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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민주·평화에 헌신한 문익환 30주기, 그 삶을 추모하다

by 무궁화9719 2024. 6. 19.

민주·평화에 헌신한 문익환 30주기, 그 삶을 추모하다

정숙 리포액트 시민기자suk750501@hanmail.net다른 기사 보기
 

서거 30년 추모 전시회 주관 김운성 작가 인터뷰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년을 기념해 6월 10일부터 7월 4일까지 강북진달래홀 갤러리에서 열리는 ‘늦봄, 평화를 심다’ 전시회 포스터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강북문화예술회관 진달래홀 갤러리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늦봄, 평화를 심다' 기획전(6월 10일~7월 일)이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년을 맞이해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고 문익환 목사의 삶을 추모하는 전시로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를 비롯해 국내외 44인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서울시 강북구는 문익환 목사가 서거할 때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기획전을 위해 중국 작가들까지 설득하여 준비해 온 김운성 작가를 만나 이번 기획전의 준비 과정과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거 30년 맞아 문익환 목사 추모 전시회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

 

-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올해는 문익환 목사님 서거 30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은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았는데 '늦봄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저를 부르더니 추모 전시회를 준비해 보라고 했습니다. 작가들은 당연히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300명 정도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전시할 수 있는 더 넓은 장소를 섭외하지 못해 오히려 작가들께 미안합니다. 전시회를 하려면 도록(圖錄)비나 대관비, 인건비 등도 걱정이지만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 운반비나 체류비 등이 많이 들어서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나씩 해결이 되더라고요. 문익환 목사님은 알릴 게 너무 많고 본받아야 할 게 많은 분이기 때문에 이번 행사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번 행사를 계기로 문익환 목사님을 알리고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운성 작가
 

- 문익환 목사께서 생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통일입니다. 통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국민이 주권을 오롯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분단의 아픔을 직접 겪으셨기 때문에 끊임없이 통일을 원하셨습니다. 우리가 악마처럼 생각하던 김일성을 찾아가 목을 끌어안으며 웃는 모습은 역대 없었던 대단한 일이지요."

 

- 우리 역사에서 문익환 목사는 어떤 의미일까요?

 

"문익환 목사님은 역사적으로 위기에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국민에게 힘을 주는 역할을 하셨습니다. 북한에 가서 김일성도 만나고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날 석방되고 바로 광장으로 나와 연설하셨습니다.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다 꺼내서 주는 사람 같았어요.

 

문익환 목사님은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투옥되기 시작했는데 투옥된 기간은 총 6회에 걸쳐 11년 3개월이 넘습니다. 감옥에서 요가를 한다든가 파스 요법 등을 나름대로 개발해서 본인 건강을 살피셨고 그 방법을 주위에 알려주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인도의 간디도 강연을 다니면서 항상 물레질을 해서 실을 짰다고 합니다. 자신이 노동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계속 보여 주는 거죠. 문익환 목사님도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일상으로 생각하고 사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조직이든 내분이 생기는데 그 이유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익환 목사님은 욕심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정치를 하지 않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왜 문익환 목사님 기념사업회가 없냐고 물으시는데 항상 낮은 자세로 모든 일을 하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서거 30주년이 되도록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행사는 문익환 목사님 성격처럼 소소하게 준비했습니다. 비록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이런 즐거운 짐을 지어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년을 기념해 6월 10일부터 7월 4일까지 강북진달래홀 갤러리에서 ‘늦봄, 평화를 심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임의진 작가, '문익환과 체 게바라'
 
중국 황철웅 작가, '목사님 상'
 

한국‧중국 등 국내외 작가 44인 의기투합

"문익환 목사 걸어온 길 되짚어 보길 기대"

 

- 중국 작가들도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하기 전까지 중국 작가들은 문익환 목사님을 몰랐습니다. 1월에 중국에 가서 중국 작가들을 만나 전시회 얘기를 하며 함께 할 것을 제의했고 중국 작가들은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원래는 전시회 전에 중국 작가들하고 문익환 목사님에 대해 세미나와 토론회를 하려고 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아는데 문익환 목사님은 모르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아쉽게도 결국은 못 했습니다.

