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원전시설 및 방사선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모두 21명으로 이뤄진 ‘전문가 시찰단’이 21일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밝혔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시찰단장을 맡는다.
시찰단의 방일은 5박6일이지만, 실제 활동은 22~25일 나흘이다. 22일에는 도쿄전력,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기술회의 및 질의응답을 하고, 23~24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 등을 확인한다. 25일에는 일본 관계기관과 심층 기술회의와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이번 시찰의 핵심인 ‘핵 오염수’ 관리 실태와 관련해 박 차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가장 집중적이고 중점적으로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알프스가 방사능 핵종을 제거하는 절차, 현장 설비, 자료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염수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충족된 게 별로 없다. 우선, 시찰단의 현장 방문 결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보에 필요한 민간전문가의 현장 방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전문가 참여는 일본이 거부했다.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모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지난 2월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 때 미국 등의 민간전문가와 동행한 선례에도 미치지 못한다. 태평양도서국포럼은 현장 점검 직후 “바다 방류의 안전성을 판단하기 부족하다”며 일본 정부에 ‘방류 연기’를 요청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차장은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10명 안팎의 자문그룹을 별도로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한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 뒤 현장 “검증단”이 아닌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다핵종제거설비의 처리 능력과 방류된 오염수가 생태계에 끼칠 생물학적 영향이 검증돼야 하는데, 이것은 제대로 된 자료 없이 시설만 보는 것으로 될 수 없다”며 “정부가 발표할 시찰 결과가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한) 최종 검증 결과를 6월 말에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저희도 그 비슷한 시점에 활동 결과를 국민께 보고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일본의 오염수는 후쿠시마 제1원전 터에 설치된 1060개 넘는 거대 탱크에 담겨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여름부터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방침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신민정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nomad@hani.co.kr
"오염수 마셔도 된다"던 英교수, 日내에서 쓰면 안되냐 묻자 대답은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2023-05-19 18:01
국민의힘, 원자력 英석학 초청 간담회
교수 "10리터 마셔도 괜찮아…체외 배출" 주장
'당장 일본에서 사용할 만큼 안전하냐' 질문에
"다른 물과 같아 굳이 일본에 둘 필요 없어"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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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인체에 안전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등으로 정화된 오염수 10리터를 마셔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19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는 국회 본관에서 세계적인 핵 전문가인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웨이드 앨리슨(Wade Allison) 명예교수를 초청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다.
앨리슨 교수는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자연적인 방사선량과 후쿠시마에서 처리 과정을 거친 1리터의 물을 섭취했을 때 방사선량과 비교도 하고 살펴봤다"며 "방사능 수치는 12일 동안은 2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가 우주 방사선을 받는 경우나 여러 경로, 의학용으로 사용하는 CT나 스캔 같은 방사능 피폭을 포함해서 이런 경우에 오히려 10배 더 많은 방사선량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후쿠시마에서 처리하는 물의 양이나 삼중수소 등 수치를 믿어도 되는가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측에서 잘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후쿠시마 물에 대해선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일반적인 생활을 하며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과 비교했을 때 후쿠시마 물에 포함된 방사선량은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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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필터를 사용해도 위험한 핵종인 삼중수소는 걸러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크다'는 우려엔 "그 말씀에 동의할 수 없다. 생물학적, 화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삼중수소는 체내에 누적되지 않는다"며 "삼중수소는 12일이 지나면 절반 정도 가량은 체외로 배출된다"고 반박했다.
또 '원자력 발전소도 과학적으로 지진과 쓰나미에 안전하다고 검증됐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오염수 배출에도 만의 하나의 부작용 같은 게 있을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엔 "만의 하나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없다"며 "실제 CT 촬영이나 스캔을 받을 때 저희가 방사선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신체 영향이 있지 않고, 문제 삼지도 않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오염수가 당장 일본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이런 물을 굳이 일본에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빨리 방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일본에 둘 필요가 없는 이유는 이 물은 다른 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계속 저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앨리슨 교수는 알프스로 정화된 오염수는 10리터도 마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그렇게 했을 경우 우리가 받는 방사선량이 자연적으로 받는 방사선량에 비해 어느 정도 더 증가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학적으로 그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시찰단에게는 "일본과 한국은 신뢰를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며 "그것을 위해선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듣고 질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성일종 위원장은 "정부의 입장은 후쿠시마를 비롯해 8개의 현에서 나오는 수산물에 대해선 수입하지 않겠다고 얼마 전에도 발표했다"며 "일본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산물 전부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국민 안전이 1번이고, 국민 건강이 1번이고, 우리 어민 보호가 1번"이라고 강조했다.
