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이 협조했다” 마약조직 폭탄 진술과 ‘수사 외압’ 논란
영등포서 수사팀, ‘외압’ 주장
이종호 녹취록에 ‘외압 당사자’ 등장하며 논란 확대
국회 행안위, 20일 청문회
관세청 “마약조직의 전형적 수법”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지난해 10월 10일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백해룡 경정은 왜 남부지검검사 직무배제를 요청했나
[추적- 영등포경찰서 '역대급 마약 수사' 막전막후 ③] 그 검사의 이상한 기각이 기사는 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 자료와 자체 취재에 기반하고 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출처를 명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다만 여기에 기술된 문장은 모두 근거가 있음을 밝힌다.
- [막전막후①] 백해룡 경정은 왜 인천공항세관을 주목했나 - 베일에 가린 한국 조직 https://omn.kr/29sya
- [막전막후②] 마약 공범 세명이 "세관 직원" 말하고, 두명은 같은 인물 찍었다 - 문제의 날, 2023년 1월 27일 https://omn.kr/29s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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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대회의실에서 수백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대량 밀반입해 일부 유통한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히고 나무 도마를 이용한 마약 은닉 수법을 공개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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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0일 브리핑 이후 세관 연루 의혹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걸까. 10월 6일 사건 이첩을 구두로 통보했던 서울경찰청 폭력계장은 10월 11일 저녁 이첩 공문을 보내는 대신 '마약 유통 조직 사건 서울청 이관 필요성 검토'라는 문서를 보내왔다. 기존 이첩 지시를 주워담는 내용이었다.
백 경정은 사실상 해체된 수사팀을 다시 꾸렸다. 이때부터 그는 옷 벗을 각오를 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전화통화를 녹음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였다. 하지만 이제 경찰이 아니라 검찰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언론 브리핑 날, 서울 남부지검에서 있었던 일
10일 브리핑 직후 이 때까지 수사팀과 호흡을 맞춰온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 검사로부터 '대검에서 엄청 깨졌다'면서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 있는지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로 남부지검에 대대적인 인사이동과 사무분장이 생겼다. 이전까지 이 사건을 담당하던 2차장(허정) 산하 형사6부(부장 이준동)가 7명에서 5명으로 축소되고, 마약 사건 업무 자체가 1차장(박성민) 산하 형사3부(부장 서원익)로 이관됐다. 차장과 부장 모두 바뀌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잘 나오던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막히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10월 18일 ▲ 세관 피의자 및 직계가족 계좌 압수수색영장 ▲ 휴대폰 압수를 포함한 현장검증영장 ▲ 공항 CCTV 관련 영장을 신청했다. 남부지검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팀은 26일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번엔 뒤에 두개는 나왔지만, 계좌 영장은 여전히 막혔다. 영장 집행 결과 CCTV는 이미 보존 기한이 지난 뒤였고, 세관 피의자의 휴대폰은 그 사이 수차례 초기화로 인해 소위 '깡통폰'이 된 후였다.
강제수사가 막히니 수사는 속도가 나지 않은 채 해가 바뀌었다. 2024년 2월 2일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이 용산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령나고, 보도자료에서 세관 내용을 빼며 '사건 이첩'을 언급했던 강상문 서울청 형사과장이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왔다.
4월 12일 수사팀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남부지검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기각 결정문이 지금까지와 달리 한 페이지에 걸쳐서 꽤 상세했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인데, 누구지?'
기각한 검사는 2월에 새로 형사3부로 발령난 E 검사였다. 수사팀은 보강을 통해 같은 영장을 신청했다. E 검사는 또 반려했다.
그러자 수사팀은 6월 11일 남부지검에 E 검사의 직무배제(회피)를 요청한다.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고 해서 경찰이 검사 회피를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사팀은 왜 그랬을까? 여기에는 숨겨진 배경이 있다.
