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김정은 방중·정상회담 보도 시진핑 “북의 중요한 노력 높이 평가한다” 김정은 “한·미 선의 보이면 비핵화 해결 가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이 중국 관영매체에 28일 보도됐다.
신화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5~27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6일 정상회담을 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른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오전 6시(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이 탄 열차가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간 가운데, 오전 7시30분 <신화통신>과 <중앙텔레비전>(CCTV) 등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김 위원장의 방북 및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조-중 우의와 양당·양국 관계를 거론했으며, 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꾸린 우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쪽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통적 우의를 심화시키기 바라며, 앞으로도 시 주석과 만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 쪽이 중-조 우의 협력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조선(북) 동지들과 더불어 ‘초심’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올해 들어 조선(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고, 조선이 중요한 노력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반도 비핵화 목표와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계속 건설적 구실을 하면서, 조선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반도 정세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기를 함께 추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는 주동적으로 긴장된 정세를 완화시키는 조처를 취했으며, 평화적 대화를 건의했다”면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북남관계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바꾸면서, 북남정상회담을 거행하고, 미국과 대화를 하고, 조(북)-미 정상회담을 거행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만약 남조선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답해와서 평화·안정의 분위기를 만든다면, 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담 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시 주석 부부가 주최한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중국 쪽에서는 리커창 총리, 왕후닝 중앙서기처 제1서기, 왕치산 국가부주석 등이 참석했으며, 딩쉐샹 정치국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정치국원, 궈성쿤 중앙정법위 서기, 황쿤밍 선전부장,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이 이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북한 쪽에서는 최룡해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박광호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리수용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이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계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북 제재, 나아가 주한 미군 규모 감축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신화통신과 CCTV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중 정상회담은 2011년 5월 김정일 전 위원장이 사망 전 중국을 방문해 가진 이후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취임 이래 해외 정상과 첫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긴장 국면을 완화하고 평화적 대화를 열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또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 힘을 다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북남 관계를 화해· 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북남,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한과 미국이 선의의 노력으로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해결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린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대화 모멘텀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북중 친선 관계를 "공통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지난 세대 지도자들은 북중 공통적 이념적 신념과 깊은 혁명 우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도왔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정세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오고 있다며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한 것을 높게 산다"면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둘의 만남은 김정은 위원장을 맞는 실내 열병식도 진행되는 등 공식적인 정상 회담의 모습을 제대로 갖췄다. 회담장에는 왕치산 부주석, 리커창 총리, 왕후닝 상무위원 등도 배석했다.
회담 후에는 시진핑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이 김정은 부부를 위해 환영 연회를 열었다. CCTV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시진핑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이 함께 다과를 즐기는 모습도 공개했다.
시 주석은 경축사를 통해 "봄을 맞아 김정은 동지와 이설주가 중국을 비공식 방문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며 "양국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형성하고 있는만큼 지평을 넓히도록 (중국은)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고 우호적 회담을 했다"며 "양국이 전통적 우위를 다지고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공통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간에 세계 흐름 속에서 북중 관계 전반을 공고히 하고 고위층 교류를 강화하고 전략적 소통을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날 시종일관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헤어지기 전 카메라 앞에서 손을 맞잡고 오랫동안 인사를 나눴다. 또 김 위원장 부부는 떠나는 차량 안에서도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고 시 주석 부부도 이들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손을 흔들었다.
이날 청와대는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이 29일 방한해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중 정상회담 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 한-미가 평화 조처 취해야” 시진핑, 김정은 초청 수락
집권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함께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5~28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26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북한과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른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남한과 미국이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보적(동시적)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조선중앙통신>과 <신화통신> 등 북·중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특별열차편으로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 일행은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에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중국 쪽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26일 베이징에 도착해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환영행사, 정상회담, 환영만찬을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시 주석과 오찬을 함께한 뒤 베이징을 출발해, 28일 아침 6시께(현지시각) 국경을 넘어 평양으로 귀환했다.