[사설] 시찰단 파견 앞, 오염수 우려는 ‘괴담’이라며 일본 편드는 여당
등록 2023-05-19 18:00수정 2023-05-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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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티에프(TF)’ 초청간담회에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무조정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단장을 맡고,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과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총 21명의 시찰단이 21일부터 파견된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련 전문가들만 참여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10명 내외 자문그룹도 구성한다고 밝혔지만, 민간 전문가는 현장 시찰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는 데 사용한 오염수를 담아둔 1060개의 탱크 가운데, 약 30개(2.8%)는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를 거듭해 기준을 맞춰놓은 상태다. 그래서 시찰단이 일본이 미리 준비해놓은 극소수의 ‘안전한’ 물탱크만 살펴보고 전체적인 방류의 안전성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알프스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안전성에 논란이 집중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매일 100톤 넘는 오염수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40년 넘게 방류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장기간의 방류가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어떤 전문가도 장담할 수 없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시찰단이 출발도 하기 전에 여당이 국내 우려를 ‘괴담’으로 비난하면서 일본 입장만 옹호하는 행태다.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티에프(TF)’는 19일 “후쿠시마 물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티에프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최근 오염수 해양 방류 우려는 “사드 괴담이나 광우병 괴담과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생태계와 건강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전을 거듭 확인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어민들과 시민사회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도 ‘괴담’인가.
시찰단은 한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묵인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당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마저 ‘괴담’으로 폄훼하는 정치적 여론몰이부터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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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초청간담회에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티에프(TF)’는 19일 국회 앨리슨 교수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40년 이상 방사선 분야를 연구해온 앨리슨 교수는 지난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가 내 앞에 있다면 희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1ℓ를 마실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앨리슨 교수는 이날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을 마신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 반감기인) 2주 정도 지나면 (방사선 수치가) 완화가 될 거다. 10배 정도 물도 더 마실 수 있다”며 “제가 아직 후쿠시마 (오염수) 물을 마시지 못한 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의료용 시티(CT) 등에서 나온 방사선보다 수치가 낮다고도 했다. 앨리스 교수는 “시티 스캔 같은 경우 전신을 받느냐, 일부만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물을 마셔서 받는 방사선량 수치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 부분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높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수입 재개 우려가 나오는 후쿠시마 수산물의 안전성 여부를 두고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면 방류 자체도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농도는 훨씬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한국 수산물, 여느 지역의 수산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안전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티에프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8개 현 인근 수산물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발표했다”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방침을 강조했다.
앨리스 교수는 ‘일본이 제공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기관들을 속일 것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국제원자력기구도 (오염수 방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자신들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거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성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한 뒤 “과학적으로 국민에게 납득시킬 사안이지 광우병이나 사드 괴담처럼 접근해선 어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삼중수소에 대해 두려움이 많은 것 같은데, 일본이 내보내는 삼중수소량이 많다고 얘기하면 중국 원자력발전소에서 서해로 나오는 건 더 많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앨리슨 옥스퍼드대 교수, ‘후쿠시마 오염수’ 주제 기자간담회
원자력연구원 등 초청 방한…“방사선 암 유발 안 해” 발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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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 주최로 서울 세종대로 HJ비지니스센터 광화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웨이드 앨리슨(82)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기자들을 만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적극 옹호해 논란이다. 앨리슨 교수는 40년 이상 방사선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실험 입자물리학자로, <공포가 과학을 집어 삼켰다>, <핵은 생명을 위한 것이다: 문화혁명> 등의 책을 통해 원자력 이용 확대를 역설해온 학자다. 그는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해 강연을 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의 지도자, 주민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 초청으로 열렸다.
앨리슨 교수는 이날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지금 내 앞에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 만약 그 물을 마셨다고 계산해 보면 자연적인 수준의 80% 수준밖에 방사선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염수 속에 제거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로 몸 속 방사선 수치가 80% 정도 증가하는 정도는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팩트를 가릴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신념 문제다. 다만, 그 배경에 깔린 팩트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앨리슨 교수의 주장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21년 초 월성원전 지하 삼중수소 유출 논란 때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른바 ‘바나나·멸치론’을 주장한 바 있다. 정 교수는 당시 페이스북에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삼중수소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자연 상태에서 방사능 칼륨을 함유한 식품인) 바나나 6개, 멸치 1g에 해당하는 양”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로) 방류기준에 딱 맞는 물 1리터를 먹는다면 그 피폭량은 바나나 8개를 먹을 때와 같다”고 말했다.
WHO 정한 음용수 기준의 70배인데, 괜찮다고?
그렇다면 이는 사실일까.
