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총리 앞에서 오염수 방류 용인해준 윤 대통령
등록 2023-07-12 22:00수정 2023-07-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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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 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방류 전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 공유, 방류 과정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 방사성 물질 농도 기준치 초과 시 즉각 방류 중단’ 등의 요구를 곁들였다. 기준치를 넘으면 당연히 방류를 중단하는 것인데, 그걸 요구라고 한 것인가. “기준치가 넘으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겠다”는 일본 총리에게 맞장구쳐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이 일본보다 더 극성으로 “오염수 방류 안전하다”고 강변해온 터라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그래도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맥이 풀린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일본 입장만 듣고 용인하려 했다면, 지금까지 우리 국민 앞에선 왜 그토록 아무 말 않다가 그 멀리까지 가서 일본 총리 앞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인가.
많은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분명히 전달하고 안전성이 명백히 확인될 때까지 방류 중단을 기시다 총리에게 강력히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내놓은 정상회담 결과 발표 어디를 봐도 윤 대통령이 국민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기시다 총리가 들고나온 국제원자력기구 최종보고서는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안 나온 상태에서 발표됐고,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성능 검토, 방사선영향평가 등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불완전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신뢰성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방류는 받아들이고, 하나 마나 한 부탁만 했다. 대통령실은 애초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하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게 전부인가.
‘무조건 한·미·일 협력 강화’라는 신냉전 도그마에 빠져 국민 보호와 국익 추구라는 외교의 본질을 망각한 또 한번의 외교 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대통령이 일본의 방류를 받아들였으니 일본은 기세등등할 것이다. 믿을 곳 없는 우리 국민들의 우려가 깊다.
[단독] 윤 정부, 10억 써 ‘오염수 안전’ 광고…“세금으로 일본 홍보”
등록 2023-07-12 17:51수정 2023-07-12 21:42
문체부 “과학 기반한 사실 정확히 알릴 필요”
“오염수 방류는 우리 정부 정책 아니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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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오늘정책’ 계정에 지난 10일 올라온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1분) 영상. 유튜브 갈무리
12일 <한겨레>가 확보한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광고 추진’ 문서를 보면 ‘수산물 안전 관리’ 정부정책 홍보를 목적으로 7~8월 사이 10억원을 들여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광고를 추진한다고 나타나 있다. 광고 형식은 영상·카드뉴스, 유튜브 채널 협찬 등이다.
앞서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7일 올라온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4분25초) 영상과 ‘대한민국 오늘정책’ 유튜브 채널에 지난 10일 올라온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1분) 영상을 활용해 유튜브 영상 광고를 해 논란이 됐다.
유튜브 무료 이용자가 영상을 재생할 때, 앞·뒤·중간 등에 광고 영상이 붙는데 여기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광고’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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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재생하면 본 영상이 나오기 전 나오는 ‘광고’에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영상물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영상은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삼중수소는 토양이나 채소는 물론 공기에도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 먹어도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별 영향이 없다” “커피 한 잔을 드셔도 그리고 우유 한 잔을 드셔도 계란 하나를 드셔도 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인체에) 피폭을 받는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는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된다” 등의 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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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수산물 안전 관리’ 정부정책 홍보 관련 문서.
정수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한겨레>에 “보통 정부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홍보물을 제작할 때는,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왜 여기에 해당돼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이건 우리나라 정부정책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방류를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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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오늘정책’ 계정에 지난 10일 올라온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1분) 영상. 유튜브 갈무리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문체부에 있는 정책 홍보비를 활용해 해당 영상의 제작과 송출을 했다. 최종적으로 사용된 돈은 광고 집행이 끝난 뒤 정산해야 알 수 있다”며 “문체부는 정부 정책을 국민들께 정확히 알리는 게 의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 수산물 안전과 관련해서 정부 정책을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영상 광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상물은 과학에 기반한 사실을 국민께 정확하게 알리는 내용”이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가 변함없고, 앞으로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광고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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