■ 한반도 비핵화 ‘유훈’ 강조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과 새로운 정세에 대한 의견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올해 들어 조선 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고, 조선이 중요한 노력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는 북남 관계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바꾸면서, 북남 정상회담을 거행하고, 미국과 대화를 하고, 조(북)-미 정상회담을 거행하기로 결심했다”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라 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첫 국제 외교무대에 나선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유훈)를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만약 남조선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답해 와서 평화·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보적 조치를 취한다면, 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한과 미국이 향후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어떤 조처를 요구하고, 이에 맞춰 북한에도 동일한 수준의 담보 조처를 해주는 ‘동시병행’ 방식으로 비핵화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한반도 정세, 주도적 긴장 완화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우리는 주동적으로 긴장된 정세를 완화시키는 조처를 취했으며, 평화적 대화를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반도 문제에서 계속 건설적 구실을 발휘하기를 바라며, 조선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노력해, 반도 정세가 완화의 방향으로 가도록 함께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중국에선 김 위원장이 한반도 정세의 급변과 관련해 “정의(인정과 의리)와 도의상 나는 즉시 시진핑 총서기를 만나 상황을 통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각에서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모양새라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 논란을 깔끔히 정리해주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 북-중 관계 전면 복원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 과정에서 삐걱거렸던 양국 관계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의 ‘혈맹’으로 전면 복원됐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회담과 이어진 만찬에서 ‘조-중 우의’와 ‘선대 지도자의 우의’를 유독 강조하고, 앞으로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비롯한 정상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결과물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지난 20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이 재선을 확정한 점을 축하하면서,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이는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라고 말했다. 향후 북-중 관계를 과거의 전통에 따라 풀어갈 것임을 강조한 셈이다.
시 주석은 “노(앞)세대 영도자들이 공동의 이상과 신념으로 정성껏 키워온 중-조 친선을 중시하고 끊임없이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며 확고부동한 의지”라며 북-중 관계의 중요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또 “조선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곳에서 나오는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이 앞으로 상호 방문, 특사 교환 등 정상급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점도 북-중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드러낸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 방북을 초청했고, “초청이 쾌히 수락됐다”고 밝혔다. 중국 쪽도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상호 방문” 등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 경제협력북-중 관계의 복원에 따라 두 나라 간 경제협력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비핵화 과정의 진전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현재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고, 조선 사회주의 건설도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진입했다”며 “조선 쪽과 함께 노력해 양국 인민의 복지를 부단히 증진시키고, 지역 평화·안정·발전을 위해 긍정적 공헌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조선 동지들이 정치적 안정을 수호하고 경제발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틀에서 벗어나진 않겠지만,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생필품 등 비군사적인 부분에서 제재를 풀어 북한이 숨 쉴 구멍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끼칠 영향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가 전면 복원되면서, ‘남-북-미’와 ‘남-북-중’이 겹쳐진 ‘이중 삼각대화’가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는 긴 과정이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신뢰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남-북-미와 남-북-중의 두 가지 대화 틀이 동시적으로 움직이는 게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라는 ‘출구’를 분명히 하고, 협상의 ‘입구’를 기존보다 넓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한 ‘동시병행 해법’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티브이>(CCTV)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 CCTV 캡처/연합뉴스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미뤄,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북쪽의 제의를 중국 쪽이 받아들이면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8일 “김정은 동지께서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초청으로 3월25일부터 28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비공식 방문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방중 일정을 3박4일로 밝힌 것은 기차편으로 이동한 시간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으며,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이 수행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여러 건의 관련 기사를 내놓고, “중국의 당 및 국가영도자들은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을 새 시기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높은 단계로 더욱 계승·발전시키기 위하여 역사적인 첫 중국 방문의 길에 오르신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를 열렬히 환영하고 최대의 성의를 다하여 극진히 환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비롯한 중국 쪽 인사들이 북-중 국경도시 단둥까지 나와 김 위원장 일행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하자, 쑹 부장은 “시 주석의 위임에 따라 베이징으로부터 왔다”고 답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쑹 부장은 지난해 11월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귀국한 바 있다.
이어 통신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는 행사가 26일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히 열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인삿말에서 “전례없이 격변하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새로운 정세 속에서 위대한 조중 친선의 오랜 역사적 전통과 혁명적 의리를 변함없이 지키며, 조-중 두 나라 관계를 대를 이어 훌륭히 계승 발전 시켜나갈 일념을 안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 짧은 기간 동안 우리들의 방문이 성과적으로 진행될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울인 습근평 총서기 동지와 중국의 당과 국가 지도 간부 동지들의 지성과 극진한 배려에 나는 깊이 감동되였으며 그에 대하여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최근 북쪽의 제의를 중국이 받아들이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내비친 셈이다.