그 검사는 1년 전 공범을 체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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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월 인천공항세관검사장에서 세관 직원들이 마약탐지견을 활용한 단속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자료사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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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2023년 2월 5일 인천공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또다른 유통책 D는 역시 몸에 필로폰 4kg을 부착한 채 국내로 들어오다 세관에 적발된다. D의 몸에서 필로폰이 나오자, 세관은 관할인 인천지방검찰청에 연락해 긴급 체포했다. 이때 출동한 검사가 E 검사였다.
E 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압수한 D의 휴대폰 위쳇을 통해 그날 공항을 빠져나간 공범이 더 있음을 확인한 E 검사는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통해 공범 색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2월 20일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는 각종 정보를 분석하여 마약 운반책 12명을 특정한 보고서를 인천지검에 제출한다.
보고서 제목은 '말레이시아발 마약운반 우범여행자 정보 분석보고'. 이 보고서는 인천지검 수사에 활용되지 않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중앙지검 강력부가 2월 27일 김해공항으로 장소를 옮겨 필로폰을 들여오던 유통책 세 명(2편 기사에서 언급된 C 포함)을 현장에서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내용은 C의 1·2심 판결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관의 보고서에 적시된 마약 운반책 가능성이 높은 12명에는 1월 27일 범행에 가담했던 A, B, C가 포함되어 있었다(1·2편 기사 참고). 이는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의 정보 분석 기간이 D가 잡힌 2월 5일로 한정되지 않고 그 전까지, 문제의 1월 27일 일당 6명이 입국하는 상황까지 거슬러 올라갔음을 의미한다.
수사팀이 신청한 영장은 보고서를 작성한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의 컴퓨터였다. 상당 기간의 CCTV를 가져와 분석했을 것이고, 그중 문제의 1월 27일도 포함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D를 체포하고, 그의 핸드폰을 통해 공범을 확인했으며, 세관으로부터 우범자 보고서를 받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E 검사는 영장을 계속 반려했다. 반려 사유는 'CCTV 영상이 보관되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소명이 부족하고, 어느 컴퓨터에 해당 영상이 저장되어 있는지 특정이 필요하다'는 것.
불과 일년 전 사실상 같은 사건의 공범 색출을 위해 노력했던 검사가, 일년 후 공교롭게도 남부지검 형사3부로 발령이 나서, 신청 족족 영장을 기각시키는 상황. 이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수사팀의 선택이 E 검사 회피 요청이었다.
남부지검 무대응 "경찰 요청은 법령에 근거 없는 것" ... 길 막힌 백 경정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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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창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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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회피 요청에 남부지검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요청 자체가 법령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검사가 영장을 기각했다고 경찰이 검사를 업무에서 배제시켜달라고 하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한다고 해서 검사가 판사를 배제시켜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당 검사의 기각 결정문을 봤는데 언론에 난 것처럼 한두 줄로 되어 있지 않다"면서 "한 페이지 정도에 걸쳐 나름 설득력 있게 사유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E 검사가 인천지검 근무 당시 공범을 체포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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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 유성호 | 관련사진보기 |
7월 16일 백해룡 경정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고광효 관세청장 등 경찰과 관세청 고위 간부 9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7월 18일 백 경정은 지구대장으로 좌천됐고, 19일 경고 통지를 받았다. 경고 사유에는 검사 직무 배제 요청이 포함됐다.
