는 직권남용죄의 공범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와 관련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앞으로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 조처만 하고 끝냈다. 관저 이전 실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게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했지만,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이유로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통보(재취업 때 참고)를 하는 데 그쳤다. 김 전 비서관은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영전해 지난해 12월 퇴직한 뒤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응모했다. 대통령실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특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은 이날 집무실·관저 이전 과정에서 공사업체와 유착한 의혹을 받는 경호처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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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은 2022년 외교부 장관 관사 시절의 위성사진이며, 오른쪽은 2024년 구글어스 위성사진이다. 2년 사이 신고된 두 번의 증축 이외에도 건물 3채가 더 확인된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①번 건물은 '사우나' ②번 건물은 '드레스룸'이다. 2022년 8월 관저 2층 증축 공사를 한 것으로 총 면적은 약 45.53㎡(약 13.79평) 규모다. 관저 북동쪽에 위치한 ③번 건물은 가로 4미터, 세로 5미터로 20㎡(약 6평)면적으로 추정된다. 관저 서남쪽에 위치한 2채의 건물 중 ④번 건물은 가로 5.6미터, 세로 3.3미터로 18.5㎡(약 5.6평), ⑤번 건물은 가로 3.2미터 세로 8.3미터 24.9㎡(약 8평)으로 추정된다. 면적은 위성사진 상으로 측정한 것으로 실제 건물과 차이가 있다. | |
ⓒ 구글어스 | 관련사진보기 |
대통령 관저·집무실 공사 특혜 의혹 관련 감사를 이례적으로 7차례(1년 8개월)나 연장한 감사원이 영세업체 '21그램'이 수의계약으로 관저 공사를 따낸 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1그램'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지낸 코바나컨텐츠 후원사다.
시민사회에서는 "졸속 추진된 대통령실·대통령 관저 이전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정부가 지난 2022년 5월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에 대해 영세업체 '21그램'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위법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관저는 보안시설로 법령상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고, 선정된 업체도 기본적인 관련 공사업을 등록하고 있는 등 특정 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의계약 자체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가계약법 7조에는 '국가안전보장, 국가의 방위계획 및 정보활동, 그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누가 21그램 추천했나 기억 안 나" 진술에도 '인수위'로 못 박은 감사원
또 '21그램'이 공사업체로 선정한 주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고 뭉뚱그려 판단했다. 감사원은 "당시 인수위에서 2022년 4월 내부 관계자와 (대통령)경호처 등으로부터 업체들을 추천받아 내부 검토 후 선정했다"며 "전 비서관(당시 인수위TF 분과장)이 이 업체에 연락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이 비서관이 구체적으로 누가 21그램을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더불어 감사원은 2022년 8월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에 참여한 A종합건설의 경우에도 '21그램'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봤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의 요청을 받은 이 업체 직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A종합건설 대표에게 연락해 증축 공사에 참여시킨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저 공사 업체들 선정에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에 대해 감사원은 끝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그러면서 '21그램'이 관저 공사 과정에서 하도급 관련 법을 위반했다 못 박으며 사실상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감사원은 이 업체에 대해 "다수의 협력업체를 공사에 참여시켜 시공관리(하도급)를 하면서, 이에 대한 발주처의 승인을 받지 않았고, 15개 업체의 시공자격을 확인하지 않고 하도급 했다(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고 밝혔다.
