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주저 앉히려는 미국, 윤 대통령 정신 차려라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이봉렬입력 2024. 3. 18. 07:09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중국 수출 반도체 장비에 통제 요구...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에게 떨어진 과제
지난 13일, <연합뉴스>는 "韓, 美주도 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 검토…韓美 관계 고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실시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한미관계를 고려해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AMAT의 직전 분기 매출은 67억 1천만 달러인데, 그중 중국 매출이 3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했습니다. 2023년 27%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겁니다. 세계 3위의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LAM 역시, 직전 분기 매출이 37억 6천만 달러인데 그 중 중국 비중이 40%입니다. 2023년의 26%에서 크게 늘어난 겁니다. 미국 회사들만 그럴까요? 세계 4위이자 일본 최대 반도체 회사인 TEL의 직전 분기 매출은 4636억 엔이고, 그 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46.9%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우리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제외하고 모두 중국에 더 많은 반도체 장비를 팔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슈퍼 캡, 아산화질소 같은 경우는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0%가 넘고, 다이실레인디실란, 나노 패턴용나노패턴용 웨이퍼, 현상제 같은 경우도 80%가 넘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1%인 요소수 하나를 중국이 수출 통제했을 때 우리가 겪었던 그 혼란을 기억하나요? 중국이 우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나 부품 몇 개만 수출 통제를 한다고 해도 우리 반도체 산업은 대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대통령님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봉렬 기자]
오늘은 지난 수업에서 배운 걸 복습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2023년에 가장 많은 장비를 판매한 곳은 대만이고, 2위가 중국이라고 했습니다. 미·중 반도체 갈등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더 많은 장비를 원했고, 미국·일본·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가능한 한 많은 장비를 중국에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은 전년 대비 23.9%가 줄어서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3.2%포인트나 줄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전 이게 대통령님의 탈중국 기조의 결과라고 봤습니다.
이런 저의 수업 내용을 이해했다면 뭘 해야겠습니까?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해서 줄어든 반도체 장비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되찾아 올 생각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들려오는 건 잃어버린 걸 되찾아 오기는커녕 더 많이 빼앗길 만한 그런 소식뿐입니다.
중국 향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참여하라는 미국
▲ <연합뉴스>는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
ⓒ 연합뉴스 보도화면 |
지난 13일, <연합뉴스>는 "韓, 美주도 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 검토…韓美 관계 고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실시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한미관계를 고려해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다음날 <동아일보> 역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는 그동안 한미 간 협의가 진행돼 온 상황"이라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정 본부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기 이르다"고 했는데, 이 말은 곧 어떤 형태로든 우리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이뤄질 거라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반도체 쪽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전 이 뉴스를 보고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우리가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통제에 동참하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찬찬히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대략 1000억 달러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한국은 반도체 장비 시장의 24.4%를 차지해서 28.8%의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입니다. 중국의 28.8%에는 중국에서 팹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구입하는 장비도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이 가장 큰 반도체 장비 수입 시장입니다.
그럼 반대로 우리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얼마나 많은 장비를 판매하고 있을까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전체 수출액은 약 77억 달러입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의 수출을 통제하라고 하면 우리나라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앉아서 망하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 한국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 중국에 대한 장비 수출이 통제되면 이 회사들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
ⓒ 인베스트코리아 |
일각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선단공정용 장비와 기술에 대한 통제라서 우리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 우리 기업들은 선단공정용 첨단장비를 개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겁니다. 개발해 봐야 살 고객이 없는 장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 반도체 장비 기술은 영영 미국의 거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따라가 보지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이 노리는 게 바로 그 점입니다. 한국 반도체 장비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게 처음부터 길을 막는 거죠.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를 생산할 때 미국의 반도체 장비 회사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 노림수입니다.
