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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전쟁에 기름 붓는 미국, 제정신인가?

by 무궁화9719 2023. 10. 25.

전쟁에 기름 붓는 미국, 제정신인가?

입력 2023. 10. 20. 14:57

[정욱식 칼럼] 미국의 이익, 군산복합체와 유대인의 것만은 아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냉전 종식과 소련 몰락으로 유일패권국으로 등장한 미국의 쇠퇴는 '제국의 야욕'에서 비롯됐다. 21세기도 "미국의 세기"로 만들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네오콘(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핵심 세력)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에서 그 기회를 찾고자 했다.

 

외교적 해법을 무시하고 알-카에다 은신처로 지목된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강행했고, 9·11 테러와 아무 관계가 없었던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또 미국 스스로도 "국제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고 말했던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파기해 군비경쟁을 촉발했다. 급기야 이라크 침공을 강행해 중동의 '지옥의 문'마저 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국이 너무 나갔다고 판단했는지, 1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9·11 테러 당시 미국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마스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 나머지 과잉 군사 행동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시각으로 18일과 19일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미국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데 이어 "전례 없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장국인 브라질이 제출한 결의안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규탄하는 한편, 민간인을 향한 모든 폭력의 중단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접근의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이 결의안에 미국의 동맹국들인 프랑스와 일본을 포함한 12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자위권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채택은 무산되고 말았다.

 

다음날인 19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요하다"며 이들 나라에 대규모 긴급 군사원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마스와 푸틴은 각기 다른 위협을 대표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그들 모두 이웃한 민주국가를 몰살시키려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과 미사일방어체제(MD)를 앞세운 동유럽의 군사화에 있었다.

 

또 하마스가 민주적인 선거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의 집권 세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나라 가운데에는 미국도 포함되었었다. 미국이 간접적이지만, 중대하게 개입하고 있는 두 전쟁의 책임으로부터 미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 1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원조는 이스라엘의 방위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겠다는 시오니즘이 본격화된 1946년부터 2022년까지 이스라엘에 제공한 군사원조는 무려 260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2016년에는 이스라엘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매년 38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해오고 있다.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해 이스라엘에 14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군사원조를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이 예산안이 통과되면 올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군사원조는 178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자체 국방비 242억 달러를 더하면 이스라엘의 올해 실질 군사비는 420억 달러가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주는 무기가 무고한 민간인 학살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에 따르면, 2021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6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는데, 이 공습에 사용된 탄약 가운데 상당량이 미국이 제공한 것이었다. 더구나 공습 대상은 군사 목표물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더구나 가자지구의 인도적 대재앙이 현실화되고 확전의 위험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엇나간 선택을 고수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후견인을 자처하고 있고 "전례 없는" 군사원조를 통해 이미 군사강국이자 테러국가인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더더욱 키워주고 있다. 국제 여론을 의식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도 밝히고 있지만, 이는 '큰 병 주면서 찔끔 약주는 것'에 불과하다.
 
21세기 초반 '제국의 꿈'을 안고 강행한 두 전쟁이 제국의 쇠퇴를 재촉했다면, 오늘날 두 전쟁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국제정세는 물론이고 미국의 위상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방지와 종전에는 도통 무관심한 미국이 불가능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도모할수록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를 중심으로 반감은 커지고 서방의 전쟁 피로도는 높아질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의 위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교적 방패와 군사적 원조를 앞세워 이스라엘 강경파의 편에 설수록 미국에 등을 돌리는 나라들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15개국의 이사국들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두 전쟁에 계속 기름을 부을 것이 아니라 조속히 휴전과 종전을 도모하는 것이 미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미국의 이익은 군산복합체와 유대계 로비스트, 그리고 이들과 결탁된 정치인들만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0월 18일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인도적 대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일컬어져온 가자지구에선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미국이 조속한 휴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어야 할 시기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지원에 무게 중심을 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불가능한 조건 내건 미국의 역선택
우선 이스라엘의 군사작전과 관련해 "하마스를 추적해 제거"하는 데에는 동의하고 지원하겠지만, 인도적 대참사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하마스만 골라서 제거해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만 제거하는 군사작전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폭격과 전면적인 봉쇄로 인해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10월 18일까지 3300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약 60%가 어린이와 여성인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상군까지 대거 투입하면 무고한 민간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두 번째, 즉 '확전' 문제로도 연결된다. 미국은 사태 초기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 및 시리아와 이라크의 무장 세력 그리고 이란의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2개의 항공모함 전단 등 군사력을 대폭 전진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은 이미 시작됐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상대로 한 전쟁 범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확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압도적인 군사력의 과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속히 인도주의적 휴전을 도모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미국은 역선택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미국의 팔레스타인 지원과 이스라엘 지원 사이의 심각한 '엇박자'다. 바이든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뒤 "미국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 의회에 이스라엘 방어에 관한 전례 없는 지원 패키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액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겠다는 시오니즘이 본격화된 1946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규모는 무려 318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86%는 군사 지원이었다. 특히 2016년에 미국은 10년간 380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키로 한 양해각서를 이스라엘과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이든은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며 "전례 없는"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지금 미국이 해야 할 것은
 
