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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우리는 하나의 언어를 가진 하나의 민족-‘미리 만나는 겨레말 작은사전’을 소개하며

by 무궁화9719 2023. 7. 22.

우리는 하나의 언어를 가진 하나의 민족-‘미리 만나는 겨레말 작은사전’을 소개하며

[기고] 이미혜 교사

  • 기자명 이미혜 
  •  입력 2023.07.16 12:42
  •  수정 2023.07.16 16:03
미리 만나는 겨레말 작은사전 [통일뉴스 자료사진]

 

겨레말큰사전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남북 교류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들어 본 적 있다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 적 이야기냐고, 이미 중단되거나 폐기된 사업이 아니냐는 반문이 돌아오지 않을까. 남북 간의 교류가 전면 중단된 지 너무도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겨레말큰사전 남부공동편찬사업은 2005년에 시작되었다. 그 해 2월 남과 북의 국어학자들이 금강산에 모여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이념과 체제를 넘어 통일 국어 대사전을 함께 편찬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전의 이름은 ‘겨레말큰사전’으로 정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9년 평양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가 김일성 주석과 통일국어사전을 편찬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 당시 문 목사의 방북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이었고 그 대가로 문 목사는 7년 형을 선고받아 5년을 복역했다. 그 해 문 목사 외에도 황석영 작가와 임수경 전대협 대표, 문규현 신부의 방북이 이어졌고, 이들의 금단의 벽을 넘은 파격적 행보는 정부가 독점해 온 통일 논의와 남북 교류에 파열음을 내고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김 주석과 문 목사의 약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문 목사 방북 이후 다시 15년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2004년 3월 비로소 남측의 (사)통일맞이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의향서를 체결했고, 2005년 2월 남과 북의 편찬위원들이 금강산에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2006년 1월 편찬 사업을 전담하는 기구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족어 동질성 회복과 언어 통일 준비라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남과 북, 해외 동포 사회의 언어를 아우르는 방대한 사업이 닻을 올린 것이다. 2007년 4월에는 특별법이 제정되어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도 담보하게 되었다. 같은 해 10.4 남북정상회담으로 무르익은 남북 교류의 분위기도 편찬 사업의 순항을 뒷받침했다.

 

그 이후 2015년 12월까지 25회에 걸쳐 서울, 평양, 개성, 금강산, 베이징, 선양, 다롄을 오가며 남북공동편찬회의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뒤인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고, 2010년에는 5.24 조치로 민간의 남북 교류도 중단된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역시 남북 관계 경색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결국 2015년 12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25차 회의가 마지막 회의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2016년 박근혜 정부 하에서 남북 관계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 공단이 폐쇄되면서 남북 간 모든 교류와 협력 사업은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었다. 이후 남측 편찬위는 남북공동회의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찬 사업의 나머지 작업 공정을 진행해 왔다. 2021년 3월 종이 사전 형식의 임시 제본을 제작하고 4월에는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전시도 하였다. 남북공동편찬회의의 재개를 기다리는 한편, 회의가 재개되면 지연된 편찬 사업을 빠르게 완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간의 성과를 모아 ‘큰사전’이 아니라 ‘작은사전’을 펴냈다. 사전의 이름은 ‘미리 만나는 겨레말 작은사전’.

