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돈줄 끊으려는 우크라 소행이었나…해저가스관 폭발에 ‘우크라 연루’ 새 정황
박세영 기자입력 2023. 5. 24. 05:48수정 2023. 5. 24. 05:48
유럽 탐사보도…“독일경찰, 러 아닌 우크라에 수사 집중”
“폭발직전 특수폭탄 실은 요트 접근…탑승자 중 2명 전직 군인 포함 우크라인”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과 관련해 독일 수사당국이 우크라이나 연루설과 관련한 새로운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을 비롯한 독일 매체와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 언론사들이 참여한 탐사보도 컨소시엄은 이날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의 수사에 진전이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9월 26일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발생했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직수출하는 주요 경로다. 노르트스트림 본사는 스위스에 있지만 최대 주주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다.
사건 전후 주변에서는 수중 작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소형 잠수함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해군 함정이 목격됐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BKA는 이들이 파괴공작의 배후일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KA는 대신 사건 발생 수주 전 독일 발트해 연안 최북단 로슈토크에서 폴란드 회사 명의로 대여된 요트 안드로메다호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안드로메다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당시 보른홀름 북동쪽 크리스티안소 섬에 정박해 있었고, 그 며칠 전에는 사건 현장에서 몇 마일 지점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선박에선 군용 등급으로 해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폭발물의 흔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독일 언론들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여권으로 독일에 입국해 안드로메다에 탔던 남녀 6명이 70m 해저에 폭발물을 설치할 수 있는 숙련된 잠수요원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SZ 등은 "독일 당국은 이번 공격이 국가안보기관의 도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안드로메다를 빌린 폴란드 회사는 표면상 여행사이지만 운영자로 우크라이나인 2명을 올려둔 채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요트에 탄 6명 중 2명도 각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오데사 인근 마을 출신의 우크라이나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인으로 지목된 요트 탑승자 가운데 26세 남성은 우크라이나군 복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보 전문가들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사건의 규모와 난이도를 고려할 때 잠수함 없이 요트 한 척과 6명의 인원만으로 그 정도의 파괴공작을 성공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의구심을 보여왔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노르트스트림 폭발은 우발적 사고가 아닌 고의적 파괴공작으로 결론났다. 이에 서방과 러시아는 사고 배후로 서로 상대를 지목했고,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 지불하는 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뒷받침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정황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 스웨덴과 덴마크, 독일은 개별적으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아직 주범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탐사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쉬는 미국 정부가 가스관을 터뜨렸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소행설을 내세우며 국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세영 기자
푸틴, 가스관 폭파 우크라 배후설에 "난센스…유럽, 주권잃었나"
김동호 기자별 스토리 • 32분 전
관련 서방 보도에 "美 아직도 獨 점령 중…얻어맞고 고개 조아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제공: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 해저가스관 폭파 사건에 우크라이나 측이 관련됐을 수 있다는 미국의 분석을 일축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미국과 독일 언론이 지난주 미국 관리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한 것을 가리켜 "완전히 난센스(말도 안 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처럼 깊은 수심에서 이뤄진 강력한 폭발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가의 잠재력으로 뒷받침되는 전문가들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해저가스관 폭파의 진짜 배후는 미국이고, 미국이 사건의 진상을 가리고자 사실과 다른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기존 러시아 주장과 일치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를 인용, 해당 폭발에 친(親)우크라이나 세력이 관련됐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유럽인들이 독립과 주권, 국익의 유전자를 잃어버렸다"며 "그들(미국)이 그들(유럽)의 코와 정수리를 때릴수록 그들(유럽인)은 고개를 더 조아리고, 그들(미국)은 더 크게 미소 짓는다"고 말했다.