이어 "A종합건설은 실제 배치하지 않은 건설기술인을 현장대리인으로 신고했고, 관련 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은 업체에 하도급했다(위와 같은 법 위반)"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내부 추천' 누구로부터 이뤄졌나... 사실상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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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감사원!" 참여연대 주최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대통령실 ·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의혹 국민감사 결과 발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대통령 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감사원이 한심하다"며 감사원을 규탄하고 있다. | |
ⓒ 이정민 | 관련사진보기 |
감사원은 "관저 보수 공사 참여 업체들의 건설공사 법령 위반 등 사실이 다수 확인됐고, 이에 대한 적절한 행정처분 등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장과 행정안정부 장관에 대해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22년 10월 대통령 관저 이전 등에 대한 특혜 의혹을 감사하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던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감사 결과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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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감사원!" 참여연대 주최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대통령실 ·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의혹 국민감사 결과 발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대통령 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감사원이 한심하다"며 감사원을 규탄하고 있다. | |
ⓒ 이정민 | 관련사진보기 |
참여연대는 "대통령 관저 공사를 맡은 업체의 선정 배경과 과정에 관해 오히려 의혹만 증폭됐다"며 "감사원은 대체 어떤 의혹을 밝혀낸 것인가? '내부 추천'은 누구로부터 이루어진 것인지, 또한 시공 능력과 실적을 철저히 검토했는데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영세업체가 선정된 배경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도해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한 대통령실·대통령 관저 이전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대통령실과 관저 용산 이전의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참여연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단독] 관저 준공검사 안 해놓고 ‘서명’…문서 조작에 도면 폐기
준공검사조서 조작은 불법
증축 공간 용도 숨기려 했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김건희 여사. 한겨레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가 공사를 주도한 대통령 관저의 준공검사조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국가시설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따지는 준공검사를 아예 안 한 것이다. 발주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비서실은 법에서 정한 준공검사를 하지도 않고 ‘모든 절차를 밟았다’며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종 증축 내역이 담긴 관저 도면은 작성되지 않았다. 공사 관련 자료는 경호처 요구로 모두 폐기됐다.
준공검사조서 조작은 명백한 불법으로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 이를 지시한 이에겐 직권남용 혐의를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관저 이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일부 소홀한 점이 있었다’ 등 모호한 표현을 총동원해 고발이 아닌 ‘주의’ 조처를 하는 데 그쳤다. 관가에서는 관저에 어떤 용도의 공간이 증축됐는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후원업체 선정 과정
국가와 민간업체 사이에 이뤄지는 정상적 공사라면 계약→설계→시공→준공 절차를 밟는다. 반면 대통령 관저는 공사가 한참 진행됐거나 마무리 시점에야 공사대금 지급을 위해 사후적·형식적으로 계약서가 만들어졌다. 2022년 5월25일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후원업체였던 ‘21그램’과 1차 인테리어 공사 계약(14억4천만원), 8월16일 ㅇ종합건설과 2차 증축 공사 계약(16억4천만원)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12일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관련자 진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언급된 적은 없다”고 했다.
제주에 사무실이 있는 ㅇ종합건설은 21그램이 직접 섭외한 업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을 증축 등 공사 전반을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특정 분야만 시공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한다. 21그램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실내건축공사업)만 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다. 관저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ㅇ종합건설은 21그램이 증축까지 관여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끌어온 ‘면허 딱지업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ㅇ종합건설은 관저 공사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대신 ㅇ종합건설 대표의 친형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관저 증축 공사 등을 맡았다.
계약·설계 없이 증축 공사 등 시작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관저 이전이 결정된 2022년 4월 말 공사업체로 선정된 21그램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5월10일 직후 견적서 제출(5월12일), 공사 착수(5월15일) 등 일사천리로 공사를 진행했다. 증축 공사 등을 할 수 없는데도 5월 중순에 이미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불법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은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감사원은 12일 공개한 관저 이전 감사보고서에 ‘비서실 공사감독 행정관(공사감독자)’이라고만 밝혔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비서실 내부 직원이 아닌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공사감독을 위해 비서실로 파견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2022년 5월 중순 확인한 도면에 증축부가 그려져 있어서 실내건축공사업만으로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얘기 했다. 21그램의 면허로 수행할 수 없는 공사는 수행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이 파견 공무원은 2차 계약과 관련해서도 “전문공사업체가 이미 수행한 공사를 나중에 들어온 종합건설사를 통해서 공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비서실은 감사원에 “인테리어 공사 외에 다른 공사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하층 구조보강을 하지 않으면 상부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21그램은 처음부터 증축을 포함한 공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한겨레가 감사 관련자 등에 확인 결과, 21그램이 공사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기존 외교부 공관에 있던 드레스룸 외에 ‘추가 드레스룸’을 마련하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사우나실이 다시 추가되는 등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


하지도 않은 준공검사조서에 서명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등은 민간업체가 공사를 마치면 해당 업체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계약서·설계서·그 밖의 관계 서류에 따라 제대로 지어졌는지 준공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준공검사 전 공사감독자(관저의 경우 비서실)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사현장을 정밀하게 확인·점검해야 하고, 시공자(민간업체)가 작성·제출한 준공도면이 실제 시공된 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해 발주처(행안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내구성 등 건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최종 관문인 셈이다. 공사업체는 발주처와 설계·감리업체 등의 확인 서명까지 들어간 준공검사조서까지 작성돼야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다.
