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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이상민 탄핵 기각…이태원 참사, 누가 얼마나 책임졌나

by 무궁화9719 2023. 7. 26.

[사설] ‘참사 유족’ 외면 이상민 장관, 개선장군이라도 된 건가

등록 2023-07-27 18:33수정 2023-07-28 02:4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경북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 노인회관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을 찾아 이재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뻔뻔함이 가관이다. 헌재 결정이 마치 무죄 판결이라도 되는 양 이태원 참사 유족에겐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수해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선 공무원을 질책한다. 표정은 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여유롭고 기세등등하다.
 
이 장관은 헌재 결정 다음날인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까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부터 현장 중심의 재난 대응을 강조했으나, 이번 호우 상황에서 여전히 현장에서 대응 원칙이 잘 작동하지 않았고 기관 간 협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경북 예천 산사태 등에서 드러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당국의 무능함을 질책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일 밤 ‘행안부 장관 중심으로 잘 대처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도, 2시간 가까이 지난 다음날 새벽 1시쯤에야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자택인 서울 압구정동에서 택시를 타면 15분 만에 참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도 자동차로 50분 거리의 경기도 일산에 사는 수행(운전) 비서를 불렀다. 그때 이미 수십명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었는데도 집에서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관은 기사 있는 전용차 아니면 다른 차는 못 타는 사람인가. 그 정도로 태연할 수 있는 그 무책임과 무심함이 놀랍다.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현장 중심의 재난 대응”을 말하니, 이 장관은 부끄러움이라고는 없는 사람인가. “대통령 지시가 현장에 잘 전달이 안된다”는 질책은 이 장관이 들어야 한다.
 
이 장관은 헌재 결정 직후 “10·29 참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라는 기괴한 입장문을 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과 시민사회의 정당한 주장을 ‘소모적인 정쟁’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그는 26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분향소를 방문해서도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의 뻔뻔함은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비호가 있기에 가능하다. 대통령실은 “탄핵소추는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다. 반헌법적 행태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책임을 물었으면, 탄핵을 했겠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니, 탄핵까지 가게 된 것 아닌가. 159명의 죽음 앞에 최소한 인간의 도리를 갖춰주길 바란다.

[사설] 이상민 탄핵 기각, 참사 대응 실패 면죄부 아니다

등록 2023-07-25 18:36수정 2023-07-26 02:39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는 도중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가 25일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을 묻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 장관의 대처나 관련 발언이 적절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탄핵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데 재판관 9명의 의견이 일치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의 부적절한 참사 대응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결론이다.
 
헌재는 이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더 신속하게 설치·운영하지 않은 점, 현장에서 더 적극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에 나서지 않은 점 등이 곧바로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이 장관이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탄핵을 하려면 더 명백한 법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이 장관이 재난 대응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운전기사가 서울 강남 자택까지 장관 관용차를 갖고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다가 현장으로 출발하는 바람에 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은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으며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거나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등의 무책임한 망언을 한 것은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 행위”라고 지적했다.
 
비록 헌재가 탄핵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이 장관의 언행이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점은 재판관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다 체감한 바다. 민심의 심판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장관은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안도하거나, 무죄 판결이라도 받은 양 의기양양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엄존하는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9개월이 지나도록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단 한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형 참사 때마다 ‘국가의 부재’에 이어 ‘책임의 부재’라는 똑같은 풍경이 재연된다. 그사이 집중호우로 인한 참사가 또 반복됐다. 이러고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이상민 위법…늑장대응 비상식’ 헌법재판관 3명 지적

등록 2023-07-26 06:00수정 2023-07-26 13:48

“초기 재난해결 노력 안 보여…상식 부합하지 않아”
재판관 4명은 “근거 없는 발언” “책임 회피” 지적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사건 1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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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지만, 일부 재판관은 이 장관의 늑장 대응과 부적절한 발언 등을 근거로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25일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에서 “(이 장관은) 사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전념성 내지 상황 해결에 대한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해 행안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3명의 재판관들은 “(이런 행위는)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공무원법 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재 결정문을 보면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10월29일 밤 11시20분께 ‘소방대응 2단계’ ‘심정지 환자 약 30명 추정’ 등의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11시21분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구급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10분이 지난 11시31분에야 박용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의 전화를 받고 ‘현장 상황 신속 파악, 행안부 필요조치 즉시 시행’을 지시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운전) 비서가 오기를 기다려 현장으로 늑장 출발한 탓에 이 장관은 현장 지휘소에 사건 발생 이후 105분이 지난 10월30일 오전 1시5분에야 도착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또 참사 이후 이 장관의 잘못된 발언들이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국가공무원법 63조 위반)시켰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참사 원인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했는데, 4명의 재판관은 이 장관의 발언이 근거가 없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국정조사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아닌지’ 물음에 ‘주관 기관은 없다’고 답했는데, 이를 “책임 회피”와 “국민의 혼란”을 일으킨 “품위 손상행위”로 규정했다.정정미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내어 “피청구인(이상민)이 한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다”며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고 기대하는 일반 국민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참사 당일 이상민, 수행비서 기다리며 105분 허비…“비상식적”