노르트스트림2 해저 가스관 폭발 당시 가스가 새어 나와 해수면 위로 솟구치는 모습© 제공: 연합뉴스
또 "유럽 정치인들은 스스로 2차 세계대전 이후로도 독일이 완전한 주권국가가 아니었다고 발언해왔다"며 "소련은 어느 시점 군대를 철수하고 점령을 중단했지만, 미국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독일을 점령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움직임에 유럽이 종속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비꼬는 발언이라고 AP는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독일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이 진행 중인 진상조사에 러시아가 접근하지 못하게 한 점에도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폭발 지점에서 약 30㎞ 떨어진 가스관 파이프 접합부 인근에서 안테나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으며 이것이 아직 작동하지 않은 폭발장치의 작동을 위해 설치된 것일 수 있다면서 "덴마크 당국이 합동팀을 구성해 이 지역을 철저히 점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는 미국 공작” 미 언론인의 폭로
등록 :2023-02-09 17:53수정 :2023-02-09 21:08
정의길 기자
저명 언론인 허시 “미 해군 잠수부들이 폭탄 설치
2022년 6월에 폭탄 설치하고 9월에 폭파”
미 국방부는 즉각 부인, 러시아는 해명 요구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지난해 9월 누출된 가스 거품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보른홀름섬/로이터 연합뉴스
2021년 12월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미군 합동참모본부, 중앙정보국(CIA) 등 관계자들을 소집한 회의들에서 당시 고조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다가 이 공작이 결정됐다고 허시는 주장했다. 그 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부(CIA) 국장이 해군 잠수부가 포함된 공작 계획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허시는 “이 과정을 직접 알고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참가자들에게 명확해진 것은 설리번 보좌관이 이 그룹에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 계획 작성을 의도했고, 그가 대통령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공작팀은 지난해 초 “가스관을 날려버릴 방법이 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2월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더는 노르트스트림2는 없을 것이다”며 “우리는 그것을 끝장낼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해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허시는 미 행정부 인사들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유럽의 러시아 의존을 심화하는 한편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프로젝트로 보던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공작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나토는 이 사건을 “사보타주 행위”라고 규정했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조사관들도 가스관 파열은 “사보타주의 결과”라고 결론 내렸으나, 누구의 책임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서방 쪽에서는 러시아의 자작극, 러시아 쪽에서는 영국의 공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개런 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노르트스트림 폭파에 관여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마리아 자하로파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의 텔레그램 포스트에 “미국이 해명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폭파에 관여됐다는 믿음을 거듭 표명해왔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 기자로도 일했던 허시는 베트남전 때 미군의 미라이 양민촌 학살 등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저명한 탐사보도 언론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가스관 폭발, 바이든 지시" 폭로…중·러 발칵, 美언론은 침묵
김상진입력 2023. 2. 12. 15:01수정 2023. 2. 12. 15:07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의 폭발 배후는 미국”이라는 내용의 최근 미 80대 탐사전문 기자의 보도를 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진상 규명 촉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 주류 언론은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 백악관과 관련 당국은 해당 보도에 대해 “완전히 거짓이고 허구”라는 입장만 밝힐 뿐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는 상황이다.노
르트 스트림은 러시아에서 출발해 독일을 경유하는 대유럽 파이프라인가스(PNG)로 2011년부터 1호 가스관(노르트 스트림 1)이 운영되고 있었고, 2021년 말 완공된 2호 가스관(노르트 스트림 2)도 개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6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폭발이 발생해 언제 복구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탐사보도 기자 세이무어 허쉬(85)는 지난 8일(현지시간) 서브스택(저작물 유료 구독 플랫폼) 계정을 통해 “노르트 스트림 폭발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지시였다”며 비밀공작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올렸다. 허쉬는 베트남전쟁 당시인 1968년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담은 ‘미라이 학살’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이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내 가혹 행위 등 미국이 해외에서 저지른 각종 공작을 추적 보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랫동안 뉴요커에 기고해오던 허쉬는 지금은 독립 언론인으로 활동 중이다.허
쉬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해군 특수 잠수요원들이 지난해 6월 노르트 스트림 1ㆍ2 가스관 4개 중 3개에 C4 플라스틱 폭약을 설치했고, 3개월 뒤 미 중앙정보국(CIA)이 노르웨이군의 도움을 받아 폭발시켰다”고 보도했다. 동대서양ㆍ지중해를 관할하는 미 6함대가 지난해 6월 발틱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연례훈련(BALTOPS)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가스관에 폭약을 설치했고, 폭발 당일 노르웨이 해군의 P-8 ‘포세이돈’ 초계기가 일상적인 비행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떨어뜨린 소노부이(sonobuoyㆍ음파탐지 부표)를 통해 원격 신호를 보내 이를 폭발시켰다는 게 그의 보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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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미스터리' 취급"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노르트 스트림 2 건설 등과 관련해 각종 제재를 하며 계속 반대해왔다. 독일ㆍ프랑스ㆍ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들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미국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유럽에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위한 최대 걸림돌이 노르트 스트림이란 풀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미국은 유럽 각국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을 압박했고, 이에 가장 반대하던 독일도 국제사회의 비난에 처하자 결국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급격히 줄였다. 이와 관련, 허쉬는 “러시아가 수익성이 좋은 가스관을 파괴하려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반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가스관 폭발 나흘 뒤)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무기화를 없앨 엄청난 기회’라고 했다”며 미국 배후설을 강조했다.
허쉬는 기사에서 미국 주류 언론의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가스관이 폭발됐는데도 미국 언론은 이를 ‘미스터리’처럼 취급했다”며 “게다가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수리 비용 견적을 받았다는 사실과 관련해 ‘누가 공격 배후인지 알기가 복잡하다’는 식으로 문제의 핵심을 비껴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가스관에 대한 위협을 제대로 파헤친 미국 주요 신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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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적으로 국제조사 해야"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당사자인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정찰 풍선’ 이슈를 두고 골이 깊어진 중국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례가 없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기반시설 파괴 행위에 대한 공개적인 국제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고,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고 규탄받아야 할 행위”라며 “미국이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미 정부는 ‘음모론’이라며 맞서고 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허쉬 기자의 보도 당일인 지난 8일 “완전히 거짓이며 허구”라고 말했다. CIA와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허쉬가 익명의 취재원에 의존해 보도를 부풀린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보도에서 출처는 익명의 취재원 한 명뿐이어서 해당 내용을 확증할 수 없었다”며 “과거 허쉬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은 거짓이었다’고 폭로할 때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고 보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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