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만에 만난 남편, 수줍은 새색시 미소 그대로...
2015. 10. 1.

미안해요, 고마워요 |
기사등록 일시 [2015-10-20 18:20:06] |
【금강산=뉴시스】최동준 기자 = 20일 오후 북한 금강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이순규(오른쪽) 씨가 북측 남편 오인세 씨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1949년 결혼해 남편은 이듬해 6.25 전쟁터로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이순규 씨는 남편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결국 포기하고 매년 8월 3일을 기일로 정해 37년 동안 제사까지 지냈다. 가운데는 아들 오장균 씨. 2015.10.20. photocdj@newsis.com |
newsis.com All rights reserved |
[포토] 수줍은 새색시 미소 그대로, 65년만에 만난 남편
등록 :2015-10-20 16:47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순규 할머니(85,왼쪽)가 북측에서 온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를 보고 수줍게 웃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8개월만에 열리는 이번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은 북측 방문단 96가족이 남측 가족과 상봉하는 1차(20~22일)와 남측 방문단 90가족이 북측 가족과 만나는 2차(24~26일)로 나뉘어 진행된다. 금강산/연합뉴스
65년 기다림…“눈물도 안 나온다”며 아내는 눈가를 훔쳤다
등록 :2015-10-20 19:36수정 :2015-10-20 22:29
남북 96가족 530명 상봉 첫날
신혼 7개월 혼자 남겨진 이순규씨
65살 된 아들과 금강산으로
부자는 얼굴 맞대보고 “닮았다”
‘잠깐 다녀온다던 남편 돌아올세라’
이사 한번 못 간 이옥연씨
남편 손 내밀자 “늙었는데 잡으면 뭐해”
새신랑 얼굴엔 65년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남쪽에 홀로 떨어진 19살 곱던 새색시 머리엔 서리가 내렸다. 신혼 7개월째 엄마 뱃속에 있던 아들은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환갑을 넘겼다. 오인세(83)씨는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아내 이순규(85)씨한테 “가까이 다가앉으라”고 속삭였다. “65년 만에 만났는데, 그냥 그래요. 보고 싶었던 거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지.” 고동색 한복을 차려입은 이씨는 수줍어했다. 오씨는 아내한테 미안해했다. “전쟁 때문에 그래,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정말 고생길이, 아무것도 몰랐단 말이야….” 북에서 새로 가족을 꾸린 미안함 탓인지 말끝이 흐려졌다. 20일 아침 강원도 속초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마냥 기쁘고 들뜬다”며 엷은 미소를 짓던 이씨는 “눈물도 안 나온다”면서도 눈가를 훔쳤다. 이날 오후 3시께(이하 북쪽 시각) 북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눈물과 탄성으로 출렁였다. 남쪽에서 휴전선을 넘은 96가족 누구 하나 애달픈 사연 없는 이가 없었다.
■ “다가앉으라” 65년 만에 곁에 앉은 부부 아들 오장균(65)씨는 ‘평생의 소원’을 풀었다. “아버지”라는 세 글자를 원 없이 불렀다. 큰절도 올렸다. 오인세씨는 아들을 보자마자 부둥켜안았다. 아들은 “아버지 있는 자식으로 당당히 살려고 노력했다”며 울었다. 부자는 손을 나란히 놓고 얼굴도 맞대보고 “닮았다”며 글썽였다. 오씨는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지 5개월 만에 태어났다. 오인세씨는 충북 청원군 가덕리에서 신혼 7개월께 “훈련 한 열흘만 받으면 된다”며 나갔다. 임신한 아내가 “잘 다녀오시라”며 손 흔든 게 마지막이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아들을 악착같이 키워냈다. 전국을 떠돌며 낮엔 농사일, 밤엔 삯바느질로 살아냈다.
연분홍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 차림의 이옥연(87)씨는 고개를 돌렸다. 그토록 기다리던 남편이 아흔을 앞두고 눈앞에 섰다. 남편 채훈식(88)씨는 중절모가 벗겨질 정도로 아들을 부둥켜안고 울기만 했다. 아들 채희양(66)씨는 “아버지, 제가 아들입니다”라며 오열했다. 남편이 손을 내밀었지만 이씨는 머뭇거렸다. “이제 늙었는데 잡으면 뭐해.” 채씨는 1950년 8월 “잠깐 다녀올게” 하고는 연락이 끊겼다. 남겨진 아내와 아들은 혹시나 돌아올까 경북 문경시 산양면 현리에서 지금껏 산다. 아버지는 헤어질 때 갓 돌 지난 아들의 얼굴을 못 믿긴다는 듯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너희 어머니가 나 없이 혼자서… 아버지를 이해해다오… 나는 10년을 혼자 있다가, 통일이 언제 될지 몰라서….” 재혼이 미안한 것이다. 슬픔과 기쁨이, 또다시 기쁨과 슬픔이 거듭 교차하고 있었다.
■ 너나없이 부둥켜안고 어루만졌다 이산가족 남쪽 상봉단 96가족 389명은 이날 오후 1시께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이들은 오후 2시50분부터 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을 기다렸다. 기대와 긴장이 뒤범벅된 10여분의 적막을 가르며 북쪽 노래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왔다. 모두의 눈길이 입구로 쏠렸다. 북쪽 96가족 141명이 면회소에 들어섰다.
“저인가?” “아니야.” “오셨나봐!” “한번에 알아보시네.” “살았어, 살았어!” “누나 왔다, 누나 왔어!” “우리 아버지 맞아… 우리 아버지구나.” 짧은 외침과 긴 탄식이 엇갈리며 여기저기서 눈물을 뿌렸다. 너나없이 부둥켜안고 어루만졌다.