7월 27일 백 경정은 국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관세청, 경찰, 검찰, 세 기관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오는 20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에 E 검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E 검사는 진행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부록] 이 기사의 등장인물 |
- 백해룡 경정 :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마약수사전담팀의 팀장으로서 수사를 이끌어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세관 직원으로 수사를 확대하다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된다. 남부지검 E 검사가 인천공항세관 압수수색 영장을 계속 기각하자 검사 업무 배체 신청서를 제출한다. - A(37. 여) :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그해 9월 5일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검거된다. 공항 세관 직원의 조력을 실토할 뿐 아니라 얼굴을 보고 세명을 찍는다. - B(45. 여) : A와 함께 2023년 9월 5일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검거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역시 그해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밀수에 가담했는데, 잘 걷지 못한 자신을 세관 직원이 다른 통로로 빼냈다고 진술한다. - C(46. 남) :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필로폰 밀수에 참여하고, 한달 뒤인 2월 27일 김해공항 인편 밀수에 또 가담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김해공항에서 우범자 명단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던 서울중앙지검과 세관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된다. 그해 말 경찰 조사에서 세관 직원의 조력을 받았다고 실토하고 세관 직원 두 명을 찍는다. - D : 2023년 2월 5일 공범 두 명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필로폰을 들여오다가 혼자만 세관과 인천지검에 긴급체포된다. D의 적발 이후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는 CCTV 등 자료를 분석해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 12명을 특정한 보고서를 인천지검에 제출하는데, 여기에 A, B, C가 포함되어 있다. - E 검사 : 2023년 2월 5일 D를 체포한 인천지검 소속 검사. 이후 공범 체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인천공항세관으로부터 우범자 분석 보고서를 받아낸다. 그런데 2024년 2월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로 발령난 이후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이 요청한 인천공항세관 압수수색 영장을 족족 기각한다. |
마약 수사까지 외압?…윤 정권 갈 데까지 간 것 아닌가
'마약과의 전쟁' 뒤에선 대형 마약범죄 수사 방해
경찰의 세관 직원들 압색 영장, 검찰이 계속 반려
백해룡 수사팀장에 경찰 윗선 노골적 외압 잇따라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야…야당 도와줄 일 있나"
'임성근 구명 로비' 이종호가 승진 밀었다던 인물
영등포서장도 "브리핑 연기…용산서 심각하게 봐"
외압 관련자들은 승승장구, 반면 백해룡은 좌천돼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 판박이…나라가 거꾸로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마약범죄는 범죄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마약의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해 누구나 한번 빠지면 파멸의 길에서 쉽사리 헤어나올 수 없을 뿐 아니라, 강도 살인 폭력 절도 성폭력 등 다른 범죄의 도화선이 돼 결국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약범죄는 반드시 폭력조직이 장악한 가운데 대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산 운반 유통의 전 과정을 통해서도 협박 뇌물 린치 살인 등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가 마약범죄 카르텔로 절단이 났고, 초강대국 미국마저 마약중독과 그로 인한 범죄로 속이 곯아가는 것을 우리는 뉴스나 영화 같은 각종 미디어들을 통해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비교적 마약 청정국이다, 라는 믿음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한 청문회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백해룡 경정의 폭로를 통해서다. 백 경정의 폭로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히 상상 이상으로 많은 양의 마약이 밀반입되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밀반입 과정에서 관세청 직원들의 노골적인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강력한 권력의 힘이 사건의 실체를 덮으려는 외압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세관 직원들 마약 밀반입 방조 밝혀낸 백해룡 수사팀
백 경정의 증언과 그동안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실체는 대략 다음과 같다. 지난해 7월 백해룡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은 마약 투여자들의 구매 경로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다국적 마약 조직을 검거했다. 이들이 들여온 마약은 필로폰 74kg. 수사팀은 이미 32㎏의 마약이 화물로 세관을 통과한 것도 밝혀냈고, 말레이시아에서 한국행 대기 중이던 마약 100㎏과 마약 조직 일당을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과 공조해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총 174㎏의 마약은 2000억 원어치, 무려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마약 밀수 범죄로 끝나지 않았다. 마약 운반책들로부터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통관을 도왔다는 자백이 나온 것이다. 수사팀은 즉각 이들 세관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로부터 1차 기각 당했다가 2차 신청으로 열흘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인천세관 컴퓨터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남부지검이 이를 두 번이나 반려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공항 세관 직원 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마약류관리법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수사팀은 세관 직원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폐쇄회로(CCTV) 등의 영상을 확보하려 했는데, 검찰은 "어떤 컴퓨터에 자료가 저장돼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희한한 이유를 들어 영장을 반려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외압 정황이다. 지난해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이르는 기간 중 중간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백해룡 수사팀장은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야당 도와줄 일 있나" 여기저기서 쏟아진 외압
"(조병노 경무관이) 자기소개를 먼저 하고, '세관 이야기 안 나오게 해주시는 거죠?' 말했고. 제가 대답하지 않으니 '관세청도 국가기관이고 경찰도 국가기관인데 기관끼리 싸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제 얼굴에 침 뱉기 아니냐…' (중략) 서울경찰청과 이야기해서 (세관 연루 여부가) 다 빠졌다고 했더니 조 경무관이 '올바른 스탠스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우리가 야당 도와줄 일 있습니까' 하고 말했다." (백 경정 청문회 증언)
조 경무관은 '채 해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에서 '임성근 제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녹취록에서 이 대표가 치안감 승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언급한 인물 아닌가.