늘어만 가는 미·일 반도체 장비 업체의 대중국 수출액
다른 측면에서 바라 볼까요? 우리의 반도체장비 수출액은 미·중 반도체 다툼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액수일까요? 지난해 ASML이 중국에 판매한 전체 장비 금액이 약 76억 달러입니다. 미국 반도체장비 업체인 AMAT는 지난해 중국에 72억 달러어치 장비를 팔았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반도체장비 업체들이 전 세계 반도체 팹에 판매한 수출액(77억 달러)이 ASML이나 AMAT 같은 대형 반도체 업체 하나가 중국에 판매한 액수와 비슷합니다.
미국이 굳이 우리나라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려 한다면 미국 반도체 회사의 대중국 수출부터 줄이라고 요구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반도체장비 업체의 중국 수출을 제대로 통제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도 미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회사들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 |
ⓒ SCMP 보도화면 |
외신 보도에 따르면 AMAT의 직전 분기 매출은 67억 1천만 달러인데, 그중 중국 매출이 3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했습니다. 2023년 27%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겁니다. 세계 3위의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LAM 역시, 직전 분기 매출이 37억 6천만 달러인데 그 중 중국 비중이 40%입니다. 2023년의 26%에서 크게 늘어난 겁니다. 미국 회사들만 그럴까요? 세계 4위이자 일본 최대 반도체 회사인 TEL의 직전 분기 매출은 4636억 엔이고, 그 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46.9%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우리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제외하고 모두 중국에 더 많은 반도체 장비를 팔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AMAT의 연 매출의 3분의 1도 안 되는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장비 업체의 수출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너무한 것 아닌가요? 심지어 우리는 인위적인 수출 규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과 점유율이 줄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입장에서는 수출 통제를 요구하는 바이든에게 '우리는 대중국 수출이 줄고 있어서 기존에 있는 규제도 없애야 할 판'이라고 말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중국에 대해 우리가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ASML이 중국에 장비를 판매하지 않으면 중국은 대체할 장비가 없습니다. AMAT나 LAM 역시 특정 공정용 장비의 경우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대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중국이 미국의 추가 수출 통제 이전에 더 많은 반도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수입을 크게 늘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반도체 장비는 시간과 비용이 채워진다면 대체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업체의 반도체 장비는 대부분 선진 반도체 장비를 참조해서 만든 후 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쟁 제품이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수출 통제가 중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중국이 우리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나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지난 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내놓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입 구조 및 글로벌 위상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보면 "재료 및 부분품의 경우 타 반도체 산업 분야에 비해 품목이 다양하고,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는 비중이 확연히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금액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해 오는 국가는 중국이라고 밝혔습니다.
▲ 반도체 재료 및 부분품 중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들입니다. 중국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그중에서도 슈퍼 캡, 아산화질소 같은 경우는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0%가 넘고, 다이실레인디실란, 나노 패턴용나노패턴용 웨이퍼, 현상제 같은 경우도 80%가 넘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1%인 요소수 하나를 중국이 수출 통제했을 때 우리가 겪었던 그 혼란을 기억하나요? 중국이 우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나 부품 몇 개만 수출 통제를 한다고 해도 우리 반도체 산업은 대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대통령님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님, 미국의 요구대로 우리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한 통제를 합의해 주면 안 됩니다. 그건 안 그래도 줄어들고 있는 우리 반도체 장비의 수출을 막을 뿐 아니라, 향후 첨단 반도체 장비의 개발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것입니다. 반도체 소재와 부품을 무기로 한 중국의 보복 역시 우리 반도체 산업에 두고 두고 큰 짐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하셨나요? 영업사원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겁니다. 대한민국의 영업에 방해가 되는 경쟁국가의 무리한 요구를 협상을 통해 저지하는 일 말입니다. 반도체 업계의 기대와는 반대로 행여 대통령님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그날, 대통령님은 우리 반도체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신중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중국에 큰소리 치더니 결국... 이러니 윤 대통령을 못 믿는 거다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이봉렬입력 2024. 3. 7. 07:09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한국이 밀려난 자리에 일본, 싱가포르, 독일, 콩고...가 들어갔다
1위는 언제나 그랬듯 80억 유로(11조 5617억 원)의 장비를 구매한 대만입니다. 2위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72억 유로(10조 4055억 원)의 중국입니다. 한국은 69억 유로(9조 9719억 원)로 3위, 미국은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 31억 유로(4조 4801억 원)로 4위, 요즘 우리 언론으로부터 반도체로 부활한다는 칭찬을 듣고 있는 일본은 우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6억 유로(8671억 원)로 5위입니다.