등록 2023-07-27 08:00수정 2023-07-28 13:03

압구정 자택서 택시로 15분 거리인데
일산 사는 기사가 자택 오기를 기다려
재판관들 “상식 부합 어려워” 꼬집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청구인(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운전) 비서가 오기를 기다려 현장으로 출발한 결과 2022년 10월30일 0시42분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점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고, 0시45분에야 이 사건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했으며, 현장지휘소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20분이 지난 1시5분이었다.”
 
25일 헌법재판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으나, 결정문에는 이태원 참사 때 이 장관의 “비상식적” 행보가 고스란히 담겼다. 별개의견(다수의견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이유가 다른 의견) 낸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참사 발생 보고를 받고도 10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봤지만 법정의견(헌재 최종 결론)을 낸 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이 장관이 현장에는 늦게 도착했지만, 유선으로 보고를 받으면서 지시를 했기에 직무를 태만히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11시20분께 첫 보고…“심정지 환자 약 30명”
 
헌재의 결정문을 보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서편의 골목길에서 2022년 10월29일 밤 10시15분 무렵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면서 눌림과 끼임이 발생해 밤 11시22분께 해소됐다. 이때 눌림과 끼임에 의한 압력으로 158명이 숨지고 320명이 다쳤다.
 
이 장관은 밤 11시20분께 행안부 양아무개 재난비서관으로부터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 압사사고. 피해상황: 심정지 환자 약 30명 추정, 현재까지 응급처치 중’ 등의 내용이 포함된 카카오톡 메시지로 사고 발생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밤 11시21분,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 신속한 구급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이 장관은 밤 11시31분에 박용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의 전화를 받고서야 ‘관계기관 협조 얻어 현장상황 신속 파악, 본부장 중심으로 행안부 필요조치 즉시 시행’을 지시했다. 당시 박 실장은 ‘해밀턴 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 압사사고로 심정지 추정 환자 약 30명을 응급처치 중이다. 정확한 압사 원인은 보고되지 않아서 유관기관을 통해 파악 중이다. 구조활동은 경찰과 공동 대응 중으로 재난의료지원팀(DMAT)도 요청한 상황이다’라고 보고했다.
 
이후 18분 동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이 장관은 밤 11시49분에야 재난안전비서관에 전화를 걸어 현장 방문 준비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 지시가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된 뒤였다. 이 장관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15분 만에 참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정이 다 된 그 시각에도 자동차로 40∼50분은 걸리는 곳(일산)에 있는 수행(운전)비서를 불렀다. 별개의견은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수행비서를 기다리면서 밤 11시50분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에게 긴급상황 보고 문자를 받았다. ‘압사사고가 발생해 100여명의 추정 사상자(50여명 심폐소생술(CPR))가 발생했다. 소방대응 2단계 발령하고 구급차량 95대를 동원해 현장 응급 처치 중이다. 추가로 인근 시·도 소방력 동원조치 중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수행비서 기다리느라 대통령 회의 놓쳐
 
밤 11시55분 이 장관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다시 상황 보고를 받고는 ‘현장 지휘 등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 또 이태원으로 이동하기 전인 0시3분께 현장 구조를 총괄하는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 차원에서 현장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이때 ‘사고현장 직접 확인’을 요청받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0시12분에는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부장의 전화 보고를 받았다. 밤 11시55분에 행안부 내부 상황판단회의가 열려 재난현장 긴급구조활동을 확인했고, 대통령 지시사항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장관은 ‘현재 인명구조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니 소방청을 도와서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0시21분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전화해 상황보고를 받고, 0시41분에는 대통령 주재 1차 긴급상황점검회의 현장에 있던 직원과 이 장관은 통화했다. 수행비서를 기다리느라 긴급상황점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탓이었다.
 
현장 인근에 이 장관이 도착한 것은 0시45분이었다. 현장지휘소에는 새벽 1시5분에야 닿아 소방 현장 상황판단회의에 참여했다. 이 장관이 참여한 첫 참사 관련 회의였다. 최태영 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은 뒤 그는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원활한 사상자 이송을 위해 인근 병원 등과 협조해달라’ ‘경찰과 협업해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정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새벽 1시30분 이 장관은 25분 만에 현장 방문을 끝내고 새벽 1시50분 국무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행안부를 중심으로 수습하겠다’고 보고했다. 새벽 2시30분 대통령 주재 2차 긴급상황점검회의에는 직접 참석했다.
 