사전은 청소년을 주독자층으로 설정해서인지 산뜻하고 예쁜 표지와 시원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활자가 인상적이다. 표제어를 크고 굵은 글씨체로 표기하여 가독성을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올림말은 남측 청소년과 일반 국민이 남북의 언어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사전 편찬 취지를 고려하여 선정 수록하였다. 북측의 일상생활 용어와 교과서 용어, 기초 전문용어, 관용구와 속담 등 3,000여 개를 수록하였으며, 출현 빈도가 높은 말을 우선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북녘말과 남녘말이 다른 경우에는 남녘말도 올림말로 수록하였다. 또 남과 북이 함께 쓰는 말이라도 뜻과 쓰임에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없다’를 찾아보면, ‘① 필요가 없다’는 뜻과 ‘② 꺼리거나 걱정할 것 없이 괜찮다’는 뜻을 제시한 후, 돋보기 해설을 달아 남에서는 흔히 ①의 뜻으로, 북에서는 흔히 ②의 뜻으로 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일없다'를 찾아보면 ‘① 필요가 없다’는 뜻과 ‘② 꺼리거나 걱정할 것 없이 괜찮다’는 뜻을 제시한 후, 돋보기 해설을 달아 남에서는 흔히 ①의 뜻으로, 북에서는 흔히 ②의 뜻으로 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남북간 언어 차이에 대해 설명을 달아 이해를 높인 점은 이 사전의 최고 장점이 아닌가 한다. [사진-이미혜]
 

이 돋보기 해설, 즉 돋보기 표시를 하고 남북간 언어 차이에 대한 설명을 달아 이해를 높인 점은 이 사전의 최고 장점이 아닌가 한다. 이 사전 하나만 있으면 북녘 친구가 내뱉은 ‘일없다’는 퉁명스런 대답에 마음 상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언어 차이로 인한 사소한 오해가 초래할 의사소통의 장애를 해결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남녘말과 북녘말이 달라 대응쌍이 있을 경우에는 대응어를 올려놓았다. 남녘말 패스워드에는 통과암호가, 로그아웃에는 망 차단이 북녘말의 대응어로 올라 있다. 북녘말 수지연필에는 샤프펜슬이, 원주필에는 볼펜이 남녘말 대응어로 올라 있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들이 이렇게 다르다니……. 그러다가 북녘말 깜빡이의 대응어가 남녘말 방향등이라는 사실에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남녘 사람들도 일상에선 깜빡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더 많이 쓰지 않는가. 때론 우습기도 하고 때론 서글프기도 하고, 어쨌든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전을 찾으며 살짝 당황했던 것은 자모 배열 순서가 다른 점이었다. 사전은 남북이 합의한 자모 배열 순서와 표기 규정 등의 어문 규정을 따르고 있어 깜빡이를 찾으려면 초성자 ㅎ 다음 항목으로 가야 하고, 패스워드는 ㅍ 항목에서 중성자 ㅣ 다음에 찾아야 한다. 사이시옷과 두음법칙 등 아직 공동 합의에 이르지 못한 어문 규범들은 남북 양측의 규범이 함께 적용되어 있다.

 

학교에서 문법을 가르치면서도 애매하거나 논란이 되는 어문 규정들로 인하여 툭하면 국립국어원을 찾곤 하는데,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어문 규정들로부터 공동 어문 규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논의하고 합일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얼마나 지난했을 것인가. 사전을 보는 마음이 뭉클해진다. 차이점이 많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남북이 더 많이 만나 통일 어문 규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통일의 초석을 닦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이미 통일로 가는 길인 것이다.

 

여러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감동시킨 명장명은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남북의 정상이 단 한 명의 수행 비서도 없이 둘이서만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남북이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하나의 민족임을 전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준 최고의 인증샷이었다. 아울러 남북의 언어 및 언어 문화의 통합이 왜 중요한지 이보다 더 명백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어렵게 키워 온 남북 교류의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어 이젠 기억조차 아련해져 버린 지금, 급기야 통일부가 통일 방해부가 되기를 선언하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런 때에 시류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미리 만나는 겨레말 작은사전’이 천연덕스럽게 세상에 나왔다. “이 작은 사전이 남북의 언어 문화를 이해하고 통합하려는 큰 뜻을 이루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머리말을 달고서 말이다.

 

‘민족의 언어 유산을 집대성하고 남북의 언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라고 겨레말큰사전을 소개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홈페이지에는 “겨레말은 겨레얼입니다”란 문구를 대문짝만 하게 걸어 놓고 있다. 마치 겨레얼이 위기에 처한 작금의 상황을 향해 내리치는 죽비 소리인 듯하다.
 