  2023년 10월 18일 수요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폭발이 일어난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UPI=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미국은 일부 반미 성향의 나라들, 특히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무기 개발 의혹 국가들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각종 제재를 가해왔다. 그런데 정작 대표적인 테러국가인 이스라엘의 핵무장은 눈 감아줬을 뿐만 아니라 외교적 보호막과 막대한 군사지원을 제공해왔다. 미국이야말로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법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울분을 외면하고선 이스라엘 사람들의 안전을 포함한 어떠한 중동 평화도 불가능하다는 점은 자명해졌다. 또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를 정치적·지정학적 이해관계에 가둬두어서도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해졌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미국이 해야 할 역할 역시 자명하다. 이스라엘와의 특수관계를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 지지와 지원의 근거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특수관계를 활용해 조속한 휴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근원적인 해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제외하곤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관련사진보기

가자 병원 피격 ‘대참사’…바이든 중동 구상 타격

등록 2023-10-18 20:45수정 2023-10-19 02:45

북부 병원 최소 500명 숨져
이스라엘·하마스 공습 부인
바이든 중동 4자 회담 무산
“이스라엘 아닌 곳 소행인듯”

17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민가에서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고 있다. 가자지구/AP 연합뉴스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주변 아랍 국가들을 설득해 이스라엘에 힘을 실으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구상이 출발 직전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어그러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도착하자마자 병원 참사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다른 쪽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해 중동 전역에서 미국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역효과’도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18일(현지시각) 오전 11시1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까지 마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을 나눴다. 이어 두 정상은 오후 5시40분께부터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17일 저녁 발생한 알아흘리 아랍 병원(아랍인민병원) 참사와 관련해 “가자 병원에서 있었던 폭발 사고에 대해 깊이 슬픔을 느끼고 분노한다”며 “내가 본 바에 따르면 그것은 당신(이스라엘)이 아니라 다른 쪽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 근거에 대해 밝히진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하마스가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지 않으며 그들(팔레스타인인)을 오직 고통에 빠뜨릴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이스라엘과 오늘, 내일 그리고 영원히 함께해주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앞선 17일 저녁 8시43분께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민간인 4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 병원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어린이 등 팔레스타인인들이 대피해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연계된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가 잘못 쏜 로켓이 병원에 떨어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하마스는 병원 참사가 자신들과 관계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부정하고, 네타냐후 총리만 감싸는 미국에 날을 세웠다. 하마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맹목적으로 이스라엘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전날인 17일 밤 한 연설에서 병원 참사가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모든 아랍인과 무슬림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 요르단 암만에서 미국,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모인 4자 회담을 열어 이스라엘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병원 참사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이 난색을 표하면서 회담이 취소됐다. 주요 아랍국들의 협력을 끌어내 이스라엘에 힘을 실으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방문 자체의 일정을 봐도 네타냐후 총리와 전시 내각 등과만 만나는 등 이스라엘의 입장만을 듣는 ‘반쪽짜리’로 줄어든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지역 국가들과 함께 무고한 시민의 비극을 막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일방적인 모습에 바그다드·암만·테헤란 등 중동 도시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희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1400여명이 숨지고, 팔레스타인인 3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조기원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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