시 주석도 환영사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물론 중국 공산당 8대 원로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자신의 부친인 시중쉰을 거론하며 북-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시 주석의 말을 따 “1983년 6월 김정일 총비서 동지께서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하시였을 때 나의 아버지가 김정일 총비서 동지를 역전에서 맞이하였고 모진 더위를 무릅쓰고 고궁참관에 동행했다”며 “내가 2008년 조선을 방문하였을 때 그이께서는 특별히 그에 대해 회고하셨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전통적인 중조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며 뿌리깊고 잎이 우거진 나무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줄기처럼 우리 두 당과 두 나라 인민에게 행복을 마련해주고 있다”며 “국제 및 지역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 쌍방은 세계발전의 큰 흐름과 중-조 관계 발전의 전반적인 국면을 튼튼히 틀어쥐며 고위급 래왕을 강화하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심화시키며 교류와 협조를 확대해나감으로써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들에게 행복을 마련해주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대북제재 국제공조 참여로 삐걱이던 북-중 관계가 전면 복원됐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통신은 연회에 앞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조-중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 정세관리 문제들을 비롯하여 중요한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회담은 허심탄회하고 건설적이며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방북 초청을 했으며, 시 주석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27일에도 오찬을 함께 했으며, 이후 김 위원장은 베이징을 출발해 단둥을 거쳐 평양으로 귀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
中, '남북미' 대화 테이블 바꾸나···복잡해지는 한반도 외교지형
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메일보내기
2018-03-28 11:30
中개입에 "부정적 요소는 아냐" 분석도···조정자 많은만큼 이해관계 조정역할 중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 사열을 받고있다. (사진=CCTV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중국 중앙TV는 28일 시 주석의 초청으로 김 위원장이 25~27일 방중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리용호 북한 외무성 등 고위급 인사들도 함께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같은 날 이 소식을 전하면서 "조중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 정세관리 문제를 비롯한 중요한 사안에 대해 깊이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시진핑 동지가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식방문해 주실 것을 초청했으며 초청은 쾌히 수락됐다"고 밝혀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커졌다.
◇ 이해관계 맞은 北中···영향력 과시하고 대미 협상카드 축적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줄곧 남한과 북한, 미국 중심으로 이뤄진 대화 국면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북중이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대화의 판이 커졌다.
중국에 있어 이번 북중 회담은 평창올림픽 이후 대화 국면에서 배제됐다는 국내 우려를 떨치고, 여전히 지역 현안에 대해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국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시진핑 2기 출범과 동시에 미중 간 무역문제 등 긴장이 높아지고 갈등 요인들이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관계개선은 미국과의 포괄적인 협상에서 중국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도 남북, 북미 회담을 앞두고 내부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북한이 대화의 틀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예정돼 있던 수순이지만 북미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전격 진행한 것은 '대미 관계에만 올인할 수는 없다'는 의사 표현이란 것이다.
한미의 허를 찌르는 '발빠른 행동'은 북핵 문제에 있어 주도권을 쥐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모습으로도 분석된다.
이같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한반도 비핵화 대화 국면은 중국의 전격 합류라는 변화를 맞게 된 셈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항상 남북미 대화구도보다는 궁극적으로는 6자회담 등 다자협의를 통해 북핵문제를 검증, 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이었다. 이번 북중 간 만남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중국은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北中 무슨 대화 나눴을까···비핵화·제재완화 등 한반도 정세 이야기 나눴을 듯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은 중국의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직접 그간의 논의과정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그간 북한의 대화 국면에서의 말을 들어보면 비핵화만 이야기하며 미국의 군사안보 영향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중국에 설명했을 것이고, 중국은 비핵화와 미국의 군사안보적 영향력 감소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 북미 대화의 주요 의제인 비핵화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에 따른 제재완화 전망도 공유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비춰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힘을 다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이 6·25 전쟁에 참전했던 정전협상의 당사국 중 하나란 점에서 종전 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오고갔을 가능성도 있다.
◇ 중국 합류로 긍정적 영향?···한반도 외교구상 더 복잡해질 듯
중국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데 대해 일단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이 그간 북핵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해 온 만큼 현재의 대화 국면에 부정적 요소는 아니란 평가다.
