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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일 강제동원 사과 않고…‘북핵 대응’ 한미일 안보협력만 강조

by 무궁화9719 2023. 5. 10.

[한일정상회담] 기시다, 사견 전제 징용 유감 표명…공식 사죄는 없어

입력2023.05.07. 오후 8:32 
 수정2023.05.08. 오전 1:17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 고통에 마음 아파…역사인식 계승"
자국 내외 상황 고려한 절충안인 듯…2015년 외무상 시절엔 '사죄·반성' 언급

발언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7 kane@yna.co.kr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사견임을 전제로 일제 강점기에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고통스럽고 슬픈 생각을 갖게 된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이후 이러한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그는 서울에서도 과거사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사죄'와 '반성'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3월에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명확히 말씀드렸다"며 "이러한 (일본) 정부 입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용 해법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셨다는 사실에 감동했다"면서 일제 강점기에 고통과 슬픔을 겪은 한국인들에 대한 유감을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한 말인지에 대한 한국 기자의 질문에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지난 3월 6일 징용 해결책을 발표한 이후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말을 공식처럼 반복해서 사용해 왔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담겼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용 해법이 공개된 이후 기시다 총리가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대신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만 밝히는 것은 한국이 강조한 '성의 있는 호응'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집권 자민당 내에서 자신이 이끄는 파벌의 세력이 약해 한국에 대한 사죄 언급을 반대하는 보수파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징용 해법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을 고려해 사견임을 전제로 에둘러 유감을 표명하며 다소 진전된 과거사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방식의 유감 표명은 사죄나 반성 언급에 따른 자민당 보수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한국 정부의 징용 해결책을 지원하려는 절충안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이 명확한 사죄 언급을 바랐던 징용 피해자와 한국 내 반대 여론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을 일본에 제시하며 관계 개선의 의욕을 드러낸 만큼 기시다 총리의 확실히 진전된 과거사 발언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강조한 1998년 한일 공동선언뿐만 아니라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을 통해서도 사죄와 반성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2005년 아시아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고, 간 나오토 전 총리도 2010년 한국 식민 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피해를 언급하면서 사죄했다.

역사수정주의 노선을 강화한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015년 8월 전후 70년 담화에서 "일본은 거듭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사죄와 반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 시절이던 2015년 12월에 한국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을 때 공동 기자회견에서 총리 명의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일 강제동원 사과 않고…‘북핵 대응’ 한미일 안보협력만 강조

등록 2023-05-07 20:40수정 2023-05-08 02:41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일본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기조를 밝혔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국민적 관심사였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명확한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는 이번에도 없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데 다시 한번 뜻을 모았다”며 이렇게 밝혔다. 두 정상은 지난 3월16일 도쿄 정상회담 뒤 52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을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가치 외교’ 기조를 거듭 강조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이 한·미·일 간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궤도에 오르고 일본도 미국과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3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안보협력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일-미 동맹, 한-미 동맹, 일-한, 그리고 일·한·미 안보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 강화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서는 “1998년 10월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기존 일본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그는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위로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묻는 말에 “우리가 (지난 3월) 발표한 해법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올 여름으로 예상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앞서 한국 시찰단의 현장 파견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교도통신>은 오는 23일 한국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련한 내용은 이날 의제로 오르지 않았다. 두 정상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조 강화 △우주·양자·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 및 연구개발 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사설] 분명한 과거사 사과 없이 ‘미래’만 강조한 한-일회담

등록 2023-05-07 21:38수정 2023-05-08 02:40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양국의 ‘미래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관심을 모았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정부 차원의 반성과 사과의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평가할 수 있지만, ‘물컵의 남은 반’을 채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3월에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명확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역대 내각의 입장’에는 “뒤세대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아베 담화까지 포함되는 만큼, 이를 사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사견을 전제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유감을 표했다. 양국 정상은 이달 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 일부 진전은 있지만 한국이 기대한 ‘성의 있는 호응’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쪽을 두둔했다.
 
과거사 대신 양국 정상이 강조한 것은 경제·안보 협력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구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두고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 논의에 일본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유사 동맹’ 수준의 군사적 밀착을 가속화한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우리 쪽 전문가의 현장 파견 및 시찰에 합의했다.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은 오염수 문제를 자체 검증할 기회가 마련됐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방류 여부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자칫 일본 정부의 명분 쌓기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유념해야 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12년 만에 일본 총리가 양자 회담을 위해 방한하면서 ‘셔틀외교’ 복원을 대외적으로 알린 자리가 됐다. 양국 정상은 ‘미래’를 앞세우며 경제·안보 협력을 내세웠지만, 과거사 문제는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인 만큼 무조건 덮어두고 갈 사안이 아니다. 발전적 한-일 관계는 명확한 역사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시다, 시늉만 낸 ‘호응’…강제동원 적시 않고 “가슴 아파”

등록 2023-05-08 05:00수정 2023-05-08 09:39

장예지 기자 

한일 정상회담
“당시 힘들고 슬픈 경험…” 덧붙여

‘강제동원 피해자냐’ 되묻자 답 피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올해 두번째로 한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사죄나 반성 표시는 없이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개인적 안타까움을 표시하긴 했으나, 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놓은 우리 정부가 기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처’에는 못 미쳤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1998년 10월에 발표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며 “이와 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발표한 내용과 동일하다. 이는 ‘반성과 사죄’ 표현은 빠진데다, ‘미래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지게 할 수는 없다’는 2015년 8월 아베 담화까지 포괄하는 것이어서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은 채 이들의 아픔에 감성적으로 ‘공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개인적 의견임을 밝혀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고자 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 결단으로 지난 3월6일 발표된 (강제동원 해법) 조처에 관한 한국 정부 대응에 진전이 이뤄지며 많은 분들이 미래를 위해 마음 열어주신 점에 감동받았다”며 “저는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혹독한 환경 아래의 분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를 의미하느냐는 한국 기자 질문에 확답을 피한 채 “그 당시 굉장히 힘들었던 분들에 대한 저의 개인적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그마저도 사적 의견으로 정리했다.
 
