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꼭 다시 만나자"…이태원 참사 49일 추모제
2022-12-16 22:20
유가족·시민들 사고 현장서 추모…"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기를"
"공식 사과·진상규명" 촉구…정치권 망언에 분노도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2022.12.16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가끔은 언니 보러 와줘. 언니 꿈으로, 언젠가는 언니 자식으로 찾아와줘. 영원히 사랑한다. 내 동생."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9일째가 되는 이날 압사 참사의 현장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이름으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
영하의 한파에도 유가족뿐만 아니라 고인의 안식을 빌려는 시민들이 이태원로 4개 차로와 양옆 인도를 가득 메웠다. 손에는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고 쓰인 팻말이나 촛불을 들었다.
추모제는 4대 종단(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종교의식으로 시작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무대 스크린에는 희생자 159명의 사진과 이름이 띄워졌다. 환한 얼굴로 가족, 친구들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이들의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은 통곡하기 시작했다. 가슴을 치며 먼저 가버린 자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부모의 울부짖음이 이태원로를 메웠다.
친구의 생전 모습을 본 이들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며 "사랑해"를 외쳤다. 시민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주시했다. 간간이 "힘내세요"라며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다음 세상에서는 더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거라"
고(故) 이지한씨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무대에 올라 추모사를 하기에 앞서 이렇게 외쳤다.
이씨는 "49재에 고인을 위해 정성을 담아 제사를 올리면 좋은 곳에서 다시 사람으로 환생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기를 빌며 오늘만큼은 최대한 경건하게 가장 소중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본다"며 겨우 말을 이어갔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2.12.16 nowwego@yna.co.kr
딸이나 아들, 형제자매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다른 유가족 역시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낭독했다.
"행복한 것만 생각하며 훌훌 날아가렴. 그리고 꼭 다시 가족으로 다시 만나자.", 희생자 13명의 사연이 전해지는 동안 유가족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애끊는 슬픔 가운데 분노도 섞여 나왔다.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는데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사고 당일인 10월 29일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출동하지 않은 경찰, 유가족을 향해 혐오 발언을 쏟아낸 정치인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다.
이종철 대표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기에 우리의 분노는 치밀어 오른다"면서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이 우리 유가족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김지현씨 어머니 김채선씨는 "누가 감히 놀러 갔다가 사고가 난 거라고 비난하며 잔인하게 2차 가해를 하고 손가락질을 하느냐"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2022.12.16 nowwego@yna.co.kr
유가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정부는 부모들 허락도 없이 마약검사를 하는 이해하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며 "휴대폰과 신분증이 있는데 왜 시신을 12시간이나 방치했으며 사고 당시에는 왜 쏟아지는 인파를 골목으로 다시 밀어넣었느냐"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도 공동호소문에서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다며 국가 책임 인정과 윤석열 대통령 공식 사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추모 공간 마련, 피해자 종합적 지원 대책, 2차 가해 방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추모제나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역시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이형빈(26)씨는 "사고 전에는 안전 대책을 수립하지 않더니 사고 후에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증거를 지우기 바쁘지 않느냐"면서 "하루빨리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심현우(43)씨는 "이태원참사 이후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 공직자들이 막말하는 걸 보고 분노를 참기가 힘들었다"며 "장관이나 대통령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 이를 정쟁 도구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추모제에 앞서 이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과 7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각각 추모행사를 엄수했다.
rambo@yna.co.kr
저녁 6시34분 불 꺼진 이태원에 울린 음성 “압사당할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 49일째인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영하의 추위에도 시민들은 이곳을 찾아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행사는 불교를 비롯해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단체들의 추모 의식으로 시작됐다. 추모제 중간 희생자들의 명단과 가족의 편지가 화면에 등장했고 이를 본 유족과 시민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 하나 외쳤다. 고(故) 이지한씨의 모친은 이 자리에서 자장가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녁 6시34분이 되자 전광판과 LED 촛불이 꺼지고 “모두 함께 추모”라는 진행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적막을 깬 건 참사 당일 112에 첫 신고를 한 시민의 음성이었다. 첫 신고자는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라고 말했다. 저녁 6시34분은 압사를 언급한 112신고가 처음 들어왔다고 경찰이 발표한 시각이다.
앞서 공개된 112 첫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 신고자는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올라오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위험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그 올라오는 그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라며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빼고,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 다음에 안으로 들어오게 해줘야죠.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막 쏟아져서… 압사당할 것 같아요”라고 강조했다.