20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1회차 단체상봉에서 이옥연(87) 씨가 북쪽의 남편 채훈식(88)씨와 만난 자리에서 아들 채희양씨가 훈장을 살펴보는 동안 채훈식싸는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0회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쪽 김복락 할아버지가
북쪽 누나 김전순 씨를 만나고 있다. 금강산/신소영 기자 viator@ahni.co.kr

아버지와 딸 남쪽 이정숙(68·오른쪽)씨가 20일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쪽 아버지 리흥종(88)씨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쪽 이진구 할머니가 북쪽의 오빠 리용구(모자쓴 이)를 만나고 있다.
금강산/신소영 기자 viator@ahni.co.kr

20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1회차 단체상봉행사가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리충복 北 상봉단장 "민족분열 비극 끝장내야" | ||||
등록 일시 [2015-10-20 21:25:49] |
【금강산=뉴시스】공동취재단·장민성 기자 =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장인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오후 우리측 주최로 열린 첫 환영만찬에서 건배사를 통해 "외세에 의해 강요된 민족분열의 비극을 끝장내고 세기를 이어오는 겨레의 불행과 아픔을 하루빨리 가시려는 우리 공화국의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북남 관계 악화로 그토록 즐겁고 희망찼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금강산 관광길마저 끊어져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비극적인 현실이 초래됐고, 이를 통해 우리는 북남 사이의 반목과 대결로 얻을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똑똑히 깨닫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위원장은 "이에 온 겨레가 북남 관계 개선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이 이룩되기를 그토록 절절히 갈망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8월 우리의 주동적인 제의와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룩된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 합의로 오늘의 상봉이 마련된 데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으며 이런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제19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당시 북측 상봉단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리 위원장은 '대남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민족경제협력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부국장, 북한 적십자중앙위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을 이끄는 김성주 단장(대한적십자사 총재)은 환영만찬사를 통해 "자유롭게 상시 상봉하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다 같이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가자"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산가족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시는 동안에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해 편지도 교환하자"며 "이번 만남이 한 번 그치는 만남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상봉행사에 대해서는 "1년 8개월 만에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게 된 것은 지난 8·25 남북고위당국자 접촉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첫 번째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환영만찬은 모두 발언만 공개한 뒤 비공개 행사로 진행됐다.
nlight@newsis.com
부모·자식 상봉 5가족뿐 대부분 ‘사별’…정례화 서둘러야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입력 : 2015-10-20 23:13:27ㅣ수정 : 2015-10-21 09:46:59
■고령화 현상 뚜렷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단의 대부분은 80대 이상이다. 1차 북측 상봉자 97명 중 70대 1명을 제외한 나머지 96명(99%)이 80대다. 오는 24일부터 이뤄지는 2차 상봉에 나설 남측 상봉자 90명 중에선 90세 이상이 34명으로 38%나 된다. 80대가 46명(51%)으로 가장 많다. 70대는 10명(11%)이다.
부모 세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부모·자식 상봉도 크게 줄었다. 1차 상봉 97명 중 부모·자식 상봉은 5가족에 불과하고, 남측 90명의 2차 상봉에서도 12가족에 그친다. 지난 7월 말 현재 상봉 신청자의 45.6%는 부모·자식이나 부부 상봉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신청자의 절반 정도가 부모·자식 상봉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들 중 대부분이 이미 ‘사별’한 상태인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일 발행한 ‘이산가족 고령화 추이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고령화 현상은 심각하다.
이산가족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중 70대 이상은 81.6%에 달한다. 80세 이상은 2004년 22.7%에서 2015년 54.3%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04~2014년 상봉 신청자 중 연평균 3800명이 사망했다. 올해 말이면 상봉 신청자 중 사망자가 생존자보다 많아지고, 2032년이면 신청자 중 대부분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례화 한목소리
당면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봉 정례화가 우선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비정기적, 일회성 상봉에 그칠 게 아니라 분기나 격월 등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면 상봉 이외에 생사 확인이나 서신 교환 등 다양한 상봉 방식도 필요하다.
정치권도 20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맞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는 상봉 정례화는 물론 상봉 방법도 다양화해서 인도적 차원에서 규모와 횟수를 최대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남북은 8·25 합의에서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다”면서 정례화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지난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진행된 상봉자 대상 방북교육 인사말에서 “상봉 정례화를 통해 (가족을) 더 자주 만나고 고향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과 최선을 다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는 향후 남북 당국회담 등에서 우리 측이 제기할 주요 의제로 예상된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 없이 대상 확대와 정례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살아있어야 해”…“어떡해 어떡해”…다시 아득한 이별
등록 :2015-10-22 19:39수정 :2015-10-22 22:31