관저 준공검사는 없었다. 따라서 준공검사조서는 작성될 수 없었다. 그러나 1·2차 계약에 따른 두 건의 준공검사조서가 버젓이 작성됐다. 21그램 등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였다. 준공검사조서에 서명한 이들조차 감사원에 “준공검사 절차는 하지 못했다” “준공검사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건축 감리를 맡은 ㅇ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준공검사에 가지 않았다. 그는 “입회했다고 조서에 나중에 서명했다”고 감사원에 말했다. 하지도 않은 1차 계약 준공검사조서에 단독 서명했던 행안부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2차 계약 준공검사조서에는 비서실에 공동 서명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감사보고서는 “비서실이 정확한 준공도면 등을 제출받지 않은 채 준공검사조서를 작성·서명해 준공처리 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만 정리했다. 준공 절차상 일부 문제는 있지만 ‘업무 소홀’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준공검사 대신 비서실·경호처가 ‘안전점검’
감사원은 준공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로 ‘비서실과 경호처가 안전점검을 직접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감사보고서에 자세히 담았다. 비서실이 ‘준공에 문제 없다’고 행안부에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점검 날짜는 7월29일이었다. 비서실은 감사원에 “건축물의 도장, 방수 등 마감 상태와 상수도 가압펌프 등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점등이 불량한 전기 시설, 소방 감지기 등에 대한 개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주택 외벽 마감이나 수도·전기·보일러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는 것인데, 내구성 등 안전성 확인이 중요한 준공검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감사원은 “통상의 준공검사 순서와 완전히 동일하게 이뤄지지는 못했으나, 준공검사 취지에 맞춰 필요한 절차를 각 단계에서 성실히 수행했다” “전문 설계 및 감리업체가 현장에서 설계와 시공을 상호 점검했다” “비서실에서 설비 시운전 및 안전점검을 하는 등 준공검사에 필요한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는 비서실 해명을 전했다.


설계도면 없는 대통령 관저
준공검사를 건너뛰게 되자 설계·시공업체들은 법에 따라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해 작성해야 하는 준공도면 등을 행안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는 “21그램과 ㅇ종합건설이 공사 완료 뒤 경호처 요청으로 공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보안 등의 사유로 폐기했다”고 적었다. 감사원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관저 도면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질문에 “원칙적으로는 있어야 한다.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최종하고는 안 맞는다 의미”라고 답했다. 최종 공사내역을 담은 설계도면은 없다는 취지다.