"(영등포)경찰서장께서 밤 9시에 전화해 심각한 어투로 말하셨다. 이 사건을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 (기자들과의) 신뢰가 깨지는 일이라 안 된다고 하니. 서장이 '지시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경찰서장의 전화를) 용산에서 아주 안 좋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느꼈다. 머리가 하얘졌다." (백 경정 청문회 증언)
사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인사 조처를 보면 외압이 대통령실로부터 발원됐다는 의혹이 더 짙어진다. "용산(대통령실)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당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은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 해당 사건의 총괄 책임자였던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1년 만에 경무관에서 치안정감으로 2계급 승진하며 현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영전. 언론 브리핑에 앞서 백 경정에게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넘기라'고 했던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승진해 사건을 원하는 대로 마무리. 윤희근 경찰청장이 징계를 지시한 조병노 경무관은 국무총리 산하 인사혁신처에서 '불문'(문제없음) 처분을 받음.
직분에 충실한 인물들이 핍박받는 위험한 나라
반면 지난해 10월 윤 경찰청장으로부터 "잘했다"고 격찬을 받았던 백해룡 경정은 결국 지난 달 강서경찰서 지구대로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았다. 최대 규모의 마약 밀수 수사를 이끌었고 세관 공무원들까지 연루됐다는 혐의를 찾아낸 경찰의 영웅이 합당한 포상은커녕 트러블 메이커로 취급되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이 채 해병 사망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굽히지 않는 노력을 다하다가 '항명수괴죄'로까지 몰리며 고초를 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을 연상한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정의로운 인물들이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고 감시받고 핍박받는 거꾸로 선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마약과 관련된 것이다. 주가 조작이나 뇌물 수수, 건설 비리 등과는 차원이 다른 중대 범죄인 것이다. 마약을 국내 밀반입하는 과정에서 국가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사실만 해도 충격적인데 그것을 비호하는 세력이 경찰과 검찰, 관세청을 넘어 더 높은 권력으로 도사리고 있는 나라라면 마약 카르텔이 국가의 공권력을 농락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얕보고 비웃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한때 G7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뻔했던 대한민국이 2년 남짓 사이에 대단히 위험한 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징계 없이 '불문' 그친 경무관… 경찰, 수사외압 아닌 '사건문의'로 판단
경찰 감찰, 사건문의 금지 지침 위반 판단
경찰청 경징계 요구… 징계위 불문 처분
"신임 청장 임명 뒤 지휘관 인사 예정"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세관 마약수사 외압' 논란 관련 일선서 사건 책임자에게 전화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에 대해 경찰이 해당 행위를 수사외압이 아닌 사건문의로 판단해 경징계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경찰의 감찰 결과를 토대로 조 경무관에 대해 징계 없이 불문 처분하는 데 그쳤다.
경찰청 관계자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정된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가 임명되고 지휘관급 인사가 있을 예정"이라며 "이와 별도로 조 경무관과 관련해선 현재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청장이 되면 조 경무관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하겠느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긍정적인 답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이다.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 경무관은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었던 백해룡 경정 등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경무관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있었던 단체 채팅방에서 언급된 인물이다. 구명 로비 의혹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 경찰 간부 인사 청탁 대상이 바로 조 경무관이다.
