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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미국이 우크라에 주기로 한 ‘집속탄’ 뭐길래…동맹국들도 반대

by 무궁화9719 2023. 7. 9.

미국이 우크라에 주기로 한 ‘집속탄’ 뭐길래…동맹국들도 반대

등록 2023-07-09 11:47수정 2023-07-10 06:58

국제 대표단과 활동가들이 2011년 9월 12일 집속탄이 쌓여 있는 레바논 남부도시 라바티에의 군기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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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100개국 이상이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클러스터 폭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영국과 스페인, 캐나다 등 일부 서방 동맹국들조차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8일(현지시각) “영국은 집속탄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는 ‘집속탄 금지 협약’(CCM)에 가입한 나라”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에 맞서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지만 그 역할은 중무장 탱크와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도 ‘집속탄 같은 특정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안 된다는 “강력한 공약”을 지킬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적법한 방어에는 지지를 보내지만 집속탄은 안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성명을 내어 “집속탄이 오랜 기간 터지지 않고 땅에 묻혀 있다가 나중에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특별히 우려한다”며 집속탄 사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의 대변인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는 성명을 내어 집속탄 협약 가입국으로서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결정은 이해한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많은 소형 폭탄인 ‘자탄’이 들어 있는 무기다. 발사된 뒤 목표물에 도달하면 폭탄 안에 있던 많은 자탄이 넓은 지역에서 터져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 특정 군사목표를 겨냥해 타격하는 게 아니라 무차별 살상을 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자탄 상당수는 불발탄으로 남아 있다가 전쟁이 끝나고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2010년 집속탄 생산과 사용, 판매, 보관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인 ‘집속탄 금지 협약’이 발효됐다. 현재 111개국이 가입을 끝냈고 12개국은 서명을 한 상태다.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가입하지 않았으며, 남북한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이유로 협약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고심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포탄이 떨어져 가기 때문에 집속탄 제공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사실을 동맹국들에도 알렸다고 말했다. 논란을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은 “과도기 동안 충분한 포탄을 생산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한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미국이 제공하는 집속탄 자탄의 불발률은 2.35%에 그친다며 불발률이 30~40%에 이르는 러시아군의 집속탄에 견줘 훨씬 안전하다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집속탄을 지원받으면 시가지 등 민간인 거주 지역에선 사용하지 않고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방어망을 돌파할 때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고도 강조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미국의 우크라이나) 집속탄 제공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 실패가 배경인 절망의 제스처이자 무력함의 증거”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를 지난해 침공한 러시아는 집속탄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6일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도 전쟁터에서 집속탄을 사용해 민간인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며 두 나라 모두에 집속탄 사용 즉각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북서양조약기구(NATO)는 집속탄 협약에 대한 나토 차원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어 “나토에는 집속탄 협약에 서명한 회원국도 있고 서명하지 않은 회원국도 있기 때문에 공식 입장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는 문제는 개별 동맹국의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어린이도 죽는다”…미국 동맹국도 우크라 ‘집속탄’ 지원 반대

입력 2023.07.09 09:59

미국 살상력 높은 집속탄 제공 방침에
영국과 캐나다, 스페인 등 동맹국 반대
미국·우크라 “민간인에 노출 안해” 설명

2011년 9월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에서 열린 '제2차 집속탄 협약 당사국 회의' 개막식에서 레바논군 기지를 방문한 활동가와 국제 대표단이 집속탄 옆에 서 있다. 나바티예=AP 연합뉴스

 

미국이 무차별적인 살상력으로 상당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강철비’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하자 동맹국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린이 등 대규모의 민간인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그간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영국, 캐나다, 스페인 등은 일제히 집속탄 제공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국은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한 123개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집속탄의 사용과 제조, 보유, 이전 등을 금지하는 유엔 협약인 CCM을 들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10년 발효된 이 협약에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 역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집속탄 사용을 지지하지 않으며 민간이, 특히 어린이에 미치는 영향을 끊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스페인은 특정 무기와 폭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는 점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스페인도 CCM 가입국이다.

 

각국이 집속탄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민간인에게 미칠 여파 때문이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집속탄은 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민간인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해 수년 후 터져 민간인 피해가 크다는 설명이다. 각종 분쟁지역에서 집속탄으로 죽거나 다친 이들의 절반 이상은 민간인으로, 사상자의 3분의 1은 어린이였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적 파장에… 진화나선 미국·우크라

미국 정부는 전날 집속탄을 포함,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 달러(약 1조412억 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꾸준히 미국에 집속탄 제공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를 주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다가 대반격이 주춤하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공격에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집속탄 제공과 관련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영구적이 아닌 과도기 동안 충분한 포탄을 생산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국제적 파장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가 지원할 집속탄은 러시아의 불량률보다 훨씬 낮은 비율로 제공될 것이다. 2.5%보다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간인에게는 이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서면 약속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역시 “집속탄은 도시 지역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적의 방어선을 뚫는 데에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0 

미, 우크라에 ‘민간 살상 우려’ 집속탄 지원…“러군 공격에 효과적”

등록 2023-07-07 09:43수정 2023-07-07 10:12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5월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곡사포를 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민간인 피해를 이유로 상당수 국가가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6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국 국방부가 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달러(약 1조5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원조를 발표할 예정이며, 집속탄도 지원 품목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집속탄 제공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주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속탄 제공을 오랫동안 고려해왔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처음 사용된 집속탄은 한 개의 폭탄 안에 많은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무기다. 공중에서 폭발하면 소형 폭탄들이 쏟아져 넓은 면적을 타격한다. 군사적 목표물 주변의 민간인들도 살상하고 불발탄도 많아 사용 후 몇년 뒤까지도 민간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적 금지 운동의 대상이 됐고, 그 결과 2010년 120개국 이상이 참여한 ‘집속탄 금지 조약’이 발효됐다.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에게 집속탄을 사용해왔다. 미국 역시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한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 지역에 집속탄을 썼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저지하는 러시아군 진영을 돌파하려면 집속탄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듯 보인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속탄은 러시아군 장비의 장갑을 뚫거나 러시아군 병사들을 공격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번 전쟁을 통해 사용된 집속탄으로 인한 민간 피해가 상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무차별적 민간인 피해를 낳는 집속탄 사용 금지를 요구하면서 미국에도 제공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집속탄을 다량 사용했다.
 
미국 관리들은 자국이 보유한 집속탄은 불발 확률이 낮아 민간인 피해가 작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집속탄을 둘러싼 우려에 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는 집속탄은 불발 비율이 2.35% 이상인 구형 폭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워싱턴/이본영 특파원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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