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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배상도 없었다…일본에 완벽히 ‘면죄부’ 준 정상회담

by 무궁화9719 2023. 3. 17.

사과도, 배상도 없었다…일본에 완벽히 ‘면죄부’ 준 정상회담

입력2023.03.16. 오후 7:55
 
 수정2023.03.16. 오후 9:56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정상회담으로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를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일단락 지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안을 두 정상이 공식 확인하며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배상안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진전된 과거사 인식 표명, 적극적 배상 참여 입장 등은 없었다. 과거사 관련 핵심 사안 세 가지가 모두 빠진 ‘3무 회담’으로 피해자 반발 확산 등 후폭풍이 기정사실화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관련 핵심은 일본 측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한 한국 정부안을 두고 일본 측이 얼마나 ‘성의있는 호응’을 하느냐였다.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밝힌 배상안은 한국 정부가 만든 재단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재원을 모으되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는 명시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날 회담으로 강제징용 관련 명시적 사과와 피고 기업 참여에 선을 그으며 한국 정부안이 ‘반쪽 해법’임을 확인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사과는 없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새롭게 ‘사과’나 ‘사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의 과거사 관련 인식은 일본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 배상안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한 일·한 공동선언을 통한 역사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계승해나갈 것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배상안 발표한 지난 6일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말한 것을 되풀이한 셈이다. 기시다 총리가 말하는 역대 내각의 인식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내놓은 전향적인 입장은 물론 아베 신조 전 정부의 극우적 인식도 포함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이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했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빠졌기 때문이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은 “(오부치 총리대신이)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의 배상 책임 면제는 한국의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한국 측 재단이 ‘제3자 변제’ 형식으로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지급한 뒤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에 대해 윤 대통령이 명확히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구상권 청구와 관련한 일본 기자 질문에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라며 “구상권 청구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자유·인권·법치를 내세우면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존엄과 인권, 일본 피고 기업 배상책임을 확정한 한국 사법부의 최종 판결을 외면하는 모순적 행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2018년에 그동안의 정부 입장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선고됐고, 우리 정부는 이를 방치할 게 아니라 정부 일관된 태도와 이 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해 해법을 발표했다”고 대법원 판결 수용을 재차 거부했다. 행정부의 판단으로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으로 3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의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면서 강제징용 문제는 ‘끝나지 않은 문제’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배상안에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확산 기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 한·일관계를 두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시험대가 회담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논리를 수용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가 또다른 뇌관으로 부상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교도통신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형해화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외무상으로서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함께 합의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 주제는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해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며 기시다 총리의 요청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도쿄 |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尹 “제3자 변제는 내생각”…野 “굴욕외교의 몸통”

  • 기자명 조현호 기자 
  •  입력 2023.03.16 17:15

요미우리 인터뷰 “정치 전부터 생각…구상권 행사 않도록”
한반도 반격능력 보유, 독도영유권 안보문서에 “일본 이해”
정의당 “나라 팔아먹는 고백…일본 가서 돌아오지마라” 맹폭
민주당 “일본에 바짝 엎드려, 탄핵사유” “몰지각한 역사인식”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대일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며 향후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반도(북한) 반격 능력을 행사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안보 문서에 대해 일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도 해 큰 반발을 샀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나라를 팔아먹는 고백과 같다”, “일본에 가서 돌아오지 말라”, “군 통수권자가 일본에 바짝 엎드린 행위는 탄핵 사유”라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기업 대신 우리 정부 산하 재단이 부담하기로 한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국내 언론에 한 번도 설명한 적 없다. 유일하게 일본 요미우리신문에만 밝혔다. 요미우리는 9개면에 걸쳐 윤 대통령 인터뷰를 보도했다.