그래서 감히 말하고자 한다. ‘미리 만나는 겨레말 작은사전’은 겨레얼 저장소이자, 미리 만나는 통일이다. 집집마다 한 권씩 비치한다면 남북공동편찬위원회의 작은 소망대로 ‘겨레말작은사전’을 남북이 공동으로 펴낼 날을 앞당길 뿐 아니라, 남과 북의 말과 글의 통일에 이바지할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실현시킬 영험한 주문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남과 북이 함께 보는 '겨레말사전'을 기다리며

[신간소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펴냄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입력 2023.07.03 18:11
  •  수정 2023.07.04 09:02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 태학사, 951쪽, 2023.6.28 [사진제공-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사업회, 이사장 민현식)가 최근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을 펴냈다.

 

지난해 10월 'ㄱ-ㅁ'까지 보급판으로 출간한 것을 이번엔 'ㄱ-ㅎ' 까지 보완해 통합판으로 펴낸 것.

 

사업회는 지난 2005년 2월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기로 합의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인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시작한 이래 18년간 축적한 성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겨레말작은사전' 편찬을 추진해 왔다.

 

이번 통합판 '겨레말작은사전'에는 청소년과 일반 국민이 남북 언어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어휘를 선정해 △북측 일상생활 용어와 교과서 용어 △기초 전문용어 △관용구와 속담 등 3,053개의 올림말을 수록했다.

 

특히 남북공동편찬회의에서 합의한 '겨레말큰사전' 자모 배열순서에 따라 남북 사전의 뜻풀이, 용례, 남북 대응어와 삽화, 남북 언어문화에 대한 정보를 충부하게 담았다.

 

또 남북이 다르게 쓰는 자모 이름과 순서, 생활용어, 국가명, 교과서 용어와 남북의 학제 등은 부록에 덧붙여 소개했다.

 

민현식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이 작은 사전이 남북의 언어문화를 이해하고 통합하려는 큰 뜻을 이루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면서 "통일의 주역이 될 다음 세대안 남녘의 청소년과 일반 국민이 남북의 언어문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겨레말작은사전'은 학교와 시도교육청, 전국 도서관, 통일관련 기관 등에 우선 배포되었고 향후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책으로 펴내 온라인 서점과 전자도서관, 사업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사업회는 그간 편찬성과를 바탕으로 2021년 3월 북측과 협의를 위해 '겨레말큰사전' 가제본(총 10권 1질, 1만7,810쪽)을 제작했다. 

 

이 가제본에는 1만5,000여개의 관용구와 속담, 그리고 1만1,000여점의 삽화를 함께 수록해 장차 완성될 '겨레말큰사전'의 모습을 갖추었다.

 

여기에는 남북이 합의한 자모배열 순서와 표기규정 등 어문규정이 적용되어 있으나, 사이시옷과 두음법칙 등은 미처 합의에 이르지 못해 부득이 양측 표기규범이 함께 적용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난 2021년 4월부터 지금까지 국회에 전시되고 있는 가제본은 앞으로 남북공동편찬회의가 재개되어 미합의 원고와 사이시옷, 두음법칙 등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면 '겨레말큰사전'의 조속한 편찬 작업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고, 명실공히 '겨레말큰사전' 완성본을 정식 출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해 남북이 합의한 어문규정은 이 사전에만 국한될 뿐 당장 남북의 언어사용에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앞으로 남북이 통일 어문규정을 만들어 나갈 때 매우 중요한 근거가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편, 남북은 지난 2005년 2월 금강산에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를 결성해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남북의 국어학자들은 통일시대의 핵심과제가 △언어문화의 차이극복 △한민족공동체 정신의 정교한 복원에 있다고 선언하고는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에 착수했다.

 

그때부터 2015년까지 남북은 서울, 평양, 개성, 금강산, 베이징, 셴양, 다렌 등을 오가며 25차례의 남북공동편찬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8년째 26차 회의가 개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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