겨레하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정의기억연대 등이 소속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등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시다 총리의 이번 표현은 강제동원을 여전히 ‘합법적인 징용’이라고 보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 유네스코 등재 당시 일본 대사는 “많은 한국인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곧바로 말을 바꿔 이같은 노동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했고, 당시 외무상이 기시다 총리였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면서 “3월에 윤 대통령께서 나타내신 결단력과 행동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며,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들의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윤 대통령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추어올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과거사 언급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며 감사 표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소인수회담 때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관련 언급을 듣고 ‘한국이 먼저 요구한 바 없는데 먼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이것은 한-일 미래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과거사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미래 협력을 위해 한발짝도 내디뎌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저는 과거 양국관계가 좋았던 시절을 넘어 더 좋은 시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두고 ‘역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물잔의 반을 채워야 한다고 했을 때, 과거사 인식 문제는 도쿄 회담 때보다 더 뒤처진 것 같다”며 “사과를 바라는 한국의 기대와 달리 사적 소회 정도로 피해자 아픔을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반면, 조진구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인의 감정을 배려해 감성적 표현을 한 것 같다. 총리로서 개인적 소회를 밝힌 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민주당 "尹, 국민 앞에서 일본 입장 대변"…국민의힘 "한일관계 새場"

[곽재훈 기자(입력 2023. 5. 7. 19:35 


野 "기시다, 강제동원을 '어려운 때 힘든 경험'으로 얼버무려…반성·사과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7일 서울 정상회담에 대해 "희대의 굴종외교"라며 맹비판을 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강선우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양국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 한 마디에 오늘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며 "누가 윤 대통령에게 강제동원을, 위안부 문제를, 우리의 아픔을 '퉁치고' 넘어갈 자격을 주었나. 누가 용서할 자격을 주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보편적 인권 문제인 대한민국 역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굴욕외교를 계속하겠다며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국민 앞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기시다 총리에 대해서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얼버무렸다"며 "이마저도 개인의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과 역시 없었고, 강제성에 대한 인정 또한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하는 한일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양국 공동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방류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관철하지 못했다"며 "현지 시찰단을 파견하는 데에 양국이 합의한 것에 의의를 두지만, 오히려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명분만 쌓아주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역사성을 망각한 윤 대통령의 망언은 희대의 굴종외교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역사를 외면한 대통령, 역사를 내다 판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유상범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한일 간 우호적 셔틀외교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고 긍정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지난 3월 합의했던 안보 협력 분야와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 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우리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시찰단 파견에 합의하는 상과를 이루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엄중한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북한의 핵 고도화 위협 속에서 워싱턴 선언에 이어 진일보한 한일 관계는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확고한 안보태세를 구축해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 국민의힘은 "한일 양국 간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기시다 총리는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 대한 계승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이제는 궤도에 오른 셔틀외교를 통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으로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 된다"고 과거사 문제가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후쿠시마 시찰해도 오염수 개입엔 한계…“들러리 설 우려”

등록 2023-05-08 05:00수정 2023-05-08 08:57

대통령실 “단순히 둘러보는 것 아냐” 강조했지만
기시다 “IAEA 최종보고서 반영, 절차 진행” 밝혀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방류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한 것을 두고 “단순히 (현장을) 둘러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한국 정부가 시찰 이후 실질적으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위한 일본 정부의 명분 쌓기에 들러리를 섰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를 발표하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 현장 내 물탱크에 보관해온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뒤 올여름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화 처리로도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트리튬) 농도가 안전기준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오염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서 내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환경단체들은 인체 암 유발 가능성 등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농축 등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다며 무조건 방류를 추진하는 건 섣부르다며 반대해왔다. 특히 방사능 오염 분야의 저명 학자인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삼중수소와 관련한 과학 문헌 70만여 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사실상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이 단순한 시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일대일로 별도의 시찰단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한국 국민의 건강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찰단에) 어떤 구성원이나 과학적 기법이 채택될지는 논의해봐야 하겠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법을 참고하고 문제 될 수 있는 성분을 조사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일본 <교도통신>은 두 나라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한국 시찰단이 오는 2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선 오염수의 해양 방류와 관련한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 그룹의 최종보고서 발표 시점(6월 목표)에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21년 국제검증단을 구성한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 6일 방류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중간보고서를 내는 등 오염수를 희석 방류할 경우 농도가 미미하다는 일본의 주장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국제원자력기구의 ‘국제 검증’을 여론의 방패막이로 삼아왔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회견에서 “국제원자력기구 최종보고서를 반영시켜 국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때 한국과도 의사소통하면서 이런 움직임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을 기반으로 방류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비쳤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면죄부를 주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관련한 압박을 재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가 당면 과제이기 때문에 양국이 먼저 이 문제에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 부분이 논의될 기회가 있다면 후쿠시마 오염수와 같은 입장으로 접근하게 될 것 같다”고만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합의를 두고,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들러리를 서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한·일 양국 정상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선언하고, 장기 보관 해법을 논의했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를 위해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의 명분을 쌓아주는 공범으로 전락했다”는 성명을 내놨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도 “방사성 물질이 어떠한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느냐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언급 없이 현장 시찰을 하는 것은 무의미한 요식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에 대한 명분 쌓기에 한국 정부가 도와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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