1차상봉 헤어지는 날
이날 오전 9시(이하 북쪽 시각, 남쪽보다 30분 느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자리에 앉은 남쪽 가족들은 붉어진 눈자위에 퉁퉁부은 눈으로 입구만 바라봤다. 마지막 작별상봉 자리에 북쪽 가족들이 들어서자 모두들 벌떡 일어섰다. 이들한텐 마지막 2시간만 남았다. 모두들 부둥켜안고, 귓속말을 하고, 등을 쓰다듬으며, 손을 맞잡았다. 등에 업고 어깨동무도 했다. 그들은 몸으로 이별을 시작하고 있었다.

무겁게 구름앉은 금강산 자락
버스 창으로 손을 내밀고
밖에선 애타게 창문을 쳤다
버스는 떠나고
기약없는 이별만 남았다
북쪽 오인세(83)씨는 아내 이순규(85)씨 곁에 앉았다. 이씨는 새색시마냥 남편의 넥타이를 고쳐주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들 장균(65)씨는 아버지 손을 잡고 해맑게 웃었다. “건강한 아들로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얼굴이 벌개진 아들도 눈물을 떨궜다. 오인세씨는 아내와 아들, 며느리를 한 데 안았다. “이렇게 안는 것이 행복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 “건강하슈, 오래사슈.” 아내의 마지막 말이다. 아들 내외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만수무강하시라”며 태어나 처음으로 2박3일간 눈에 새긴 아버지께 큰절했다. 남쪽 채희양(66)씨는 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편지를 받아든 채훈식(88)씨가 눈물을 쏟아냈다. “고맙다. 어머니 잘 모시고… 조국통일 되는 날 다시 만나는 게 소원이다.” 불혹에 들어선 두 손자는 할아버지 볼에 입을 맞추고 사진으로 남겼다.
북쪽 최고령자인 리홍종(88)씨의 남녘 딸 정숙(68)씨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드릴 수 있다”며 통곡했다. 리씨가 북에서 낳은 아들 인경(55)씨는 애써 외면하며 시선을 돌렸지만 눈물이 떨어졌다. 리씨의 남쪽 동생 홍옥(80)씨는 오빠의 손을 붙잡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오빠 어떡해… 오빠 어떡해….”

