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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이태원 참사 규명 독립 기구, 유엔도 권고…귀 막은 정부

by 무궁화9719 2023. 11. 26.

이태원 참사 규명 독립 기구, 유엔도 권고…귀 막은 정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발표 "정부에 촉구"
"유엔 자유권위원회 '최종 견해' 적극 이행해야"
자유권위, 참사 진실 규명 독립 기구 설립 강조
"고위직 포함 책임자들 법의 심판 받도록 해야"
유가족 요구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담긴 내용
여당 반대에 법사위 계류…법무부, 사실상 거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8.30.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규명할 독립 기구를 설립하라고 유엔까지 나서 권고했는데도 '한동훈 법무부'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가 귀를 막고 모르쇠로 일관하자 국가인권위원장이 직접 나서 그 이행을 촉구했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주요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의 권고 이행과 함께 국회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신속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7일 <유엔 자유권위원회 제5차 최종 견해에 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내고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가 11월 3일 발표한 대한민국의 자유권규약 이행 제5차 국가보고서에 관한 최종 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국내에 알리고, 최종 견해에 담긴 권고사항의 충실한 이행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성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은 국제권리장전으로 불리는 핵심적 국제인권조약의 하나로서, 자유권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을 비준한 국가의 규약 의무 준수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권고한다"면서 "대한민국은 1990년 자유권규약을 비준한 이후 규약에 따라 총 5회에 걸쳐 자유권규약의 이행 상황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자유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자유권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제5차 최종견해는 정부가 제출한 5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자유권위원회의 심의 결과로서, 대한민국의 자유권 보장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라 볼 수 있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1990년 자유권 규약을 비준한 이후 국내 자유권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왔다. 이번 심의는 2015년 4차 심의 이후 8년 만에 이뤄졌다. 최종 견해에는 총 29개의 쟁점에 관해 58개 항에 달하는 우려 및 권고사항이 들어있는데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또는 개정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권리의 완전한 향유 보장 ▲모든 노동자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등 결사의 자유 보장 ▲명예훼손죄 비범죄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및 혐오 표현 대응 ▲성 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과 정책 마련 ▲사형제 폐지 ▲군대 내 인권 보호 시스템 강화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기간 단축 및 복무 영역 다양화 등이 포함돼 있다.

 

송 위원장은 특히 최종 견해에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조사와 피해자 지원'이 포함돼 있음을 명시하고 "자유권위원회의 5차 최종 견해는 인권위가 그동안 정부에 권고하고 의견 표명한 것 중 해결되지 않은 상당수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정부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이행해 대한민국 자유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 회의실에서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가 한국의 자유권 현황을 심의하고 있다. 2023.10.20. 연합뉴스
 

앞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3일 최종 견해를 발표하면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①진실을 규명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설립하고 ②고위직을 포함한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며 ③유죄 판결을 받으면 적절한 제재를 가하고 ④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적절한 배상과 추모를 제공하고 ⑤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효과적인 구제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까지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9일 벌어진 참사로 159명이 숨진 지 1년여 만에 국제기구가 정부를 상대로 내놓은 첫 권고로서 의미가 크다.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제시한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 기구'는 이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오래전부터 국회 통과를 호소해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은 지난 6월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으며, 8월 31일에는 국민의힘의 극렬 저항을 뚫고 야당 단독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태원 참사의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해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여당의 집요한 반대로 3개월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채 진전을 못 보고 있다. 법무부도 이번 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에 ▲참사 직후부터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찰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고 ▲피해자 지원단을 출범해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범부처 차원의 티에프(TF)를 구성해 65개의 재발 방지 대책이 포함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2. 연합뉴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6일 성명을 내고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정부의 답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참사 1주기가 지난 지금까지 다중 인파 운집 사고 예방 대책의 부재 원인, 개별 희생자들이 받았던 응급 조치 내역, 희생자들의 사망 시각 및 이송 경위, 정부 각 기관의 대응 활동 내용 등 참사의 진상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수사와 조사가 충분했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10‧29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유가족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다는 정부의 답변은 그 자체로 허위"라면서 "정부는 국제 인권 규범에 따른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유가족의 정당한 요구를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려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최종 견해에) 사회적 재난 참사에 대한 질의와 권고가 상세히 담긴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는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사회적 재난·참사 발생과 그 대응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줘 그 의미가 크다"며 "한국 정부의 즉각적 수용 불가 입장 발표는 유엔 회원국이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5회나 역임했고, 현재에도 유엔 자유권 위원과 사회권 위원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로서는 보여서는 안 되는 무책임하고 상식밖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0‧29 이태원 참사는 수만 명이 운집할 것을 분명히 예상했으면서도 아무런 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고 필요한 사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유권 규약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생명권'을 명백하게 침해한 일"이라며 "한국 정부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즉각 수용해야 함이 마땅하다. 국회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통과시키고 정부는 이에 협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계속해서 '대부분의 사안이 이미 규명되었다'는 무성의한 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려고 하느냐"며 "유족과 국민의 상처를 외면하듯 유엔의 권고도 귀 막고 외면할 생각은 말라. 외교에 공을 들인다고 해외 순방을 밥 먹듯 나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권고는 무시해서야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공식적인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달라는 유족의 제안을 무시했다. 정말 뻔뻔한 정부"라면서 "정부는 어디에 있었냐는 유족의 절규가 점차 국민의 절규로 바뀌고 있다. 독립적 조사기구의 설립과 원활한 활동 보장을 위해 지금이라도 협조하기를 유족을 대신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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