감사보고서에는 증축한 공간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다. 감사원은 ‘드레스룸·사우나실 등이 증축됐는지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국가보안시설이라 어떤 용도의 구조가 있는지 감사보고서에 담지 않았다”고만 했다. 비서실 역시 감사 전반에 걸쳐 ‘보안’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관가에서는 “최고 보안을 요구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보다 주거가 주 목적인 관저 공사가 더 폐쇄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공사 담당자들이 관저 내부를 함께 살피는 준공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나, 공간 용도 등을 담은 준공도면을 작성하지 않은 것이 외부에는 감추고 싶은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허위공문서 작성·직권남용 혐의 고발 가능”
감사원은 이번 감사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앞으로 대통령 관저와 같은 고도의 보안시설 등에 대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때는 법령 등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 조처만 하고 끝냈다. 앞으로 잘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관저 이전 계획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게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했지만,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이유로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통보(재취업 때 참고)를 하는데 그쳤다. 김 전 비서관은 관리비서관에서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영전한 뒤, 지난해 12월 퇴직했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공모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준공검사조서 조작 등에 가담한 이들은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이를 지시한 이들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가능하다고 본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종적으로 당시 김대기 비서실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저 공사에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이 짙은 만큼 김 여사는 직권남용죄의 공범으로도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감사원 주의 조처가 결정된 지난달 29일 감사원 의결은 당시 오전 9시께부터 저녁 8시께까지 고발 여부 등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재적 감사위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의결이 가능한데, 고발이 가능한 4명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영상] 16억 떼먹고, 3억 날리고...대통령실·관저 이전 ‘비리 종합판’
감사원 1년8개월 만에 결과 발표

감사원이 12일 대통령 집무실·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간부의 비위로 인해 16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방탄 창호 설치 공사 사업의 책임자였던 대통령실 경호처 간부 ㄱ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ㄴ씨가 부풀려 내놓은 공사 견적액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15억7천여만원의 국고를 손실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탄 창호 설치 공사 총사업 금액 20억4천만원 가운데 방탄유리·창틀·필름 제작·설치에 업체 이윤을 포함해 들어간 실제 비용은 4억7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15억7천여만원을 ㄴ씨는 배우자 명의 서류상 회사를 설립해 계약 알선 등의 대가로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계약과 별개로 ㄱ씨가 경호 청사 이전 과정에서 예산에 편성되지 않은 공사를 계약 외로 추진하는 등의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비 마련을 위해 다른 사업의 공사비를 부풀리고, 직무 관련자에게 공사비 대납을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경호처에 ㄱ씨의 파면을 요청했다.
ㄱ씨는 현재 직무에서 배제됐고, 감사원은 방탄 창호 시공 계약 비리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ㄱ씨와 ㄴ씨, 시공업체 사업·계약 담당자 ㄷ씨 등 3명에 대한 별도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저 보수에서 국가 계약 및 건설 공사 관련 법령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들도 확인했다. 행안부는 집무실 이전 공사와 관련해 공사비 정산 업무 소홀로 2개 업체에 공사비 약 3억2천만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관저 보수 공사에서 19개의 무자격 업체가 하도급을 맡은 사례에 대한 대통령비서실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도 제기했다. 감사원은 비서실에 추후 유사 사업 추진 시 공사 참여 업체의 자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라고 주의를 줬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담팀(TF)부터 집무실·관저 이전 사업을 총괄한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의 관리·감독 책임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공직 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하도록 인사혁신처에 인사 자료를 보내라고 비서실에 통보했다. 행안부에는 집무실 이전 공사와 관련해 업체에 과다하게 지급된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통보했다.
감사원은 다만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과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직권 남용과 국유재산법 위반 의혹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2022년 12월 감사에 착수한 뒤 일곱 차례 감사를 연장해 1년8개월 만에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후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집무실과 관저를 차례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다. 참여연대는 같은 해 10월 ‘대통령실 이전으로 재정이 낭비됐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단독] 관저 공사 불법 의혹...김건희 유관 업체 ‘7일 만에 14평 증축’
‘증축공사 진행’ 신고한 업체 본사는 제주에
‘집무실·관저 비공개공사업체 리스트’ 확보
기자조성욱
- 수정 2024-08-14 13:43
- 등록 2024-08-12 05:00

“대통령 관저 공사 하셨죠? 착공신고 언제 하셨나요?”
“초상권이 있는데! 이거 불법 촬영이에요.”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 증축공사를 진행했다고 신고된 제주도 A건설 대표는 제작진의 질문에 적대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 대신 서울 용산구 외교부장관 공관을 새 관저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그해 11월 입주했습니다. 당시 관저 공사를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로 이름이 올랐던 ‘21그램’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저 공사에 김 여사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최근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은 법적으로 증축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관련기사: 명품백에 가려진 스모킹건, 김건희 여사와 관저 공사) 전문건설업 면허만 가진 21그램은 인테리어 공사만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후속 취재에 나서 증축공사를 했다고 신고된 A 업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이 다큐는 관저 공사의 불법 의혹을 좇는 이야기입니다.