또 현실적으로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빼놓고 끝까지 남북미 체제 하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려운만큼 예상치 못했던 일도 아니란 것이다.
다만 북중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한미의 철저한 공조로 유지해 온 대북 제재가 느슨해 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부 제기된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두고 '한미 대 북중' 대결구도로 변질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북한은 앞으로 추가로 영향력을 넓히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다음달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북핵·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싼 각 국의 외교적 구상은 더욱 복잡해 질 것으로 보인다.
조정자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할수 있는 보다 세심한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한권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의 다자협의가 우리 정부의 구상에 이미 다 들어있다. 북한이 예상하지 못한 행동으로 주도권을 쥐려고 하더라도 원래 우리 정부의 구상대로 하나하나 전개해 가는 침착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반도 둘러싼 ‘그레이트 게임’ 시작됐다
등록 :2018-03-28 18:28수정 :2018-03-28 19:45
구한말, 한국전쟁 이어 새로운 세력 균형 찾기 시도중 북핵 위기 둘러싸고 남북, 주변 열강들 각축과 타협 북-중 밀착 속, 북-미회담 주고받기 성사가 분수령
한반도를 둘러싼 ‘그레이트 게임’이 막을 올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놓고 남북한과 주변 열강들의 외교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전격 합의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의 진전이다.
근대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다툼은 크게 3차례였다. 1차는 조선 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이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이고, 2차는 2차대전 뒤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발발이다. 3차는 1990년 전후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고립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면서 촉발된 위기를 둘러싼 새로운 세력 균형 체제 수립을 둘러싸고 진행돼 왔다.
북한이 핵개발을 담보로 한 벼랑끝 버티기를 하고,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경쟁국으로 부상하면서, 남북한과 주변 미-중-러-일 4대 열강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새로운 세력 균형 체제 수립을 타협점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조류는 2000년 최초로 실현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보름 남짓 앞둔 2000년 5월29일 중국을 극비 방문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갈등하던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향후 펼쳐질 새로운 동북아 판도에서 양국의 전략적 연대를 확인한 것이다.
6월 김대중 대통령과의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은 7월에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첫 정상회담을 했다. 7월부터는 베를린에서 북-미 외교장관 회담 예비 접촉을 시작했다. 북-미 양국은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의 방미를 계기로 평화체제 수립과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뼈대로 한 ‘조-미 공동성명’에 합의했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준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와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북-미 관계 진전이 완전히 파탄나자, 북한과 일본이 접근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그해 9월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역사적인 북-일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다음달인 10월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문제 삼으며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이에 중국이 나섰다. 2003년 8월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북핵 6자회담이 시작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 파병까지 수용하며 한반도에서 미국의 대화 조처를 이끌어내는 등 적극적 역할을 했다. 6자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 타결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향한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그 다음날 미국은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에 있던 북한 자금을 동결했다.
뒤이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북한에 대한 무시로 일관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6차 핵실험과 17번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고, 한반도 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위에서 셋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위에서 셋째)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는 모습으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한 사진이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평창겨울올림를 계기로 대화로 급선회한 한반도 주변 외교는 2000년의 외교에서 풀지 못하고 더욱 악화돼버린 과제를 풀어야 하는 ‘그레이트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주변 4강과 남북한의 샅바 싸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풀어야할 북-미 관계 정상화다.
북한은 핵 위기를 고조시키다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고, 다시 북-중 정상회담을 전격 개최함으로써 ‘게임 메이커’ 역할을 확보하려 한다. 중국은 한·미와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먼저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쌍방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세우고 함께 길러온 중-조 우의”를 수차례나 강조했다. 북-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다.
그동안 헛바퀴를 돌던 한-중-일 정상회담도 5월초에 열리면, 최근 흐름에서 소외된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의 방북처럼 주변 열강에 앞서가는 외교 행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역시 북한과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했던 2000년 이후의 행보를 재개할 것이다.
관건은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대가로 어떻게 체제 보장을 하느냐이다. 이런 맞바꿈의 성사 여부와 양상이 한반도와 그 주변의 새로운 세력 균형 체제 수립을 좌우할 것이다.
☞‘그레이트 게임’이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주도권을 두고 벌였던 패권 다툼에서 유래했다. 20세기에는 중동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도 쓰였다. 주요 지역에 대한 영향력과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경쟁을 뜻하는 용어로 정착됐다.정의길 선임기자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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