 

문익환 목사님도 윤동주 시인과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입니다. 문익환 목사님을 윤동주 시인처럼 널리 알리기 위해 중국에서 선양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선양사업을 하려면 문화로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이번에 전시회를 시작으로 한중 관계가 좋아지면 중국에서도 전시회와 토론회를 해 선양사업을 조직화하고 문익환 목사님을 알리는 사업을 하고자 합니다.

 

중국에서 저와 협상한 사람은 황철웅 작가입니다. 황 작가는 연변대학 교수이자 작가이기 때문에 동료 작가들, 교수 사회와 예술계와의 연계성도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남북이 동시에 인정하는 문익환 목사님을 많이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중국 작가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관한 작품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도 함께 해 준 중국 작가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문익환 목사님은 정치를 안 하셨습니다. 정치를 하려면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조직화해야 하는데 문익환 목사님은 욕심이 없는 분입니다. 정치보다 더 중요한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작가들에게 작품의 방향을 제시하려다가 작가들 각자가 생각하는 문익환 목사님을 표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가들의 작품마다 문익환 목사님을 바라보는 느낌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전시회를 보러 오시는 분들은 작품을 통해 문익환 목사님을 보게 될 텐데 작품을 통해 투영되는 문익환 목사님의 모습을 느끼는 그대로 가져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문익환 목사님이 걸어 온 길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시기를 기대합니다."

 

유엔이 제정한 분쟁 중 성폭력 철폐의 날을 맞아 19일(현지시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재독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와 베를린 일본여성모임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베라 모르겐슈테른 독일 사민당 소속 미테구의원이 소녀상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일본, '평화의 소녀상' 없애려 조직적 로비

"국힘 지지자 많은 지역서 철거 집회 발생"

 

-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2011년 1월 우연히 일본 대사관 앞을 지나가다가 수요집회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집회가 열리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다는 미안함으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예술가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비석을 세우기로 했다가 더 메시지가 강한 조각상을 만들자고 제안해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게 됐습니다."

 

- 얼마 전 독일 베를린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본은 뒤에서 조용히 방해했습니다. 그런데 4년 전부터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글렌데일시에 소녀상을 어렵게 세웠는데 세우자마자 철거하라고 법적 소송을 했습니다. 일본이 독일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을 찾아가 로비하고 일본에 초청해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회유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세계 각지의 총영사로 부임받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들이 부임한 목적은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나 독도에 관해 일본에 유리한 로비를 하고 한류를 폄하하기 위해 쓰는 돈이 연간 1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각국 정부에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잘하고 돈만 밝힌다는 소문을 낸다는 제보를 받은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면 저는 철거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증거가 될 수 있는 공문을 보낼 리가 없죠. 필리핀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은 설치 이틀 만에 일본의 압력으로 철거가 됐고 독일 하이델부르크 시장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하자마자 전화나 SNS로 매일 1000통 이상의 공격을 해서 업무를 마비시켰습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 모습을 안타깝게 본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공원 주인이 자기 사유지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는데 일본 외교부 사람들이 찾아와 철거를 요청했습니다. 그래도 철거하지 않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비석에 새긴 비문만이라도 없에 달라고 해서 비문을 없앤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일본 정부는 돈으로 로비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입니다."

 

- 며칠 전 양평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집회가 논란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양평도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된 지역입니다. 대체로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은 지역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양평이든 어디든 한 곳만 꺾어지면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내야 합니다. 지역의 '평화의 소녀상'은 그 지역 시민들이 좀 더 힘을 내서 지켜 주십시오. 국내에서 안전하게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내면 해외에서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년을 기념해 6월 10일부터 7월 4일까지 강북진달래홀 갤러리에서 ‘늦봄, 평화를 심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화섭 작가, '통일'
 
김운성 작가, '생명은 신념이다'
 

<국내 참여작가>

고경일, 권산, 권용택, 김서경, 김택(시하), 김영미, 김운성, 김종도, 레오다브, 민정진, 박미숙, 박성완, 백영욱, 유연복, 유준, 이구영, 이정헌, 이하, 이향재, 이호, 이화섭, 대니임(동은), 임의진, 전용주, 전종원, 정경숙, 정삼선, 정세학, 조아진, 황은관

<외국 참여작가>

김명걸, 박미영, 성광호, 왕수, 유박문, 윤지흔, 윤하수, 이순, 이호순, 장신봉, 정호표, 최길송, 태광수, 황철웅

전시회는 7월 4일까지 계속되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 강북문화예술회관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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