관저 리모델링 공사에는 수십억원 세금이 투입됐지만, ‘국가보안’이라는 이유로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어느 업체가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달청 자료에도, 행정안전부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등기부등본을 통해 주거동 2층에 약 45㎡(14평)가 증축된 사실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용산구청 누리집 건축과 자료실에는 ‘건축, 착공, 사용승인 현황(2022년 8월).xlsx’이라는 엑셀 파일 자료가 올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관저 증축공사를 ‘A종합건설’이 진행한 것으로 나옵니다. 종합건축공사업면허를 가진 A건설은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확보한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비공개 업체 리스트’(국토부 자료)를 보면 A건설은 대통령 집무실 공사에도 참여했습니다.
건설전문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본사와) 거리가 멀면 그만큼 비용이 더 발생하는데, 왜 굳이 관저 공사업체를 멀리 제주도에 있는 업체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착공처리일, 즉 구청에서 공사시작 시점으로 허가해준 날짜는 2022년 8월29일인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사용승인일은 9월5일이라는 점입니다. 약 14평, 소형 아파트 한 채 크기의 증축 공사가 일주일도 안 돼 이뤄졌다는 얘기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5월 취임 때부터 관저 공사를 이유로 서초동 사저에서 6개월가량 출퇴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허위 신고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작진은 경력 30년 ㄱ건축사의 도움을 받아 증축추정 공간을 찾아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공개된 2009년 관저(당시 외교부장관 공관) 위성사진과 구글어스로 본 2024년 관저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니, 증축추정 공간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ㄱ건축사는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된 증축 공간을 보면 철거 및 바닥공사 외벽공사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공사를 일주일 안에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전 변호사 또한 “일주일 만에 할 수 없는 공사다. 뭔가 불법적인 일들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김아무개 21그램 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취재 내용을 들은 국회 국토교통위 한준호 의원과 행정안전위 이광희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은 “(공사 수행)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전체 공사를 하기 위해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ㄱ건축사는 “명의도용 및 대여는 부끄럽지만 우리 업계의 관행이다. 비일비재하다. 인테리어 업자가 증축을 포함해 갖가지 공사를 다 하고 명의를 대여해서 신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급 보안시설인 관저 공사를 불법으로 진행했다니, 쉽사리 믿을 수 없었던 한겨레는 A건설 본사가 있는 제주로 향했습니다.

“정상적으로 계약했고 정상적으로 공사했어요.”
“그럼 착공처리일이 언제인가요?”
“제가 굳이 말해야 하나요? 보안사항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A건설 대표 ㅎ씨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제작진은 취재 내용을 토대로 다시 질문했습니다.
“서류를 보니 공사기간이 일주일이던데,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14평 증축은 불가능하다고 하던데요?”
“아…. 긴급공사여서 우리가 착공처리일보다 조금 일찍 가서 한 것도 있어요.” 그제야 ㅎ씨는 입을 열었지만, 정확히 언제 공사를 시작해 마무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착공처리일보다 먼저 공사를 시작했다면 이는 불법”(ㄱ건축사)입니다.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12일 감사원에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불법 의혹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1년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 심의를 6차례 연장하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접촉한 관저 설계업체들은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감사는 이뤄졌는데, 왜 결과가 지금껏 나오지 않는 걸까요? 감사원이 참여연대에 보낸 6차 감사연장 통지서를 보면, 이번 감사는 8월10일까지입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이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을 보냈지만 모두 답하지 않았습니다.
관저 불법공사 의혹의 진실은 언제 밝혀질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취재/연출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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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일제 국권 침탈이 무효라면, 김형석 임명 철회하라” (0) | 2024.08.26 |
서울 지하철 이어 용산 전쟁기념관서도 사라진 '독도', 대체 무슨 일? (0) | 2024.0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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