일본 도쿄전력의 분석 결과를 보면, 앨리슨 교수가 마시겠다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리터당 평균 70만Bq(베크렐) 이상의 삼중수소가 함유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간 건강을 위해 설정한 음용수 기준(1만Bq/L)의 70배가 넘는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이 기준은 어린이와 같은 민감한 계층의 장기간 섭취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앨리슨 교수처럼 기준치를 넘는 물을 한 번 마시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화장실 변기에서 내린 물이라면, 음용수 기준에 맞도록 정화해 내놓는다고 해도, 그 물을 마신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방사선이 생물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의 생각은 앨리슨 교수의 생각과 크게 다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티머시 무소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안전한 방사선이란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염수 등을 통해 피폭될 인공 방사선량이 자연 방사선 노출이나 엑스선 촬영 등을 통해 불가피하게 피폭되는 방사선량에 비해 미미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못된다는 취지다. 무소 교수는 방사선 생물학 전문가로, 최근 체르노빌 원전사고 지역에 사는 야생화된 개들의 유전자가 방사선 피폭의 영향으로 변형됐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음용수에 삼중수소와 같은 방사성 물질 함유량 기준을 정한 것은 과학계 주류의 생각이 앨리슨 교수보다는 무소 교수 쪽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삼중수소처럼 ‘베타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선 핵종의 인체 내부 침착’도 제1군 발암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이날 간담회 질의 답변에서 한국이 일본과 협의 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일본을 신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한다고 제시하는 근거는 불분명했거나, 과학자답지 않게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를 직접 검증 못했는데, 이상 없다고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에 “확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불이나 자동차의 위험성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는 안전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을 신뢰해야 한다”는데…
“신뢰보다 과학이 앞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은 도리어 기자의 입에서 나왔다. 이 기자가 “일본은 오염수 관련 수치만 제공하고 직접 확인을 못하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앨리슨 교수는 “일본 정부를 신뢰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 시찰단이 다핵종제거설비를 점검하려는 것을 두고도 “확인해야 할 건 일본의 정책”이라며 “별도의 문제도 아니고 (오염수를) 따로 측정할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을 신뢰해야 한다’는 앨리슨 교수의 발언은, 2020년 11월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신문은 그해 9월26일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원전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물을 보고 “마셔도 되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도쿄전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한 질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가 총리는 오염수 정화 처리한 물을 마셨을까?
오염수를 마시지는 않았다는 게 아사히 신문의 전언이다. 신문은 “(스가 총리가) 설사 마셨다고 해도 오염수에 대해 ‘안전하다’라거나 ‘그래서 바다로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인식이 세간에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 팩트와 다른 발언은…방사선 분야 전문가의 ‘실수’?
<한국방송>(KBS)이 현장 통역을 받아 보도한 앨리슨 교수의 발언 전문을 보면 이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과정에서, 앨리스는 교수는 팩트와 다른 발언을 여러 번 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꼽으면 다음과 같다.
①“삼중수소도 수소의 한 종류입니다. 물과 함께 씻겨가고 반감기가 12년이라고 하지만, 몸 안에서는 12~14일 이후에는 다 배출됩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약 12년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2~14일 이후에 전부 배출되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발간 자료인 ‘방사성 핵종 섭취로 인한 일반인의 연령 의존 선량’(자료번호 56)을 보면 삼중수소의 체내 반감기는 약 10일이지만, 이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유기물과 결합해 유기결합삼중수소(OBT)로 바뀌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약 40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방호위원회에서 아직 공인되지 않은 연구 결과 가운데는 일부 유기결합삼중수소의 체내 반감기를 500일까지 길게 잡은 것도 있다. 방사선방호위원회는 체내에 흡수된 삼중수소의 약 3%가 유기결합삼중수소로 전환된다고 본다.
방사선이 생물체에 끼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생물학적 효과비(REB)는 삼중수소가 플루토늄이나 세슘보다도 높다. 방사선방호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참조 동·식물에 대한 방사선 가중치'(자료번호 148)를 보면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저에너지 베타선의 생물학적 효과비는 세슘137 등에서 배출하는 고에너지 감마선의 2~2.5배, 엑스선의 1.5~2배에 이른다. 고에너지 방사선은 투과력이 강해 순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바로 빠져나가지만 저에너지 방사선은 투과력이 약해 체내에 더 오래 머무르며 내부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②“이때(브라질에서 발생했던 한 핵 사고) 사망하신 분들은 피폭으로 인한 암이 아니고 공포심이나 부차적인 요인으로 사망한 걸로 보입니다. 방사선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파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선 핵종의 내부 침착’, ‘베타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선 핵종의 내부 침착’ 등을 제1군 발암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이어진 질문 답변과정에서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방사선 중 하나”라며 “자외선을 너무 많이 쐬면 암을 유발한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앨리슨 교수 스스로 자신의 앞선 발언을 부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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