우리가 중국과 대립하는 동안 중국 점유율 높인 나라들
중국 벗어나니 2년 연속 무역적자
대통령님은 지난 2월 4일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묻는 앵커의 질문에 "한중관계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우려할 거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수교 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국 무역적자를 낸 상황에서도 한중관계를 우려하지 않는 대통령님을 보면서 저런 정치가 과연 우리에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봉렬 기자]
▲ 지난 2월 14일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발표한 2023 연차보고서 |
ⓒ ASML |
지난 기사(윤 대통령, 반도체산업 죽일 건가? 외국 보고서에 담긴 진실 https://omn.kr/27ngu)에서 대통령님께 ASML 2023 연차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ASML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자사의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계속 이러다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를 사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보고서에 있는 다른 내용을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ASML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장비 제조사이자, 노광장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준독점기업입니다. 노광공정이 반도체 생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거기서 ASML 장비가 필수적이라, ASML의 장비 판매 대수만 가지고도 각국 반도체 업체의 투자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ASML의 최신 장비인 하이 NA-EUV 다섯 대가 인텔의 팹 하나에 설치되었을 경우 다른 공정의 장비는 몇 대가 필요하고 그 팹의 전체적인 생산량이 얼마일지 예측 가능하다는 식입니다.
한국 뛰어넘어 ASML의 두 번째 고객이 된 중국
그럼 2023년 한 해, ASML은 어느 나라에 가장 많은 장비를 팔았을까요? 항상 가장 많은 장비를 사고 있는 대만?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한국? 아시아에 맡긴 반도체 제조를 다시 본국으로 끌어오겠다는 미국?
저마다 다른 나라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중국을 제일 먼저 떠올릴 사람은 많이 없을 겁니다. 미·중 반도체 갈등 이후 첨단공정에 사용되는 EUV는 아예 중국에 팔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보고서에 뜻밖의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 2020년 이후 ASML의 지역별 연간 매출액 변화. 반도체 갈등과 상관없이 중국향 수출은 매년 늘었습니다. 특히 2023년 매출은 크게 뛰었습니다. |
ⓒ 이봉렬 |
1위는 언제나 그랬듯 80억 유로(11조 5617억 원)의 장비를 구매한 대만입니다. 2위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72억 유로(10조 4055억 원)의 중국입니다. 한국은 69억 유로(9조 9719억 원)로 3위, 미국은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 31억 유로(4조 4801억 원)로 4위, 요즘 우리 언론으로부터 반도체로 부활한다는 칭찬을 듣고 있는 일본은 우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6억 유로(8671억 원)로 5위입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ASML에 늘 세 번째로 큰 고객이었습니다. 미·중 반도체 갈등과 상관없이 중국의 ASML 장비 구매액은 2020년 이후 매년 증가했습니다. 최신 노광장비인 EUV는 미국의 압력으로 사지 못하고 있지만, 그 전 세대인 DUV 장비는 생산되는 대로 매집을 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는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못해 중국이 달라는 대로 다 공급하지 못했지만 2023년에는 DUV 장비 생산이 늘어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ASML은 중국 덕분에 장사를 제대로 잘했습니다. 2022년 대중국 수출액이 29억 유로(4조 1911억 원)였는데 2023년 72억 유로(10조 4055억 원)로 250%나 증가해 이제는 한국을 제치고 두 번째로 큰 고객이 되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조금 느는 데 그쳤고, 대만은 오히려 조금 줄었습니다.