■“성실의무 위반” vs “불성실 평가 어려워”
 
이 장관의 참사 당시 행보를 바탕으로 별개의견은 “피청구인은 참사 발생을 인지함과 동시에 재난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즉시 재난에 관한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주요 관계기관과의 직통 연락망이 구축된 상황실(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로 이동하거나, 최대한 신속하게 재난 현장으로 이동해 실시간 현황 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처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피청구인은 수행(운전) 비서를 기다리며 소방청장 직무대리, 서울경찰청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단 몇 통의 전화로 재난을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별개의견은 “피청구인의 재난 대응은 총괄 조정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수행비서를 기다리며) 약 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재난 상황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했다. 국가공무원법 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법정의견은 “피청구인이 참사 상황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한 뒤 더욱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재난대응 조치를 했더라면 인명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현장 인근에 있지 않았던 피청구인이 (첫 보고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만으로 재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 요청을 계속한 이상, 피청구인의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이재호 기자 ph@hani.co.kr

이상민 탄핵 기각…이태원 참사, 누가 얼마나 책임졌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 소식에
유가족, "모든 책임 기관장에 면죄부" 탄식
참사 책임자 형사 처벌 답보 상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기소는 차일피일
핵심 피고인 6명 보석으로 풀려나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논란을 빚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지난 5일 오후 이 장관이 서울 압구정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날 헌재는 9명 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으며, 이 장관은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해 수해 현장을 찾는 등 재난관리 업무부터 먼저 챙길 것으로 보인다. 류영주 기자

'이태원 참사' 269일 만에 재난컨트롤 타워의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그러나 159명이 숨진 참사의 부실대응책임을 받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은 소추 167일 만에 기각됐다.
 
25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이 나오자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행정부 수장 뿐 아니라 모든 기관장이 면죄부를 받았다"며 "이제 실무에서 고생하는 이들만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실무급에만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책임자들은 빠져나가는 상황에는 시민들도 우려하고 있었다. 이 장관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나자, 시민들도 참사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 '꼬리 자르기' 아니냐고 우려했다.  

임모(50)씨는 "사고 책임을 최일선의 실무자급들에만 묻고 있다"며 "전체를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 계속 이렇게 벗어난다고 한다면 (사회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노용남(68)씨는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책임지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양모(55)씨는 "장관으로서 할 일을 못 한 부분이 있는데 기각 결정에 화가 난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발생 후 약 9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참사 책임자 그 누구도 처벌 받지 않았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올해 초 피의자 23명을 송치했다. 특수본은 참사 책임이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등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경찰청 등 '윗선'에 대해서는 구체적 주의 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특수본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 "기관별 법리 검토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서면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 보완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이태원 역장 등 2명에 대해 '무정차 요청' 공문을 사전에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고, 추가로 2명을 입건하면서 이태원 참사로 재판 또는 수사를 받는 이들은 모두 23명이 됐다.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난 고위공직자 하나 없는 상황, 이 장관 역시 이번 탄핵 기각 결정으로 참사 책임으로부터 멀어지면서 결국 '꼬리 자르기' 식으로 흐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참사 발생 후 꼬박 9개월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답보 상태인 것이 그 방증이다.  

최고위급 경찰 피의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기소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김 청장은 '핼러윈 축제 관련 보고'를 통해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다중운집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월 그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3개월이 지나 김 청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은 없다. 김 청장을 포함해 경찰이 검찰에 넘긴 피의자 7명도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여전히 '검찰 수사 중'에 머물러 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했지만, 근무지를 이탈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과 구조 지휘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이 대표적이다.

참사 책임으로 구속된 핵심 피고인 6명은 모두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 이임재 전 서장과 송병주 전 112치안종합상황실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 서울경찰청 박성민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용산경찰서 김진호 전 정보과장이다.  
 
참사 책임에 밀접한 핵심 피고인이 석방되면서 수사 동력도 떨어졌다. 이 전 서장 측은 보석 후 열린 첫 재판에서 당시 무전만으로는 참사를 조기에 인지하기엔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출입을 막기 위해 하루 90여 명씩 일반 공무원을 동원해 구청을 봉쇄하는 등 비정상적인 공무 수행 행태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핵심 피의자가 기소된지 6개월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1심 재판부터 지지부진하다. 10·29 이태원참사 태스크포스(TF) 소속의 이창민 변호사는 "꼬리자르기 수사에 이어 재판부가 비효율적으로 재판을 한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은 주요 피고인들의 보석 석방을 두고 "불구속 상태의 재판이 피고인들의 죄를 가볍게 해줌으로써 윗선의 책임소재를 덮어버리고 이 참사가 별것 아닌 양 흘러가고 묻혀버리지 않을지 걱정되고 두렵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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