있다. 금강산/신소영 기자
북녘 누나 박룡순(82)씨의 동생 용득(81)씨는 큰소리쳤다. “누님 내가 차로 북으로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 가자. 2~3일만….” 둘째 동생 고웅(76)씨는 “어릴적 누님이 항상 업어줬다”며 누나를 등에 업었다. “65년 전에 이렇게 될지 모르고 울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제 또 이별해야 해.”
면회소 곳곳에서 눈물 젖은 말들이 끝없을 듯 오갔다. ‘고향의 봄’이 울려퍼지던 상봉장에 오전 10시50분 작별상봉 마지막 10분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곤 이별의 노래 ‘다시 만납시다’가 흘러나왔다. 더욱 다급해졌다. “아프지 마세요.” “걱정하지 말아요.” “식사 잘 하세요.” “마음 편하게 가져요.” “살아있어야 해.” “다시 만날 거야.” 버스가 떠나고 누군가를 불러대는 소리가 면회소 앞을 울렸다.
남과 북의 상봉단장인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리충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함께 잘 해보자”며 손을 맞잡았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의 2회차 행사는 24~26일 금강산에서 이어진다.금강산/공동취재단,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칠순 다 돼 처음 아버지 불러본 백발 딸 “우리 이게 끝이래요”
금강산 | 공동취재단·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입력 : 2015-10-22 23:02:27ㅣ수정 : 2015-10-23 08:23:55
ㆍ3일간 상봉 마치고 작별
“아버지, 우리가 이게 끝이래요. 아버지….”
65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 12시간 만나고 작별해야 하는 딸 이정숙씨(68)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열했다. 남에서 온 동생과 딸, 조카들은 북에서 온 형님, 아버지, 큰아버지인 이흥종씨(88)에게 마지막 큰절을 올렸다.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는 딸의 손을 잡고 “굳세게 살아야 해”라고 당부하며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아버지와 보내기 싫은 딸은 창문을 열고 손을 맞잡은 채 울며 엉켜있었다. “아버지 건강하셔야 돼요.” 버스는 출발했고 정숙씨는 소리내 흐느끼며 주저앉았다. “내가 60이 넘어서 아버지를 처음 불러봤어. 아버지를….”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남측 딸 이정숙씨(68)가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리흥종씨(88)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함께 울고 있다. 금강산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일부터 금강산에서 만난 이산가족들은 22일 오전 2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눈물의 이별을 했다. 이들에게는 60여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2박3일간 2시간씩 6번, 총 12시간의 만남만이 허락됐다.
북측 남편 오인세씨(83)와 남측 아내 이순규씨(85)는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포옹을 했다. 살아서 다시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한 오씨는 “지하에서 또 만나”라고 인사했고, 이씨는 “건강하슈. 오래 사슈”라고 답했다. 오씨는 아내와 아들, 며느리를 한꺼번에 끌어안으며 “이렇게 안는 것이 행복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라고 했다. 백발이 돼 만난 아들과 며느리는 신발을 벗고 “만수무강하세요”라며 큰절을 올렸다. 오씨는 아래턱을 떨며 흐느꼈다.
남에서 온 동생 박고웅씨(76)는 “어렸을 적에 누님이 항상 이렇게 업어줬는데 이젠 내가 한다”면서 북의 큰 누나 룡순씨(82)를 업고 테이블을 돌았다. 둘째 룡득씨(81)는 “누님, 내가 내 차로 북으로 보내줄게.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 가자. 2∼3일 같이 자고 가자”고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북측 조카가 “통일되면 만날 수 있어요”라고 하자 룡득씨는 “내 가족 우리 집에 데려가겠다는데 왜 안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상봉 시간 10분을 남기고 “곧 상봉이 끝난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상봉장에 흘러나온 노래가 ‘고향의 봄’에서 ‘다시 만납시다’로 바뀌었다.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적십자사 관계자들이 테이블을 돌며 북측 가족들의 버스 탑승을 독촉했다.
북측 가족들이 버스에 오르자 기다리던 남측 가족들이 우르르 버스로 달려갔다. 또 남북 이산가족들은 다시 한번 창문에 매달려 정말 마지막 작별을 했다. 남측 동생 임학규씨(80)는 북측 누나 리규씨(85)의 손을 잡은 채 버스에 기대 오열했다. 김주철씨(83)도 버스에 딱 붙어 북으로 떠나는 형 주성씨(85)의 손을 잡았다.
남측 가족들은 북의 부모, 형제를 태운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흐느끼며 서서 바라봤다. 북측 누나 룡순씨를 보낸 동생 중 한 명이 “다시 만나는 데 65년이 걸렸는데…”라고 아쉬워하자, 다른 동생이 “이제 짧아질 거여”라고 위로했다.
남북의 96가족 530명은 이날 또 한 번 생이별을 했다. 올해 말이면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중 사망자가 생존자보다 많아진다. 매년 3700여명의 이산가족이 사망하고 있다. 상봉 정례화라는 최선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생사확인이나 서신교환 등의 차선이라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산가족상봉 큰사진③] '언제 다시 만날까' 눈물의 작별
오마이뉴스 | 권우성 | 입력 2015.10.22. 17:15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남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전권 포기해놓고 핵무장하자? (0) | 2022.09.27 |
---|---|
미국은 북핵보다 평화를 더 두려워한다 (0) | 2022.09.27 |
“남북의 아이들아, 절대 서로 총 겨누지 마라” (0) | 2022.09.27 |
5·24조치 5년, 남북경협과 교류협력 사실상 파탄 (0) | 2022.09.27 |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기' (0) | 2022.09.27 |
댓글