그럼, 미국이나 일본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어떨까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AMAT의 최대 고객은 중국입니다. 한국이나 대만보다 중국에 더 많은 장비를 판매합니다. 2022년 대비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해 7월 떠들썩하게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일본의 경우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TEL도 중국이 가장 큰 고객입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중에도 2022년 대비 판매가 6.9%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대통령님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과 반도체 동맹을 맺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동맹이라는 건 그 반대편에 적국을 상정한 것이고, 대통령님은 틈나는 대로 그 적국이 중국이라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반도체 전쟁 중에도 우리 반도체 동맹의 대표적인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대중국 수출을 크게 늘리거나, 변함없거나, 줄어도 조금 줄었을 뿐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앞서 소개한 동맹국 회사 규모의 반도체 장비 기업이 없으니, 반도체 장비 전체 수출액을 살펴보죠. 한국무역협회 중국무역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은 전년 대비 23.9%가 줄어서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3.2%포인트나 줄었습니다. 반도체 동맹국 중 우리 기업의 타격이 가장 심각한 겁니다.
여기서 하나 더 눈여겨봐야 할 게 있습니다. 중국 세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반도체 장비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수입이 줄어 우리의 수출이 따라 줄어든 게 아니라 중국이 수입을 늘렸음에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은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 2023년에는 대중국 흑자를 기록 중인 10대 품목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무역수지가 악화됐습니다 |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
우리가 중국과 대립하는 동안 중국 점유율 높인 나라들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 2월, 무역협회가 내놓은 "최근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 진단과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석유제품, 컴퓨터 등 3개 품목은 중국의 대(對)세계 수입이 증가한 반면,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과 시장 점유율은 모두 하락"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주요 수출품목 중 중국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점유율이 상승한 품목은 전무"하다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입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내내 우리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이유가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아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수입을 늘려도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수입은 비례해서 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이야기합니다.
보고서 내용을 조금 더 볼까요? "대(對)중국 무역수지를 주도하는 20개 품목(흑자 10+적자 10) 중 15개 품목의 수지가 감소"했으며, 특히 흑자를 기록 중인 10대 품목의 경우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무역수지가 악화됐습니다. 무역수지 악화는 반도체, 합성수지, 비누 치약 및 화장품, 무선통신기기 등 특정 분야를 가리지도 않았습니다.
무역수지 악화는 우리가 수출한 것보다 더 많이 수입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중국이 수입하는 상위 20대 품목 중에서 13개 품목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점유율이 하락한 품목에서 아세안, 일본, 미국, 대만 등의 점유율이 상승해 우리 몫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반도체 동맹이라며 중국과 대립하는 동안 아래에서 보듯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우리 대신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점유율 상승국가 : 석유제품(말련), 반도체장비(네덜란드, 싱가포르), 컴퓨터(베트남, 대만), 반도체(일본, 대만), 합성수지(미국, 일본), 기초유분(미국, 말련), 디스플레이(대만, 독일), 화장품(프랑스, 이태리), 기구부품(독일,태국), 철강(인니), 광학기기(태국,일본), 계측제어기(미국,독일), 동제품(콩고, 러시아)"
▲ 우리의 대중국 주력 수출 제품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그 자리를 다른 나라가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 |
ⓒ 무역협회 |
중국 벗어나니 2년 연속 무역적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보고서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 돼서 그렇다고 합니다. 수십 년간 중국에서 연간 1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의 흑자를 내며 승승장구하던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왜 하필이면 대통령님 취임 직후부터 이렇게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 걸까요?