시민추모제 무대에 오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대표발언을 통해 “누구는 밥 먹으러 갔다가, 회의하고 나오다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다가, 친척집에 왔다가 그 골목으로 그냥 지나갔을 뿐인데 왜 우리의 자식들이 어떻게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국가는 아직도 설명하고 있지 않다”며 “특수본 수사도 참사 49일이 지났는데도 뭐 하나 또렷한 게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기를 빌며 오늘 만큼은 최대한 경건하고 가장 소중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본다.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대책위는 공동호소문을 통해 ▲국가책임 인정·대통령 공식 사과 ▲피해자 참여 속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태원 참사 기억과 희생자 추모 위한 공간 마련 ▲피해자 소통 보장 및 인도적 지원 등 종합 지원 대책 마련 ▲2차 가해에 대한 적극 방지대책 마련 ▲재발 방지 및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추모제에 앞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했다. 아울러 유족들 서울 녹사평역 인근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참배와 헌화를 한 뒤 이태원 도로로 행진했다.


추모제에는 친인척 등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유가족이 참석했다. 유족 외에도 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들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시민추모제는 서울 뿐 아니라 광주, 울산, 경남 창원 등 전국 13곳에서 동시 진행됐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30일 2차 추모제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도로에서 열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778905&code=61121211&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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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2-12-17 17:15수정 :2022-12-1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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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이 너의 일"…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49재 봉행
진우스님 "희생자·유가족에 한 없는 위안줘야"
유가족들 오열 "미안해 아가야" "안전한 곳으로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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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봉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2.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이태원 참사 49일째를 맞은 16일 오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봉행됐다.
제단에는 유가족이 동의한 65분의 영정과 77분의 위패가 모셔졌다. 상에는 각종 과일과 전, 떡 등 제사음식을 비롯해 생전에 희생자들이 좋아하던 음식이 수북이 놓였다.
오전 10시. 범종을 158번 치는 추모 타종을 시작으로 49재가 시작됐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러 영단에 모시는 '시련' 의식이 거행됐고, 지현스님(조계사 주지)이 제단에 향을 올렸다.
뒤이어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장이 추모사를 통해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친구였고, 가족이었던 이들이 좁디 좁은 골목길에서 고통 속에 쓰러져갔다"며 "158명의 귀한 생명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냈다"며 제단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추모사가 진행되는 동안 앞자리에 앉은 유가족들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떨궜다.
속세에 남은 애착을 씻어내 영혼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는 '대령 관욕' 의식에 이어 희생자들의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의미의 바라춤이 이어졌다. 비구니 스님 2명은 자바라를 들고 구슬픈 태평소 연주에 맞추어 정성을 다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뒤이어 조계사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추모 법문을 통해 "우리 모두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드라망' 안에 다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라망은 '부처님이 세상 곳곳에 머물고 있음'을 뜻하는 불교 용어다.
이어 "나의 일이 너의 일이고, 너의 일이 나의 일"이라며 "우리 모두는 연가(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한 없는 위안을 줘야 한다"고 이태원 참사가 '우리 모두의 일'임을 강조했다.
특히 진우스님은 "예나 지금이나 왜 이처럼 크게 잘못들을 하는가. 길을 막아놓고서 수레를 만들려 하지 말라"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을 촉구는 의미를 담아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법문을 마쳤다.
법문이 끝난 후 회심곡이 울려퍼지고 스님과 유가족들이 차례로 제단에 올라와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 앞에 예를 갖췄다. 자식의 영정 앞에 선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며 목 놓아 울었다. 또 다른 어머니도 망연한 표정으로 영정을 바라보면서 한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는 남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오열했다.
뒤이어 故 이지한 배우의 어머니인 조미은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조계사에서 저희 아들·딸들을 편히 보낼 수 있게 해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실 오늘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이승과의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온다"며 "하지만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름다운 말만 하려고 한다"며 울먹이며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가 낭독되는 동안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며 조용한 울음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마지막으로 희생자들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보내는 '소전 의식'이 진행됐다. 소전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미안해 아가야" "안전한 곳으로 가렴" "하고 싶은 것 다하렴"이라고 울부짖었다. 이를 지켜보던 신도들과 시민들도 함께 울며 통곡소리가 조계사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한편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약 1만명이 참가하는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chohk@news1.kr
눈 펑펑 눈물도 펑펑…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만리재사진첩]
등록 :2022-12-15 16:02수정 :2022-12-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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