 

지난 15일자 요미우리신문 인터뷰 <한일우호의 출발점…윤 대통령 단독 인터뷰 상보> 전문을 보면, 윤 대통령은 일본이 환영하고 있는 이 결단을 내린 배경을 묻는 질문에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경제협력) 협정을 맺기 위해 1950년대부터 한일간 진행 과정이 있었고, 2018년 한국 대법원의 판결도 있다”며 “모순되거나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도,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요,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하는 책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거 강제징용과 관련해 1965년 협정이나 양국 정부 조치를 문제로 해서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 일은 없다”며 “그런데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사이의 정치·외교적인 양국 입장과 협정에 관한 사법부 해석과의 상반되는 부분은 정부가 지혜를 짜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사법부 판결을 한일청구권 협정에 모순되는 결정으로, 한일관계를 어렵게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단독 인터뷰를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사진=요미우리 사이트
 

윤 대통령은 “이번에 제3자 변제라는 해결법은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내가 정치를 하기 전, (검사라고 하는) 법률가로서 활동하고 있었을 때도, 이런 해결책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며 “강제징용 문제로 악화한 한일관계를 반드시 정상화해 발전시키는 것은 내가 대선에서 국민에 한 공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정권이 교체되면 약속도 뒤집는다는 우려가 있고, 제3자 변제도 장래, 한국의 재단이 일본 측에 지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내가 정치에 발을 디디기 전에도, 강제징용 해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이 (재단이나) 기금을 통한 해결이 바람직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왔고, 또 내가 취임한 이후 이 부분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서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해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나중에 구상권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해, 이번 강제징용 해결책에 관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이런 입장과 결론에 의해 변상이 된다면, 어쩌면 더 이상의 논의는 거둬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라고 밝혔다. 국내의 거센 반발을 두고 윤 대통령은 “물론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는 정치세력도 많이 있다”며 “그러나 나는 이런 대외관계, 외교관계를 국가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교문제를 국내 정치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안보에 관한 중요한 3가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결정하고, 반격 능력의 보유를 명시’한 것을 두고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상공)를 통과하는 안보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조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고 두둔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단독 인터뷰를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정치하기 전부터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안이며,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법을 검토해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요미우리 사이트 일부 강조 표시
 

보도 내용이 알려지자 거센 비판이 나왔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16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직접 만난 적 없는 윤 대통령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거부하는 제3자 변제안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고,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내(윤석열)가 생각한 것’이라며 일본의 칭찬을 갈구하기도 했다”며 “이 모든 굴욕외교, 외교참사의 기획자이자 몸통임을 스스로 고백했다”고 비판했다.

 

위 대변인은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생각으로 나라 전체를 팔아넘기고 있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라며 “대통령 한 사람의 생각만 달라져도 강제동원 해법책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공표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구상권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일본을 안심시킨 대목에 관해 위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까다로운 일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것을 과시했다”고도 했다.

 

위 대변인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역사를 지워 일본에 국익을 철저하게 챙겨주는 윤석열식 한일외교는 참으로 위험하다”며 “친일적 역사관과 오판으로 나라와 국민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를 이해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위 대변인은 “국군통수권자 자격을 포기했다”며 “일본 내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이 매우 좋다. 일본에 계속 계시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적 실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우리 국민이 아니라 일본을 향해 걱정 말라는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한일 관계가 어려워진 계기가 ‘2018년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삼권분립까지 위반하면서 일본에 납작 엎드린 것”이라며 “일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가 그렇게 강조하던 법치주의마저 능멸했다. 탄핵 사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와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담긴 안보문서 개정안을 이해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국군 통수권자가 일본의 동북아 평화 파괴와 제국주의 야욕에 박수를 친 것”이라며 “일본의 잘못을 합리화하다 못해 일본에 구걸까지 하는 윤 정부 인사들의 모습에 아연실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을 을사오적에 이은 ‘계묘오적’이라고 적은 팻말을 요즘 유행하는 그림이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 정도면 이완용의 부활을 넘어 ‘명예 일본인’이 아니냐며 반문할 정도”라며 “대통령이 대일외교를 통해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6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삼권분립 위반하면서 일본에 납작 엎드린 것은 탄핵사유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16일 기자회견장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 호감을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각종 현안에서 일본 입장을 지지했다”며 “친일 세일에 목숨 거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은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안 대변인은 제3자 변제안을 윤 대통령 자신이 생각한 것이라고 한 요미우리 인터뷰 내용에 “과거 보수정부에 비춰서도 퇴보한 ‘제3자 변제안’이 어떻게 튀어나오게 된 것인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며 “외교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 문제를 얼마나 잘 안다고 ‘제3자 변제안’을 덜컥 내놓은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한일청구권협정과 모순이 있다는 윤 대통령 주장을 두고도 “한마디로 대법원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어겼다는 인식”이라며 “몰지각한 역사인식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준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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