대통령님이 한미일 반도체 동맹국의 일원으로 탈중국 선언을 하고, 중국의 역린인 양안 관계에 개입하면서 모든 관계에서 중국과 멀어졌습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님과 보조를 맞춰 "중국 벗어나니 세계가 보이더라, 중(中)의 압박이 부른 반전" 같은 기사로 탈중국을 부추겼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31년 만의 첫 무역수지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 아닐까요? 2년 연속 연간무역수지 적자는 도대체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분야에서 대중국 규제를 선언하며 크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같지만, 이처럼 실제로는 예전과 별단 다르지 않게 반도체 장비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게 중국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고객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속에서 다양한 방법을 찾아 수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 세 나라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사고 싶지 않아도 기술적으로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입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중국은 우리 반도체 장비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반도체 장비는 각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산 장비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 장비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잃은 반도체 장비 시장점유율을 네덜란드와 싱가포르가 벌써 가져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중국을 향해 규제의 목소리를 높여도 그 나라 기업들은 방법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과 다툼을 벌이면 우리 기업들은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제조업 경쟁국인 중국과 반도체 가치사슬을 두고 머리를 맞대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그렇게 중국에 적대적이기만 한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
ⓒ 대통령실 |
대통령님은 지난 2월 4일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묻는 앵커의 질문에 "한중관계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우려할 거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수교 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국 무역적자를 낸 상황에서도 한중관계를 우려하지 않는 대통령님을 보면서 저런 정치가 과연 우리에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 길어진다면, 정치를 바꿔야겠단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렇게 될 날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윤 대통령, 반도체산업 죽일 건가? 외국 보고서에 담긴 진실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이봉렬입력 2024. 3. 5. 07:00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ASML 2023 연차보고서에 나타난 한국 재생에너지 문제
지난 2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2023 연차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이라 불리는 중요한 회사인 데다, 작년에 대통령님이 직접 방문했던 회사라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모두 살펴봤습니다. 혹시 대통령님이 ASML 방문 시 발표했던, ASML과 삼성전자가 1조 원을 투자해 한국에 R&D센터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아쉽게도 그런 내용은 없었지만 보고서 곳곳에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그걸 대통령님께 설명하고자 합니다.
차이를 발견했나요? 2022년만 해도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문제가 되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두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대만은 지난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덕분에 ASML은 대만에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에서는 이미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ASML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무조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ASML의 장비를 쓰는 고객사도 탄소중립에 동참하라, 즉 고객사도 RE100을 달성하라는 주문입니다. 아직 고객사에 그런 요구를 전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2050년까지였던 넷제로 달성 목표를 2040년까지로 10년이나 앞당긴 ASML이 언제 그런 조건을 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 재도약을 외치는 대통령
[이봉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2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2023 연차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이라 불리는 중요한 회사인 데다, 작년에 대통령님이 직접 방문했던 회사라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모두 살펴봤습니다. 혹시 대통령님이 ASML 방문 시 발표했던, ASML과 삼성전자가 1조 원을 투자해 한국에 R&D센터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아쉽게도 그런 내용은 없었지만 보고서 곳곳에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그걸 대통령님께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난 기사(외국 반도체업체의 뼈아픈 지적... 윤 대통령이 망치고 있다 https://omn.kr/27279)에서 ASML의 2022 연차보고서 내용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으니 복습부터 하겠습니다. ASML의 2022 연차보고서는 한국에 두 가지 사업리스크가 있는데 첫 번째가 북한과의 긴장이고, 두 번째가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이라고 명기했습니다. 그래서 ASML이 한국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남북한 긴장 완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라고 제가 대통령님께 직접 설명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 전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남북한 긴장 상태는 지난주 열린 '2024년 학군장교 임관식'에서 대통령님이 직접 "북한이 총선을 앞두고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을 목적으로 다양한 도발과 심리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즉각적, 압도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이야기할 만큼 더 나빠졌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발전(원전)을 사랑하는 대통령님 눈에서 저만큼 멀어졌습니다. 대통령님은 창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원전 산업의 정상화를 넘어서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전이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건 아시죠?
