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기시다, 사견 전제 징용 유감 표명…공식 사죄는 없어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 고통에 마음 아파…역사인식 계승"
자국 내외 상황 고려한 절충안인 듯…2015년 외무상 시절엔 '사죄·반성' 언급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7 kane@yna.co.kr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사견임을 전제로 일제 강점기에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고통스럽고 슬픈 생각을 갖게 된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이후 이러한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그는 서울에서도 과거사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사죄'와 '반성'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3월에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명확히 말씀드렸다"며 "이러한 (일본) 정부 입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용 해법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셨다는 사실에 감동했다"면서 일제 강점기에 고통과 슬픔을 겪은 한국인들에 대한 유감을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한 말인지에 대한 한국 기자의 질문에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지난 3월 6일 징용 해결책을 발표한 이후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말을 공식처럼 반복해서 사용해 왔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담겼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용 해법이 공개된 이후 기시다 총리가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대신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만 밝히는 것은 한국이 강조한 '성의 있는 호응'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집권 자민당 내에서 자신이 이끄는 파벌의 세력이 약해 한국에 대한 사죄 언급을 반대하는 보수파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징용 해법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을 고려해 사견임을 전제로 에둘러 유감을 표명하며 다소 진전된 과거사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방식의 유감 표명은 사죄나 반성 언급에 따른 자민당 보수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한국 정부의 징용 해결책을 지원하려는 절충안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이 명확한 사죄 언급을 바랐던 징용 피해자와 한국 내 반대 여론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을 일본에 제시하며 관계 개선의 의욕을 드러낸 만큼 기시다 총리의 확실히 진전된 과거사 발언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강조한 1998년 한일 공동선언뿐만 아니라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을 통해서도 사죄와 반성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2005년 아시아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고, 간 나오토 전 총리도 2010년 한국 식민 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피해를 언급하면서 사죄했다.
역사수정주의 노선을 강화한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015년 8월 전후 70년 담화에서 "일본은 거듭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사죄와 반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 시절이던 2015년 12월에 한국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을 때 공동 기자회견에서 총리 명의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사설] 분명한 과거사 사과 없이 ‘미래’만 강조한 한-일회담
등록 2023-05-07 21:38수정 2023-05-08 02:40

기시다, 시늉만 낸 ‘호응’…강제동원 적시 않고 “가슴 아파”
등록 2023-05-08 05:00수정 2023-05-08 09:39
한일 정상회담
“당시 힘들고 슬픈 경험…” 덧붙여
‘강제동원 피해자냐’ 되묻자 답 피해


민주당 "尹, 국민 앞에서 일본 입장 대변"…국민의힘 "한일관계 새場"
[곽재훈 기자(입력 2023. 5. 7. 19:35
野 "기시다, 강제동원을 '어려운 때 힘든 경험'으로 얼버무려…반성·사과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7일 서울 정상회담에 대해 "희대의 굴종외교"라며 맹비판을 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강선우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양국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 한 마디에 오늘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며 "누가 윤 대통령에게 강제동원을, 위안부 문제를, 우리의 아픔을 '퉁치고' 넘어갈 자격을 주었나. 누가 용서할 자격을 주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보편적 인권 문제인 대한민국 역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굴욕외교를 계속하겠다며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국민 앞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기시다 총리에 대해서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얼버무렸다"며 "이마저도 개인의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과 역시 없었고, 강제성에 대한 인정 또한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하는 한일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양국 공동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방류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관철하지 못했다"며 "현지 시찰단을 파견하는 데에 양국이 합의한 것에 의의를 두지만, 오히려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명분만 쌓아주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역사성을 망각한 윤 대통령의 망언은 희대의 굴종외교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역사를 외면한 대통령, 역사를 내다 판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유상범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한일 간 우호적 셔틀외교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고 긍정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지난 3월 합의했던 안보 협력 분야와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 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우리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시찰단 파견에 합의하는 상과를 이루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엄중한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북한의 핵 고도화 위협 속에서 워싱턴 선언에 이어 진일보한 한일 관계는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확고한 안보태세를 구축해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 국민의힘은 "한일 양국 간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기시다 총리는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 대한 계승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이제는 궤도에 오른 셔틀외교를 통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으로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 된다"고 과거사 문제가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대통령실 “단순히 둘러보는 것 아냐” 강조했지만
기시다 “IAEA 최종보고서 반영, 절차 진행” 밝혀

'한.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법정에 선 일본인 ‘위안부 증인’…“일본 정부가 장애물” (0) | 2023.05.16 |
---|---|
“기억하고 속죄해야” 오에 겐자부로가 남긴 ‘일본의 양심’ (0) | 2023.05.16 |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관련 시민단체와 정당 입장발표 공동기자회견 (0) | 2023.05.10 |
‘윤 대통령, 후쿠시마 수산물마저 들여오면 어쩌나’ 불안한 시민들 (0) | 2023.04.30 |
“윤석열식 제3자 변제, 세계 외교사 기록될 문제적 해결책” (0) | 2023.04.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