경찰청은 당시 조 경무관을 감찰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조 경무관의 행위를 '수사 사건에 대한 직원 간 사건 문의 금지' 지침 위반으로 판단하고,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의무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징계위는 징계 없이 '불문' 처분하는 데 그쳤다. "대상자의 행위가 부적절해 보이기는 하나 '사건 문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징계 책임까지 묻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권으로 내부 경고 조치하는 수준에서 그쳤고 조 경무관은 수원 남부경찰서장으로 전보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 경무관에 대한) 감찰을 통해 지난 2월 중앙징계위에 회부했으며, 6월에 결론이 났다"며 "(서장 보임 기준 등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외압 의혹을 외부에 알린 백 경정은 강서경찰서 지구대장으로 전보되면서 수사에서 배제돼 '보복성 좌천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세관 관련 수사도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과중 등으로 현장 경찰들이 연이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실태진단팀'을 구성해 1차 조사에 나섰다.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과중, 고소고발 반려 제도 폐지, 범죄의 지능화·고도화 등 종합적인 원인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8일 숨진 수사과 소속 경위가 속해 있던 관악경찰서 등 4개 경찰관서에 이미 조사팀이 파견돼 직원 인터뷰 등을 마쳤고,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방향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치안수요가 많은 경찰서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실 있는 대책을 마련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부당한 보복인사"... 수사 외압 폭로 경찰간부 이의신청
'경고'받은 백해룡 경정 서울청에 접수
영등포 형사과장→일선 지구대장 좌천
백 경정 "외압 알린 대가로 당한 보복"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마약 수사에서 경찰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백해룡 경정이 자신에게 내려진 경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경찰청에 이의를 신청했다. 처분권자인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현 서울경찰청장)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복성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의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도 해당 조치가 적절했는지 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이날 △공보규칙 위반 △검사 직무배제 요청 공문 발송 등의 사유로 경고 조치를 받은 백 경정의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백 경정은 이달 17일 인천공항 세관 직원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중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에서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전보되며 수사에서 배제됐다. 언론을 통해 경찰 고위간부의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된 뒤라 '보복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백 경정은 지구대 근무를 시작한 이튿날 서울청장인 조 후보자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는데, 해당 조치를 받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이의를 신청한 것이다. 경고는 정식 징계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근무평정에 반영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조 후보자는 29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 경정에 대한 경고는 절차에 따른 것일 뿐, 보복성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천세관 사건은) 서울청에서 집중수사 지휘사건으로 분류했는데 백 경정은 보고 없이 여러 차례 공보규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백 경정이 임의로 서울남부지검에 담당 검사의 직무배제 요청 공문을 보낸 점도 지적됐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기각했을 경우, 영장심의위원회에 검찰 처분 적정성을 심의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백 경정은 이런 절차 없이 검찰에 직무배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남부지검에 공문을 보낸 건 위법하기보다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백 경정은 이런 처분 사유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규칙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공보규칙 12조에 따르면, 공보책임자는 수사사건 등을 공보하는 경우 미리 상급기관의 수사부서장 등에 공보내용 등에 관해 보고해야 한다. 다만 백 경정은 인천세관 사건의 경우 이미 보도자료까지 낸 사안으로 '사전 보고를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 이후 공보는 오보 방지를 위한 차원이라는 취지다.
서울청은 해당 사건을 집중수사 지휘사건(중요사건)으로 분류했다고 해명했으나, 이 분류는 공보규칙 위반이 의심되는 보도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경고 사유인 '검사 직무배제 요청 공문 발송’ 또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게 백 경정 입장이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 경정은 지난 5월 서울청에 영장심의위원회 심의 신청을 요청해달라고 건의했으나 이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 사이에서는 '수사실무상 공문 발송은 부서장(과장) 전결 사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차기 경찰청장에 지명된 조 후보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문감사관실에서 이의신청을 접수해 이후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건은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반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영등포서는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에서 제조된 필로폰 74㎏을 국내에 몰래 들여와 유통한 16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1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백 경정의 수사팀은 세관 직원이 밀반입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전화해 "언론 브리핑에서 세관 내용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수사외압 논란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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