ASML 연차보고서에 골칫거리로 남은 한국
이번에 발표된 ASML의 2023 연차보고서에도 이러한 지적이 다시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와는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둘을 나란히 비교해서 볼까요?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대만과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이다." – 2022 연차보고서
"2023년에는 대만에서 장기전력구매계약(PPA)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계약은 2024년에 발효될 예정이며 2025년 기준으로 연간 16kt의 배출량을 줄이려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 2023 연차보고서
▲ 대만, EU, 미국, 중국은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데 한국만 남아 어렵다는 ASML의 연차보고서 내용 |
ⓒ ASML 2023 연차보고서 |
차이를 발견했나요? 2022년만 해도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문제가 되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두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대만은 지난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덕분에 ASML은 대만에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에서는 이미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만 남았습니다. "한국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문장에서 뭔가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 없이 ASML이 1조 원이 드는 R&D센터를 조기에 지을 일은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ASML의 R&D센터 관련 소식은 아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실 R&D센터는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R&D센터에는 ASML의 최신 장비인 하이NA-EUV 장비가 설치되어야 하는데, 2027년 이전에 그 장비를 들여올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니까요.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없는 고객사엔 장비 팔지 않을 수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ASML 장비를 사지도 못하고 운영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ASML은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넷제로 선언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ASML 자체의 탄소중립과 부품 납품 기업의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고객사가 ASML 장비를 사용하는 중에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ASML은 연차보고서의 "가치 사슬에서 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우리의 여정"이라는 페이지에서 "우리는 가치 사슬의 순배출 제로를 향한 여정에서 이정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사, 공급업체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고객사가 공급업체나 파트너보다 먼저 언급됐습니다. ASML의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해 가장 큰 협력이 필요한 건 ASML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사라는 걸 의미합니다.
▲ 고객사에서 ASML 장비를 사용할 때에도 재생에너지를 쓰도록 하는 게 ASML의 목표입니다. |
ⓒ ASML 2023 연차보고서 |
쉽게 말해 ASML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무조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ASML의 장비를 쓰는 고객사도 탄소중립에 동참하라, 즉 고객사도 RE100을 달성하라는 주문입니다. 아직 고객사에 그런 요구를 전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2050년까지였던 넷제로 달성 목표를 2040년까지로 10년이나 앞당긴 ASML이 언제 그런 조건을 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기사(한국은 요주의 국가? 윤 대통령 때문에 망신살 뻗쳤습니다 https://omn.kr/2725z)에서 삼성전자가 RE100 안 하면 애플에 반도체를 못 팔게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RE100을 안 하면 ASML 같은 반도체 장비 제조사에서 장비를 못 받아 반도체를 아예 못 만드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7나노 이하의 첨단공정용 EUV 장비는 ASML만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ASML이 하겠다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쓸 수 없습니다.
'설마 ASML이 그렇게 하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나요? ASML 장비는 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나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기회만 되면 ASML에 가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만 ASML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미국의 인텔에는 하이NA-EUV 초기 물량 모두를 몰아줄 정도로 가깝고, 대만의 TSMC는 ASML의 최대 고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ASML이 장비를 납품하기 위해 고객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사 장비를 운용할 재생에너지가 없다는 핑계로 우리 기업들을 밀어 놓을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ASML이 납품하지 않을 명분으로 최고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우리 기업들이 ASML의 장비를 받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달성한 미국이나 유럽에 반도체 팹을 짓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부족이 우리 반도체 기업을 우리나라에서 몰아낼 수도 있다는 겁니다.
▲ RE100을 맞추지 못해서 기업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정부는 원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보도설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
ⓒ 산업부 보도설명자료 |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 재도약을 외치는 대통령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님은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습니다. 산업부는 RE100을 맞추지 못해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반박하는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원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집권여당을 이끄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떤가?"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충언을 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대통령님 말에 맞장구 치기 바쁩니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가 없어서 당장 사업을 못 하겠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한목소리로 재생에너지와 RE100을 무시하고, 원전 재도약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이유가 뭔가요? 아니 이건 반도체 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 수출을 하는 제품이라면 앞으로 다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로 인해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 무엇을 목적으로 재생에너지는 억누르고 원전을 그렇게 띄우는지 알아야겠습니다. 대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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